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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18화 (818/1,826)

§ 나는 될놈이다 818화

“야.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이 뭐냐?”

“전,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입니까 저게??”

블라디도 당황했다.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이라고?

그게 왜 여기 있지?

“놀라지 말고 설명을 하라고.”

“그…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은, 말 그대로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인데….”

무시무시한 뱀파이어 드래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나게 강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언젠가 뱀파이어들의 왕이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나타나 뱀파이어들을 모두 무릎 꿇릴 것이라고!

“뭐? 그런 전설이 있어? 뱀파이어 놈들도 좀 웃기군. 드래곤 하나 타고 온다고 왕이 된다니. 그래서 되는 거라면 난 벌써 왕위가 2개였겠다.”

드래곤 두 마리를 데리고 있는 태현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플레이어 중에서 드래곤 있는 건 너밖에 없거든…?’

남들은 하나 보기도 힘든 드래곤을 두 마리나 데리고 있는 태현!

“아니, 그런데 정말 뱀파이어 드래곤이 어떻게 있는 겁니까?”

블라디의 놀란 목소리에 흑흑이는 조금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경외심과 공포는 언제나 블랙 드래곤이 좋아하는 감정!

날 보고 좀 더 두려워해라!

“드래곤은 오만하고 거만한 종족이라 절대 뱀파이어가 되지 않을 텐데… 대체…? 혹시 아키서스당한 겁니까?”

-…….

흑흑이는 깨달았다.

블라디가 놀란 건 경외심과 공포가 아니라, ‘아니 뭔 드래곤이 뱀파이어가 됐지? 모자란 놈인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는 것을!

-크아아!

“으악! 아니. 혹시 몰라서 물어본 겁니다…!”

블라디는 급히 굽신거렸다. 호구짓을 해서 뱀파이어가 됐다고 해도 드래곤이었으니까.

일단 그보다는 강할 것!

“하긴 드래곤 중에서 뱀파이어 될 만한 놈을 찾기가 힘들긴 하겠지.”

-주인님….

흑흑이는 울상이 되어 태현을 쳐다보았다.

나름 학카리아스를 쓰러뜨리고 그 레어도 뺏었겠다, 이제 드래곤들 모임에 가서 어깨에 힘 좀 줘도 되겠다 싶었는데….

-들었어요? 발칼레오스 네 아들이 뱀파이어가 됐다는데요?

-정말요? 어떻게 긍지 높은 블랙 드래곤이 뱀파이어가 되지? 블랙 드래곤 맞아요?

-하여간 블랙 드래곤 망신은 다 시킨다니까!

‘안 돼!’

흑흑이는 좌절했다.

“걱정 마라. 흑흑아.”

-…?

흑흑이는 의아해했다. 걱정하지 말라니.

‘혹시 대책이? 역시 대책이 있는 거였어!’

“여기서는 잘 먹히니까. 계속 여기서 지내면 되지.”

-…주인님!!

흑흑이는 질색했다.

이 햇빛 한 점 없는 우중충한 섬에서 계속 지내라고?!

그러는 사이 스카비오 백작의 뱀파이어 진영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기사단의 돌격+아키서스 포병대의 사격+거기에 뱀파이어 드래곤의 등장까지!

[스카비오 백작의 뱀파이어들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

해안가에 설치되어 있던 간이 요새를 비우고 뱀파이어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각종 경험치와 보상도 메시지로 들어왔다.

“블라디. 도망치는 놈들한테 말해줘야지.”

“커험, 커허험… 클클… 나약한 놈들아!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온 나 블라디 앞에 굴복하라! 피의 제왕 블라디 님 앞에서 굴복하란 말이다!”

[핏빛 군도에서 블라디의 악명이 퍼져나갑니다!]

[뱀파이어 암살자들이 블라디를 노리기 시작합니다.]

[……]

“헉.”

블라디는 기겁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암살자?!

“흠… 뭐, 괜찮을 거야.”

“그, 그렇겠죠? 여기 아키서스 믿는 사람들이 있으니….”

암살자보다는 아키서스 믿는 사람들이 더 무섭겠지!

이상한 방식으로 안심하는 블라디였다.

* * *

“크네마 백작의 검을 가졌다고?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왔다고? 블라디란 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냐!”

스카비오 백작은 분노했다.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뱀파이어 놈이 홀랑 나타나서 진영을 날려 버렸으니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백작님!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왔다면….”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나타났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크윽.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이라면 어쩔 수 없지.”

크네마 백작의 검은 어디서 주웠나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뱀파이어들이었지만,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은 그렇게 넘길 수 없었다.

넘기기에는 너무 강렬했던 것!

“그 블라디란 놈한테 사신을 보내라. 손을 잡자고. 놈을 이용하면 이 지겨운 싸움도 빨리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스카비오 백작은 오래 산 교활한 뱀파이어였다.

한 대 얻어맞긴 했지만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이득!

경쟁자인 안달토 백작을 밀어내고 크네마 섬을 차지할 수 있다면 참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 블라디란 놈이 머리가 있다면 냉큼 손을 잡을 겁니다. 크헬헬.”

“아무리 놈이 대단하다고 해도 아무 세력도 없는 놈 아닙니까!”

* * *

“뭐?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나타났다고?”

“그 전설의 뱀파이어 드래곤을 타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스카비오 백작과 싸웠다니. 더 잘 됐군! 사신을 보내라. 손을 잡자고! 같이 스카비오 백작을 몰아내는 거다!”

안달토 백작은 ‘쾅’ 하고 팔걸이를 내려치며 외쳤다.

안달토 백작은 비교적 젊은 뱀파이어였다.

노회하고 교활한, 음모를 꾸미는 걸 좋아하는 스카비오 백작.

그에 비해 안달토 백작은 젊은 뱀파이어들과 같이 직접 싸우는 걸 좋아하는 혈기 있는 뱀파이어!

스카비오 백작이 마법사라면 안달토 백작은 전사에 가까웠다.

“안달토 백작님의 제안이라면 놈은 냉큼 받을 겁니다!”

“뱀파이어 제일검의 제안 아닙니까!”

* * *

두 백작이 신이 나서 사신을 보내는 것도 모르는 채, 태현 일행은 느긋하게 요새를 만들고 있었다.

[현재 크네마 섬의 점령율은 2%입니다.]

섬은 넓었고, 이런 지역 장악 퀘스트는 천천히 인내심을 가져가며 해야 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거점!

만약의 상황에 들어가서 버틸 만한 곳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뱀파이어들이 요새를 양보해 준 덕분에 재활용해서 쓸 수 있게 되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

다행히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은 대장장이 기술에 이골이 난 이들이었다.

뚝딱뚝딱-

순식간에 완성되어가는 요새 벽!

물론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아키서 부족 전사들이 요새 벽을 파괴합니다!]

“…….”

“…….”

평생 망치라고는 남 대가리 깰 때만 잡아본 아키서 부족 전사들!

“…빨리 수리해라.”

“옙.”

민망해하는 아키서 부족 전사들은 더 빠르게 망치를 놀렸다.

아키서스 포병대가 대포 설치부터 요새 수리까지 전부 다 맡자, 데리고 온 경비병들은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와서 아무것도 못 한 그들!

솔직히 역할은 거의 짐꾼에 가까웠다.

싸움이야 기사단과 포병대가 다 했고, 그들은 포병대 근처에서 창을 들고 ‘어? 뱀파이어 오나? 오나?’ 하다가 싸움이 끝났으니….

“폐하. 특수능력도 없는 저희들은 뭘 할 수 있죠?”

“너흰 쓸모가 없다. 그냥 옆에서 구경이나 해라.”

“…….”

“농담이다.”

“하하하하!”

“역시! 폐하! 농담도 대단하십니다!”

경비대장은 태현의 농담에 까르르 웃었다. 쓸모가 없을 리가!

“창 들고 저기 서 있어라.”

“…??”

경비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무슨 의미가… 있죠?”

“뱀파이어가 습격해 올지도 모르잖아.”

“아. 그렇군요!”

경비대장은 냉큼 경비병들을 데리고 보초를 서기 시작했다. 그걸 본 유지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쟤네들 정찰 스킬도 없고 시야도 넓은 편 아니라서 뱀파이어가 은신해서 다가온다고 해도 눈치채기 힘들지 않을까요?”

“응. 그냥 경험치 먹게 하려고 세워놓은 거야.”

경비병들은 사실 별 쓸모가 없었다.

생각보다 포병대가 훨씬 강했던 것!

악마가 빙의된 대포를 뻥뻥 쏴대며 접근하기도 전에 녹여 버리니, 근접전이 벌어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근접전이 벌어져도 아키서 부족 전사들이 경비병보다는 잘 싸울 것 같긴 했다.

그래도 경비병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나중에 있을 보상!

잘 키워서 데려다주면 영주들이 보상을 줄 테니 그냥 옆에 세워놓는 걸로 충분했다.

‘어지간히 급하지 않은 이상 쟤네들까지 싸울 필요는 없겠지.’

전력이 부족해서 언제나 태현이 먼저 뛰어들어서 개싸움을 벌여야 했던 때를 생각해 보니 감개무량했다.

전력이 강해지니 이렇게 쉽게 플레이가 되는구나!

마치 랭커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다. 멀리서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걸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마법사!

근접전 직업들 사이에서 도는 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전사는 3D 직업이야.

-마법사나 사제는 뒤에서 치고받지도 않는데 대우는 더 좋아. 젠장….

실제로도 근접전 직업이 더 피곤하긴 했다.

마우스로 클릭하는 게 아닌, 실제로 칼을 휘두르고 방패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빨리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걸 질리지도 않고 계속 하는 태현이 이상한 놈이었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어. 저기 뱀파이어다.”

케인은 멀리서 백기를 들고 접근하는 뱀파이어들을 발견했다.

뱀파이어답게 언데드 말을 타고 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신답게 제법 폼이 나는 겉모습을 갖고 있었다.

“흠. 그렇군. 발사!”

“…???”

케인은 당황했다.

“야! 백기 들고 있잖아! 사신 아냐?”

“저건 우릴 방심시키려는 수작이다. 발사!”

“?!?!”

태현은 이번 크네마 섬 공략에서 귀찮은 수작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이간계와 수작질은 힘이 부족할 때나 하는 법!

한 번 싸워보고 나서 감을 잡은 것이다.

크네마 섬 정도는 그냥 이 전력으로 쓸어버릴 수 있겠다고.

언데드 전문 기사단과 포병대. 오히려 전력이 넘치는 편이었다.

그렇게 된 이상 굳이 귀찮게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었다.

다 쓸어버리고 보상도 다 챙기자!

물론 악명은 블라디의 이름으로 생겼다.

[블라디의 악명이 핏빛 군도에 퍼져나갑니다!]

“으아… 으아아…!”

블라디는 그제야 진심으로 깨달았다. 왜 아키서스와 엮이지 말라고 하는지!

* * *

“저기 놈들이 보입니다.”

“흥. 건방진 놈들. 요새를 수리하고 있군.”

“우리를 두려워함이 아니겠습니까?”

뱀파이어들은 해안가에 자리 잡은 요새로 다가가며 지껄여댔다.

“더 접근하지 말고 놈들이 오라고 해야겠다. 건방진 놈들 같으니.”

“놈들이 먼저 요새를 공격한 것도 있으니 알아서 올 겁니다. 아쉬운 놈들 아닙….”

콰콰콰쾅!

“???”

“아, 아니. 미친! 뭐하는… 이게 무슨 짓이냐!”

말 걸기도 전에 날아온 포격!

뱀파이어들은 분노해서 고함을 질렀다.

태현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감히 사신으로 위장해서 함정을 파려고 하다니! 블라디 님께서 그걸 모를 줄 알았냐!”

“아… 아니. 아직 그런 생각은 없었다!”

“우린 사신으로 온 거다! 당장 공격을 멈춰라!”

“아직이라고? 그럴 생각이 있긴 했군! 감히 블라디 님을 속이다니! 블라디 님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아, 아니….”

블라디는 말리려고 했다.

사신까지 공격하면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개X끼처럼 보이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이 그렇긴 하지만 블라디는 그런 놈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 진짜 잠도 편하게 못 자겠구나!

“쓸어버려라!”

“크아악! 블라디 이놈! 감히 주인님의 명령을 받고 온 우리를 이렇게 대하다니. 널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양 백작들이 보낸 사신들은 탈탈 털리고 도망치면서 저주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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