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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55화 (855/1,826)

§ 나는 될놈이다 855화

“개샊… 아니, 펠마스 님은 잠시 가만히 계셔 주십시오.”

“곧 뒤질 놈… 아니, 펠마스 님은 잠시 좀 빠져주십시오.”

사신들은 이를 갈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자리가 자리라고 꼬박꼬박 존대하는 그들!

“너희들… 방금 나보고 곧 뒤질 놈이라고 하지 않았냐?”

“착각이겠죠. 암살자의 1순위 목ㅍ… 아니, 펠마스 님.”

“?!”

펠마스는 기겁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얘네 왜 이러냐?!

마치 도박장에서 골드 크게 빌리고서 안 갚았을 때 반응을 보는 것 같았다.

죽일 듯한 살기!

“뭐, 펠마스 관한 이야기는 별로 안 중요하니까 넘어가고.”

“아니. 지금 중요한 이야기 같습니다, 폐하! 이걸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자기 목숨과 관련된 것 같은 이야기!

펠마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과 사신들은 다시 이야기에 들어갔다.

“충성은 맹세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세금은….”

“세금은 뭐? 헉. 설마 충성은 맹세하는데 세금은 안 내겠다는 거 아니겠지? 에이, 설마 양아치도 아니고 귀족들이 그러진 않겠지. 야, 뱀파이어들도 그러진 않더라.”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세금을 2배로 내야 한다는 게 조금….”

“조금 약하다?”

“아니 조금 과하…!”

“그래. 4배!”

아스비안 제국에 가서 좋은 것만 배워 온 태현!

황제는 귀족들을 가차 없이 뜯어먹어야 한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행동을 보고 호의를 가집니다!]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평판이 올라갑니다.]

황제의 명령으로 태현을 따라온(감시하러 온)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는 태현의 행동을 보고 감탄했다.

“아탈리 국왕이 제법이군.”

“훗. 하지만 폐하를 따라가려면 멀었어. 폐하였다면 10배를 했을 거다.”

사신들은 경악했다.

“폐, 폐하! 2배도 많은데 4배는…!”

“4배를 말한 건 너희를 위해서다.”

“?”

“4배와 비교하면 2배가 꽤나 적어 보이잖아. 너희 주인한테 돌아가서 ‘원래 4배 지른 걸 2배로 줄였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좋지?”

“…….”

이게 뭔 개소리야?

“좋다! 더 도와주지. 8배!”

“2배! 2배로 하겠습니다!”

이러다가 16배까지 가겠다!

볼로네 백작 사신이 결국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

“뭔 2배야? 8배라니까.”

“아니… 방금 2배를….”

“그건 4배였을 때 이야기고. 8배로 올랐으니까 4배랑 비교해야지.”

“…….”

“…….”

이게 국왕이냐 날강도냐?

[최고급 화술 스킬을…]

[국왕의 작위를 갖고 있습니다.]

[명성이…]

[공포가…]

[볼로네 백작 사신이 꼼짝하지 못합니다.]

[……]

30분 후.

“좋다. 3배로 해주지.”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폐하!”

“크흑. 폐하 같은 성군은 이 세상에 없으실 겁니다!”

3배로 세금을 걷는데도 온갖 칭송을 듣는 마법!

태현은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은 왕은 없겠지. 더 칭찬해도 된다. 아. 맞다. 신전도 지을 거지?”

“…예….”

제일 싸구려로 지어야지!

사신들은 그렇게 다짐했다. 영지에서 제일 사람 드문 곳에 싸구려 자재로 만들겠다!

“펠마스를 보내서 감독해야겠군.”

“아, 아니… 폐하. 저는 요즘 몸이 안 좋아서….”

펠마스는 황급히 말했다.

태현의 영지를 벗어났다가는 진짜 뒤질 수도 있겠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래? 그러면 갈락파드를 보내야겠군.”

“갈락파드는 누굽니까?”

사신들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태현은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아키서스 교단의 독실한 사제지.”

“호오….”

“그렇군요.”

사신들은 안심했다.

펠마스보다는 그런 사제가 나았던 것이다.

펠마스는 딱 봐도 탐욕스럽고 성질 더럽고….

암살하겠다, 암살하겠다 말은 했어도 자기네 영지에 왔을 때 암살할 수는 없었다. 뒷감당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펠마스가 알아서 빠져주고 웬 독실한 사제가 온다니.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제는 우리 밥이지.’

‘있어도 갖고 놀 수 있겠군.’

“아니… 갈락파드는 좀….”

펠마스는 당황해서 태현을 말리려고 했다.

-귀족들이 불쌍해도 갈락파드는 좀 심하지 않습니까?

라는 뜻!

그러나 사신들은 발끈했다.

“펠마스 님! 폐하의 명령인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아무리 펠마스 님이라도!”

“아니 난 도와주려고 한…!”

“듣고 싶지 않습니다!”

“흥!”

“…그래. 난 말렸다.”

펠마스는 삐져서 고개를 돌렸다.

화해하려고 한 건데!

그들이 대화를 듣던 태현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너희 백작은 기사단 데리고 뭐하냐?”

귀족들이 도와달라고 할 건 예상을 했었다.

플레이어들 숫자는 너무 많았고, 파티로 나뉘어서 사방을 털어대면 영주 혼자서 막기는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영주에게는 기사단과 영지 마법사 같은 강력한 NPC 집단이 존재했다.

플레이어 파티 몇 개는 탈탈 털어먹을 강력한 NPC 집단!

길드 동맹도 당연히 이런 기사단은 피하면서 털었겠지만….

‘기사단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길드 동맹에 심은 첩자들 중 귀족 기사단을 봤다고 보고한 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면 얘네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주인님께서는 기사단을 이끌고 악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응?”

“갑자기 영지 수도에 악마가 나타나고 그 악마를 숭배하는 사악한 흑마법사들까지 나타나서….”

“…그것참 큰일이었겠군! 어허! 악마들이 나타나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태현 일행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카르바노그도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태현은 모르는 척했다.

저기 영지에 간 악마가 꼭 세계수에서 나왔다는 보장 있냐?

* * *

악마 주케넨은 크게 웃었다.

그가 아탈리 왕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른 악마들은 그를 비웃었다.

단지 아키서스의 화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겁쟁이들! 크하하! 지금 이걸 봐라! 놈들은 쓸데없이 겁을 먹은 거다!

주케넨은 뿌듯했다.

다른 겁쟁이 악마들과 달리 그는 스스로를 믿었고, 이렇게 결과를 얻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충성을! 주케넨 님!

-악마의 이름으로!

주케넨의 이름을 보고 몰려든 각지의 흑마법사들!

그 대악마, 에다오르의 직속 심복인 주케넨 정도면 충분히 흑마법사들이 몰려올 만했다.

-잘 들어라. 내 부하들아! 기사 놈들과 정면으로 싸울 필요는 없다. 사람들을 속이고 홀려 나를 숭배하게 만들어라! 그들이 나를 위해 싸우게 만들어라!

주케넨은 멍청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들이받기보다는 그림자 속에 숨어서 세력을 키우는 것을 선택했다.

흑마법사들을 동원해 영지 주민들을 광신도 군대로 만들려는 생각!

기사들이 수상함을 눈치채고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지만 주케넨은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면서 능숙하게 숨어 다녔다.

덕분에 영지 상태는 최악이었다.

마계의 몬스터가 몰래 소환되고, 누가 지른 건지 모르는 불이 나고, 심지어 영주의 성문 앞에 오염되고 저주받은 피가 뿌려질 정도!

이런 상황인데 백작이 자기 영지를 두고 기사단을 뺄 리 없었다.

볼로네 백작과 보나조 백작들은 기사단부터 용병까지 동원해 영지 내성을 단단히 지키며 경계하고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길드 동맹만 횡재!

-누가 나를 막겠느냐! 아키서스의 화신도 나를 막지 못한다!

-저. 주케넨 님. 아키서스의 이름은 재수 없으니까 그런 말은 좀….

-…….

퍽!

주케넨은 건방지게 말한 흑마법사를 그대로 후려쳤다.

-감히!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키서스의 이름은 정말 재수가 없….

-누가 더 두려우냐! 아키서스냐, 나냐!

-물론 아키주케넨 님입니다!

-물론 아… 주케넨 님입니다!

-…….

주케넨은 방금 아키서스라고 하려다가 말을 바꾼 흑마법사를 없애버릴까 싶었지만 참았다.

아직 쓸모가 많은 놈들이었으니까.

-그래! 내가 바로 에다오르의 첫 번째 악마, 주케넨이다! 가라. 가서 악을 퍼뜨려라! 내 이름을 알려라!

* * *

“아. 악마 상대하기 싫은데.”

“…?”

“???”

태현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악마만큼 태현이 전문인 분야도 없었던 것!

판온에서 태현만큼 네임드 악마 보스를 많이 잡은 플레이어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었다면 <악마 사냥꾼>했을 거 같다!

“아니. 내가 악마 많이 잡은 건 사실인데 쉽게 잡은 건 없다고. 게다가 악마들은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더 까다로워.”

마계의 층은 많고 많았고 악마의 종류도 많고 많았다.

무투파 악마, 마법사 악마, 미식가 악마 등등!

‘마지막은 안 무섭긴 하군.’

태현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마계 각 층을 지배하고 있는 주인들은 현재 플레이어가 잡을 수 없는 수준의 레벨이었다.

대륙으로 소환되면 엄청나게 약해지니까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잡지 못했다.

그나마 태현만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레이드에 성공했을 뿐!

‘정말 운이 좋긴 했네.’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상대가 누군지 모르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싸우는 걸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원래 철저하게 준비하고 싸우는 걸 좋아하는 게 태현!

“그래도 만만한 악마는 있잖아요?”

“누가?”

“그 누구더라. 에다오르요.”

“아. 에다오르.”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웃었다.

이다비와 처음으로 만났었던 아발랍 시 투기장!

마계 44층의 주인 에다오르는 아발랍 시의 총독으로 위장하고 있었었다.

에다오르는 곧바로 충성충성충성하는 태현을 보고 어여삐 여겨 부하 군세까지 내줬지만….

태현은 그 군세를 자기가 날로 먹은 다음 에다오르에게 아키서스의 신성한 단검 맛을 보여주었다.

에다오르는 아끼던 대검도 뺏기고 마계의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현이 에랑스 왕국 마탑에서 흑마법사들의 눈에 들기 위해 시험을 볼 때 실수로 소환해버린 탓에 나온 에다오르!

당연히 태현을 죽이겠다고 노발대발한 에다오르였지만 그때에는 마탑의 마스터들이 옆에 줄지어 서 있던 때였다.

에다오르는 상처도 회복되어 있지 않던 때.

에다오르는 또 신나게 두들겨 맞다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길드 동맹 암살자들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도망도 못 쳤을 것이다.

“하긴, 에다오르가 좀 만만하긴 했어. 너무 날로 먹었지.”

다른 보스 몬스터에 비해 유달리 쉽게 잡은 에다오르!

“태현 님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진짜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거든요.”

“나도 그랬지.”

“네? 왜요?”

이다비는 당황했다.

투기장에서 레스토랑 길드 놈들의 요리에 독 풀고, 케인에게 이상한 갑옷을 입혀서 미끼로 세우고, 성기사이즈킹 길드와 크라잉 해머 길드까지 탈탈 털어버린 태현이었다.

오자마자 ‘내가 김태현이다!’ 하고 개성을 폭발한 태현과 달리 이다비는 나름 얌전했….

“너 파워 워리어 광고하면서 들어왔잖아. 그것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거든?”

“아. 그거요? 그렇지만 광고는 다 하잖아요.”

“…….”

“…….”

케인과 최상윤은 속으로 할 말을 삼켰다.

아니, 너희처럼 광고한 애들은 없었지!

“뭐, 그때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

“야. 나는…?”

케인은 떨떠름했다.

내가 이다비보다 훨씬 더 고생 많이 하고 많이 구르지 않았나?

최상윤은 옆에서 케인의 옆구리를 찔렀다.

“낄 때 끼자. 레드존 길마놈아. 어디서 양심이 없게.”

“아니…! 그건 그렇지만…!”

케인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그건 그렇지만!

“그래. 너도 포함시켜주마.”

“흑흑….”

“너도 그렇고 지수도 그렇고… 판온 2에서는 꽤 운이 좋은 편인 거 같아. 만나는 사람도 그렇고 퀘스트도 그렇고. 판온 1에서는 운이 나쁜 편이었거든. 1에서 못 받은 거 몰아서 다시 받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행운을 찍어서 그런가?”

판온 1에서 대장장이로 했던 걸 떠올려보면 그다지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에 비해 판온 2에서는 뭘 해도 운이 따라주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이다비가 고개를 저었다.

“왜? 이 정도면 운 좋은 편 아니야?”

“아니요.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저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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