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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58화 (858/1,826)

§ 나는 될놈이다 858화

맹수를 만났을 때 꼭 맹수보다 빨리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기 옆 사람보다만 빠르면 된다!

친구를 넘어뜨리고 도망친 길드원은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몰아쳐라!”

그러나 태현은 쓰러진 길드원 한 명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 관련 권능 스킬 총동원!

기습은 원래 충격과 공포를 줘야 했다.

아무리 침착한 상대방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미친 듯이 흔들어놔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낭비가 있더라도 초반에 스킬을 폭발적으로 쓰는 게 좋았다.

태현은 각종 버프를 닥치는 대로 일행에게 걸어주면서, 본인도 딜을 최대한 늘렸다.

그리고 불운한 희생양을 찾았다.

일반 길드원은 쓸모없었다.

랭커!

랭커의 피가 필요해!

-아키서스의 저주!

불운하게도 가장 앞에 있던 이름 모를 랭커 한 명이 걸렸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저주부터 날린 다음 돌격을 써서 앞으로 들이박았다.

쾅!

“김태현이 여길 왜 컥!”

너무 당황한 나머지 태현 일행과 귀족 전사대가 들이닥치는데도 고함만 지르고 있었다.

믿지 못할 실수였다.

그리고 그 실수는 바로 목숨으로 갚게 되었다.

[현재 악명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현재 약탈자 페널티 상태를 크게 받고 있습니다. 로그아웃 당할 경우 페널티가 늘어납니다!]

“너희들… 나를 위해서! 감동이다!”

“안… 안 돼!”

태현은 눈빛을 빛냈다.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PK와 약탈 때문에 새빨간 상태였다.

죽을 때 아이템과 골드를 매우 많이 뿌리는 상태!

태현의 행운까지 합쳐진다면?

“죽어라, 보물상자!”

퍼퍼퍼퍼퍼퍽!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치명타 폭발!

각종 버프 걸고 덤벼서 스턴 먹인 다음 아키서스의 저주로 반격 스킬 봉인하고 아키서스 검법과 권능 스킬로 폭딜!

아무리 하위권 랭커여도 랭커였는데 아무 반응도 못하고 그대로 찢겨나가는 무시무시한 폭딜 콤보!

[오스턴 왕국의… 를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국왕으로서 권위…]

[……]

충격과 공포!

아무리 태현이라지만 눈 마주친 랭커를 한 번 붙잡고 10초도 안 되어 로그아웃시켜버리다니.

보고 있던 랭커들과 길드원들 사이에 경악이 퍼져나갔다.

물론 지금 태현은 갖고 있던 권능 스킬들을 총동원해서 달리고 있는, 어떻게 보면 아슬아슬한 도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걸 바로 떠올리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없었다.

이 상황에서 ‘김태현이 저렇게 날뛰는 걸 보니 초반에 무리하는 거야! 버티면 돼!’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태현만 혼자 날뛰는 게 아니었다. 각종 버프를 받은 태현 일행과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들도 날뛰었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들은 왜 황제가 붙여줬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길드 동맹 랭커들을 밀어붙이는 저력!

아무리 태현이 잔뜩 버프를 걸어준 상태라지만, 어지간한 왕국 귀족 기사단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길드 동맹 랭커들도 당황해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게 보였다.

태현이야 원래 괴물이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이 NPC들은 뭐하는 놈들이지?

“폐하의 보물을 내놔라!”

“이 도둑놈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들은 사납게 외치며 무기를 휘둘러댔다.

물론 찔리는 게 많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흥! 보물은 돌려줄 수 없다!”

“어디 한번 힘으로 가져가 봐라!”

길드원들의 말에 귀족 전사대들은 더욱더 분노할 뿐!

“감히…! 그 왕관에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렇게 뻔뻔하게…!”

“왕관? 무슨 왕관?”

“그런 것도 얻었었나?”

“닥쳐라!”

-사막의 일검!

-태양의 화살!

귀족 전사대들은 단순히 검뿐만이 아니라 활과 화살 같은 원거리 무기도 능숙하게 사용했다.

합이 맞지 않는 랭커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고역이었다.

게다가….

“나 왔다.”

“으아아악!”

한참 싸우다 보면 랭커를 치우고 다가온 태현!

랭커들 입장에서는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눈 깜박하면 한 명씩 잡혀가서 사라지는 것이다.

랭커들이 손에 손을 잡고 태현의 돌진-폭딜 콤보를 경계하면, 태현은 곧바로 방법을 바꿨다.

-노예의 쇠사슬!

촤르르륵!

다른 일행의 스킬로 흔들거나….

“사이좋네. 옜다. 선물이야.”

“!!”

콰콰콰쾅!

조금 뭉쳐 있다 싶으면 바로 날아드는 폭탄 투척!

아키서스 포병대가 없어도 태현은 걸어 다니는 폭탄이었다.

사디크의 화염부터 시작해서 워낙 보정이 많이 들어가, 그냥 폭탄 하나 던져도 화력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움직이지 마라! 김태현! 움직이면 이 수레에 불을 질러버리겠다!”

“??”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수레에 바짝 붙어 협박을 하고 있었다.

‘내 물건도 아닌데?’

물론 저걸 다시 되찾으면 태현이 꿀꺽할 생각이었기에 잃으면 속이 좀 쓰릴 테지만….

애초에 그걸로 협박이 되나?

“야. 너 근데 협상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다. 그랬지.”

케인의 말에 태현은 깨달았다.

원래 좀 겁을 준 다음 유리하게 협상을 하려고 했었는데….

하다 보니 신이 나서 너무 날뛴 것!

쑤닝이 이끄는 길드 동맹 파티가 반쯤 박살이 나 있었다.

랭커들만 그나마 좀 버티고 있었고 그 밑의 길드원들은 척척 썰려 나간 상태.

‘흠. 너무 팼나?’

이쯤이면 쟤네도 독이 올라서 협상이고 뭐고 끝까지 싸우지 않을까?

길드원들이야 박살 났지만 랭커들은 아직도 꽤 많이 버티고 있었다. 태현한테 썰려 나간 몇 명을 빼고는 거의 다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괜히 랭커가 아닌 것!

태현이 길드 동맹과 협상하려는 건, 길드 동맹이 무섭거나 길드 동맹이 보물들을 다 태워버릴까 봐 걱정되어서가 아니었다.

‘저렇게 써먹기 좋은 놈들이 볼로네 백작하고 보나조 백작만 털고 가면 안 되는데….’

그랬다.

남은 귀족들도 이번 기회에 좀 제압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길드 동맹의 습격은 절호의 기회였다.

자기 영지에서 날뛰는 순간 귀족들은 무릎 꿇고 ‘제발 좀 도와주십쇼!’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윽! 너무 무섭군!”

태현은 일단 겁먹은 척을 했다.

“…….”

“…….”

그 모습에 일행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에 다른 연기는 다 잘하면서 겁먹은 연기는 왜 저렇게 못해?

‘이런. 너무 허접했나?’

그러나 길드원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태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된 상태!

“김태현이 겁을 먹었어!”

“거봐! 내가 이거 먹힌다고 했잖아!”

“김태현! 뒤로 물러서라! 불 질러버린다!”

“안 돼! 협상하자!”

“으하하하! 김태현이! 그 김태현이!”

“근데 저거 진짜 겁먹은 거 맞아? 아닌 것 같….”

“뭔 개소리야! 김태현이 겁먹지 않았으면 협상 같은 소리가 왜 나오겠어!”

그러는 사이 침착을 되찾은 쑤닝이 앞으로 나왔다.

그걸 본 태현이 놀라서 물었다.

“어? 쑤닝? 너 있었냐? 아까 안 보여서 혼자 도망친 줄 알았는데.”

“…….”

쑤닝은 못 들은 척했다. 오히려 길드원들이 수군거렸다.

“싸울 때 뒤에 혼자 빠져 있던 거야?”

“와… 너무한다 진짜. 우린 갈려 나가고 있었는데.”

“크흠! 김태현. 협상을 원한다고?”

“그래. 자비롭게 한 번만 죽여줄 테니 갖고 있는 거 다 갖고 꺼….”

“????”

“???????”

“아. 미안. 습관이 되어서.”

‘뭔 습관!?’

순간 판온 1 때랑 착각했네!

“내 제안은 관대하다. 수레를 다 놓고 가면 목숨은 살려주지.”

파격적인 제안!

물론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전부 바보는 아니었다.

“아니 그게 뭐가 관대한….”

“잠깐. 잠깐. 들어보니 관대한 거 같은데?”

다른 놈들이 했다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태현이 말하니까 왠지 모르게 정말 관대한 제안 같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못 잡을 거 같은 그런 기분!

“받아볼까?”

“아니, 근데 그래도 수레를 다 놓고 가는 건….”

“이미 꽤 챙기긴 했잖아.”

“그래도 체면이 있지….”

수군대는 길드원들!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원래 계획은 길드 동맹 거절→그러면 다시 협상하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생각이었는데….

저걸 받을까 말까 고민한다고?

미친놈들인가?

그러는 사이 쑤닝이 나섰다.

“거절한다, 김태현!”

“아니! 길마님! 잠깐만!”

“길마놈아! 네 멋대로 하면 어떡해!”

“뭐… 뭐?! 너 죽고 싶은 거냐!”

“지금 당신한테 죽기 전에 김태현한테 죽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또 싸움 나면 혼자 뒤로 빠질 거면서!”

절박해진 길드원들이 쑤닝의 멱살을 잡으려 들었다. 그러자 랭커들이 나서 길드원들을 밀어냈다.

“저리 비키지 못해! 가만히 있어!”

“움직이는 놈들은 처벌하겠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태현 일행은 흥미진진하게 팝콘을 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쟤네 되게 재밌게 노네요.”

“그치? 맞다. 이거 찍고 있지? 나중에 파워 워리어 방송에 올리자.”

소란을 제압한 쑤닝이 다시 말했다.

“거절한다!”

“크윽! 어쩔 수 없군. 다른 제안을 하겠다!”

태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

태현이 밀리는 그 모습에 길드원들은 눈을 크게 떴다.

우리 길마님이 그 태현 상대로 뭔가를 해내고 있어!

살다 보니 정말 별일이 다 있구나!

쑤닝이라고 그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바닥까지 추락한 체면이 다시 올라오는 소리!

‘더 강하게 나가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쑤닝은 깨달았다. 태현 상대로 뭔가를 보여주는 것만큼 체면 세우기 좋은 일은 없다는 것을.

“거절한다! 김태현! 우리는 강하다! 이 근처에 우리 길드가 쫙 퍼져 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달려오고 있을 테니까!”

“아, 아니. 길마님….”

“그렇게 따지면 김태현이 데리고 온 그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금 어디 있겠어요!”

잘나가다가 이상한 길로 빠지는 길마의 모습에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지금 시간 끌어서 좋을 건 태현이었다.

아무리 봐도 태현이 더 유리한 상황!

적당히 협상 좀 하자!

“흠. 정말 협상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끝까지 싸워야….”

태현은 쑤닝이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쉽긴 하지만 뭐 싸워야겠지!

남은 귀족들은 다른 기회에 제압하고….

“아냐! 협상을 받아들이마!”

* * *

협상은 따로 진행되었다.

태현과 쑤닝만 나온 자리!

정확히는 태현과 쑤닝과 쑤닝의 호위 랭커들만 있는 자리였다.

랭커들은 매우 매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태현이 쑤닝을 붙잡고 폭탄으로 만들지 않을까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하긴 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내 제안은….”

“다가오지 마라!”

“그 자리에서 말해! 충분히 들리니까!”

“양손을 똑바로 펴봐! 폭탄 들고 있는 거 아니겠지?!”

“…말 좀 하자.”

태현이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펄쩍펄쩍 뛰는 랭커들!

‘피곤하지도 않나?’

“쑤닝. 네 입장은 알고 있다. 길드 동맹 상황이 별로 안 좋지? 골드도 벌어야 할 거고, 체면도 세워야 할 거고.”

“…!”

저 자식이 언제 저렇게…!

쑤닝은 입맛이 썼다. 알려고 하면 알 만한 사실이긴 했지만 저렇게 잘 알고 있다니.

“하지만 나도 국왕으로서 입장이 있단 말이지.”

“그래서 어쩌란 거냐?”

“서로 손을 잡고 원하는 걸 각각 챙기는 게 어떠냐?”

“…?!”

쑤닝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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