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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42화 (842/1,826)

§ 나는 될놈이다 842화

블라디는 깜짝 놀랐다.

아니 뭐라고?

‘크네마 백작…! 이런 걸 숨겨놓고 있었나! 좀 말해주지!’

[<흡혈성의 거대한 심장>이 뱀파이어들의 힘을 받아 지하 던전을 강화시킵니다.]

[<흡혈성의 거대한 심장>이 뱀파이어들의 힘을 받아 포도나무들을 더욱 자라게 만듭니다.]

모두가 토끼 때문에 놓치고 있었지만, 흡혈성의 핵인 <흡혈성의 거대한 심장>은 매우 강력한 아이템이었다.

생전에 크네마 백작이 똥땅인 이 섬을 어떻게 굴렸을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한 거였나!’

기뻐서 환호하던 블라디.

그제야 문득 생각이 났다.

‘잠깐만. 나 이거 그냥 공유한다고 하지 않았나?’

…입장료 받았어야 했는데!

* * *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지금 필요한 건 용기야.”

“????”

“????????”

태현 일행은 모두 태현의 말에 경악한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방금… 뭐라고?

“뭐, 뭔 용기?”

“미움받을 용기지.”

“그, 그거면 이미 충분한 거 같은데…?”

대체 저기서 미움받을 용기까지 가지면 얼마나 미친놈이 되는 거지?

케인은 두려웠다.

태현은 뒤를 가리키면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타박했다.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저기 뒤에 따라오는 놈들 말하는 거잖아.”

“아….”

태현이 가리킨 건 기사단이었다.

에랑스 왕국 제4기사단. <은빛 검 기사단>!

악마나 언데드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이름 높고 고귀한 기사단으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

‘그건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저놈들이 찰거머리 같다는 것!

태현은 솔직히 저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질질 시간을 끌면 ‘아! 폐하! 저희도 바쁩니다!’ 하고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뭐만 하면 할수록 ‘와! 폐하! 너무 멋있습니다!’ 하고 친밀도와 내부 명성이 올랐다.

이제는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대로 에랑스 왕국에 가면 미뤄놨던 살라비안 교단의 남은 NPC들을 처형해달라고 하겠지. 그냥… 지금 말해야겠다.’

더 미뤄봤자 어떻게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잘라내고 서로 갈 길 가자!

평판이나 명성, 친밀도야 깎이겠지만 그렇다고 손에 들어온 살라비안 교단 NPC들을 처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기사단이 좋아도 그들은 결국 에랑스 왕국 NPC였고, 살라비안 교단은 아탈리 왕국의 NPC였으니까!

‘게다가 두 뱀파이어 백작을 봉신으로 챙겼으니….’

“잘 들어라.”

“예. 폐하! 잘 듣고 있습니다!”

“폐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저희의 가슴을 울립니다!”

“…너희 아키서스 포병대 아니지?”

태현은 순간 당황했다.

아키서 부족 전사와 기사단원들이 순간 똑같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사 차이가 전혀 없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됐다. 어쨌든 할 말이 있다. 나는 살라비안 교단의 남은 뱀파이어들을 처형하지 않겠다!”

[에랑스 왕국 4기사단과 한 약속을 어겼습니다!]

[기사들과의 약속은 명예로운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길 경우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사들이 당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친밀도가…]

[기사단 내 평판이…]

[……]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흠. 그러실 수도 있죠, 뭐.”

“뱀파이어 안 죽일 수도….”

“?!”

저렇게 유연한 놈들이었나?!

이다비는 경악한 표정으로 기사단을 쳐다보았다.

분명 다른 영상들에서는 ‘언데드! 죽여라! 악마! 죽여라!’ 하면서 타협을 거부하던 꽉 막힌 놈들이었는데?!

“더 커다란 정의를 위해 뱀파이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폐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배웠습니다.”

“…….”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은근슬쩍 말 바꾸기>를 얻습니다.]

<은근슬쩍 말 바꾸기>

귀족으로서 한 말을 바꿔도 일정 확률로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소소하지만 강력한 패시브 스킬!

태현처럼 사기 치고 다니는 일이 많은 사람한테는 더욱더 쓸 만한 스킬이었다.

기사단의 이 반응에는 태현도 당황했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안 처형한다?”

“예!”

“내 영지에 들여놓을 건데?”

“뱀파이어도 포용하는 폐하의 위대함! 존경합니다!”

“뱀파이어 백작들도 봉신으로 들였다?”

“뱀파이어 백작들마저 감복시킨 폐하의 위대함! 존경합니다!”

‘…내가 대륙을 너무 많이 구했나?’

태현은 진지하게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직업 스킬 보정에 화술 스킬 보정이 있더라도 이게 돼?

* * *

“폐하! 제 보잘것없는 병사들을 훈련시켜서 돌려주시다니!”

[에랑스 왕국 내 명성이 오릅니다!]

[칭호: 병사 훈련가를 얻었습니다!]

[골드를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각 영지 귀족들은 태현이 경비대를 끌고 돌아오자 매우 기뻐했다.

한 명도 다치지 않은 데다가 레벨까지 올려오다니!

덕분에 칭호부터 평판까지 추가 보상이 따박따박 들어왔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아탈리 왕국보다는 에랑스 왕국에 어울리는 것 같아.”

“…….”

일행은 무심코 동의했다.

확실히 태현은 아탈리 왕국보다는 에랑스 왕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은 태현을 영웅이라고 해주고, 기사단들도 잘 따르는데….

아탈리 왕국의 귀족들은 ‘뭐? 저런 놈이 왕이라고? 흥! 인정할 수 없어!’라는 놈들이 대부분이니….

“흠. 이대로면 은행에서도 순순히 보물을 넘겨주는 거 아닐까?”

“그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에요. 태현 님.”

“그래?”

“은행 놈들이 얼마나 악독한데요! 손에 넣은 건 절대 내주지 않을 거라구요!”

이다비는 단호했다.

은행에 대해 쌓인 게 많은 표정!

‘확실히….’

태현이 은행 입장이라도 그럴 것 같긴 했다.

자기들한테 굴러 들어온 떡을 누가 그렇게 순순히 내주겠는가?

‘일단 국왕한테 부탁을 해보긴 하겠지만 잘될지 모르겠군.’

에랑스 왕국 국왕이라면 에랑스 은행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음. 영지에 연락해서 에드안 오라고 해야겠다.”

태현은 일단 전(前) 대도적 에드안을 부르기로 했다.

[카르바노그가 설마 하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아니, 꼭 훔치기로 한 건 아니고… 만약을 몰라서. 진짜야.’

[…….]

* * *

“살… 살면서 제가 에랑스 은행을 털 기회가 오다니… 후후후! 폐하! 저를 믿어주신 건 정말 탁월하신….”

“아직 털기로 한 거 아니거든?”

“저는 믿습니다.”

“?”

“폐하께서 결국 털게 되실 거라는… 컥!”

“이 자식이 저주를 하네.”

태현은 에드안의 입을 막았다. 왜 초를 치고 그러냐!

“에랑스 국왕과 귀족을 믿어보자.”

“폐하! 저희가 앞장서서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기사단원들이 열정적으로 나섰다.

태현이 얼마나 대단한 영웅인지 나서서 말해주겠다!

“고맙군. 잘 부탁해.”

“예!”

기사단원들은 태현의 격려에 신이 나서 우르르 왕궁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5분 후 우르르 돌아왔다.

“…불길한데.”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었던 것!

“폐하.”

“왜?”

“국왕 폐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

일이 꼬이려니 이렇게 꼬이는구나!

태현은 혀를 찼다. 이제까지 깬 퀘스트 때문에 에랑스 국왕과는 꽤 이야기가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랑스 국왕의 질병 치료–에랑스 왕실 퀘스트>

위대한 에랑스 왕국의 국왕이 쓰러졌습니다!

왕국의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나섰지만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랑스 왕국의 국왕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알아내는 건 위대한 모험가만이 가능한 일일 겁니다.

에랑스 왕국의 국왕이 걸린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오십시오!

성공한다면 막대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보상: ?, ???, ?????

<퀘스트 등급: 전설>

‘오랜만에 보는군.’

전설 등급 퀘스트!

일행도 모두 퀘스트창을 봤는지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었다.

“뜬 지 얼마 안 된 퀘스트 같아요. 게시판 보니까 다들 정보 공유하고 있네.”

“무슨 병이지?”

“그러게. 에랑스 왕국 국왕 정도면 병에 걸리기도 힘들 텐데.”

축복받은 왕궁 내에서, 온갖 사제들과 마법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병에 걸리다니!

보통 일은 아니었다.

“추측 글들이 있는데….”

“어디? 나도 좀 보자.”

태현은 게시판을 같이 쳐다보았다.

전설급 퀘스트다 보니 온갖 추측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제 직업한테 기회 아님? 이거 깨면 교단 대주교 자리를 줄지도…!

-실제로 교단 퀘스트도 같이 떴음. 깨면 대주교다.

-그보다 국왕이 걸린 게 무슨 병임? 왕궁에도 못 들어가게 하는데 어떻게 알아?

-최근에 국왕 만났던 플레이어들 솔직하게 정보 공유합시다. 같이 먹고 삽시다!

-보니까 악마한테 당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악마한테? 갑자기 악마가 왜 나와? 에랑스 왕국이 악마들 안방도 아니고.

-그, 세계수 열려서 악마 숫자 늘어났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님?

“…….”

태현은 움찔했다.

이상하게 그럴듯한 추측!

만약 세계수 때문에 악마들이 대륙에 오기 쉬워져서 그런 거라면….

‘음. 안 들켰으면 좋겠군.’

안 들키기만 하면 되겠지!

툭툭-

“?”

뒤에서 누군가가 태현을 건드렸다.

씩 웃고 있는 에드안이었다.

“폐하…!”

마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은 에드안!

“아, 아니. 아직 훔쳐야 하는 걸로 확정은 아니잖아.”

“후후후….”

“이 자식이 아까부터 자꾸 불길하게!”

“크헉! 폐하! 부정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폐하도 훔치고 싶으실 겁니다!”

에드안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 * *

“죄송합니다. 폐하. 안 됩니다.”

“정말 정말 안 되나?”

“예. 안 됩니다. 저희 은행은 신뢰를 먹고 사는 곳입니다.”

에랑스 왕국 은행의 담당 NPC, 레니엑 백작은 직접 나와서 태현을 상대했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명성과 신분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나와서 대접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다.

보물 찾아가고 싶으면 맡긴 놈이 직접 와라!

‘내가 불태웠는데 어떻게…!’

태현은 후회했다.

앞으로 보스 몬스터를 태울 일이 있으면 한 번은 더 고민하고 태워야지!

물론 그런다고 불타버린 대주교가 돌아오진 않았다. 태현은 화술 스킬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일행은 긴장한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물러설 것이냐? 도전할 것이냐?

터느냐? 마느냐?

정말 터는 거라면…!

“…너희는 먼저 좀 아탈리 왕국으로 가 있어.”

터는구나!

일행은 경악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털 줄이야!

‘역시 김태현!’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정말 대단해요!’

둘만 남자, 에드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그걸 보며 말했다.

“너 한 번만 더 기분 나쁘게 웃으면 미끼로 써버린다.”

“…넵.”

에드안은 그렇게 말하고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터실 겁니까? 역시 벽을 폭탄으로 날려 버린 다음 습격?”

“…그건 도둑이 아니라 강도 아니냐?”

조용히 몰래 털어도 모자랄 판에 은행 벽을 날려 버리고 습격하라니.

목숨이 몇 개여도 부족하겠다!

“하, 하지만 폐하께서 익혀 오신 기계공학 스킬은 이럴 때를 위해서 연습한 게 아닙니까?”

“아니거든? 뭐라는 거야?!”

누구를 무슨 프로 도둑이 되기 위해 훈련한 사람처럼 말하고 있어!

“일단 최대한 평화롭게 해볼 생각이야.”

“…어떻게 말입니까?”

에드안은 놀랐다. 태현의 입에서 ‘평화’가 나오다니.

평화롭게 다 죽이나?

평화롭게 다 터뜨려 버리나?

“대주교인 척을 해보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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