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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31화 (831/1,826)

§ 나는 될놈이다 831화

“저놈은 포로로 잡혔는데 왜 저렇게 속이 좋아 보이지?”

“미친놈인가 봐.”

아키서스 포병대원들은 포탄을 장전하며 수군거렸다.

그들이 보기에 스카비오 백작은 좀 많이 이상한 놈이었다.

포로로 잡혔는데 저렇게 태현에게 아첨을 떨다니!

머리가 좀 이상한 놈인가?

“아키서스를 믿고 싶은 게 아닐까?”

“아키서스라면 가능성 있다.”

아키서스의 이름이 나오자 포병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뱀파이어 백작, 아키서스를 믿고 싶은가 봐?

블라디는 도망가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스카비오 백작이나 부하들 옆에 있다가는 ‘이 개자식!’ 하고 찔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앞에 있기는 좀 무서웠고….

“근데 넌 저기 안 가냐?”

“…?”

포병대원의 말에 블라디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냐?”

“저기 놈이 네 욕하는 거 같던데.”

스카비오 백작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블라디 욕 한 번 했다.

태현과 블라디의 연합을 끊으려고 하는 것도 있었지만, 블라디가 그만큼 싫기도 했기도 했다.

핏빛 군도의 수치, 블라디!

핏빛 군도의 악몽, 블라디!

“…아니, 언제 저런 이름이?”

블라디는 당황했다. 대체 저 안 어울리는….

“저렇게 널 욕하는데 가서 가만히 있어도 돼?”

“흥. 아키서스의 화신이 저런 같잖은 말에 속아 넘어갈….”

-블라디 같은 놈보다는 제가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폐하?

-허허. 사람 참. 난 약속을 어길 수가 없는 사람이야. 난 살면서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어!

-사람이 너무 꼿꼿하게 살면 안 되는 법입니다! 가끔은 휘어질 줄도 알아야….

-허허. 안 된다니까! 그런데 손을 잡으면 뭘 지원해 줄 생각이지?

-제 영지에 있는 뱀파이어 전사들을….

-그것뿐인가?

-…기사단도….

-그것뿐인가?

-…수입의 일부도… ‘그것뿐인가’는 제발 그만 좀….

-흠. 알겠네.

“!!!”

블라디는 당황했다. 아니, 스카비오 백작 저놈 미쳤나?

스카비오 백작은 나름 긍지 있고 노회한 뱀파이어 귀족이었다.

그런 놈이 자기를 공격하고 사로잡은 태현에게 저렇게 아첨을 떨다니!

‘퉷! 너 같은 놈하고는 상종 안 한다!’도 아니라 간도 쓸개도 못 빼줘서 안달이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블라디는 머리를 풀가동했다.

스카비오 백작이 태현과 친해진다→스카비오 백작과 태현이 손을 잡는다→블라디는 쓸모가 없어진다→버려진다→죽음!

‘말… 말려야 해!’

그러나 어떻게?

태현한테 가서 ‘스카비오 백작이랑 놀지 마십시오!’라고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거 같고….

그렇다면 스카비오 백작을 노린다!

스카비오 백작에게 가서 뱀파이어 귀족의 자긍심과 긍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블라디는 힐끗힐끗 스카비오 백작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없을 때 은근슬쩍 다가가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그걸 본 스카비오 백작의 근위기사들이 말했다.

“저놈 뭐지?”

“설마 백작님을 암살하려고….”

“블라디, 이 개자식!”

포로로 잡은 귀족을 몰래 죽이려고 하다니!

더욱 더 악명만 높아지는 블라디였다.

* * *

[스카비오 백작의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이제부터 스카비오 백작을 봉신으로 들일 수 있습니다.]

[스카비오 백작을 봉신으로 들일 경우 아탈리 왕국의 다른 귀족들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

‘음?’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창에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스카비오 백작을 태현의 신하로 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창!

태현이 아탈리 왕국 국왕 칭호를 갖고 있다고 해서, 꼭 왕국 내에 있는 신하만 갖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힘들어서 그렇지 왕국 밖에 있는 영주들도 얼마든지 밑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핏빛 군도처럼 모시는 왕이 없는 곳의 귀족들이라면 별다른 문제도 없었던 것이다.

‘…근데 뱀파이어까지 받으면….’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중앙 대륙 왕국쪽에서 환영 받는 종족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귀족을 들이면 아탈리 왕국 귀족부터 다른 왕국까지 싫어할 게 분명!

‘뭐. 상관없나?’

생각해 보니 남이 싫어하든 별 상관이 없었다.

오스턴 왕국이야 이미 태현이 뭘 해도 싫어할 놈들이었고, 에랑스 왕국과는 그거 하나 때문에 사이가 달라질 일도 없었고….

그리고 아탈리 왕국 귀족들은 대부분 태현에게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었다.

새로 국왕 자리에 오른 태현을 무시하고 이런저런 명령에도 협조하지 않고 버티는 영주 놈들!

마음 같아서는 다 때려잡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기에 수도와 골짜기만 갖고 내버려 두는 중이었다.

그런 놈들이 싫어하면 뭐 어쩌란 말인가.

뱀파이어 귀족은 저렇게 간도 쓸개도 바치려고 하는데!

‘가만 보자… 안달토 백작도 사로잡아서 똑같이 할 수는 없나?’

스카비오 백작이 저런 메시지창이 뜨자, 안달토 백작도 같은 방법으로 설득할 수는 없나 생각이 들었다.

스카비오를 블라디와 충성경쟁 붙여서 거덜나게 만들었으니, 안달토도 스카비오와 블라디랑 붙이면….

“태현 님! 저희는 준비 다 됐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준비가 끝난 플레이어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들 중 몇 명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근데 왜 케인 님은 장비를 다 벗고 있지?”

“글… 글쎄? 물어봐야 하나?”

“쉿. 상대방의 취향은 존중해 줘야 하는 거야. 그런 거 물으면 안 돼.”

“생각해 보니 예전 게임에서 진짜 고수들은 자기가 고수란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장비 다 벗고 다녔다고 하던데, 그런 거 아닐까?”

“오… 그럴듯해…!”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해냈다.

솔직히 ‘장비 벗었다가 다시 입는 걸 까먹어서’라는 이유는 너무 멍청하니까!

“나도 장비 다 벗어볼까?”

“그… 그러면 나도…!”

웅성웅성!

유행이란 건 원래 한순간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공격 준비하던 태현은 갑자기 플레이어들이 단체로 장비를 벗기 시작하자 당황했다.

미쳤나?

‘무슨 저주 받은 건가?’

“쟤네 왜 저래?”

“패션이라는데요?”

“???”

* * *

화염이 봉인되었기 때문에 안달토 백작과의 싸움은 매우 힘겹….

지 않았다.

사디크의 화염 없어도 태현 쪽 전력은 너무 무시무시했던 것!

-발사. 발사.

신성력을 부여받은 대포가 알아서 발사할 때마다 아키서스 포병대원들은 감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세상에 이런 기특한 놈이 있나!

“녀석!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여기 검댕이 묻었네! 내가 닦아주마!”

“다른 대포들도 이렇게 만들 수는 없나?”

“악마가 빙의된 대포를 자동 발사되게 만들려면… 악마를 좀 더 괴롭히면 되지 않나? 우리에 가둬둔 악마를 괴롭혀볼까?”

악마가 들으면 기겁할 소리를 하는 포병대원들!

그러거나 말거나 대포는 알아서 계속 포탄을 발사했다.

꽝! 꽝!

신성력이 잔뜩 부여된 포탄은 한 방 맞으면 고위 뱀파이어고 뭐고 훅 가게 만들었다.

-습격이다!

-감히 어느 누가 안달토 백작의 진영을 습격하느냐!

안달토 백작은 마법사보다 전사에 가까운 뱀파이어였다.

그 밑에 있는 기사들과 부하들도 뛰어난 전사들!

안개화나 각종 마법보다는, 몸을 거대하게 부풀리고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덤벼들었다.

콰콰쾅!

진영 문과 벽이 부서지고 덩치 큰 뱀파이어들이 튀어나왔다.

-덤벼들어라! 저놈들을 쓰러뜨려서 포위망을 뚫어라! 뒤에 대포를 공격해!

뱀파이어 전사들과 기사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밤의 어둠 속에서 뱀파이어들의 모습은 더 위압적이었다.

그러나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도 뱀파이어.

그런 것에 겁먹진 않았다.

“나온다! 진열 흐트러뜨리지 마라!”

케인은 가장 앞에 서서 방패… 아니, 검인 <사디크의 정당한 분노>을 들었다.

방패처럼 생겼지만 일단은 검!

거대하고 넓적한 방패검은 날아오는 공격을 대부분 막아냈다.

-저 방패 든 놈부터 밟아라!

-크아아악!

-이런 미친놈! 왜 옷을 벗고 다니는 거냐!

“…?”

케인은 의아해했다. 저게 뭔 소리래?

“어딜!”

그러나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안달토 백작의 뱀파이어들은 딴생각하면서 상대할 정도로 만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쾅!

케인은 방패검으로 다가오는 전사들을 밀쳐냈다. 사디크의 화염이 화르륵 타오르며 뱀파이어들을 태웠다.

-크아악! 크아아악!

“역시 케인 님!”

“역시 케인 님!!”

기세 좋게 덤벼들던 뱀파이어 전사들이 물러나자 모두 감탄했다.

-크윽… 놈의 빈틈을 노려라!

-공격!

뱀파이어 전사들은 케인이 만만치 않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방법을 바꿨다.

단검을 꺼내더니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후두두둑!

[<뱀파이어의 투척>에 당했습니다!]

[<중급 흡혈 독>이 묻은 단검에…]

[……]

수십 개가 넘게 쏟아지자 한두 개는 맞을 수밖에 없었다.

케인은 당황했다.

‘어? 독 저항이 되어야 하는데?’

케인은 갑옷이 고장났나 싶어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갑옷이 없었다.

“???”

-놈이 당황했다! 공격! 쓰러뜨려라!

뱀파이어 전사들은 기회라고 느꼈는지 신나서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그걸 본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태현은 바로 아키서스 포병대한테 명령했다.

“쟤 뭐하냐? 저쪽으로 쏴라.”

“예!”

쾅!

케인 앞에 포탄 한 방이 묵직하게 떨어졌다. 덤벼들던 전사들이 확 날아갔다.

-야!!!

-…?

-장비를 벗고 있었으면 말해줘야지!!

-난 네가 스탯 더 올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

-…….

케인은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뭐 이런 놈이…!

* * *

[안달토 백작의 기사단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안달토 백작의 전사들이…]

[……]

30분쯤 두들겨 맞고 두들겨 맞자 슬슬 안달토 백작의 부하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도 전부 느끼고 있었다.

이겼다!

“크윽! 블라디! 이놈! 네가 진짜 귀족이라면 나와서 내 칼을 받아봐라! 내 칼을 받아내면 인정해 주마!”

홀로 남은 안달토 백작은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나름 전사형 뱀파이어 귀족답게 플레이어 수십 명이 덤벼드는데 밀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안달토 백작이 블라디에게 1:1 결투를 신청합니다!]

[1:1 결투를 받을 경우…]

[……]

블라디는 기겁했다. 아니, 저 근육으로 머리가 가득 찬 놈은 왜 날 끌어들여?

“폐… 폐하. 저 제안을 받아주실 생각은 아니시죠?”

블라디는 조마조마해져서 물었다.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뭐, 받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

블라디는 충격 받은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정말 자기를 버리려고…!

“정… 정말 저를 버리려고 하시는… 안 됩니다! 에잇!”

블라디는 재빨리 태현의 발목을 붙잡고 땅바닥에 늘어졌다. 겉모습은 그럴듯하게 늙은 블라디가 저런 모습을 보이자 다들 수군거렸다.

“블라디?”

“안 됩니다! 안 놓을 겁니다!”

“내가 지금 네 목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위치라는 건 그렇다 치고… 네가 아니라 내가 나간다는 소리였는데.”

“…….”

툭툭-

블라디는 발목을 슬며시 놓고 조용히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태현은 블라디를 발로 차고 앞으로 나섰다.

굳이 받을 필요가 없긴 했다.

대포로 그냥 때려잡거나,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다 같이 두들겨 패도 됐으니까.

그렇지만 여러모로 받는 게 이득인 결투였다.

일단 400~500대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로 붙는 것부터 어마어마한 보너스였다.

날로 먹는 성장 기회!

여기 다른 랭커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내가! 내가 나가겠어!’라고 나섰을 테니….

이렇게 손쉽게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또 얼마나 있겠는가.

게다가 이길 경우 안달토 백작이 순순히 고개를 숙일 테니….

[안달토 백작과 1:1 결투를 하려고 합니다.]

[명예롭지 않은 방법으로 1:1 결투에서 승리할 경우 안달토 백작이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

명예롭지 않은 방법이 어디까지 해당되는 거지?

설마 아키서스 관련 스킬도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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