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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39화 (839/1,826)

§ 나는 될놈이다 839화

[<몬스터들이 좋아할 만한 냄새를 가진 정체불명의 점액질>을 사용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주변으로 냄새가 퍼져나갑니다. 몬스터들이 더욱더 많이 나타납니다!]

[패시브 스킬 <몬스터들의 마음을 아는 요리사>을 얻었습니다.]

<몬스터들의 마음을 아는 요리사>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일정 확률로 몬스터들이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를 얻을 수 있다.

“…?”

한마디로 그 몬스터를 꼬실 수 있는 최적의 먹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스킬이었다.

근데 그걸 보통 마음을 안다고 표현하나?

뭔가 좀 아닌 것 같은데….

“이거 풀어! 이거 풀라고! 이 개자식들아!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 친구들을 불러서 밟아버릴 거야!”

탁-

케인은 하브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안 그러는 걸 추천한다.”

“!?”

하브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

물론 그 진심이 하브한테 통할 리 없었다. 하브는 더 분노해서 외쳤다.

“뭐?! 너 이 XX! 넌 진짜 가장 먼저 밟아버릴 거야!”

“아니 이 자식이… 진심으로 배려해 줘도 뭐라고 하네! 야! 내가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했는데!”

케인의 모습에 아저씨들은 수군거렸다.

“패놓을 거 다 패놓고 조언을 했대.”

“미친놈인가 봐. 눈 마주치지 말자.”

“요즘 젊은 놈들은 무서워….”

케인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케인은 이미 태현과 하는 짓이 많이 비슷해져 있었다.

끼에에에엑!

“온다. 그만 놀고 준비.”

태현의 말에 방금까지 떠들던 케인은 하브를 땅에 처박고 무기를 들었다.

그 재빠른 동작들에 아저씨들은 감탄했다.

이상한 놈 같은데 실력은 진짜구나!

바로 무기를 뽑고 스킬을 준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푸른 등 와이번>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푸른 등 와이번> 무리를 지휘하는 우두머리 와이번을 조심하십시오. 오래 산 우두머리 와이번은 매우 교활하고 영악한 녀석입니다!]

“등푸른 와이번?”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영양 풍부하게 들리잖아.”

일행이 시시콜콜하게 떠드는 사이 케인은 눈을 반짝이며 목표를 발견했다.

‘저거다!’

유난히 크고 사납게 생긴 와이번!

저놈이 우두머리가 틀림이 없으리라.

‘저놈만 잡으면 확실하게…!’

길드 동맹 첩자 놈을 잡아낸 건 좋았지만 아직 그걸로는 부족했다.

대회에서 의심받은 내 능력을 보여주겠다!

‘지금!’

케인의 신경이 날카롭게 한 점으로 모이고, 평소에 보여주던 집중력보다 한 단계 높은 집중력이 발휘되었다.

사람은 극한으로 집중하면 순간 주변이 느려지는 현상을 가끔 겪는다고 한다.

케인은 지금 그 현상을 겪고 있었다!

-노예의 쇠사슬!

촤르르륵!

정확한 타이밍, 정확한 조준, 완벽했다.

쇠사슬이 우두머리 와이번한테 감기자 케인은 승리를 예감했다.

‘됐다! 됐다고!’

“야…!”

태현이 옆에서 당황해서 외치기 전까지는.

“어? 왜?”

“이런 멍청한….”

태현은 말과 함께 일행들을 데리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제야 케인은 자기가 뭘 한 건지 깨달았다.

바로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놈을 쇠사슬로 끌어당기면…!

자기 위로 추락한다!

콰콰쾅!

“으아악!”

[거대한 무게에 깔립니다!]

[잠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치명타를 터뜨렸습니다!]

[한 번에 강한 데미지를 입은 우두머리 와이번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김태현! 김태현! 구해줘! 구해줘!”

다행히 떨어지는 와이번에게 그 힘을 이용해 공격을 넣긴 했지만, 케인도 스턴 상태에 걸렸다.

못 움직이는 것만큼 무서운 상태도 없는 것!

“에라이….”

태현 일행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쓰러진 우두머리 와이번에게 폭딜을 넣어서 끝내고, 용용이와 정수혁, 유지수가 날아다니는 와이번들을 떨어뜨린다.

위협적으로 날던 와이번 무리들이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지고 사냥당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

“우, 우리도 잡아도 되나?”

“상관없습니다.”

와이번들의 숫자가 많아서 아저씨들한테도 접근했다.

아저씨들은 허락이 떨어지자 신이 나서 한 마리를 신나게 사냥하기 시작했다.

퍼퍼퍽! 퍼퍼퍼퍽!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케인은 스턴 상태에서 풀리자 슬며시 눈치를 보며 일어났다.

“그… 그래도 잘했지?”

“잘한다. 잘해.”

뭔가 미묘한 어감의 ‘잘한다’!

게다가 케인이 쓰러진 상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덕분에 아저씨들도 태현의 이름을 들었다.

아저씨들은 혹시나 싶어 물었다.

“혹시 김태현 선수?”

“설마 그 김태현 선수입니까?”

케인은 자기가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닫고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아닌데요! 김태현 아닌데요!”

“방금 김태현이라고….”

“동명이인! 김… 김대현! 김대현!”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열심히 하는 케인을 보고, 아저씨들은 무언가 떠올렸다.

“앗! 케인 선수군!!”

“맞아! 케인 선수네! 저 친구 케인 선수네!”

“…….”

“…….”

뭘 보고 깨달은 거지?

“케인 선수, 사인 좀 해주시죠! 우리 아들놈이 팬입니다.”

“이번 대회 잘 봤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크흠.”

“크흠. 크흠.”

칭찬하던 아저씨들이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대포로 잘 쏘아졌다는 게 칭찬으로 하기에는 좀….

“이야, 역시 잘 싸운다 했더니 프로였군요.”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판온은 좁다니깐?”

아저씨들은 와이번 시체들을 옆에 두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까 케인이 깔릴 때 옆에 같이 깔린 하브는 간신히 기어 나와서 외쳤다.

“김태현이라고?! 프로가 이래도 돼?!”

“되는데. 너 이 길드 동맹 첩자 놈이 어디서 시치미야?”

케인은 하브의 멱살을 잡았다.

하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했다.

물론 그가 이제까지 지나가는 만만한 사람들한테 시비를 걸고 다니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 논리도 없이 시비를 걸고 다니는 놈은 처음이었다.

“길드 동맹 첩자 아니라고!”

“첩자 아닌 걸 증명해 봐! 못 하면 넌 첩자다!”

“아… 아니. 아닌 걸 어떻게 증명….”

“첩자 맞네! 이 자식. 꿇어!”

케인은 하브를 꽁꽁 묶어 무릎 꿇렸다. 길드 동맹의 습격에 당할 만큼 당한 케인이었기에 의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 일행은 주변에 떨어진 와이번을 해체하고 아이템을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도 챙기자.”

“암. 아껴야 잘 살지.”

아저씨들도 재빨리 해체에 들어갔다. 이런 채집, 도축 스킬은 매우 높은 아저씨들이었다.

실전으로 다져진 스킬 레벨!

“응? 이거 왜 이렇게 고기가 등급이 높지?”

C등급 와이번 고기가 아닌 A++ 등급 와이번 고기!

한우 뺨을 칠 만한 질이었다.

“가죽도….”

“헉! 심장이 있어!”

“와이번의 심장이다!”

그 귀한 게 나오다니!

아저씨들은 마치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들처럼 심장 앞에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태현 일행은 슬슬 거리를 벌렸다.

유 회장이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얼굴로 말을 걸었다.

“저기….”

“어르신도 같이 하시죠! 이래야 잘 나옵니다!”

무슨 미신이…!

“자네들은 아키서스 좋아할 것 같군.”

“네? 그게 무슨?”

“어쨌든 그 심장이 나온 건 자네들이 절을 해서가 아니야. 저 김태현이란 친구 때문이지.”

아저씨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유 회장의 말을 들었다.

“저 친구는 그… 아키서스 교단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드랍률 같은 게 아주 좋더군.”

“세상에….”

“그런….”

“좋은 효과가?!”

아저씨들은 깜짝 놀랐다.

아키서스 교단, 아키서스 교단,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저렇게 강력한 효과일 줄이야?

아저씨들은 바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단 가입할까?”

“돈 벌기 바빠서 교단은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거, 보니까 해볼 만한 것 같은데. 저렇게 심장 뽑을 정도의 드랍률이면….”

유 회장은 당황했다.

그냥 절하지 말라고 설명해 준 건데, 갑자기 아키서스 교단 가입으로 왜 넘어간단 말인가!

“아… 아니야. 자네들. 잘 들어봐. 저 친구는 프로잖나.”

“그렇죠.”

“프로이자 랭커니까 그 정도 되는 거지, 그 밑의 교단 가입 플레이어들은 저 정도까지 안 나와. 아주 소소한 정도지.”

“흠….”

“그래도 그 정도면….”

“맞아. 맞아.”

아저씨들은 확률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다.

1%를 올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괜히 와이번의 심장에 절을 한 게 아니었다.

“아니라니까! 그런 희박한 확률에 목숨을 걸지 말게! 차라리 다른 교단이 나아!”

“그… 그런가요.”

“어르신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유 회장이 하도 강력하게 말하자 아저씨들도 흔들렸다.

“그런데 어르신은 어디 교단입니까?”

“맞아. 좋은 교단 있으면 추천 좀 해주시죠.”

“…아키서스 교단.”

“네?”

“방금 아키서스 교단이라고….”

유 회장은 얼굴이 더 붉어져서 외쳤다.

“왜! 나는 아키서스 교단 가면 안 되나?! 정말 다른 곳이 낫단 말일세! 나야 이미 취소하기는 글렀지만 자네들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잖나!”

유 회장은 탈단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이다.

“아… 아니. 대체 이유가 뭡니까?”

“혹시 골드가 많이 듭니까?”

“…공짜지….”

아키서스 교단은 자기가 미쳐서 각종 복권이나 도박에 꼬라박지만 않으면 딱히 골드를 안 내도 됐다.

“혹시 교단을 믿으면 페널티 받는 지역이 있습니까?”

“그건… 없지.”

“혹시 교단의 NPC들이 강제 퀘스트를 내주거나 합니까?”

“그것도 아닌데.”

“…대체 그러면 말리시는 이유가 뭡니까?”

“…….”

유 회장은 할 말이 궁색해졌다.

아니, 이게 정말로 플레이어한테 안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사람이 불성실해지고 한 방을 노리게 되네.”

“…저희가 바라는 게 바로 그런 삶입니다! 어르신!”

“인생 한 방!”

“에휴….”

유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업보가 깊고 깊었다.

* * *

“백작님. 블라디가….”

“꺼지라고 해라.”

포로로 잡힌 스카비오 백작은 블라디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욕설로 쫓아냈다.

“백작님. 블라디가….”

“만나면 목에 칼 꽂는다고 전해라.”

스카비오 백작이 블라디를 싫어한다고 해서, 딱히 안달토 백작이 블라디를 좋아해 주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이 개자식들은 내가 뭘 했다고 날 이리 핍박하는 거냐!”

블라디는 분통을 터뜨렸다.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만나서 이야기 정도는 듣는 게 뱀파이어였다.

이야기를 들어야 그걸 이용하고 수작을 부릴 것 아닌가.

음모와 계략의 종족, 뱀파이어들 치고는 정말 예외적인 일이었다.

‘진실을 말해줘야 하는데…’

오해를 풀고 싶다!

나는 사실 그렇게 나쁜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밖에서 애타게 부르는 블라디는 무시하고, 스카비오 백작들은 포로로 잡힌 부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블라디 놈이 왜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같으냐?”

“분명 놈은 아탈리 국왕이 없는 사이 백작님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입니다! 놈을 조심하십시오!”

“놈에게 정통 뱀파이어 귀족인 백작님은 눈엣가시일 겁니다.”

“블라디… 이 사악하고 비열한 개자식 같으니!”

포로로 잡힌 귀족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려고 하다니!

어떤 뱀파이어 귀족도 하지 않을 사악한 짓이었다.

스카비오 백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

“내가 정식으로 아탈리 국왕의 봉신이 되겠다. 같은 봉신이 되면 아무리 블라디 놈이 간교한 혓바닥을 놀린다 하더라도 쉽게 날 건드릴 순 없을 거다. 오히려 놈이 불리해지겠지!”

같은 귀족 신하라면 누구를 더 우대하겠는가?

사악하고 교활해 아탈리 국왕도 의심하는 블라디?

아니면 오랜 핏줄을 가진 정통 뱀파이어 귀족 스카비오 백작?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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