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07화
산 중턱 근처에 전부 불이 나고, 그 상황에서 화염탄이 날아와 요새 입구를 때리자 불이 연결되어 증폭되었다.
[사디크의 화염이 더욱더 커집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화염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
[사디크가 매우 만족해합니다!]
[사디크의 화염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사디크의 정통 후계자도 이렇게 사디크의 화염을 잘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번에 프이드의 숲에 불을 지른 이후부터 태현은 화공의 맛을 깨달았다.
불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
‘불은 답은 알고 있어!’
누군가 길을 막는다면?
불을 질러라!
적이 쳐들어온다면?
불을 질러라!
심심하면?
불을 질러라!
[그건 아니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합쳐진 화염은 무시무시했다. 살라비안 교단 쪽에서 끌려고 해도 끌 수 없을 정도로!
태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층 더 나갔다.
-행운의 바람 소환!
[카르바노그가 말립니다! 지금도 충분하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말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도 산은 불이 잘 붙어서 활활 타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기다리면 살라비안 교단이 못 견디고 뛰쳐나올 것이다. 아무리 뱀파이어가 강하더라도 이런 사디크의 화염을 어떻게 버티겠는가.
게다가 행운의 바람은 한 번 소환하면 태현이 조종할 수가 없었다.
재수 없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
그러나 태현은 자신만만했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쭉쭉 오르는 화염 스킬, 그리고 악명 스탯.
게다가 산을 통째로 태우자 요새 밖에 숨어 있던 살라비안 교단의 전사들이나 몬스터들이 쓰러져서 경험치와 명성이 추가로 들어왔다.
여기서 더 크게 태운다면 더 커다란 보상이 들어올지도 몰랐다!
화르르륵!
[행운의 바람이 소환됩니다!]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 용오름이 일어납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화염 속에서 <사디크의 정당한 분노> 검이 나타납니다! <사디크의 정당한 분노>를 얻었습니다!]
“??”
갑자기 뜬금없이 사디크 교단의 전설 아이템이 나왔지만, 지금 태현은 그걸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휘이이잉!
산 바로 앞에서 토네이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
“이, 이건 좀 너무 과하지 않냐??”
보고 있던 일행들도 경악할 수준!
설마 저 토네이도가 이쪽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
토네이도는 주변을 뒤덮은 화염과 만나더니 화염 토네이도로 변했다.
[행운의 바람으로 인한 용오름이 사디크의 화염 용오름으로 변합니다!]
콰아아아아-
활활 타오르며 솟구치는 토네이도!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그걸 쳐다보았다. 불러낸 태현마저 긴장했다.
쿠쿠쿵!
“…!”
위로 솟구치던 토네이도가 마침내 방향을 꺾었다.
살라비안 교단의 요새 쪽으로!
“됐다!!”
“살았어!”
“으흑흑!”
태현 일행은 뛸 듯이 기뻐했다.
저게 누가 만든 토네이도인지는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
화염 용오름이 살라비안 교단으로 방향을 틀어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다.
단단한 바위를 쪼개고 태워버리는 위력!
-저… 저거 브레스 아닌가?
용용이는 경악해서 외쳤다.
마치 저 위력은 레드 드래곤이 자주 쓰는 필살기인 파이어 브레스와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한 것 같았다.
사디크의 신성력과 행운의 바람의 지속력까지 들어간 브레스!
쿠르르릉!
사디크의 화염 용오름이 동굴 입구에 직격하고 안으로 미친 듯이 치닫자 메시지창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살라비안 교단의 전사 메크툽을…]
[……]
[……]
[살라비안 교단의 성소를 무너뜨렸습니다! 명성을 얻었습니다!]
[살라비안 교단의 성물 보관함을 파괴했습니다!]
[……]
[화염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스킬 <화염 용오름 소환>을 얻었습니다!]
‘제대로 들어갔다!’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름의 도박이었지만 제대로 성공한 것이다.
아무리 살라비안 교단이 끈질기고 튼튼하더라도, 저런 화염 용오름이 동굴 안으로 그대로 들어갔는데 버틸 수는 없으리라!
“준비해라! 곧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올 테니까!”
태현이 외치자 에랑스 왕국 경비병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니, 살라비안 교단 같은 위험한 놈들을 상대하는 거면 기사들이 와야 하지 않나?
-그러게….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생각해 보니 이건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기사들이나 해야 할 일을 그들이 하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인 건, 태현이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는 점이었다.
“장애물 설치해! 앞에 말뚝 박고!”
[최고급 전술 스킬을…]
[……]
태현의 전술 스킬은 급히 모은 병사들도 질서정연하게 부릴 수 있을 정도!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포병대 근처에 장애물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들을 매섭게 감독했다.
“거기 너! 5㎝ 정도 틀어졌다! 제대로 놓지 못해?”
“너! 그 은이 네 몸값보다 비싸다! 제대로 설치해!”
-…….
-…….
[병사들의 복종도가 올라갑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아니 뭐 이런 걸 가지고?’
태현은 억울했다.
다 자기들 살라고 철저하게 지휘해 준 것뿐인데!
까놓고 말해서 이 주변에 임시 진지를 만드는 게 병사들을 위해서지, 태현을 위해서인가?
그래도 그렇게 지시한 덕분에 주변에 빠르게 장애물들이 설치되었다.
앞에는 깊은 구덩이가 파였고, 그 안에는 은을 씌운 창이 잔뜩 박혔다.
뱀파이어들이 닿는 순간 크게 데미지를 입을 것!
게다가 목책 위에도 은을 녹여서 발랐고, 화살도 대량으로 은을 씌웠다.
원래 폭탄 안에 들어가는 쇳조각 대신 은조각을 넣을 정도!
정말 미친 돈지X이었지만, 태현은 아낌없이 투자했다.
자기 은 아니었으니까!
-살라비안 교단을 토벌하는데 은을 아끼다니! 그러고도 귀족이냐! 은을 내놓아라! 안 내놓으면 널 아키서스해버리겠다!
-제… 제발 아키서스만은 제발! 제게는 여우 같은 보물들과 토끼 같은 금화들이 있단 말입니다!
태현의 명성과 작위. 거기에 명분까지.
근처 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은을 내놓았다.
악명과 소문이 쭉쭉 오르고 퍼졌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얻어낸 은이 수십 상자!
‘그래도 아깝긴 하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많은 은을 이렇게 팍팍 쓰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라비안 교단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저 안에서 버티고 있을 때면 모를까, 궁지에 몰려 뛰쳐나온다면 온갖 수단을 다 꺼낼 것이다.
게다가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
저번 수도 공방전에서도 혼자 살아나갔듯이, 그 능력이 만만치 않았다.
살라비안 교단의 각종 권능을 사용하는 고위 뱀파이어 사제.
순수한 마법사나 전사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다양한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정예들만 남았을 테니 이 정도는 준비해둬야겠지.’
아깝다고 준비를 아끼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아니, 돌다리도 두드려 본 다음 용용이를 타고 날아서 건너자!
그 정도는 되어야 태현처럼 적을 많이 만들고서도 잘 살 수 있는 법이었다.
‘와라! 살라비안 교단. 난 싸울 준비가 끝났다!’
준비가 끝난 태현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산 중턱을 노려보았다.
이제 곧 치열한 보스 레이드가 시작될….
[사디크의 화염 용오름이 살라비안 교단 비밀 요새를 완전히 불태웁니다!]
[살라비안 교단 대주교가 쓰러졌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공포가 크게 오릅니다!]
[……]
[……]
“…????”
“?????”
-????
태현 일행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
* * *
-불이 들이닥칩니다!
-버텨라. 살라비안 님의 힘으로 화염을 꺼라!
-화염이 너무 거셉니다!
사디크의 화염은 신성력까지 있어 잘 꺼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산을 통째로 태우는 만큼 꺼도 꺼도 계속 솟구쳤다.
-차라리 뚫고 나갑시다, 대주교님! 놈들이 방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헛소리하지 마라. 버텨라! 이 화염에는 끝이 있지만 살라비안 님의 생명에는 끝이 없으니!
대주교는 꿋꿋하게 외쳤다.
다른 건 몰라도, 오래 산 뱀파이어인 대주교는 버티는 뚝심 하나는 대단했다.
그쯤 되어야 살라비안 교단을 지하에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
-산을 다 태우면 화염은 꺼진다. 그러면 놈들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그렇군요! 하지만 너무 뜨겁습니다!
-안개화로 버텨라!
-안개화가 풀립니다!
-마수로 변신해서 버텨라!
대주교는 믿었다.
이제까지 버텨오는 전략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버티다 보면 적은 약해진다!
그때 적의 목에 송곳니를 박아주면 됐다.
하지만 대주교는 몰랐다. 가끔은 죽을 때까지 버티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디크의 화염 용오름이 들이닥칩니다!]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같은 화염이 동굴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에 모든 뱀파이어들이 경악했다.
-대주교님! 저건 어떻게?
-모… 모두 변신해라! 암석 마수로 변신해!
불에 강한 마수로 변신해서 막아볼 생각!
대주교도 각종 방어 마법과 소환을 통해 닥쳐오는 화염 폭풍을 말아보려 했다.
콰아아아앙!
그러나 자연재해 앞에서 그런 시도는 무력했다. 더군다나 좁은 동굴 안은 용오름의 힘이 몇 배로 늘어나고 피할 곳도 없게 만들었다.
-크아아악! 사디크! 사디크으으! 저주하겠다!
* * *
“…….”
어색한 침묵. 태현은 최상윤과 에반젤린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의 뜻은 명백했다.
-이렇게 쉬운 상대인데 너희끼리 해결 못하고 날 부른 거냐?
태현은 최상윤과 에반젤린의 실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둘이 ‘도와줘! 우리끼리는 안 되겠어!’라고 했을 때 ‘음. 정말 안 되나보군!’ 하고 급히 도우러 온 것 아니겠는가.
“애들아?”
“아, 아니.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지!”
최상윤은 억울해서 변명했다.
솔직히 이렇게 쉽게 끝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실제로 뒤에 있는 경비병들은 ‘뭐야, 다 죽었어?’, ‘우리 안 싸워도 되나?’, ‘그러면 이 은들은 아까워서 어쩌누?’라며 떠들고 있었다.
“기사단까지 왔는데 패배했다니까?”
“그거 기사단 맞아? 그냥 잡스러운 용병단 왔는데 잘못 본 거 아니지?”
태현은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에랑스 왕국 기사단 정도면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졸지에 실력 없는 플레이어로 몰리게 된 최상윤과 에반젤린은 역으로 공격에 나섰다.
“네가 불을 너무 세게 질러서 그래!”
“맞아. 네가 산을 통째로 태우는데 어떻게 버티겠어!”
“보통 보스 몬스터면 저 정도는 버티거든? 저것도 못 버티는 놈이 어디 있냐?”
하도 레벨과 맞지 않는 보스 몬스터들만 상대하다 보니 태현의 기준은 미친 듯이 올라가 있었다.
-산에 통째로 불을 지르고 퍼부어도 꿋꿋이 버티는 게 보통 아닌가?
살라비안 교단 대주교는 분명 대단한 NPC였지만 저런 공격까지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카르바노그가 살라비안 교단을 동정합니다.]
화르륵….
그렇게 떠드는 사이 산을 통째로 뒤덮었던 화염이 꺼지기 시작했다.
산 위에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태우고 나자, 더 태울 게 없어서 천천히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동굴 안에서 사악하고 독한 기운이 우글거리며 솟구쳐 나왔다.
“…!”
[살라비안 교단 대주교가 <뱀파이어의 마지막 저주>를 사용합니다!]
“뱀파이어의 마지막 저주?!”
에반젤린은 경악했다. 그 반응을 본 태현은 생각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안 좋은 스킬인 모양이군!’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준비했다. 만약 저주가 날아오면 케인으로 막아야지!
[<뱀파이어의 마지막 저주>가 사디크와 가장 가까운 자에게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