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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70화 (870/1,826)

§ 나는 될놈이다 870화

카르바노그도 반박하기 힘든 예시! 그러나 카르바노그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펠마스를 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건 넘어가자.’

[!?]

대답하기 힘든 말은 슬쩍 피하고 태현은 마르체티 백작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사람 구실은 시켜야지!

“잘 듣게. 마르체티 백작. 내가 적어줄 테니까 외우게.”

“예, 폐하.”

마르체티 백작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질은 더러워도 일단 귀족으로서 격이 높은 태현을 인정하고 나자, 명령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태현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뭔 소리를 했어도 ‘너는 말해라 나는 안 듣는다’ 같은 태도였을 것!

“세금이 다 안 걷혀도 영주민들을 쫓아내면 안 되네.”

“세금이… 다… 안 걷혀도….”

마르체티 백작은 메모했다.

“통행료가 다른 영지의 10배는 좀 심하네. 줄이게.”

“얼마로 말입니까?”

“다른 영지랑 똑같이!”

“그렇군요. 통행료를… 다른 영지처럼….”

“그리고 영지에 아키서스의 신전을 짓게.”

“예. 영지에… 아키서스의 신전을….”

“거기에 전 재산을 바치도록!”

“?”

“???”

태현과 마르체티 백작은 고개를 돌렸다.

-폐하께서 말씀하셨습니까?

-난 거기까지 말 안 했는데?

태현은 양심 넘치는 도둑이었다.

바치라고 해도 절반만 바치라고 말했을 것!

전 재산을 바치라고 말한 것은 갈락파드였다.

“갈락파드!? 언제 온 거냐?”

“지금 막 달려왔습니다. 폐하!”

갈락파드는 절절하게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보면 충신 같았지만 태현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 자식 왜 볼로네 영지에 안 있고 여기로 왔지?

“폐하. 지금 막 에르네스토 백작령을 함락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

뭔락?

함락?

반도 형태의 아탈리 왕국.

태현의 영지인 중앙 수도 위쪽으로는 대충 5개의 영지가 있었다.

제일 동북쪽인 ‘그 골짜기’.

서북쪽의 볼로네 백작령은 백작이 죽고 아키서스 십자군에게 점령당한 상태.

마찬가지로 서북쪽의 보나조 백작령은 백작이 재빨리 항복해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점령당한 상태.

남은 다른 두 백작령은 수도 바로 위에 붙은 마르체티 백작령과 동북쪽에 있는 에르네스토 백작령!

마르체티 백작령은 지금 막 태현이 충성 맹세를 받은 상태.

그러니 남은 건 에르네스토 백작령 하나였다.

태현은 길드 동맹한테 ‘야 너희 마르체티 백작령하고 에르네스토 백작령을 털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길드 동맹은 대부분 마르체티 백작령을 노렸다.

왜냐?

에르네스토 백작령은 바로 ‘그 골짜기’와 붙어 있었으니까!

길드 동맹에서는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라고 하지 않았다. ‘바로 그 골짜기’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바로 그곳’이라고 하지.

길드 동맹은 태현이 괜히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해서 그쪽으로는 잘 가지 않거나 가더라도 깔짝대다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태현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근데 뭔 함락?

“폐하께서 이렇게 폭군 마르체티 백작의 목을 치고 백작령의 영주민들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하시는데….”

“야. 야!”

태현은 갈락파드의 입을 다물게 했다. 뒤에 마르체티 백작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물론 목을 딸까 말까 고민했지만 하진 않았잖아!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신 갈락파드. <아키서스 십자군>을 이끌고 에르네스토 백작령으로 향했습니다!”

“미친놈아!”

태현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안 그래도 다른 귀족들이 의심할까 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데 뭐하는 짓이야!

그나마 볼로네 백작령은 악마 핑계나 있었지 에르네스토 백작령은 악마도 없었잖아!

“걱정 마십시오. 폐하!”

“…?”

갈락파드가 당당하게 말하자 태현은 멈칫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아키서스를 믿지 않는 에르네스토 백작은 악마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

태현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영상 줘봐라.”

* * *

<아키서스 십자군>은 정말 완벽하게 에르네스토 백작령을 공략했다.

쓸데없이 완벽해서 더 짜증이 날 정도!

‘너희들 이렇게 잘 하는 놈들 아니잖아!’

평소에는 온갖 실수란 실수는 다 하던 놈들이 왜 이럴 때만 잘해!

아키서스 십자군은 일단 둘로 나뉘어서 공략했다.

백작령 안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은 성 곳곳에 자리 잡고서 대기한 것이다.

그러다가 갈락파드가 이끄는 아키서스 십자군 본대가 성문 앞에 도착하자 곳곳에 불을 지르고 함성 발사!

에르네스토 백작은 예상치도 못한 기습에 깜짝 놀라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내성에서 끌려 나왔다.

-이놈! 에르네스토 백작! 아키서스를 믿겠느냐 안 믿겠느냐!

-믿, 믿겠소!

갈락파드는 상대가 백작이든 공작이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괜히 광신도가 아니었다.

-네가 파이토스 교단을 믿으며 파이토스 교단을 밀어주는 걸 알고 있다, 이놈! 파이토스 교단을 믿겠느냐 안 믿겠느냐!

-안 믿겠소! 다시는 안 믿겠소!

-영지에서 파이토스 교단의 신전을 모조리 치워버려라! 신은 오로지 한 분! 아키서스 님뿐이다!

* * *

“…….”

영상을 다 본 태현은 얼굴을 감싸 쥔 채로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안일했다….’

아키서스 십자군은 볼로네 공성전이 끝난 다음에 해체시켰어야 했는데!

[카르바노그가 대단한 믿음이라고 위로해 줍니다.]

‘끄응….’

국왕 노릇 좀 제대로 해보려고 밑의 영주 귀족들을 달래고 달래고 있는데 저렇게 화끈하게 해버리다니.

“그러면 지금 에르네스토 백작령은 누가 통치하고 있지?”

“<아키서스 십자군>이….”

사실상 아탈리 왕국 북부와 중앙은 태현이 다 먹은 셈이 됐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새 땅부자가 된 태현!

‘남부 귀족들은 똘똘 뭉치겠군.’

[아탈리 왕국의 귀족…]

[아탈리 왕국의 귀족…]

[……]

[매우 경계합니다!]

[귀족들은 당신이 귀족들의 작위를 뺏을까 두려워합니다!]

[……]

경계심 최대치!

아키서스의 ‘아’ 자만 들어도 내쫓을 정도의 경계심이었다.

툭툭-

마르체티 백작이 태현에게 가까이 와서 등을 두드려주었다.

“폐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마르체티 백작…!”

태현은 살짝 감동을 받았다.

“그래. 다시 시간을 들여서 설득하면 되겠지. 마르체티 백작이나 보나조 백작 같은 귀족들은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남부 귀족들도 잘 말하면….”

“예? 아니, 다 죽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

귀족 전사대들은 그 말에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감히 왕에게 거역하는 귀족 놈들은 죽어봐야 합니다!”

“마르체티 백작이 뭘 좀 아는군!”

“…너희들은 절대 같이 있지 마라.”

갈락파드+아키서스 십자군.

파워 워리어+기계공학 대장장이.

마르체티 백작+귀족 전사대.

붙여 놓으면 사고 칠 거 같은 조합들!

* * *

태현은 한탄은 멈추고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국왕의 권위가 크게 치솟습니다!]

[국왕의 명령이 추가 보너스 효과를 받습니다.]

[영지에 설치한 아이템들이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의 농작물에 새로운 축복이 내립니다.]

[수도에 새로운…]

[현재 창고에 쌓인 골드가 있어 새 건물을 건설할 수가…]

[……]

‘확실히 이득이긴 한데.’

왕국 북부 영주들을 제압하거나 손에 넣은 덕분에, 태현의 국왕 관련 스탯들이 팍팍 증가한 상태였다.

[공포 스탯이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칭호: 공포의 화신을 얻습니다.]

[공포의 화신을 최초로 얻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공포가… 언제 11,000을…?’

그냥 10,000도 아니라 11,000!

하긴 명성이 9만 후반대를 찍고서 10만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그렇게 크게 놀랄 건 아니었다.

공포가 오를 만한 플레이를 하긴 했지!

<공포의 화신>

짧은 시간 동안 공포의 화신이 됩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시간이 길어집니다.

칭호와 함께 주어진 스킬.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는 어떤 스킬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공포가 10,000 찍고 나온 칭호에다가 최초 칭호니까 안 좋은 스킬일 리는 없을 텐데?’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를 떠올려보라고…]

‘…….’

묘하게 아프다!

‘전체 사기 저하 스킬인가? 이미 그런 건 충분히 많은데.’

대규모 전투에서 효과적인, 상대 파티의 사기를 꺾고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부류의 스킬들!

이런 스킬들은 쓸 경우도 적고, 얻기도 힘든 부류에 속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혼자 화술 스킬을 최고급까지 찍은 태현!

다른 플레이어들은 하나 있을까 말까인데 태현은 위압에 혼란에 협박에….

이쯤이면 선동가 세트라고 봐도 좋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고, 남부 상황부터 확인해 봐야지.’

[귀족들이 뭉치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용병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남부 귀족 연합이 결성되고 있습니다.]

‘끄응.’

역시 예상한 대로!

‘치고 들어오지만 마라.’

그냥 자기들끼리만 뭉쳐 있으면 상관이 없었지만 용병과 기사단을 이끌고 치고 올라오면 그때부터는 매우 골치가 아파졌다.

내전!

쑤닝과 길드 동맹이 기뻐서 손과 발로 박수를 치겠지!

-상황 보니까 공격은 아니라 성벽 올리고 있어요.

-후. 다행이군.

각 영지에 내려간 길드원들이 보고를 해오고 있었다. 다행히 군대를 끌고 나오진 않고 성벽을 보강하고 요새를 만드는 모양이었다.

태현이 혹시라도 치고 내려올까 두려워하는 게 분명!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태현은 지금 먹은 영지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이번 퀘스트로 번 골드도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영지는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그런데 폐하.”

“무슨 일이냐?”

귀족 전사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악마와 결탁한 놈들이 자기네 왕국으로 도망쳤다는데 안 쫓아가십니까?”

“아. 그거.”

태현은 잠시 고민했다.

‘근데 굳이 오스턴 왕국을 지금 칠 필요가 있나?’

길드 동맹은 반으로 쪼개지고 작아진 상태.

대형 길드끼리의 경쟁에서 많이 밀리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로 생기는 다른 대형 길드들을 경계하면 경계했지, 굳이 길드 동맹을 지금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길드 동맹이 있으면 자기들끼리 또 싸울 테니까….’

길드 동맹에서 쪼개져 나온 랭커들이 모인 길드와, 길드 동맹이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지금 안 쫓으려고.”

“어째서입니까?”

태현은 이유를 꾸미려다가 귀찮아졌다.

어차피 이제 아스비안 제국 갈 일도 없는데 대충 말할까?

“그냥 바빠서.”

“그렇군요.”

바로 납득하는 귀족 전사대!

“…?”

[?]

태현도 카르바노그도 당황!

[평판이 매우 높습니다.]

[친밀도가…]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결정을 신뢰합니다!]

이런 신뢰까지 기대하진 않았었는데!

태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믿어줘서 고맙다.”

* * *

태현은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아키서스 권능 퀘스트를 찾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미리 해두기 위해서였다.

지금 제1 목표는 <에다오르의 머스킷>!

더 많이, 더 빨리 만들기 위해 태현은 골짜기로 향했다. 거기에는 <악마의 대장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골짜기는 훈훈하네.”

“훈훈하네요.”

“그치? 훈훈하지?”

다들 시선을 피했다. 언제나 한결같은 골짜기의 일상!

-이번에는… 이번에는 뜬다!

-아키서스 십자군에 들어오시오! 모든 죄를 사해주고 <고블린 만능 제작기> 이용 티켓과 투기장 이용 티켓을 덤으로 드리오!

-야. 불을 지르고 폭탄을 터뜨리는 게 세냐, 폭탄을 터뜨리고 불을 지르는 게 세냐?

-악마의 연금술을 가르쳐준다! 지금 배우면 무려 공짜로! 야! 연금술 좀 배워! 배우라고 인간 놈들아! 악마의 연금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한 줄 아냐!

최근에 정착한 악마 프이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호객 행위를 하는 게 보였다.

태현 일행은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악마 대장장이 사루온은 태현을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아키서스의 화신! 오랜만이군… 으아악! 구시온!!”

악마 공작 아들놈이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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