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48화
-사디크! 사디크! 사디크!
때아닌 사디크 신앙 부흥회!
사디크 교단 성기사단장이 이 광경을 봤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렇게 사디크를 순수하게 믿는 자들이 있다니!
물론 성기사단장은 이 광경을 볼 수 없었다. 태현이 저승에 보내버렸으니까.
“아냐! 아키서스다! 아키서스! 아키서스!”
-사디크! 사디크!
“아키서스!! 아키서스!!!”
태현은 어떻게든 거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으려 애썼다. 그러나 거인들은 더럽게 말귀 못 알아듣는 놈들이었다.
계속 사디크의 이름만 부르는 거인들!
-매운맛의 사디크!
-매운맛의 사디크!
점점 이상해지는 사디크의 이름!
‘그냥 사디크 좋아하게 내버려둘까?’
태현은 순간 갈등했다.
사실 사디크 믿어도 태현에게는 크게 손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 대륙에 남은 사디크 교단은 태현의 영지에 있었으니까!
사디크의 권능도 태현한테 있었고….
이쯤 되면 태현이 사디크 교단의 정통 후계자라고 봐야 했다.
‘아냐. 그래도 직업이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아키서스 교단으로 퍼뜨려야지.’
태현은 정신을 차리고 설득에 나섰다.
“잘 들어라! 물론 이 매운맛은 사디크의 권능이다. 너희들이 사디크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한다.”
-사디크! 사디크!
거인들은 단순했다.
다른 종족들은 원하는 게 복잡했다면 거인들은 한 가지만 원했다.
먹는 것!
그 먹는 게 일반적인 먹는 게 아닌, 거인들의 취향이라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사디크의 화끈함은 자극에 목마른 거인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줬다.
우리들의 신이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저렇게 화끈하게 매운맛을 보여주는 신이었을 거야!
거인들의 생각을 눈치챈 태현은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사디크는 아키서스의 부하였다!”
“??”
-???
[????]
흑흑이도,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랄 만한 역사 왜곡!
[사디크 교단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분노….]
[사디크의 화신이….]
[남은 사디크 교단이 없습니다!]
[페널티가 없습….]
교단도 없는 놈이 하는 메시지는 안 들린다!
태현은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
“봐라! 나는 아키서스의 화신인데도 사디크의 힘을 다룰 수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디크, 아키서스 부하?
-아키서스가 사디크보다 큰 건가?
-그런 거 같다. 그런 거 같다.
거인들은 웅성거리며 태현의 말을 들었다.
확실히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사디크의 힘을 쓸 줄 아는 태현이 아키서스가 사디크보다 대단하다고 하니 거인들은 곧이곧대로 주워들었다.
-더 센 놈이 좋다! 더 센 놈이 좋다!
-아키서스! 아키서스! 아키서스!
[거인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신앙이 퍼져나갑니다!]
[<사막의 꽃> 거인 부족들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당신은 <사막의 꽃> 거인 부족들을 이끌, 신이 보낸 화신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거인족 장로 네덴멘이 <사디크 교단 영웅 투사>로 전직하지 않습니다.]
“?”
[거인족 장로 네덴멘이 <아키서스 교단 영웅 투사>로 전직합니다.]
낚아채기!
원래라면 사디크 교단 영웅 투사로 전직했어야 할 거인이 아키서스 교단으로 전직하게 되었다.
‘<교단 영웅 투사>면 영웅 등급 직업 아니었나? 꽤나 뽑기 어려운 직업인데….’
교단 관련 직업들은 그 교단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의미했다.
아키서스 교단은 처음에 <하급 성기사>나 <하급 사제> 정도만 고용할 수 있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엄청 잘 나가는 편은 아니었다. <고급 성기사>나 <고급 사제> 정도가 한계!
아키서스 교단이 엄청나게 세력을 늘리고 가입자가 많아졌지만 저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건물을 안 지었으니까….’
더 높은 교단 직업들을 고용하고 싶으면 거기에 맞는 건물들을 지어야 했다.
<교단 영웅 투사>를 고용하고 싶으면 <교단 투사의 훈련장>, <교단 투사의 경기장> 같은 건물들을 만들어야 했고….
이 건물들은 매우 매우 비쌌다.
영지에 들어갈 다른 돈도 많은데 직업 하나 만들자고 그런 교단 건물에 투자할 수는 없었던 것!
새삼 파이토스 교단 같은 탄탄한 대형 교단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어지간한 수도에 훈련장 건물을 세워 놓을 정도의 저력!
‘새삼 부럽군.’
[카르바노그가 위로해줍니다. 아키서스 교단은 그래도 대단한 교단이라고 말해줍니다.]
‘뭐, 나중에 기회 되면 뺏으면 되겠지.’
[…….]
카르바노그가 경악할 정도의 발상!
저것이 화신인가 도적놈인가?
어쨌든 그런 건물들을 지어야 얻을 수 있는 게 교단 상위 직업이었는데….
여기서 불꽃쇼 한 번 했다고 전직한다고?
[꼭 교단에서 주는 게 아니라, 위대한 업적을 해내면 전직할 수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해줍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태현 같은 경우가 그런 경우였다.
교단에서 건물 만들고 거기 가서 성실하게 전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업적을 깨서 전직한 경우!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제로 전직 당한 거지만….
[카르바노그가 헛기침을 하며 못 들은 척 합니다.]
‘근데 저 업적이 영웅 투사가 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인가?’
그냥 수프 한 번 마신 거 가지고?
그런 걸로 치면 케인은 벌써 <아키서스 교단 영웅 영웅 영웅 투사>쯤은 됐겠다!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하며 저 요리, 아니, 용암을 가리킵니다. 저걸 먹는 건 거인족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라고 합니다.]
‘음. 좀 너무 맵게 만들었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하긴. 좀 맵게 만들긴 했지.’
[…….]
카르바노그는 말을 포기했다. 아키서스는 진짜 자기한테 유리하게 말을 듣는 재주가 있어!
그러는 사이 네덴멘은 가마솥을 번쩍 들고 외쳤다.
-앞으로 이것이 우리 부족의 의식이 될 것이다! 진정한 전사를 가리는 의식!
-진정한 전사! 진정한 전사!
-네덴멘 장로 진짜 전사다! 다 늙어서 뒤져가는 거인 아니다!
-우어어! 우어어!
[아키서스 교단에 <용암의 의식>이 추가되었습니다.]
“…….”
태현 일행은 기겁한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쳐다보았다.
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 * *
[아키서스 교단에 <용암의 의식>이 추가되었습니다.]
[<용암의 의식>을 통과할 경우 <아키서스 교단 영웅 투사>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어?”
“영, 영웅 직업?! 진짜!? 의식 한 번으로!?”
교단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뜬 메시지 창에 경악했다.
의식 한 번 통과하면 영웅 직업 전직이라고?
원래 전직 퀘스트는 몇십 개의 연속 퀘스트를 깨야 간신히 할 수 있을까 말까였다.
희귀 직업이면 모를까, 영웅 직업은 누가 전직하면 더 이상 전직할 수 없는 제한 같은 것도 많았고!
그런데 그냥 의식 한 번만 통과하면 전직이라니!
모두가 눈이 뒤집혀 용암의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용암의 의식 언제부터 할 수 있습니까!”
“용암의 의식 언제부터 할 수 있는 거예요!”
“저, 저희도 잘… 교황님께서 돌아오시면 대답해주실 겁니다!”
교단 NPC들은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용암의 의식을 만들 수 있는 건 태현밖에 없는데 태현이 자리에 없었으니….
그러자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자기 좋은 대로 알아들었다.
“<용암의 의식>이 곧 열리나 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다 할 수는 없겠지?”
“그럴 거 같다.”
“그러면….”
“역시 공적치 포인트가 높은 순서대로일 거야!”
깨달음!
아무리 생각해도 공적치 포인트 높은 몇 명한테 먼저 돌아갈 것 같았다. 플레이어들은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었다.
“교단 청소 퀘스트 어디 갔어! 그거라도 받을 거야!”
“화단에 물을 주겠습니다!”
심지어 그 소문을 듣고 새로 가입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을 정도였다.
-야. 여기서 진짜 영웅 직업 전직할 수 있다고?
-곧 의식 열리는데 그거 한 번만 통과하면 된대.
구름처럼 교단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펠마스는 당황하지 않고 몰려든 플레이어들을 훅 훑어보았다.
‘흠….’
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착하게 살다 보니 아키서스 님께서 복을 내려주시는군!’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 이 얼마나 좋은 축복인가!
“근데 의식 한 번 통과해서 영웅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거면, 그 의식 엄청 위험하거나 어려운 거 아냐?”
누군가 한 명 이성이 돌아온 사람이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 * *
[사막의 꽃 거인 전사들이 <모래의 심장>으로 당신들을 안내합니다.]
-모래의 심장으로 안내해준다. 사제.
-사제라고 부르지 마라. 사제보다 더 대단하다.
기존의 신의 말씀을 들고 왔다고 요리를 보여준 거인족 요리사들보다 훨씬 더 대단한 요리를 보여준 태현!
사제라는 단어는 너무 약했다.
-대빵 큰 사제! 대빵 큰 사제!
“…그냥 화신이라고 불러라.”
-아! 화신! 좋은 말이다!
거인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런데 <모래의 심장> 던전은 뭐 하는 곳이지?”
-모래의 심장… 뭐 하는 곳이었더라.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화신. 배고프다.
-요리 더 안 주나?
[<사막의 꽃> 거인 부족들은 배가 채워져야 움직입니다.]
[그들에게 명령할 때 적당한 요리를 갖고 와야 할 겁니다.]
“제대로 안내해 주면 밥을 주지. 그러니까 뭐라도 좀 떠올려봐.”
태현은 거인들을 닦달했다. 던전에 들어갈 때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가는 건 안 됐다.
뭐라도 갖고 들어가야지!
-어… 아! 기억났다! 저번에 대전사 주콰르가 들어갔었다!
“오… 그놈은 어디 있지?”
-들어가서 안 나왔다!
-그러게? 왜 안 나왔지?
“…….”
죽은 거잖아!
태현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여기 거인족 전사들도 그렇게 분명 레벨 낮은 곳이 아닌데….
-여기다.
“?”
“????”
태현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구가 없는데?
-저기 모래 구덩이 보이나?
아래로 가파르게 비탈이 난 거대한 모래 구덩이가 보였다.
“보이는데.”
-저기가 입구다.
“…….”
미친!
저 모래 구덩이로 들어가면 아래로 떨어지는 형식의 던전!
‘들어가면 바로 나오지도 못하겠군.’
그냥 죽는 거 아냐?
태현은 혀를 차며 케인을 붙잡았다.
“응?”
“일단 둘만 가보자!”
“아니, 왜 날… 으아악!”
태현은 케인이 이러쿵저러쿵 따지기 전에 붙잡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치사해요! 저도 같이 가고 싶은데…!”
‘바꿔줄게! 바꿔준다니까!’
케인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몸은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 *
[<모래의 심장>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던전에….]
[…….]
처음으로 던전에 입장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각종 보상과 보너스가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 던전이 과연 어떤 곳인가!
[<모래의 심장> 던전 안에서는 매우 빠르게 허기가 집니다.]
[공복이 오래 지속되면 HP가 감소합니다.]
“…?!?!?”
두 메시지 창을 본 순간 태현은 이 던전이 어떤 던전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제한시간 있는 식의 던전!
‘아니, 하필이면 왜 허기야?’
생각치도 못한 식의 제한시간이라, 처음 온 모든 플레이어들이 당황했을 것이다.
판온에서 배가 고프면 각종 스탯이 하락하고 페널티를 받지만, 그렇다고 HP가 깎이진 않았다.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은 것!
그렇지만 이 던전에서는 배가 빠르게 고파지고 HP가 깎였다.
즉….
‘가지고 온 음식 바닥나기 전에 할 거 다 하고 나가야 한다 이건가? 쯧. 정보를 알고 들어왔으면 훨씬 더 편했을 텐데.’
그랬다면 음식을 대량으로 챙겨 들어왔을 것이다.
[<오염된 사막의 화염 구울>이 나타납니다!]
[싸울 때마다 허기가 더 빠르게 소모됩니다!]
“…….”
거인족 전사가 왜 죽었는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