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50화
설득력 100%의 말!
간부의 말에 길드원들은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냈다.
설마 저런 말을 듣고서도 50%를 꿀꺽 먹진 않겠지?
“크윽. 그렇긴 하지.”
“휴.”
길드 동맹에서 ‘김태현 같은 놈’은 최대의 욕이었다.
그런 말 하는 순간 ‘난 너와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 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난 결심했다.”
“?”
간부는 불안했다. 쑤닝 이 양반이 왜 이러지?
“김태현을 무찌를 때까지… 내가 악이 되겠다고! 할 수 있는 짓은 모두 하겠다고!”
“…….”
“…….”
그건 다 좋은데, 여기 수입 50%를 뜯기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그런 소리를 하면….
“참아라! 참고 해라! 우리 길드의 무한한 영광과 발전을 위해!”
누가 중국사람 아니랄까봐 뺏어서 발전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 쑤닝!
물론 같은 중국 사람이라고 ‘아, 예. 그렇군요. 길드의 무한한 영광과 발전을 위해!’ 라고 납득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길드 동맹에는 해외 플레이어도 꽤 있었다!
‘와. 진짜 당당하게 미친놈인가?’
약탈질에 따라온 파워 워리어 길드 첩자는 감탄했다.
보통 저렇게 50%를 떼어갈 때는 좀 어르고 달래거나 하지 않나?
뭘 저렇게 당당하게 뜯어가지?
첩자는 몰랐다.
대형 길드 길마들은 저렇게 뻔뻔하고 당당한 게 기본!
원래 사람이 자리가 있으면 목이 뻣뻣해지고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었다.
-여기는 아탈리 왕국 서북부 국경지대, 아렌조노 강 하류의 <두 다리 마을>.
첩자는 위치를 보고했다.
지금 길드 동맹은 뭉쳐서 다니지 않았다. 랭커들이 각각 나눠서 약탈 부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1차 목표는 아탈리 왕국과 오스턴 왕국의 국경 지대!
아탈리 왕국의 북부였다.
물론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가 있는 동북부 쪽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만만한 서북부!
첩자들은 그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파워 워리어 길드가 입을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50% 떼어가는 것까지!
-여기도 50% 떼어간다. 미쳤나보다.
-와. 나 같으면 길드 때려 친다.
-우리 길마님이 최고십니다….
새삼스럽게 감동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쑤닝과 길드 동맹의 살벌한 세금을 보니 파워 워리어 길드는 선녀 같았다.
길드 운영에 필요한 돈은 길드원한테 뜯지 않고 광고 때려서 알아서 벌어 오시는 길마님!
파워 워리어 길드가 이렇게 커지고 세력이 단단해졌으면 초심을 잃을 법도 한데 이다비는 한결 같았다.
“근데 왜 악마가 안 보이지? 세계수 열리고 악마 숫자 확 늘었는데.”
“악마 놈, 사람 차별하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중얼거렸다.
오스턴 왕국에는 확 늘어난 악마들이 보였는데 왜 여기는 안 보이지?
“아키서스 교단이 퍼져서 그런 거 아냐?”
“야. 아키서스 교단만 교단이고 다른 교단은 교단 아니냐? 오스턴 왕국도 교단 있거든?”
어이없는 말에 길드원들은 말을 꺼낸 사람을 구박했다.
“아, 아니. 아탈리 왕국은 일단 국왕이 교황이니까….”
“그게 말이 되냐?”
“맞아. 차라리 악마가 김태현 겁내서 안 간다고 해라. 그게 더 말이 되겠다.”
꿈틀-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쑤닝의 귀에 태현의 이름이 들어왔다.
“흥! 김태현 놈 두려워할 거 없다! 내가 장담하지. 우리가 약탈하는 동안 놈은 나타나지 않을 거다! 잘 생각해 봐라. 놈은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만 쳐왔다. 우리의 약한 곳만 물어뜯고 튀었단 말이다. 놈이 우리 랭커들과 정면으로 붙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 완전히 겁쟁이 놈이야!”
나름 용기를 만들어주려는 쑤닝의 연설이었지만 역효과였다.
태현의 업적은 너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많았죠….’
‘평원에서 걔 아빠한테 깨진 것도 기억에서 까먹으셨나 봐.’
‘김태현이 길드 동맹 랭커 수십 명 전원하고 혼자서 붙어야 겁쟁이가 아니라는 거야?’
태현은 그냥 치고 빠지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다.
필요하면 길드 동맹 랭커 한둘 정도는 얼마든지 베고 넘겼던 사람!
태현이 싸움을 피하고 도망만 쳤다면 이렇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태현이 인기 있는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싸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비록 엄청나게 불리하더라도 거기서 승리를 따내는 모습!
“김태현 놈은 못 나온다! 내가 해본다. 김태현 놈 나와라! 겁쟁이 자식아!”
“길, 길마님. 그건 좀….”
간부는 기겁해서 말렸다.
랭커가 여러 명 있긴 했는데 김태현은 진짜 좀 무섭다!
눈빛만 봐도 폭발할 것 같아!
“맞습니다. 그냥 조용히 약탈하고 가죠?”
“그러다 진짜 김태현 나오면 어쩌려고….”
“김태현이 무슨 뱀이냐? 이름 부르면 나오게?”
랭커들도 투덜거렸지만, 대부분은 ‘괜히 김태현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털고 가자.’ 였다.
지금도 솔직히 김태현 나올까봐 내심 무서운데…!
그러나 쑤닝은 길드원들의 이런 약한 모습에 더욱 분노했다.
“니들이 이러니까…! 곤잘레즈! 넌 어떻게 생각하냐!”
쑤닝과 친한 길드 동맹 랭커, 곤잘레즈!
스미스한테 1:1 결투에서 패배한 것으로 요새를 뺏긴 아픈 기억이 있는 랭커였다.
물론 그 패배는 <아키서스의 선물>로 만들어진 아이템 때문이었지만….
아직 길드 동맹 랭커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스미스의 스킬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그렇게 사악한 스킬이 있고 그걸 이렇게 쓰는 놈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것!
“아니, 나는 뭐….”
“곤잘레즈한테는 왜 물어봐? 스미스한테도 진 놈이잖아.”
“어떤 새끼야?!?!”
곤잘레즈는 분노해서 외쳤다. 길드원들은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했다.
50% 떼어 간 원한은 무서웠다.
랭커 앞에서 뒷담을 깔 정도!
곤잘레즈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른 랭커들이 말렸다.
“야야.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맞아~ 스미스한테, 풉, 질 수도 있지. 난 안 졌지만.”
말리면서 은근슬쩍 멕이는 랭커들!
서로 경쟁하는 사이다 보니 곤잘레즈의 패배는 매우 즐거웠다.
평소에도 쑤닝과 친하다고 이것저것 혜택받는 게 매우 얄미웠는데….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쑤닝은 다시 외쳤다.
“조용히 해라! 난 김태현을 두려워하지 않….”
다그닥다그닥-
“으아아악! 김태현이다! 김태현이다! 모두 전투 준비!”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쑤닝은 자세를 낮추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
“…….”
물론 저 멀리 아스비안 제국에 가 있는 태현이 와 있을 리 없었다. 그냥 새로 지나가는 마차였다.
“…….”
쑤닝은 낮춘 자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얼마나 민망했는지 느껴졌다.
간부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이렇게만 준비하면 된다, 이 말이다! 김태현이 와도 이렇게 길마님처럼만 철저하게 대비하면!”
‘개소리 하고 있네.’
‘가장 먼저 튈 거 같은데.’
“그보다 마차나 털자!”
“맞아! 마차나 털자!”
“와아아아아!”
불만이 싹 사라지는 약탈!
50%를 떼어 가도 많이 남는다!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저 마차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비싼 거면 좋겠다!
“꺄아아악!”
“히이이익!”
마차를 몰고 가던 상인 플레이어는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마차 놓고 꺼져!”
“으아아악!”
상인은 재빨리 놓고 도망쳤다.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마차를 열었다.
달칵-
[마차 문 폭발 함정을 작동시켰습니다.]
[폭발합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근처에 있던 길드원들 전원 로그아웃!
마차 안에 폭탄만 잔뜩 실어놨는지 정말 반응할 수도 없는 위력이었다.
“굿?”
“굿.”
그리고 멀리서 그 광경을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그들의 리더, 가브리엘!
악마 대장장이가 ‘넌 정말 0.2 아키서스 정도로 악마 같은 놈이다.’ 라고 인정해 줄 정도의 재능!
‘다니엘. 넌 기계공학의 진정한 힘이 폭탄이란 걸 모르고 있다!’
가브리엘은 다니엘을 안타까워했다.
그 재능을 쓸데없는 기계공학 아이템 만드는 데에 쓰지 않고 폭탄에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태현 님은 퀘스트를 깨느라 지금 오실 수 없으시다! 그러나 태현 님의 영토에서 활개 치는 걸 볼 수는 없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모인 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뿐만 아니었다.
골짜기나 수도의 플레이어들, 아키서스 교단의 플레이어들, 파워 워리어 길드의 플레이어들, 그리고 오스턴 왕국에서 같이 약탈했던 플레이어들…?
마지막은 뭔가 이상한데?
“…너는 왜 여기 온 거냐?”
“멍청하기는. 쯧쯧.”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질문을 던진 플레이어를 멍청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길드 동맹이 김태현 영지에 와서 약탈을 한다. 그러면 어떻게 될 거 같냐?”
“…약탈을 잘 하지 않나…?”
“아니지. 멍청한 놈아. 길드 동맹이 김태현한테 조져질 거 아냐!”
“…….”
“그때 길드 동맹 놈들을 쫓아가서 한 탕 하는 거다. 크하하!”
경험 많고 노련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흐름을 알고 대세를 알았다.
괜히 길드 동맹 쪽에 서서 김태현 영지 털었다가 김태현한테 두들겨 맞느니, 김태현 쪽에서 존버하고 있다가 길드 동맹 탈탈 털릴 때 턴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숫자도 많고 레벨도 높고 장비도 빵빵하고….
게다가 약탈자 상태여서 아이템도 엄청나게 드랍했다.
한 쪽만 약탈할 수 있다면, 가진 거 많고 털릴 가능성 많은 놈들을 노린다!
실로 교활하고 치밀한 계획이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어쨌든 이런 이득 보기 힘든 일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곳곳에서 몰려들었다.
쑤닝 입장에서는 미친 듯이 억울한 일!
-오스턴 왕국 털릴 때 이렇게 좀 모여 봤어라!! 이 불공평한 자식들아!!
그리고 태현 입장에서도 억울한 일이었다.
-안 돼! 귀족 영주들 털려야 하는데!!
굳이 지켜줄 필요 없는데 지켜주지 마!
그러나 곳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그걸 알지 못했다.
굳은 의지로 태현을 위해 싸우는 걸 다짐!
* * *
“아니… 후. 그래.”
태현은 씁쓸해했다.
플레이어들이 구름처럼 모여서 길드 동맹 약탈대와 싸운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좋은 일이었다.
좋은 일인데…!
‘그러면 귀족 NPC들이 아쉬운 소리를 안 하잖아…!’
복잡한 마음!
태현은 고개를 흔들고 앞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이 던전에 집중해야 했다.
모래의 심장 던전이 슬슬 정말로 위험해지고 있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먹기 힘들어지는 것만 나오고 있어!’
골렘부터 시작해서 먹기 힘든 몬스터들만 나오는 상황!
아무리 날아다니는 태현이라도 허기 앞에서는 무력했다.
[갈증이 심해집니다.]
[배고픔이 심해집니다.]
[…]
[카르바노그가 흑흑이를 먹으라고 조언합니다.]
“?!?!?”
[카르바노그가 말을 잘못했다고, 흑흑이의 피를 먹으라고 조언합니다.]
“아. 그런 거라면야….”
-주인님?!
“농담이다. 걱정 마.”
태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스킬이 부족해서 골렘을 요리해 먹을 수는 없었지만 다른 것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
태현은 모래와 사암,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 던전 주변을 닥치는 대로 망치로 후려갈겼다.
“앗! 철광석이다!”
“지금 그게 필요한 게 아니야!”
“헉! 금! 금맥이야! 옆에는 에메랄드!”
“지금 그게 필요한 게 아니라니까!”
“…….”
케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놈 광부 아냐?
무슨 놈의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철광석에 금이 튀어나오지?
광부 플레이어들이 이걸 봤다면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사방에 떨어지는 보상들은 내버려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졸졸졸-
“어? 물 소리다!”
쾅!
액체는 액체였다.
흐르는 용암 발견!
“아오!”
케인은 땅을 쳤다. 이 던전은 정말 먹을 수 있는 게 안 나오는구나!
그러나 태현은 환호했다.
“됐다!”
“???”
되긴 뭐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