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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05화 (805/1,826)

§ 나는 될놈이다 805화

한 번 기세가 붙은 태현은 팍팍 모으기 시작했다.

보이면 ‘너 내 동료가 되라!’라고 말하는 수준!

[에랑스 왕국 경비 백인대를 완성했습니다!]

[에랑스 왕국 귀족들이 이 소식을 듣고 기대합니다!]

“???”

뭘 기대해?

<병사들을 훈련시켜라!-에랑스 왕국 퀘스트>

대륙을 진동시키는 당신의 명성은 에랑스 왕국에도 널리 퍼져 있다.

그런 당신이 직접 병사들을 데리고 훈련을 시킨다는 소식에 영지의 귀족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병사들을 훈련시켜 당신의 명성을 증명하라!

병사들을 강하게 훈련시킬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보상: ?, ???, ????

하도 명성이 높다 보니 병사들을 훔쳐… 아니, 빌려 가도 ‘어 그래? 기대할게!’란 반응이 돌아오는 수준!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까지 나오자 태현은 살짝 고민이 됐다.

‘원래 그냥 화살받이로 써먹을 생각이었는데….’

<아키서스 포병대>말고는 다 다른 소속인 NPC다 보니, 태현이 챙겨줄 필요가 없었다.

병사들을 싹 날려 먹으면 욕이야 좀 먹겠지만 태현이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욕 좀 먹고 말지!

그렇지만 저렇게 보상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병사들을 좀 챙겨야겠군.’

어떻게 성장을 시킨다?

* * *

대륙에 내려온 악마들은 두 가지로 길이 나뉘었다.

-크하하! 미천한 인간 놈들. 내 강력한 힘으로 쓸어버려주마!

자기 힘을 믿고 전면에 나서 대놓고 날뛰는 악마들!

-크흐흐… 멍청한 인간 놈들. 내 사악한 계략으로 혼란에 빠뜨려주마.

정면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뒤로 숨어들어가 사람들을 속이고 타락시키는 사악한 악마들!

보통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위험했다.

전자 같은 경우에는 주제 파악 못하는 하급 악마들이 날뛰는 경우가 대부분!

후자 같은 경우는 플레이어가 눈치 채지 못하면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도 있었다.

태현이 악마만 전문으로 조지고 패고 괴롭히고 다녀서 그렇지, 태현이 잡은 네임드 악마들을 생각해 보면 대륙 전체가 휩쓸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괜히 영웅 취급 받는 게 아닌 것!

어쨌든 세계수가 솟아나고 대륙으로 오기가 더 쉬워지자, 악마들은 신이 나서 내려왔다.

물론 세계수 근처에 있는 아키서스 신전은 피해서!

-하찮은 필멸자 놈들이 뭐가 무섭다고 피하나! 나는 바로 가겠다!

-크하하! 인간 놈들을 굴복시키겠다! 마침 가까운 곳에 좋은 곳이 있군!

자기 힘을 믿고 전면에 나서서 싸우려고 하는 악마들은 오스턴 왕국 쪽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바로 토벌당했을 악마지만 오스턴 왕국 상황이 워낙 개판이라 활개 칠 수 있었다.

-아탈리 왕국은 안 가나?

-…….

-아탈리 왕국이 더 가까운데….

-뭐라고? 안 들리는데?

-아탈리 왕국이 더 가깝다고!

-안 들리는데? 안 들리는데?? 우린 바쁘니 이만 간다! 다음에는 목소리를 좀 더 크게 하도록!

호전적인 악마들은 못 들은 척 하고 오스턴 왕국 쪽으로 가버렸다.

남은 악마들은 교활한 악마들.

그들은 어떻게 숨어 들어갈까 고민했다.

-에랑스 왕국의 귀족 아넬바넨의 취미가 도박이라던데….

-에랑스 왕국 국경 수비대장이 그렇게 보석을 좋아한다며?

-잘츠 왕국은?

-거기는 냄새나는 촌구석이라 뜯어먹을 것도 없어.

-하긴 그것도 그래. 에랑스 왕국이 좋지.

악마들도 까다로웠다.

타락시킬 사람들이 많고 얻어낼 게 많은 곳이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타이럼 사냥꾼들 같은 무식한 놈들이 있는 잘츠 왕국은 제외였다.

오스턴 왕국도 제외였다.

거기는 너무 혼란스러운 데다가 호전적인 악마들이 먼저 가서 겹쳤다.

남는 건 에랑스 왕국이나 에스파 왕국 정도인데 에스파 왕국은 여기서 너무 멀었으니….

넓고 뜯어먹을 것도 많고 속일 사람도 많은 에랑스 왕국이 답!

-아탈리 왕국이 더 가깝지 않나?

-그러니까 거기 아넬바넨 놈이….

-아탈리 왕국이… 너희 아까부터 왜 내 말 다 무시하냐?

악마 중 하나가 따졌다.

무시하던 다른 악마들이 한숨을 쉬더니 그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이런 초짜 놈이… 너는 중간계로 내려와 본 적이 없냐? 오기 전에 조사도 안 해봤어? 아탈리 왕국에는 아키서스가 있잖아 이 멍청한 놈아!

-악마 짓 한두 번 해?

-야. 요즘은 악마도 시험 봐서 되게 해야 해. 저런 멍청한 놈이 있나.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쏟아지는 폭풍 같은 구박!

악마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순식간에 욕을 얻어먹었다.

패기 넘치는 젊은 악마, 주케넨은 울컥해서 말했다.

-겁쟁이 같은 놈들!

강력한 도발이었지만 악마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뭐래.

-그건 겁쟁이가 아니라 현명한 거다.

-아키서스 놈이 악마 상대로 뭐한지 넌 알고나 있냐? 거기 가면 곱게 죽을 수도 없다더라.

악마들 사이에 태현의 소문은 이미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라, 영지로 잡아가 노예로 부려먹거나 잡아서 우리에 가둔다더라!

이 헛소문(사실 반쯤은 사실이었지만)에 악마들은 경악했다.

악마가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건 봤어도 인간이 악마를 노예로 부리다니!

말세야 말세!

-위험한 건 어디든 마찬가지잖나! 에랑스 왕국은 안 위험할 거 같나?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왕국이고 온갖 성기사단이 있고….

-에이, 거긴 만만하지.

-아키서스 놈에 비교하면 거긴 애들 장난이지.

-…….

주케넨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 있는 악마들은 마계의 한 층을 지배하는 악마 공작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마계에서 연륜이 깊은 교활한 악마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내가 종종 연락하고 지내던 프이드란 악마 놈이 있는데, 걔가 아키서스와 엮이고 나서 연락이 안 되더라. 노예로 잡혀간 게 분명해.

-악마 공작 모스락이 아키서스한테 속았다며? 아니, 그 교활한 공작을 대체 어떻게 속인 거지?

-내 할아버지께서도 아키서스한테 속은 적이 있었지. 놈은 솔직히 명예 악마로 쳐줘야 한다고 본다.

-시끄럽다! 이 겁쟁이들아! 난 혼자서라도 가겠다. 아탈리 왕국에 이 주케넨의 이름이 울려 퍼지면 그때 가서 후회해라!

주케넨은 그렇게 소리치고 떠나버렸다. 악마들은 그 뒷모습을 보며 떠들었다.

-갔냐? 진짜 가네.

-크크큭… 난 놈이 갈 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악마들은 서로 죽이는 걸 전혀 꺼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렇게 건방을 떠는 주케넨을 내버려 둔 이유는 하나였다.

저놈 내버려 두면 진짜 아탈리 왕국 갈 거 같다!

여기 있는 악마들이 패서 마계로 돌려보내는 것보다 그게 더 통쾌할 것 같았다.

-낄낄. 멍청한 놈 같으니.

-어디 한번 아키서스의 매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야, 그런데 아키서스가 악마 공작의 아들을 우리에 넣어서 노예처럼 데리고 다닌다는 게 진짜냐?

-설마… 아무리 아키서스라도 그건 정말….

* * *

“왔구나! …뭐하냐?”

최상윤과 에반젤린은 태현 일행을 보고 신이 나서 달려 나왔다가 멈칫했다.

왜 이렇게 숫자가 많지?

“저기 저 이상한 놈들은 그렇다 치고….”

아키서스 포병대는 겉모습만 봐도 정말 특이한 NPC들이었지만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태현이니까 이상한 놈들 데리고 다니는 거겠지!

그런데 그 뒤에 있는 건 에랑스 왕국 갑옷과 무기를 차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저건 에랑스 왕국 병사 아냐? 어떻게 빌렸어?”

“훈련시켜달라던데?”

“??”

“????”

최상윤과 에반젤린은 둘 다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니 뭔 병사를 맡겨?

“헉… 흐어억… 폐, 폐하. 제발 좀 쉬면….”

[병사들의 체력이 오릅니다.]

[병사들의 복종도가 오릅니다.]

“난 너희 폐하 아닌데?”

“크허억. 제발…!”

병사들은 숨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태현은 병사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최대한 알차게 굴렸다.

대포 짊어지고 움직이기, 움직이면서 망치질하기 등 창의적인 잡일 개발!

아이템도 만들고 훈련도 되는 일석이조의 잡일들이었다.

“나… 나는 왜?”

그리고 그 사이에는 케인도 있었다.

“너한테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

“좋아! 훈련은 그만하고 실전에 들어가자!”

“와! 신난다! 실전이다!”

“흑흑 너무 싸우고 싶었습니다!”

병사들은 기뻐서 양손을 들고 날뛰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최대치입니다!]

-저희는 경비대원입니다만??

-이런 곳까지 와서 싸워야 한다니. 기분이 처집니다.

-집에 언제 보내주실 겁니까?

처음에 이런 소리를 내뱉던 병사들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냥 싸우는 게 낫겠다!

“흠….”

태현은 저 멀리 산턱 중반에 자리잡은 동굴 요새를 쳐다보았다.

에반젤린과 최상윤이 학을 떼고 포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자리 잘 잡았군.’

천혜의 요새!

산이 워낙 가팔라서 반쯤 절벽에 가까웠다. 거길 꾹 참고 기어 올라가면 튼튼하게 지은 요새 벽이 환영을 해줬다.

올라가는 사이 살라비안 교단한테 계속 두들겨 맞고 가야 하는 것이다.

‘살라비안 교단은 뱀파이어들이 많으니 각종 혼란 스킬도 많을 테고….’

살라비안 교단은 타락한 뱀파이어 교단. 교단 특징은 생명력이었다.

데메르 교단과 비슷하지만 좀 더럽고 타락한 형태!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각종 뱀파이어 전용 스킬로 덤벼오면 뚫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입구는 저 앞밖에 없나? 뒤로 우회로는 없어 보이고.’

거대한 산 중턱에 깊숙하게 굴을 파고, 앞에 요새를 세워놓았으니 다른 통로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오로지 정면공격뿐!

원래라면 답이 없었겠지만….

“뭐, 두들겨 패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

최상윤과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접근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패려고?

“아키서스 포병대 전진!”

[최고급 전술 스킬을…]

[……]

[……]

학카리아스 사냥 이후 강해진 아키서스 포병대의 힘을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 * *

-크어어억!

-끼아아아악!

악마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하나는 우리 안에 있는 악마였고, 다른 하나는 대포에서 발사할 때마다 나는 악마 소리였다.

[대포가 발사됩니다!]

[<악마가 빙의된 대포>에 빙의된 악마가 괴로워하며 울부짖습니다!]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빙의된 악마가 포탄에 실려 날아가며 비명을 질러댔다.

“…….”

“…….”

최상윤과 에반젤린은 기가 막힌 얼굴로 태현 일행을 쳐다보았다.

-너희 안 본 사이에 대체 뭘 하고 다닌 거냐?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태현 일행은 그런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 발사! 빨리 빨리 발사해!”

“예!”

태현이 가진 최고급 전술 스킬, 아키서스 포병대원들이 가진 높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스탯, 거기에 최신으로 맞춘 장비들까지.

아키서스 포병대는 어지간한 마법사 길드는 그냥 압도할 정도의 딜을 넣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마법사들보다 연사 속도도 빨랐고, 사거리도 길었으며, 명중률도 높았다.

꽝! 꽝! 꽝! 꽝!

미친듯한 사격이 시작되었다. 아키서스 포병대 드워프들은 신이 나서 대포를 발사했다.

포탄이 한 번 작렬하면 요새 벽과 주변 암벽이 쩍쩍 갈라지며 박살이 났다.

“맞았다!”

“크하하. 저놈들 봐라!”

-크허억. 제발… 제발 좀 천천히….

우리 안에 있던 악마가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드워프들이 악마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뽑아간 것이다.

“물 마셔, 물.”

-성수잖아 개자식들아!

“앗. 잘못 꺼냈다. 자. 여기 피.”

드워프들은 우리 안에 있는 악마를 나름 잘 보살펴줬다.

악마가 뽑아주는 에너지가 정말 요긴했던 것이다.

연사 속도 상승, 데미지 상승, 명중률 상승 등 온갖 버프를 주는 악마 에너지!

“저거 뭔 피야?”

“내 피….”

케인은 시무룩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케인만큼 헌혈하기 좋은 인재가 없었던 것이다.

가장 높은 체력을 가진 플레이어!

-이것저것 섞인 맛이 난다. 맛있군.

악마도 케인의 피에는 만족했는지 입가를 닦았다.

이것저것 많이 섞인 신기한 맛!

마치 뷔페 같은 기분!

“저거 왜 날 저렇게 쳐다보지?”

악마가 입맛을 다시며 케인을 쳐다보자 케인은 매우 기분이 불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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