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51화
세상에는 완전식품이라고 알려진 먹거리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식품들!
우유, 달걀, 용암 등이 거기에 속했다.
“뭔 개소리야!!!”
물론 케인은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용암을 ‘맛있겠다.’ 할 정도로 멍청해지진 않는다!
“케인. 용암과 골렘의 차이가 뭔지 아냐?”
“?”
“용암은 먹을 수 있고 골렘은 먹을 수 없다는 거지.”
“…….”
케인은 오랜만에 태현을 따라온 것을 후회했다.
아, 그냥 가늘고 길게 살 걸 그랬다!
그러나 태현은 진지했다. 골렘의 바위는 요리 스킬이 부족해서 건드릴 수 없었지만 용암은 가능했다.
[<펄펄 끓는 용암>이 완성되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
[용암 지형에 살고 있는 NPC들의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칭호:뜨거운 요리사를….]
“먹자!”
“으흑흑….”
케인은 언제부터인가 말이 부쩍 없어졌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야. 잘 되어가고 있냐?
최상윤의 귓속말이 유난히 서러웠다.
-으흑흑… 크흐흑! 으흑!
-?! 너 우냐?!
[<펄펄 끓는 용암>을 먹었습니다!]
[지혜 스탯이 내려갑니다!]
[화상 데미지를….]
[…]
태현과 달리 케인은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었다. 그래도 버틸 정도는 됐다.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 스킬과 깡스탯, 착용 장비들 덕분!
[허기가 사라집니다.]
[갈증이 사라집니다.]
[…]
“됐다. 이제 던전을 돌파할 수 있어!”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이 용암이라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완전식품이 있는 한 이 던전은 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케인은 다짐했다.
나중에 자서전을 쓰게 되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던전’에 꼭 여기를 쓸 것이라고!
* * *
‘몬스터들 레벨이 전체적으로 높긴 해도 보스 몬스터는 안 보인다.’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배고픔이었다.
다른 던전에서 종종 나타나는 준 보스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타나는 건 길을 막고 배를 고프게 만들려는 몬스터뿐!
몬스터들도 배가 고파서 그런지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들에게 태현과 케인은 진수성찬 그 자체로 보이리라!
[<모래의 심장>의 가장 아래층에 도착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칭호:불가능은 네 사전에나… 를 얻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허기 페널티가 매우 감소합니다.]
[포만도가 느리게 떨어집니다.]
[…]
보스 몬스터도 뭐도 없이, 던전의 가장 밑바닥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레벨 업!
이 던전이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 것인지, 그리고 허기의 함정이 얼마나 사악했는지 느낄 수 있는 보상이었다.
“보스 몬스터는 없나 본데?”
가장 아래층에는 덩그러니 가마솥 하나만 놓여 있었다. 몬스터의 기척은 하나도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신성력이 느껴진다고 말해줍니다.]
‘그래. 나도 보여.’
저게 분명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성물이리라!
-신의 예지.
‘함정 없군. 분명히 안전한 거 맞고….’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변 확인을 끝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꺼진 아키서스도 다시 보자!
아키서스는 적뿐만이 아니라 아군도 엿 먹일 수 있는 신이었다.
함정이 없는 걸 끝낸 태현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탁-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성물, <아키서스의 가마솥>을 손에 넣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가마솥:
일정 확률로 요리의 양이 늘어남.
낮은 확률로 요리가 바뀜.
아키서스가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먹일 때 이 가마솥에 요리를 해서 먹였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키서스는 이 가마솥에서 빵과 물고기를 무한히 꺼내 신도들을 먹였다고 하지만, 그 음식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의문이다.
[카르바노그가 다른 신들에게서 뺏어온 거 아닐까 하고 추측합니다.]
‘…그럴듯한데?’
태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아키서스의 가마솥>은 좋은 아이템이었다. 태현처럼 영지를 운영하고 있는 영주한테는 매우 요긴한 아이템!
게다가 태현의 영지에 있는 요리사들은 아직도 무료 급식을 하고 있었으니….
‘거기에 설치하면 비용이 확 줄긴 하겠군.’
요리가 가끔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건 뭐 감수해야지!
[괴식 요리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신성 요리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악마 요리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를 얻었습니다.]
[기존 요리 스킬이 모두 사라집니다.]
[고급 요리 스킬이 사라집니다.]
[고급 괴식 요리 스킬이 사라집….]
[고급 재료 파악….]
[…]
기존 요리 스킬이 전부 사라지는 어마어마한 상황!
태현은 경악했지만 동시에 기대감이 생겨나는 걸 느꼈다.
‘얼마나 좋은 스킬이길래?’
기존 요리 스킬들이 전부 사라지고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로 합쳐진 것이었다.
괴식, 신성, 악마 등 이런 걸 전부 합친 것만큼 효과가 있을까?
고급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 8 (41%)
요리 스킬 자체가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 스킬로 바뀌어 있었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
세상의 모든 것을 아키서스의 힘으로 요리합니다!
‘설명이 애매하군.’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부류의 스킬!
제발 좋아야 하는데….
태현은 오면서 챙겼던 골렘의 돌조각을 꺼냈다. 케인은 그걸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태현은 진짜 돌조각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와드득! 와득!
골렘의 돌조각을 마치 떡 주무르듯이 탁탁 치며 요리에 들어가는 태현!
누가 보면 떡을 만드는 줄 알 것이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로 골렘의 돌조각을 요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부드러운 골렘 돌조각 떡> 요리가 완성됐습니다.]
<부드러운 골렘 돌조각 떡>
원래라면 먹을 수 없는 골렘의 돌조각을 강력한 신성 권능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든 요리다.
제한시간 00:30:00
“??”
요리에 왜 제한시간이 있지?
‘신성 권능으로 못 먹을 걸 먹게 만들어줘서 그런가?’
“자. 먹어라.”
“아니 난 배가 안 고픈… 읍읍!”
무슨 효과가 있나 보기 가장 좋은 건 역시 케인이었다.
“맛있다?!”
달짝지근한 떡 맛에 케인은 놀랐다. 골렘 돌조각에서 이런 맛이?!
그러나 그 맛은 곧 사라졌다. 이번에는 쑥을 응축한 것처럼 쓴맛이 밀려왔다.
“읍텗퉷!”
“흠. 맛은 괴식 요리 계열인가 보군.”
케인의 반응을 보며 태현은 냉정하게 분석에 들어갔다.
괴식 요리 계열의 맛이지만 랜덤으로 맛이 변하나 보군!
‘괴식 요리보다는 낫네.’
괴식 요리는 일괄적으로 맛이 개같지만 권능 요리는 좋은 맛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효과인데.’
요리를 먹으면 나오는 버프!
일반 요리는 평범한 수준이었고.
괴식 요리는 뛰어난 수준이었다.
맛은 더럽게 없었지만….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과연 어떨까?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를 먹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를 먹을 경우 특수한 효과를 얻습니다.]
[행운이 낮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아키서스를 믿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에서 매우 높은 위치입니다. 추가 보너스를….]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매우 크게 받습니다!!]
‘…….’
좋아해야 하는데 별로 안 기뻐!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행운이 얼마나 높은가, 아키서스와 얼마나 친한가, 아키서스 관련 직업 중 어떤 걸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각자 보너스가 달라졌다.
[<사디크의 타오르는 영웅> 버프를 받습니다!]
화르륵!
온몸이 불꽃으로 휩싸인 케인!
케인은 <사디크의 타오르는 영웅> 버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스킬 쿨타임 대폭 감소,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 대폭 증가, HP 회복력 증가, 최대 HP 증가, 무기에 화염 속성 부여 가능 등….
이 정도면 교단 대주교가 직접 작정하고 버프 떡칠을 해줘야 가능한 수준!!
이걸 그냥 요리 한 번 먹는다고 된다고?
물론 지속 시간이 훨씬 짧긴 했지만, 이 정도면 사기 수준이었다.
“잠깐. 근데 왜 사디크지?”
“그건 중요하지 않고.”
태현은 이제 와서 뭘 그런 걸 따지냐는 듯이 말했다. 케인도 바로 납득했다.
하긴, 이제 무슨 신의 힘을 써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아!
‘흠. 대충 아키서스 교단 가입한 애들한테 버프 주기는 좋을 거 같군.’
태현은 일단 만족했다.
기존 요리 스킬이 모두 사라지고 강제로 권능 요리를 하게 되었는데, 이 정도면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손해는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와 <괴식 요리>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괴식 요리>는 아키서스 교단을 믿지 않아도, 행운이 낮아도 평등하게 효과를 줬다.
거기에 랜덤 효과가 없이 일정하게 결과를 보장해 줬다.
버프도 영구적인 버프가 많았다.
영구적으로 스탯이 오른다거나 같은 버프!
그렇지만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제한이 좀 있었다.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아키서스와 친해야 했다.
게다가 누가 아키서스 아니랄까 봐 랜덤 효과가 강해서, 나오는 요리도 맛부터 효과까지 예측이 힘들었다.
버프도 영구적인 버프가 아닌, 지속 시간 짧은 일시 버프!
얼핏 보면 안 좋아진 것 같았지만, 장점이 단점을 뒤덮었다.
강력한 버프 효과!
케인의 버프를 보니 이건 지속 시간이 짧아도 참아줄 수 있는 강력한 버프였다.
길가의 돌멩이 주워서 대충 주무른 다음 먹여도 된다!
다만 아쉬운 건 음식의 유통기한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로 짧으면 미리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군. 즉석에서 만들어서 먹이는 식인가….’
아키서스의 가마솥과 같이 사용하면 궁합이 좋을 것 같았다.
태현은 벌써부터 대량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충 비계 몇 점 넣고 수프 끓인 다음 사람들한테 단체로 돌리면….
‘효과가 만점이겠군!’
“좋아. 나가보자. 거인들한테도 써봐야겠어.”
살았다!
태현의 말에 케인은 기뻐했다. 이제 실험체가 그가 아니라 거인들이 된 것이다.
거인들이 불쌍하지 않냐고?
전혀!
“하긴. 기쁘겠지.”
태현은 케인을 보며 웃었다. 케인도 기뻐할 만했다.
나가는 동안 허기를 채우기 위해 요리를 먹어야 하는데,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라는 강력한 요리법이 생긴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까!
“…가면서도 먹어야 해?”
“안 먹고 뒤지던가.”
케인 정도 되는 랭커가 던전에서 굶어 죽었다면 한동안 게시판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케인하다=멍청하게 죽다가 될 것!
“먹, 먹으면 되잖아….”
* * *
-화신 돌아왔다! 화신 돌아왔다!
-화신 정말 대단하다! 신이 선택한 사람 같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에서 당신의 평판이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의 친밀도가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은 당신을 신이 보낸 사자로 여깁니다. 당신을 졸졸 쫓아다닐 것입니다.]
“…응?”
메시지창을 넘기던 태현은 마지막에 움찔했다. 뭐라?
-아키서스의 화신은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신이 보내준 화신이다!
-대단하다! 화신! 밥 줘라!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
태현을 화신으로 여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전용 요리사로 여기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태도!
태현은 떨떠름했지만 일단 요리에 나섰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주워서!
-화신이 미쳤나 보다.
-우리가 밥 달라고 해서 화난 거 아닌가?
-헉. 그럴 수 있다. 요리는 힘든 거니까.
-하지만… 배가 고픈데….
거인들은 수군거리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저 돌덩어리를 그냥 주나?
아무리 배가 고픈 거인이라도 돌을 먹지는 않는데!
“됐다. 먹어라.”
-화신! 너무하다! 이런 걸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
-우리 부족에서는 개도 이런 걸 먹지 않는다!
“먹으라면 먹어 이 자식들아!”
케인이 울컥해서 외쳤다.
김태현이 얼마나 고생해서 만들어준 건데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