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38화
“죽어라, 길드 동맹!”
케인은 태현과 다니면서 많은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중 하나가 결단력!
케인이 보기에, 태현은 정말 망설임이 없었다.
케인이라면 ‘아, 이래도 되나? 뒷감당이 되나?’ 이렇게 고민할 상황에서도 일단 선빵부터 치고 봤다.
뒷감당은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그보다는 지금 선빵을 쳐야 한다!
이런 태현의 게임 방식을 지켜본 케인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 선빵이 최고구나!
깨달음을 얻은 케인은 망설임이 없어졌다.
“크악! 어째서!”
[선량한 일반 플레이어를 공격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PVP를 많이 하고 다니는 플레이어는 공격해도 악명이 오르지 않았고 페널티가 없었다.
길드 동맹 소속 길드원이라면 당연히 그런 놈일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메시지창에 케인은 당황….
하지 않았다.
“악명도를 관리한, 철저한 길드 동맹 놈이군!”
“…….”
태현은 케인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
퍽! 퍼퍼퍼퍽!
하브나 친구들은 깐족거리거나 남들을 비웃기는 해도, PVP를 전문적으로 하는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PVP 전문도 나름대로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
그런 그들이 케인처럼 태현으로 다져진 실전형 PVP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자식이 어디서!”
“밟아! 밟아!”
하브와 친구들은 화가 나서 덤벼들었지만 케인은 방패(검)을 들고 그들을 모두 상대했다.
1:4로도 밀리지 않는 강함!
“크악! 방패가 단단해!”
“옆으로 돌아서 쳐… 컥!”
방패인 줄 알았는데 아프다!
[사디크의 화염이…]
[……]
게다가 지속적인 화염 데미지까지!
-네헤레크 검술! 재빠른 일격!
-그림자 찌르기!
하브와 친구들은 스킬을 써가며 케인을 공략하려 애썼다. 그러나 케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위 같은 단단함!
‘크윽!’
케인은 공격형 탱커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중간한 공격이나 스킬들은 전부 방패로 막거나 갑옷으로 버텨내면서 버틴다.
그러면서 틈틈이 사디크의 화염 같은 스킬들로 공격 쪽의 HP를 깎아내고 상태 이상을 걸어댔다.
초조해진 공격 쪽이 빈틈을 드러내면 무기를 들고 역습!
전문 딜러만큼 스킬이 화려하고 다양하진 않았지만, 데미지는 그렇게 크게 밀리지도 않았다.
-노예의 쇠사슬!
촤르륵!
“으허헉?!”
창을 찌르고 숨을 돌리던 플레이어 하나가 그대로 앞으로 끌려들어갔다.
“죽어라! 길드 동맹 놈!”
퍼퍼퍼퍼퍽!
케인은 앞에 끌려온 창술사 플레이어를 신명 나게 두들겨 팼다.
나머지 태현 일행들은 팝콘을 뜯으며 싸움을 구경했다.
“이야. 실력이 많이 늘었네.”
“확실히 너랑 돌아다니다 보니….”
“근데 진짜 길드 동맹 사람인가요?”
“잘 모르겠는데. 근데 싸움 시작했는데 어쩌겠냐. 상대가 먼저 시비걸기도 했고. 그냥 죽여야지.”
태현은 쿨하게 넘겼다.
길드 동맹 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냥터에서 사냥했다고 시비터는 놈들이 멀쩡한 놈들일 리는 없었다.
어차피 일어났을 싸움, 먼저 쳐서 나쁠 건 없었다.
“아… 아니. 자네들. 안 도와주나?”
“혼자서도 잘하는데요 뭘.”
갑자기 케인이 하브와 친구들을 패는 걸 본 아저씨들은 당황해서 말리려….
고 하지 않았다.
‘신나잖아!’
원래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인데, 싫어하는 놈들이 두들겨 맞는 싸움 구경이라니!
“힘내라 힘!”
“젊은 친구! 왼쪽에 공격 들어간다!”
케인은 언제나 팬들의 응원에 굶주린 남자.
갑자기 산에서 만난 팬들의 응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크오오옷!”
“이, 이 자식 미쳤나!?”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덤벼드는 케인의 기세에 하브는 쩔쩔맸다.
“이런 치사하게…! 아저씨들 지금 뭐하는…!”
“뭐? 안 들리는데?”
하나둘씩 친구들이 쓰러졌다. 하브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지게 되다니!
나름 판온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녔는데,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올 줄이야.
“아. 맞다. 잠깐. 잡지 말아봐.”
“응? 왜?”
케인은 하브를 두들겨 패려던 검을 든 채로 멈칫했다.
하브는 안도했다.
그래도 제정신인 놈이 한 명은 있구나!
“뭐가 왜야! 당연한 걸 묻고 있어! 멋대로 사람을 공격해놓고…!”
“생각해 보니 미끼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
저놈이 더하잖아?!
그러나 아저씨들은 감탄했다.
“확실히 미끼 역할을 할 사람이 있으면 편하지.”
“저 친구가 뭘 좀 아네. 아주 똑똑한 청년이야.”
“…….”
유 회장은 눈을 깜박였다.
다들 얼굴은 달랐지만 저 특징적인 골드 드래곤과 장비들은…?
-너희들은 왜 여기 있는 거냐?!
-앗. 어르신. 산은 어떻게 올라오신 거죠?
-…이야기하자면 길다. 그보다 나 아는 척하지 마라.
유 회장은 기껏 생긴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질 것을 걱정했다.
유성 그룹 회장님인 걸 아는 순간 따돌림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는 척할 생각 없었는데요. 사실 아까 착지하면서 봤는데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
유 회장은 오랜만에 혈압이 오르는 걸 느꼈다. 태현을 만나면 언제나 젊은 피가 불끈 솟았다.
그러나 태현은 배려심 넘치는 이유 때문에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성 게임단이 준우승한 것 때문에 어르신이 어색하실까 봐 모르는 척 했는데….
-…준, 준우승이 어때서 그러냐. 난 준우승도 충분히 만족한다.
-음. 뭐 그러시다면야.
-…….
까드득!
유 회장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유성 게임단에 몇 배로 투자를 해주마!
선수, 감독, 전력분석단 등 몇 배로 영입을 해 네놈을 이겨주마!
* * *
-수많은 팀들을 꺾고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팀… 한국, E스포츠의 종주국 명성을 빛내….
-팀 KL의 우승 비결은? 군더더기 없는 작고 날렵한 구조….
-던전은 끝났지만 투기장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있을 투기장의 강팀은? 각 팀의 전력 분석!
대회가 끝났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끝나지 않았다.
대회 관련 재방송, 대회 분석 방송, 대회 관련 기사 등 수많은 관련 반응들!
그러나 긍정적인 기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 과연 E스포츠의 종주국이 맞는가? E스포츠의 종주국 한국의 불편한 진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이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건 축하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대회 성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적인 결과를 알 수 있다. 1위와 2위를 제외한 다른 한국 팀들의 성적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일단 팀 KL은 예외로 두자. 지나치게 파격적이고 전례가 없는 팀이니까.
태현 팀이 예외적이긴 했다. 보통 선수들끼리 모여 소규모로 시작한다고 치더라도, 성적을 내면 후원해 주는 대기업을 구해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게 보통이었던 것이다.
끝까지 독립적으로 유지해서 우승한, 전례가 없는 일을 달성한 것!
-유성 게임단의 성적은 납득이 간다. 뛰어난 선수들을 모았고, 그 선수들을 도와주는 코치들과 스태프들도 훌륭하다. 거기에 새로 건설된 게임단 시설은 국내 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성 그룹이 이렇게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수많은 기자들이 ‘대체 유성 그룹이 왜 저렇게 게임단에 투자하는 거지?’라고 의아해하고 있었다.
물론 E스포츠는 젊은 층에게 홍보하기 좋았고, 판온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다 홍보 가능한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과하지 않나?
회장님이 미친 게 아니라면….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룹 내 이사 중에 판온에 빠진 사람이 있다더라’ 같은 헛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렇지만 나머지 팀들의 성적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ST 파이브나 KG 위자드는 전통의 강호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였고, LK 라이온즈는 반칙으로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킨 셈이었다. 나름 국내의 대형 게임단들의 현실이 이렇다.
예전과 달리 해외의 게임단들은 E스포츠에 투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중국 쪽 게임단들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등에 업고 강력한 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E스포츠 종주국을 뺏기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날카로운 기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댓글란에서 싸우게 만들었다.
└아니 우승 준우승 다 했는데 이런 기사 올리는 건 뭐냐?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솔직히 두 팀 빼고 나머지 진짜 실망스러웠잖아.
└LK 라이온즈 팬이었는데 진짜….
└나름 역사적인 대기록 아니냐? 판온에서 첫 번째로 나온 약물 부정.
└KG 위자드나 ST 파이브는 그냥 전체적으로 밀리던데.
└해외 팀에 한국 선수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예전처럼 다 한국 선수로만 꽉 찬 것도 아니거든? 근데도 해외 팀이 이기는 걸 보면 그냥 실력 차이야. 이제 예전처럼 한국인이라고 다 쓸어 먹는 시대가 아니라니까.
└김태현만 믿습니다. 충성충성충성.
└아오, 김태현 그 새끼. 이미지 세탁은 제대로 했네.
└여러분 김태현한테 속지 마세요! 판온에서 가장 악랄한 놈입니다!
└네 다음 길드 동맹 알바.
└길드 동맹 망해서 화나니?
└난 김태현도 좋은데 유성 게임단이 더 좋음. 솔직히 투기장 리그는 유성 게임단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세연이 김태현 이긴 적도 있잖아.
└맞아. 던전 공략 대회랑 달리 투기장 리그는 선수들로만 버티기 힘들걸. 코치나 감독은 폼으로 있냐? 지원 빵빵하게 받는 팀이랑 없이 싸우는 팀은 차이가 나지.
└아냐. 김태현은 그런 거 필요 없어.
└무슨 헛소리를….
└팀 KL은 지금 코치나 감독 따로 없나?
└인터뷰한 거 보니까 김태현이 다 하고 있던데.
└진짜로? 그게 사람이냐?
└난 유성 게임단이 이렇게 올라왔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다. 예전에는 유성 게임단 팬이라고 말하면 ‘대체 왜 그런 곳을?’이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유성 게임단 보니까 지원 진짜 장난 아니던데. 해외 유명 게임단하고 비교해도 안 밀려.
└한국의 희망…!
└10년 전으로 가서 ‘ST, KG, LK는 망하고 유성 게임단이 전 세계에서 먹어줌’이라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었겠지.
└근데 진짜 유성 게임단은 왜 갑자기 뜬 거냐?
└거기 회장님이 판온 직접 하셔서 투자함.
└개소리 좀 하지 말고.
└헉. 너희 뉴스 뜬 거 봤냐?
└뭔 뉴스?
└유성 게임단 발표. 추가로 투자한다는데? 새로 후보 선수들도 영입했어.
└와… 진짜 미쳤는데? 데니스, 워커… 얘네 나름 유명하지 않냐? 얘네를 후보로 영입했다고?
└진짜 투기장 리그에 이를 갈았네.
데니스나 워커는 나름 유명한 랭커였다. 중소 게임단에 가면 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플레이어들!
그런 플레이어들을 후보로 데리고 온다니.
대체 어떤 조건을 제시했길래!
투기장 리그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을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쓸 수 있으면 전략적으로 훨씬 유리했다.
A팀 상대로는 A팀 선수들 상대로 유리한 플레이어들을.
B팀 상대로는 B팀 선수들 상대로 유리한 플레이어들을.
물론 이론상 그런 거지, 그렇게 많은 선수들을 일류급으로 데리고 있는 게임단은 얼마 없었다.
그 짓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유성 게임단은 차근차근 그 길을 걷고 있었다.
* * *
“이거 놓지 못해?! 어떻게 이런 짓을!”
하브는 버둥대며 소리쳤지만 태현 일행은 능숙하게 하브를 앞장세웠다.
언제나 에랑스 왕국의 안전한 곳에서만 시비를 걸고 돌아다녔던 하브였다.
그렇기에 하브는 몰랐다.
그는 아직까지 임자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판온에서는 말로 시비를 걸면 페널티고 뭐고 무시하고 무기로 머리를 후려치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던 것이다.
치덕치덕-
“으아악! 이 끈적거리는 건 뭐야!”
“뭐 바르는 거냐?”
“아. 와이번이 좋아할 만한 먹이.”
태현은 괴식 요리로 만들어 낸 <몬스터들이 좋아할 만한 냄새를 가진 정체불명의 점액질>을 하브 위에 착착 발랐다.
용용이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한 마리씩을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실력에 자신만 있다면 이 근처 와이번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내서 몰이사냥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