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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35화 (835/1,826)

§ 나는 될놈이다 835화

아다만티움이나 오리하르콘 같은 광석들은 구하고 싶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다.

보통 희귀 금속들과는 수준이 다른 것!

단적으로 말해서 경매장에서 비싸더라도 살 수 있느냐? 아니면 경매장에서도 살 수 없냐로 나뉘었다.

다른 희귀 금속들이나 보석들은 어떻게든 뒤져보면 경매장에 올라왔지만, 아다만티움이나 오리하르콘은 경매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가끔 <손톱만 한 아다만티움 조각이 섞인 거대한 광석 덩어리> 같은 것만 올라와도 1초만에 팔려나갈 정도!

손꼽히는 대장장이 랭커들은 저런 광석들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숨겼다.

그런 와중에 다니엘이 아다만티움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자, 길드원들이 기겁하는 것도 당연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를 팔라는 소린가??

“…어떻게든 구할 방법 없나?”

“아니, 그걸 어떻게 구해요?”

“너희는 파워 워리어잖아!”

예전이라면 ‘파워 워리어잖아!’라는 말을 들었다면 욕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나름 자기 길드에 대해 자부심이 생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어? 우리 길마가 누군지 알아?

다시는 파워 워리어를 무시하지 마라!

그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아프고 마음이 아팠다.

“크흑….”

“하지만 저희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습니다!”

“그런가….”

다니엘은 시무룩해졌다. 그걸 본 길드원이 손뼉을 쳤다.

“아!”

“…?”

“태현 님이 아다만티움을 꾸준히 얻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뭐? 진짜? 난 처음 듣는데?”

“그야 넌 실버 단계고 나는 골드 단계니까.”

실버-골드-루비-에메랄드 등으로 이어지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 등급!

골드 등급인 길드원이 더 많이 듣고 알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다단계 등급표 아닌가?’

사실 아키서스 교단원 등급 방식을 그대로 베껴서 갖고 온 것이었지만, 다니엘은 그 출처까지는 몰랐다.

돌고 도는 등급표!

“크윽…! 분하다! 나, 나도 저번에 17골드만 더 바쳤으면 승급인데….”

“좀 더 열심히 구걸을 하란 말이다. 알겠냐?”

“…저기. 아다만티움 이야기 마저 하면 안 되나?”

“아. 죄송합니다. 그게 정확한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태현 님이 어디서 꾸준히 아다만티움 광석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들은 적 있습니다.”

“!!!”

아다만티움을 꾸준히 얻고 있다니.

그게 말이 되나?

판온은 진짜 사실보다 헛소문이 많이 돌아다니는 게임이었다.

‘재벌 회장님도 게임하는데 게임에서 도와주면 취직시켜준다더라’, ‘판온 1에서 유명 플레이어들이나 사건들이 판온 2 설정에 반영됐다더라’ 등등….

아다만티움을 꾸준히 얻고 있다는 것도 헛소문 같았다.

…태현만 아니라면!

‘태현 님이라면 진짜 얻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을 거 같다!’

‘김태현이라면 확실히….’

‘김태현이라면 인정한다.’

“…내가 태현 님한테 한 번 부탁을 드려봐야겠다!”

다니엘의 말에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뭐라고 하시게요?”

“아다만티움을 조금만 달라고….”

“…….”

“…….”

길드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아, 아니. 보증 서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다만티움 달라고 하면 누가 들어줍니까??”

“이게 보증까지는 아니지 않나?”

다니엘은 살짝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하잖아?

“보증보다 더하죠!”

“맞아! 난 부모님이 아다만티움 달라고 해도 안 줄 건데!”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옆에서 훼방이나 놓지 마라. 흥.”

다니엘은 삐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길드원들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태현 님이 분노해서 ‘어디서 그런 건방진 소리를! 저놈을 끌고 가라!’이러시는 건 아니겠지?

* * *

“흑흑아. 특식이다. 많이 많이 먹으렴.”

-…….

“에반젤린. 널 위해 특제 괴식 요리를 만들어왔어.”

“개XX….”

로맨틱하게 들리지만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

심지어 유지수조차도 부러워하지 않을 정도였다.

흑흑이와 에반젤린은 시무룩한 얼굴로 식사를 해댔다.

피를 뽑으려면 많이 먹어야지!

[<철분이 듬뿍 함유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요리>를 먹었습니다!]

[빠져나간 피가 전부 회복됩니다!]

“흠.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군!”

태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이번 심장만 구하러 가면….

“케인. 많이 놀았지?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이게 좋아 보이냐?”

케인의 안색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그걸 보자 태현은 깨달았다.

‘어? 그러고 보니….’

케인이 강제 인터뷰와 강제 헹가래를 당하고 있는 걸 보고 ‘구해주러 갈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이다비 선물 사러 가느라 까먹었다!

‘보아하니 하루 종일 놀았나보군.’

덕분에 기사에는 ‘케인, 역대급 팬서비스’ 같은 칭찬들만 실렸지만, 그건 그거고 피곤한 건 피곤한 거였다.

물론 태현은 케인이 피곤하다고 해서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게임하면서 쉬면 되잖아!

“태현 님. 길드원한테서 연락이 왔는데요….”

“…?”

이다비는 길드원 쪽에서 온 연락을 설명했다.

저번에 말했던 기계공학 랜덤박스를 맡은 대장장이 플레이어, 다니엘이 한 요청!

-정말 죄송한 부탁이지만 혹시 가능하시다면 쓰다 남은 아다만티움 조금 주실 수 없으실까요?

…로 요약되는 엄청나게 긴 편지였다.

“다니엘이면 걔였지? 그 유일하게 폭탄 안 만드는….”

태현은 다니엘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 중에서 유일하게 폭탄에 관심 없는 플레이어!

‘그런 플레이어들이 좀 많아져야 하는데….’

태현이 보기에도 지금 영지 내 대장장이 비율은 좀 많이 이상했다.

90%가 넘는 놈들이 기계공학을 파고, 기계공학을 파는 놈들의 99%는 폭탄만 판다!

<악마의 대장간>이 기계공학 대장장이를 워낙 밀어주다 보니, 다른 평범한 대장장이들도 영지에 오면 ‘어? 기계공학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어? 기계공학 재밌네?’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히히히! 폭탄이 최고야! 폭탄 발사!’로 바뀌는 것!

태현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었다.

솔직히 영지가 잘 굴러가려면 무기 만들고 갑옷 만드는 대장장이들이 더 많아야지, 폭탄만 만드는 놈들만 있으면 어쩌자는 말인가.

그런 와중에 다니엘은 매우 기특한 플레이어였다.

제발 좀 유행을 바꿔다오!

“아다만티움… 아다만티움이라.”

태현이 아다만티움을 정기적으로 얻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다만티움 거인의 주거지를 찾아주고서 그 대가로 아다만티움 광석을 받고 있는 것!

물론 그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태현은 이걸 꾸준히 모아놨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쓸 생각이었다.

아다만티움은 방어구에 쓰면 전설급 방어구가 되고, 장신구에 쓰면 전설급 장신구가 되고, 골렘에 쓰면 전설급 골렘이 되는 사기급 재료!

쓸 곳은 많고 많았다.

그렇지만….

“좋아. 내주자.”

“!!!”

옆에 있던 케인이 더 놀라는 상황!

“야, 야! 아다만티움이잖아?! 철이나 구리도 아니고 아다만티움을?!”

“투자는 원래 과감하게 해줘야 하는 거야.”

“흠. 확실히….”

최상윤은 케인을 빤히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감한 투자의 결과물!

케인은 그 미묘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아다만티움인데?!”

“아. 시끄러 인마. 내가 내 거 준다는데 왜 네가 그래? 회복한 거 같으니까 사냥 갈 준비하자. 와이번 잡으러 갈 거야.”

와이번 심장까지 모아와야 하는 것!

태현의 말에 흑흑이와 에반젤린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친절하게 그들을 말렸다.

“아니야. 너희들은 여기서 쉬고 있어.”

-…….

“…….”

친절한 배려지만 전혀 친절하게 들리지 않는 마법!

“태현 님. 제가 전한 거긴 하지만 아다만티움은 좀…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이다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아깝긴 해. 그렇지만 원래 대장장이가 재료 엄청 잡아먹는 직업이잖아.”

판온 1 때는 서버에서 손꼽히는 대장장이였던 태현이었다.

대장장이란 직업이 얼마나 재료를 많이 잡아먹는 직업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태현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었던가!

광산에 가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광산을 점령한 길드의 창고를 털고, 길드원들을 공격해서 주머니를 털고, 길드원들의 길드 홀을 털고….

‘어. 생각해 보니 광산보다 길드원들을 더 많이 뺏은 거 같기도.’

어쩐지 잘 모이더라!

“아깝긴 한데 지원을 안 해주면 대장장이는 성장 자체가 힘들어. 다른 길드들은 제작 직업 랭커 있으면 엄청나게 지원해 주잖아. 솔직히 우리는 날로 먹는 거지.”

다른 대형 길드들은 보통 능력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챙겨줬다.

랭커는 길드의 간판.

제작 직업은 길드의 기둥.

제작 직업 랭커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에 비해 <파워 워리어>나 태현의 영지는 그런 특별 대접이 없었다.

그런데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꾸역꾸역 오는 건 태현의 인기와 명성 때문이었다.

가브리엘도 약간, 아니 좀 많이 미쳐서 그렇지 다른 길드 가면 대장장이 랭커 축에 들어가는 플레이어!

그런 플레이어들이 불평 하나 없이 영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 님…!”

이다비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혹시 동생들하고 밥 먹으러 가셨나요?”

“아… 아닌데.”

태현은 거짓말을 했다. 동생들이 간절히 부탁했던 것이다.

-언니가 알면 또 얻어먹는다고 혼나요!

“그래요?”

이다비는 의심쩍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태현에게 더 캐묻기는 그랬는지 그냥 넘어갔다.

태현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자! 와이번 잡으러 가자!”

* * *

에랑스 왕국, <파르바트 산맥>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일단은 그 높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높이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접근을 포기했다.

올라가는 순간 [공기가 희박해집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부터 시작해서 각종 디버프가 쏟아지는 것이다.

이 디버프들 때문에 비행 탈것을 타도 쉽게 올라가기 힘들었다.

거기에 몬스터들도 만만치 않았다.

하필이면 이 산맥에서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비행 계열 몬스터들의 서식지!

정상 근처에는 와이번까지 있었고, 그 밑도 각종 비행 계열 몬스터들이 있었다.

겁 없이 갔다가 애꿎은 비행 탈것만 잃어버린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했다.

그렇지만 언제나 변태들… 아니, 별종들은 존재했다.

파르바트 산맥에서만 나오는 약초나 재료를 수집하러 온 사람들.

파르바트 산맥의 몬스터를 사냥하러 온 고렙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냥 높은 산 오르는 걸 좋아해서 온 플레이어들까지!

“하하. 좋으시죠?”

“…….”

이중섭은 유 회장을 보며 물었다. 유 회장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들의 취미 중 하나!

바로 등산이었다.

이중섭과 <가늘고 길게> 길드의 아저씨들을 낚시로 끌어들인 유 회장.

그때만 해도 좋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

-어르신. 등산 좀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아… 아니. 나는 저주를 받아서 육지에 못 올라가네.

유 회장은 등산까지 좋아하지 않았다.

낚시, 골프까지는 그렇다 쳐도 뭔 등산!

덕분에 유 회장에게는 핑계가 있었다. 그러나 유 회장은 알지 못했다.

남을 자기 취미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끈질겨질 수 있는지!

-어르신! 여기 <인어들의 축복을 받은 목걸이>입니다. 이 목걸이를 차면 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

-…….

-어르신, 기뻐서 우시는 겁니까?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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