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865화 (865/1,826)

§ 나는 될놈이다 865화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케인 선수도 바보가 아닙니다.”

“음….”

빈센트가 말했지만 태현은 동의할 수가 없었다. 바보는 아니어도 어디 가서 사기는 당할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정도로 해주세요.”

“그렇지만 너무 아깝군요. 김태현 선수가 직접 출연하는 게 아니라면 페이가 확 깎이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직접 출연해서 촬영을 하는 것과 달리, 이미 있는 태현의 영상과 목소리를 사용해서 하는 광고는 페이가 떨어졌다.

“그중 옥석을 가려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 김태현 선수. 지금 니케아 사에서 후원 관련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건 참석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팀원 전원이 참석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용품 회사 중 하나, 니케아!

태현이 후원을 받고 있는 프로스다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였다.

“그런 거라면야 어쩔 수 없죠. 이야기 다 되면 애들 데리고 참석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너 왜 표정이 그러냐?”

태현은 케인을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매우 상처 받은 얼굴!

“혹시 차였니?”

“안 차였거든?! 지금도 가끔 통화하거든?! 기념품도 샀다고!”

“네가 산 잡동사니… 아니, 솔직히 잡동사니 맞지. 그중에서 선물이 있었다고?”

태현은 말을 작게 하려다가 그냥 원래대로 돌렸다.

“이거 봐. 뉴욕이라고 크게 써진 티셔츠야.”

“…….”

“…???”

“이 크게 써진 센스가 좋지 않냐?”

태현은 경악했다. 최상윤도, 정수혁도 경악했다.

백 년의 사랑도 차갑게 식을 것 같은 패션 센스!

“야… 네가 선물 주려는 건 아이돌 아니었어?”

태현은 당황했다.

태현이 연애를 잘 알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게 여행 갔다 온 선물로 줄 물건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껴졌다.

“너도 같은 소속사잖아? 왜 모르는 척을 해?”

“아니, 아는데… 바뀌었나 했지.”

“받으면 기뻐할 거라고! 너희들은 이런 선물이나 준비했냐?!”

케인은 일행이 자기 선물을 비웃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웃는 게 아니라 딱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었지만!

“태현 님. 태현 님.”

이다비가 태현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

“잠깐 와보실래요?”

“?”

태현은 이다비의 뒤를 쫓았다.

케인도 태현의 뒤를 쫓았다.

“…아니 왜 따라가요!?”

옆에 있던 이다비 동생들은 어이가 없어서 외쳤다. 왜 따라가는 거야!?

케인은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니, 습관이 되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뒤를 쫓아가던 습관!

“그보다 쫓아가면 안 되는 거냐? 왜?”

“…….”

“…….”

이다비 동생들은 이마를 짚었다. 이미 틀린 것 같았다.

이다비도 포기하고 그냥 선물을 꺼내고 있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정장이 하나 필요하실 것 같아서….”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이다비가 선물했다는 것에 놀란 게 아니었다.

생각이 겹쳤다는 것에 놀란 것!

“잠깐, 잠깐.”

“필요 없으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똑같은 걸 준비해서….”

“!!”

‘그래서 그런 거였군.’

태현은 빈센트나 마틴 킴의 반응이 이상했던 걸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이다비랑 겹쳐서 그랬던 거였다.

“네가 판온에서, 게임단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거 알아. 그래서 뭐라도 선물해 주고 싶었어.”

태현이나 이다비를 제외하면 사실 다른 선수들은 그냥 별생각 없이 편하게 판온을 했다.

태현은 게임단 관리부터 이것저것 다 맡고 있었고,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운영하면서 각종 언플과 뒷공작에 정보 수집까지 하고 있었으니….

“태현 님…!”

이다비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걸 본 최상윤이 케인의 옆구리를 찔렀다.

“네 선물하고 차이점을 알겠지?”

“…….”

케인은 조용히 뉴욕 티셔츠를 집어넣었다.

다른 거 사야겠다!

* * *

미국의 스포츠계에는 선수들만 있지 않았다. 수많은 수학자들과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체계적으로 스포츠를 분석해 이론과 데이터를 만들었다.

미국이 스포츠 강국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재들은 E스포츠에도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제는 선수들만 주먹구구식으로 뛰어서 이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당장 던전 대회 8강권을 살펴보면 한 팀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최신 분석 기술을 받아들인 팀이었다.

특히 미국 쪽이 이런 부분에서 빨랐다.

한국 명문 게임단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변화하지 못하는 사이, 최신 현대 기술로 무장을 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미국 게임단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E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올라간 팀이 적어진 것이다.

태현과 이세연 같은 돌연변이들이 아니었다면 체면치레도 못 했을 것!

“김태현을 그렇게 영입해야 하나?”

“예. 하려면 지금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는 스미스도 있는데?”

“스미스도 좋은 선수지만 불안합니다. 김태현을 영입할 수 있으면 향후 10년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뉴욕 라이온즈 소속 분석가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선수에게 중요한 건 두 가지로 나뉘었다.

육체와 두뇌!

물론 말 그대로의 육체는 아니었다. 판온에서 실제 육체를 들고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말하는 육체는 반사속도였다.

“이 영상을 보십시오. 김태현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반사속도 자체가 월등합니다. 여기서 스킬 이펙트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먼저 움직여서 검을 휘두르고 있죠.”

반사속도가 빠르다는 건 남들의 공격을 보고, 피하고, 카운터를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이게 컨트롤 차이로 이어지는 것!

컨트롤 좋은 레벨 90짜리와 컨트롤 구린 레벨 100이 싸우면 90이 이기는 게 판온이었다.

하물며 차이가 적은 랭커들이라면 어떻겠는가.

“동일 스탯에서, 스킬 싸움이 아닌 평타 싸움으로 김태현 선수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치고받으면 바로 밀려요.”

“게다가 이렇게 감각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는 계획을 짜지 않고 허술한 경우가 많은데 김태현 선수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행동 하나하나에 다 다음 계획을 궁리하고 있어요. 여기서 보면 한 대 때리고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상대를 몰잖습니까? 이게 오른쪽 앞에서 자기를 노리고 있는 상대를 의식하고 하는 행동입니다. 벽을 만드는 거죠.”

선수는 두 종류로 나뉘었다.

감각적으로, 본능을 믿고 날뛰는 선수와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며 싸우는 선수.

전자는 보통 근접 직업이 많았고 후자는 마법사나 사제 쪽이 많았다.

그런데 태현은 둘 다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완전체에 가까운 형태!

“판온 같은 경우는 선수가 갑자기 쇠락하거나 하락세에 빠질 이유도 없으니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임단 매수에 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더 투자를 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주들이 퍽이나 납득을 하겠군.”

“설득을 해야지요. 그리고 매수를 하려는 게 우리뿐만이 아니잖습니까? 심지어 중국 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온다던데.”

“그나마 다행이군.”

“?”

“김태현 선수는 중국 쪽과 계약하지는 않을 테니까. 악연으로 똘똘 뭉친 사이 아닙니까.”

“그렇게 단정하시면 안 됩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잖습니까. 중국 쪽이 돈으로 해결 보는 건 유명한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후. 그보다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김태현 선수가 왜 거절하는 거 같나?”

“아마 같은 팀원들 때문 아닐까요? 뉴욕 라이온즈에 들어오면 김태현 선수와 달리 다른 팀원들은 출전이 보장되기 힘드니 말입니다. 묻힐 수밖에 없겠죠.”

뉴욕 라이온즈 분석팀 입장에서는 케인도 좀 아쉬운 선수였다.

좀 많이 과대포장된 선수!

냉정하게 분석해서 보면 실력 자체는 크게 대단하지 않았다. 그걸 활용하는 태현이 대단한 거였지.

“젠장. 한국은 특이하게 의리가 있는 선수가 나온단 말이야. 선수는 돈 아닌가?”

* * *

“뭐. 백작이 죽을 수도 있지. 안 그래?”

“네. 죽으면 뭐 어때요!”

“너희 너무 긍정적으로 변한 거 아니냐??”

최상윤은 당황했다.

태현과 이다비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이 서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상황은 좀 객관적으로 봐줘!

태현 일행이 언제나 미친 퀘스트들을 깨오면서 목숨 부지할 수 있었던 건 태현이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태현이 저러니까 매우 불안했다.

설마….

“아냐. 난 지극히 냉정하다고. 벌써 누구한테 떠넘길지 계획도 다 짜뒀지.”

볼로네 백작이 죽은 건 누구 때문인가?

성문에 폭탄을 설치한 태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길드 동맹 때문 아닐까?

“???”

[???]

대체 어떻게 관점을 바꿨길래?

“잘 생각해 봐. 길드 동맹 놈들이 약탈하러 와서 볼로네 백작을 암살한 거지. 볼로네 백작 같은 인물이 있으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까.”

“그런데 영지 악마 때문에 이 난리가 난 거잖아?”

“아. 그것도 좋군. 좋아! 길드 동맹 놈들이 비열하게 악마들과 손을 잡았다고 해야지.”

“…….”

“…….”

“귀족들에게 다 사신을 보낸다! 이번 일을 최대한 강조해야지!”

오스턴 국왕이 사악한 무리들을 풀어 국경 쪽 영지를 약탈한 것도 모자라, 악마와 손을 잡고 볼로네 백작을 암살했다!

볼로네 백작령에 일어난 대소동도 사실 오스턴 국왕이 사주한 거다!

태현은 그런 편지를 써서 재빨리 각 영지의 귀족들에게 보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매우 높은 명성을…]

[……]

[당신의 악행이 묻혔습니다!]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됐다!’

놀랍게도 태현의 떠넘기기는 통했다.

태현을 국왕으로서 무시하고 싫어하는 귀족들은 많았지만, 태현이 영웅이고 명성 높고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스턴 국왕이 약탈하러 넘어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악마가 나타나서 대소동이 일어난 것도 사실!

[아탈리 왕국의 각 영지에서 현상금이 걸립니다.]

[악명이 매우 높아집니다.]

“왜 갑자기 이런 메시지창이 뜨지?”

“약탈한 게 뒤늦게 알려졌나 본데?”

길드 동맹은 상황을 알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쪽입니다. 크헬헬.”

“쟤 상인치고 웃음소리가 좀 이상하지 않냐?”

“야. 그런 말 하지 마. 기분 나빠지면 어쩌려고.”

NPC와 대화할 때는 조심하고 조심해야 했다. 무심코 한 말실수가 협상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지금 주케넨은 마르체티 백작의 성으로 들어가는 지하 통로를 안내해 주는 입장!

길드 동맹이 철저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마르체티 백작령의 지하 통로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이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 발각될 경우 마르체티 백작의 기사들에게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암살자로 오해받을 수…]

“들어가자!”

물론 이런 메시지창에 길드 동맹이 겁을 먹을 리 없었다.

[해골 전사가…]

“치워버려!”

레벨 100도 안 되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지하 통로에 나타났다. 길드 동맹은 코웃음을 치며 쓸어버렸다.

“자. 다들 계획은 알고 있지?”

“예!”

길드 동맹은 계획을 바꿨다.

위로 몰래 올라가 마르체티 백작의 군대에 가입하기로.

약간 시간은 걸리겠지만 안전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털기 좋은 곳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백작까지도 친다!

파티원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끼이익-

[마르체티 백작령의 내성 부엌에 들어왔습니다!]

지하통로가 끝나고 내성의 지하 부엌이 나타났다. 길드원들은 안도하며 발걸음을 옮…

“악마다! 악마와 계약한 놈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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