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810화 (810/1,826)

§ 나는 될놈이다 810화

파워 워리어 길드가 그렇게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스미스와 티치는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태현에게 붙잡혔다가 여차여차해서 카투가 요새에 뛰어든 해적 플레이어, 티치!

그냥 여차여차해서 카투가 요새에 뛰어든 랭커, 스미스!

기습을 성공해 요새 중앙을 점령해 버티던 그들!

사실 원래라면 성공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요새를 지휘하던 랭커 곤잘레즈가 아키서스 장비를 들고 있다가 어처구니없이 패배했지만….

남은 전력도 많았고 사방에서 지원이 오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스미스가 있다고 해서 랭커 여럿을 상대로 계속 싸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티치나 해적 길드원들도 당연히 점령만 한 다음 최대한 빨리 튀려는 게 목적!

그러나 길드 동맹도 그걸 알았기에 매섭게 공격해 들어왔다.

길드 동맹의 정예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칼 같은 연계 플레이에 온갖 고렙 플레이어들이 미친 듯이 덤벼들자, 해적 길드원들은 제대로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으아아! 진짜 길마가 미쳐 가지고!”

“조용히 튀어서 얌전히 살면 되지 왜 고래들 사이에 끼어서 이 난리입니까!”

“시끄러! 난 해적이야!”

“어쩌라고!”

“해적은 굵게 살아야지 가늘고 길게 살면….”

“저게 뚫린 입이라고!”

“야! 길마부터 패자! 길마 잡아서 넘기면 우리는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이것들이 반란을?!”

이대로라면 곧 뚫려서 패배가 확실해지는 그 순간.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급하게 물러서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

“???”

티치와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

“김태현이 학카리아스 레이드하고 있대요! 지금 거기 가나 봐요!”

“살… 살았다!”

이때 평원에서는 태현이 학카리아스한테 선빵을 갈기고 있었던 것!

길드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미스와 친구들도 간신히 이마의 땀을 닦을 수 있었다.

“잠깐. 아까 길마 바쳐야 한다는 놈 누구야?”

“그런 놈 없었는데요?”

“싸우다가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까?”

시치미를 뚝 떼는 해적들!

티치가 노려봤지만 길드원들은 철저했다.

[요새를 점령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한 번에 20 넘게 오르는 레벨!

생각지도 못한 대박에 해적 길드원들은 기뻐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와, 아무리 길드 동맹 요새라지만 이 정도야?”

이렇게 레벨이 오르는 걸 보니 겁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길드 동맹이 다 뭐냐!

레벨만 오를 수 있다면 더 패고 싶다!

방금까지만 해도 길드 동맹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던 해적 길드원들이었지만, 대박 보상 앞에 공포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태현에 대한 감사와 충성심이 솟구쳤다.

먼저 덤빈 그들한테까지 이런 기회를 주다니!

판온에서 이런 인격자는 흔하지 않았다. 적에게까지 기회를 주는 참 성인!

물론 태현은 그냥 귀찮고 성가신 놈들 저 멀리 가서 도망치든 말든 알아서 해라~ 같은 마음으로 시킨 일이었지만….

진실은 언제나 알기 힘든 법!

“크흑… 김태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난 오늘부터 김태현 팬 한다!”

“…?”

스미스와 친구들은 해적 길드원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쟤네 왜 저래?

“우리한테 이런 기회를 주다니….”

“김태현에 관한 소문들은 다 헛소문이 분명해. 판온 1에서 PVP한 다음 쫓아가서 또 죽이고 접을 때까지 죽였다든가….”

“그건 사실 맞습니다.”

스미스가 옆에서 말했다.

판온 1부터 해온 스미스는 태현한테 직접 당한 적도 있는 경험자였다.

저걸 당하진 않았지만 패배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충격!

그런데도 이러고 있다니.

사실 진짜 참 성인은 스미스였다.

“…판온 1에서 자기한테 덤빈 플레이어들을 붙잡아서 몸에 불을 지른 다음 던져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는 것도….”

“그것도 사실 맞습니다.”

“…….”

“거짓말 치지 마!”

“맞아! 어디서 개….”

해적 길드원들은 스미스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고는 다시 제정신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스미스도 랭커였지?

“…그럴듯한 소리를!”

“이번만은 믿어주지!”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 크흠!”

해적 길드원들이 쫄아서 스미스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 스미스와 친구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

“어, 어디 가십니까?”

겁이 나니 자연스레 나오는 존댓말!

“다 했으니까 가야죠. 부탁받은 건 여기까지였습니다.”

“어? 여기 더 계세요!”

“맞아! 우리 혼자 있으면 무서워!”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왔다.

지금은 길드 동맹이 급해서 사라졌지만, 절대 그들만으로 지킬 수 있는 요새가 아니었다.

그러나 스미스는 친절했지만 이런 면에서는 칼 같은 사람.

쿨하게 왔듯이 쿨하게 떠나버렸다.

“안 돼에에에!”

“스미스! 돌아와!”

“네가 그렇게 책임감이 없으니까 이세연보다 밑인 거야!”

“미친놈아!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해적 길드원들은 미친 도발을 하는 동료의 입을 막았다.

아무리 도발을 해도 정도가 있지!

남은 길드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아… 이거 어쩌지?”

“기왕 점령한 김에 우리가 잘 운영해 볼까?”

“야. 저 미친놈 입 누가 풀어줬냐? 다시 입 막아.”

“읍읍읍읍!”

개소리를 한 길드원은 다시 입이 막혔다.

그들이 운영하다니.

절대 불가능했다.

규모도 규모고, 길드 동맹 놈들이 이를 갈고 있을 텐데….

솔직히 여기 있는 것부터가 위험했다. 붙잡히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있는 거 챙기고, 남은 거 부순 다음 튈까?”

“…길드 동맹이 우리 쫓아오면 어쩌지?”

슬슬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길드 동맹이 이번 일에 매우 매우 화가 나 있을 텐데….

스미스야 손가락 안에 드는 랭커였지만 그들은 바람 불면 날아갈 플레이어들이었다.

“그, 그러면 그냥 튈까?”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냐?”

“그건 그렇지.”

겁은 겁, 욕심은 욕심!

솔직히 그들이 요새를 가질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겠는가.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좋은 생각이 났다.”

“?”

“팔자!”

“???”

“길드 동맹에게 뺏기기 전에 파는 거야. 경매장에!”

“아니, 어떤 미친놈이 이런 요새를 사? 길드 동맹한테 바로 뺏길 수도 있는데?”

“판온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거 사려는 사람이 없겠냐? 하나만 나오면 돼! 즉시구매 옵션 넣으면 한 명쯤 걸릴지도 몰라! 석유부자가 심심풀이로 구매하면…!”

개소리였지만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요새를 판다?

* * *

“저 악마는 구시온이잖습니까? 악마 공작 구시렉의 아들, 구시온.”

“…넌 그걸 어떻게 아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에랑스 왕국 제4 기사단 출신 기사가 뭐 이리 악마에 대해 잘 알지?

그러나 상대 기사는 더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폐하. 혹시 저희 기사단이 뭐하는지 모르십니까?”

-태현 님. 태현 님. 제4 기사단은 <은빛 검 기사단>으로 악마나 언데드 전문으로 상대하는 신성 기사단이에요.

왕국에 악마나 언데드가 나타날 경우 출동하는 기사단!

당연히 유명한 악마들에 대한 기록과 정보가 풍부했다.

“하하. 내가 왕국 제4 기사단을 모를 리 있나. 대륙에 명성이 떨치는 은갈치….”

-은빛 검이요 은빛 검!

“은빛 검 기사단을!”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말실수는 무마됩니다.]

[……]

다행히 기사는 태현이 무슨 소리를 해도 워낙 존경하는 탓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보다 쟤가 악마 공작의 아들이었다고?’

태현은 고개를 돌려 구시온을 쳐다보았다. ‘너 내가 누군지 아냐!’라고 빽빽댈 때 그냥 무시했었는데…

‘아니. 악마 공작 아들놈이 왜 드워프들한테 속아서 갇혀?’

[카르바노그가 악마도 가끔 속을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악마 공작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흠. 지금이라도 잘 대해줘야 하나?’

-야. 악마 놈아. 좀 더 기운을 내지 못해? 아키서스 님의 신성한 대포를 쏘려면 더 기운을 내야 할 거 아니야!

-네가 있던 마계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아키서스 님이 있는 곳에서는 그렇게 일해서는 턱도 없다! 더 짜내라!

-지쳐 쓰러지더라도 아키서스 님의 이름을 기억해라!

태현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아키서스 포병대는 악마를 한 번씩 구박하고 지나갔다.

‘음. 잘 대해주긴 글렀군. 그냥 안 들키길 빌어야지.’

이미 너무 많은 강을 건너온 상황!

이제 와서 좀 잘해준다고 악마가 당한 걸 잊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 사악한 뱀파이어들과 악마를 붙잡으신 폐하, 처형대까지 저희가 꼭 호위하겠습니다!”

“그래. 귀찮은 놈들아.”

“네?”

“응? 뭐가?”

잘못 들었나?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태현의 해맑고 선한 얼굴을 보니 잘못 들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야. 저기 언제 들어갈 거야? 그냥 두고 갈 거 아니지?”

기다리던 케인이 산 중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살라비안 교단의 비밀 요새!

요새를 공략해놓고 안에 있는 걸 안 챙기고 가는 바보들은 없었다.

그걸 들은 최상윤이 케인을 타박했다.

“안에 있는 거 다 탔을 거라니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지!”

일행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케인은 못내 아쉬워했다.

“저 안에 좋은 거 많을 텐데 아깝다. 다른 방법으로 공략하면 안 됐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너 저기가 얼마나 짜증 났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케인 오기 전에 에반젤린과 계속 꼬라박았다가 피만 보고 물러선 최상윤이었다.

태현이 불로 태워버린 건 정말 잘한 선택!

억지로 올라가서 싸웠다가는 살라비안 교단의 저력에 탈탈 털리고 있었을 것이다.

“태현이는 다 계산을 하고 한 거야. 아무리 아탈리 왕궁의 보물들이 아깝더라도 그거 얻자고 개싸움을 벌이느니, 그냥 빠르게 한 방에 공략하는 게 낫다고 말이야.”

최상윤의 말에 유지수도 동의했다.

“맞아요. 선배한테 그런 푼돈 같은 보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선배는 우리를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린 거예요!”

“그… 그런가?”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현이 부자인 건 알고 있었지만, 판온에서 태현은 되게 알뜰한 편에 속했다.

아이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챙겨서 분해하거나 팔거나 기타 등등에 사용!

‘하긴, 아까 요새 봤더니 토 나오던데, 들어갔으면 힘들었겠지.’

“잠깐. 뭐라고?”

“…?”

기사와 이야기하던 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방금 아탈리 왕궁의 보물이라고 하지 않았냐?”

“응? 어. 그때 살라비안 교단이 갖고 도망쳤으니까 저 안에 있지 않을까?”

“…….”

이다비는 눈치챌 수 있었다.

태현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진 것을!

[카르바노그가 설마…]

‘…잊고 있었다!’

불 지르는 게 너무 신나서 잊고 있었던 왕궁의 보물들!

아니,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별수 없었을 것이다.

태현도 이런 화력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너 설마… 생각 안 하고 쓴 거 아니지?”

“…….”

태현은 하늘을 쳐다보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뭐, 처음부터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었으니까….”

‘거짓말하고 있네.’

‘거짓말 같은데.’

‘역시!’

“…들어가서 수색해 보자.”

태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때 살라비안 교단의 뱀파이어 하나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폐하.”

“?”

“그… 대주교님은 보물 저 안에 안 뒀습니다만.”

“?!!!”

태현은 눈을 번쩍 빛냈다.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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