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52화
케인이 화를 내자 거인들은 당황했다.
-저 쪼끄만 놈은 왜 화를 내나?
-요리를 함부로 대해서 그런가 보다.
-그치만 저건 돌멩이다.
-애초에 저 쪼끄만 놈은 뭐하는 놈인가?
-아키서스의 노예라고 한다.
-…별 거 아닌 놈 아닌가?
-노예는 약하다. 저놈도 약하다. 거인 똑똑하다. 3단 논법 쓸 줄 안다.
부들부들!
케인은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사실 태현 때문이었지만 케인에게는 거인들 때문이었다.
이런 던전 근처에서 살고 있는 너희들이 나빠!
“이 자식! 공터로 따라와! 1:1 결투다!”
-하! 쪼끄만 놈. 거인의 힘을 보여주….
5분 후.
-허어억! 노예 강하다!
-노예 엄청 강하다!!
거인들은 경악했다. 케인이 1:1 결투에서 거인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1:1 결투에서 사막의 꽃 거인 전사 상대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에서 평판이 오릅니다!]
“짜식들이 말야!”
케인은 의기양양해졌다. 거인들은 감탄하며 케인을 칭찬했다.
-노예 강하다!
“안다! 더 칭찬해라!”
-노예. 이거 먹어라. 너 같은 전사는 이걸 먹을 자격이 있다.
[꿈틀거리는 사막 애벌레를 받았습니다.]
“…….”
-그거 별미다. 츄릅.
“아, 아니. 그렇게 별미면 너희가….”
-노예는 마음도 착하다.
-고귀한 전사다. 고귀한 전사한테 저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우리도 긍지가 있다.
-우리는 화신이 밥 줄 거다.
“…….”
그러는 사이 태현은 거인 전사들을 붙잡고 한 명씩 돌멩이 떡을 입에 던져넣고 있었다.
-마,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휴. 식량 걱정은 덜었군.’
태현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거인족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었다.
만약 이들을 위해 따로 식량을 준비해야 했다면 많이 귀찮았으리라.
-우오오! 마법의 힘이 느껴진다!
“?!”
[거인족 전사가 <아키서스의 마력 파동>을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원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인족 주술사는 매우 매우 희귀한 직업이었다.
주술사나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좀 되어야 하는 직업.
그리고 거인족들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몽둥이 한 번 더 휘두르는 종족이었다.
그런 전사들이 마법을 쓸 수 있다니!
-봐라! 으아아아아아아!
[거인족 전사가 <거인의 고함>을 사용합니다!]
콰콰콰콰콰콰쾅!
전사의 입에서 거대한 음파 파동이 쏘아져 나갔다.
정수혁처럼 랜덤 마법을 사용하는 야만족 전사였지만, 훨씬 투박하고 강력했다.
정수혁만큼 다양하게 쓰지 못하는 대신 한정된 몇 가지 마법을 거인의 힘으로 위력적으로 사용!
-마법 재밌다! 더 쓰고 싶다! 네 요리 내놔라!
-싫다! 이건 내 요리다!
-흥! 으아아아아!
-커어어억!
방금 배운 마법을 동족 패는데 사용하는 거인족 전사들!
그걸 본 태현은 깨달음을 얻었다.
거인족 전사들에게 빠르게 요리를 먹인다->아키서스의 원시 마법을 단체로 사용한다->거인 마법 군단!
괜찮은데?
통제하기는 힘들어도 화력 하나는 화끈할 것 같았다.
그리고 태현이 언제부터 잘 통제되는 부하들을 찾았단 말인가. 일단 세고 화력 좋은 애들부터 찾았지!
* * *
“썅! 이런 같잖은 수작을!”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사람 신경질 나게 하는 데는 도가 튼, 파워 워리어 길드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폭탄 실은 마차를 함정으로 쓰는 건 시작일 뿐이었다.
다음 마차에는 <이 마차에는 황금이 실려 있습니다>라고 아예 플랜카드를 걸고 왔다.
빡쳐서 안 건드리니까, 거리를 벌린 다음 마차 문을 열고 황금이 진짜 든 것을 보여주고 도망쳤다.
게임을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기분 나쁘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잔수작이면 참을 수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성질을 돋운 다음 온갖 부비트랩으로 덤벼왔다.
가는 길에 함정이 깔려 있는 건 기본이었다.
제일 압권인 건 마을 앞 강에 놓인 다리 밑에 폭탄을 설치한 것!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올라오자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망설이지 않고 다리를 날려버렸다.
길드 동맹은 기가 막혔다.
“미친놈들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희 영지잖아!! 너희 영지 다리 부수는 놈들이 어디 있어!”
비싸고 튼튼한, 돌로 만든 다리였다. 이런 다리를 부수다니.
저 마을에서 뜯어낼 골드보다 이 다리가 더 비쌀 것이다.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
그러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완고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도 감수한다!”
“맞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살을 깎아야 한다!”
물론 여기서 살을 깎이는 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아니었다.
태현도 아니었다.
[영주, 볼레네 백작이 당신의 폭파에 매우 분노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볼레네 백작의 병사들이 당신을 추격합니다!]
[볼레네 백작의….]
[…]
여긴 정확히 말하자면 태현의 영지가 아닌, 이 지역 귀족 NPC의 영지!
그런 곳에서 다리를 멋대로 터뜨렸으니 영주 입장에서는 뒷목 잡을 일이었다.
미친놈들이 침입자 막겠다고 뭐하는 짓이야!
“김태현 님의 나라,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더군.”
“?”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
“오… 그런 좋은 속담이…!”
“하찮은 빈대라도, 그걸 잡기 위해서는 집을 태울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군요.”
해외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각오가 느껴지는 비장한 속담에 감동했다.
물론 한국인 플레이어들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 아니. 그거 그런 속담 아닌데?”
“그거 하지 말라는 속….”
“초가삼간을 태우자!”
“집을 태우자!”
“마을을 태우자!!”
어떻게 보면 길드 동맹보다 영지에 더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피눈물을 흘리는 건 귀족 영주 NPC들과 길드 동맹!
“보이는 곳은 다 때려잡아! 도적 플레이어들 전부 불러! 있는 함정은 전부 체크해!”
함정 잘 찾는 도적 플레이어들을 전부 부르고, 수상쩍은 마차가 오면 일단 원거리 공격부터 해보고, 다리나 마을 입구 같은 곳은 화염구부터 날리고 봤다.
길드 동맹이 집요해질수록 기계공학 대장장이들도 집요해졌다.
원래 집요한 걸로 따지면 어디 가서 절대 밀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
“폭탄! 폭탄 발견했습니다!”
“어디서?!”
웬 플레이어가 달려와서 외치자 길드원들은 놀라서 외쳤다.
이 지긋지긋한 놈들이 또 어디에?
“여기에!”
달려온 플레이어는 그렇게 말하고 자폭했다.
콰콰콰쾅!
“아 진짜 미친 새X들아!!!”
길드원들은 절규했다.
제발 좀 손익 따져가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자!!!
세상에 눈에 뵈는 게 없는 것만큼 무서운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기계공학 플레이어들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다른 영지에서의 악명?
어차피 신경 안 썼다. 골짜기에만 있을 텐데 뭘.
자폭으로 인한 레벨 저하나 사망 페널티?
신경 안 썼다. 기계공학 스킬만 있으면 됐다.
중요한 건 어떻게 예술적으로 터뜨리는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사이에서는 이제 어떻게 자폭하느냐로 경쟁이 붙기 시작할 정도였다.
위장하고 다가가서 자폭하는 것 정도는 안 된다!
“저, 저거 새인가?”
“슈퍼맨인가?”
“아니야! 저건… 미친 기계공학 대장장이야!”
압권은 자기를 투석기에 넣고 쏴서 날아가서 자폭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
기계공학 새 날개+기계공학 낙하산+기계공학 폭탄의 3단 합체로 이뤄진 아름다운 비행 자폭이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
-10점…! 10점이요!
-10점 만점에 11점!
이런 피해를 입으면서도 길드 동맹은 끈질기게, 꾸역꾸역 마을을 털고 골드를 챙겼다.
피해가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골드는 확실히 쌓여나갔던 것이다.
쑤닝이나 랭커들 입장에서는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피해는 일반 길드원들이 대부분 입지만 이득은 그들의 길드 창고로 들어갔으니까.
그렇게 서로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물고 늘어지는 사이.
태현이 귀환했다.
* * *
한쪽에는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
다른 한쪽에는 <사막의 꽃 거인 부족>.
어디 갈 때마다 버려진 동물 주워오듯이 NPC들을 주워오는 태현의 실력에, 플레이어들은 감동할 뿐이었다.
-먹어도 되나?
“안 된다.”
“태현님. 그런데….”
“?”
“우리가 배 띄울 때 있잖아요.”
아스비안 제국의 항구에서 배를 출발시켰을 때.
멀리서 ‘잠깐만! 아키서스의 화신! 저… 위대한 알크흠크흠 님의 부하입니다!’ 라고 외치는 언데드가 있었다.
태현은 못 들은 척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분명히 들었다!
“그거 알렉세오스… 가 보낸 사신 아니에요?”
태현이 결국 끝까지 무시하고 지나치자 사신을 보낸 알렉세오스!
“알크흠크흠이래잖아. 내가 그것만 듣고 알렉세오스인지 어떻게 알아?”
태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물론 아스비안 제국 한복판에서 알렉세오스 이름 외치는 건 ‘전 드래곤을 좋아합니다! 절 죽여주십쇼!’ 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알렉세오스의 사자도 알크흠크흠이라고 했던 것인데….
“하긴 알 방법이 없네.”
“그래. 알크흠크흠이 누군데?”
태현 일행은 모두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우린 알크흠크흠이 누군지 몰라요!
우르르-
태현은 수도 영지에 들어섰다.
광장에 <아키서스의 가마솥>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빵 하나로 천 명의 플레이어를 배불리 먹여보리라!
그런 태현 눈에 들어온 건, 왕궁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그것도 플레이어의 줄이 아니라 NPC의 줄!
“뭐냐?”
“귀족들…?”
그 NPC의 줄이 신기했는지 플레이어들도 주변에 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와! 저건 볼로네 백작 문장이다!”
“저건 보나조 백작 문장!”
“신기하다. 사진 찍어야지. 나 잘 나오냐?”
“잘 나와!”
“…….”
귀족가에서 보낸 사신 NPC들은 매우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플레이어들은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이것도 나름 얻기 힘든 기회!
“쟤네 왜 줄 서 있지?”
“아…! 태현님. 지금 아탈리 왕국 북쪽 국경지대 쪽 영지 약탈당하고 있잖아요. 그거 때문에 사신 보낸 거 아닐까요?”
“아. 맞다. 그거 있었지. 걔네 좀 약탈 많이 당하고 있니?”
기대 가득한 질문!
정말 국왕 맞아?
“다들 열심히 막는데….”
“젠장!”
“…아무래도 길드 동맹 전력이 워낙 월등하다보니 계속 약탈당하고 있나 보더라고요.”
“휴.”
“게다가 영지 피해도 만만치 않나 봐요.”
“길드 동맹이 영지도 파괴했어? 걔네 진짜 미쳤나? 쑤닝이 혹시 전직했나? 산적 계열이나 약탈자 계열로?”
태현은 의아해했다.
쑤닝이 정말 악명이랑 온갖 페널티를 감당할 정도로 절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영지 시설들까지 파괴할 필요가 있나?
그냥 자기 페널티만 오를 텐데?
‘하긴. 내 왕국 영지니까 파괴했으려나… 근데 거기 어차피 내 영지도 아닌데.’
오스턴 왕국과 달리 태현의 왕국은 태현이 일일이 지배를 하지 못했다.
각자 귀족들이 따로 노는 형태!
“어. 그… 영지 파괴한 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인데요.”
“…….”
일행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막, 막다 보면… 뭐 그럴 수 있는 법이잖아.”
“맞아. 맞아.”
케인과 최상윤이 애써 변명에 나섰다. 이 분위기 어쩔 거야?
“앗! 폐하!!”
그들의 대화가 시끄러웠는지, 가장 줄 뒤에 있던 귀족 사신 NPC가 고개를 돌려 태현을 발견했다.
“국왕 폐하!!!”
“왜 여기 계십니까!”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지금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계신지 아십니까!”
“웬 미친놈들이 영지를 터뜨리고 있단 말입니다!”
“국왕 폐하께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에 자리에 안 계신다니 말이나 됩니까!”
벌떼처럼 몰려드는 귀족 사신들!
“…저 국왕 아닌데요?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태현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일행은 경악했다. 이걸 누가 속….
“…….”
[최고급 화술을….]
[…]
“죄, 죄송….”
“사람을 잘못 봤나 봅….”
‘저게 먹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