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02화
“예?”
드워프들은 어리둥절했다.
저 포악한 드래곤이 그들을 왜 부르지?
설마 내보내 주지도 않고 죽일 생각인가?
꾹-
드워프들은 곡괭이와 망치를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을 거라면 한 번 발악이라도….
-???
긴장된 공기가 흐르자 흑흑이는 당황했다. 왜 저래?
-아무래도 네가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빨리 말려라.
태현이 보기에 여기 드워프 부족들 레벨은 보통이 아니었다.
‘장비가 무슨… 레벨 300을 넘기는 것 같은데….’
300을 넘기는 드워프 전사들이 와서 이렇게 굽신거린다니.
학카리아스가 얼마나 강력한 드래곤인지 알 수 있었다.
흑흑이는 다급히 말했다.
-나는 이런 보물이면 충분하다!
-야 이 멍청한 놈아!
태현은 속으로 가슴을 쳤다. 같은 말이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저렇게 말을 하다니!
태현이었다면 ‘너희 보물이 불만족스럽지만 나는 너그럽게 용서해 주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흑흑이는 여기서 만족한 티를 내버렸다.
“정… 정말이십니까?”
-그래. 나는 관대하다.
“오오…!”
“드래곤님 만세! 드래곤님 만세!”
당연히 드워프들은 기뻐 죽으려고 했다.
[강철 망치 드워프 부족 내에서 흑흑이의 평판이 매우 높게 상승합니다!]
[주변 드워프 부족들에게 흑흑이의 평판이…]
[새 드래곤이 자비롭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이 약점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
-…….
태현과 흑흑이 모두 떨떠름해졌다.
아니, 착하게 굴었는데 왜 안 좋은 것들이 오지?
[역시 드래곤은 나쁘게 살아야…]
카르바노그의 말이 왠지 모르게 아팠다.
[다라즈 왕국에서 흑흑이의 평판이 매우 높게…]
[다라즈 왕국에서 사신이 올 수 있습니다.]
‘다라즈 왕국?’
다라즈 왕국은 엄밀히 따지면 왕국이라고 하기 좀 미묘한 곳이었다.
왕국치고는 너무 폐쇄적이고 깊숙한 곳에 있다!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광산을 찾아 거주하다 보니 검은 묘비 산맥이나 그 주변 산맥에 많이 보였다.
드래곤이 아무리 괴팍하게 굴어도 떠날 수 없었던 건 산맥 때문!
그런 오스턴 왕국 검은 묘비 산맥에서 북동쪽으로 더 나아가면 드워프들의 왕국인 다라즈 왕국이 나왔다.
거대한 산봉우리들과 그 지하에 만들어진 왕국!
넓이만 따지면 그냥 영지 하나 수준이었지만, 실력과 강함을 생각하면 왕국이라고 해도 됐다.
현재 플레이어들의 대장장이 기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쉽게 들어갈 수도 없었다. 드워프 종족 고른 플레이어도 다라즈 왕국에서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드워프 종족 대장장이 랭커 정도쯤 되어야 초대를 한 번 받고 구경을 갈 수 있을까 말까 정도?
다라즈 왕국을 갔다 온 플레이어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대장장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
태현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여길 진지하게 노리기에는 할 게 너무 많았다.
가서 뭘 얻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저기 가겠다고 시간을 많이 쓸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다니.
‘흠. 흑흑이 위세를 빌려서 은근슬쩍 한 번 구경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위대한 드래곤님! 저희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그… 그래.
흑흑이가 그냥 보내려고 하자 태현이 급히 말했다.
-야. 뭐라도 더 내놓으라고 해.
-보물은 필요 없다고 했는데 뭘 더 어떻게…?
-무기라도 내놓으라고 해.
흑흑이는 그대로 말했다.
-혹시 갖고 있는 무기가 있느냐?
“예? 있습니다.”
-그 무기들을 바치도록 하여라.
“이런 조잡한 무기들을 말입니까???”
-내… 내 부하들이 쓸 거다.
“드래곤님께서 부하들을 직접 챙겨주신단 말입니까?!”
점점 놀라는 드워프들!
흑흑이는 등에서 진땀이 나오는 걸 느꼈다.
그만두고 싶다!
학카리아스를 내가 왜 죽여서!
-그러면 안 되냐!
“죄, 죄송합니다!”
흑흑이가 화를 내자 드워프들은 재빨리 무기들을 두고 갔다.
“역시 드워프들답게 좋은 아이템을 쓰는군.”
태현은 만족하며 무기들을 확인했다.
<잘 만들어진 드워프의 고급 대형 머스킷>, <청동으로 만들어진 사거리 긴 휴대용 소형 대포>….
이런 걸 들고 다니면서 꽝꽝 쏴대는 드워프들의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고블린들의 불안정한 기계공학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안정감!
[드워프들의 뛰어난 무기를 보았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제작법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 포병대를 더 무장시켜야지.’
대포뿐만 아니라 머스킷부터 시작해서 각종 기계공학 무기들은 다 들고 다니게 할 생각!
‘이다비도 상인 직업이다 보니 전면에서 뛰기는 좀 그렇고, 포병대와 같이 다니게 하면 괜찮을 거 같아.’
태현 파티는 꽤 독특한 구성이었다.
좋게 말해주면 독특한 거였고, 나쁘게 말하면 괴상한 구성!
힐러도 없고 탱커도 부족하고….
솔직히 태현이 아니었으면 벌써 몇 번이고 파티가 박살 났을 것이다.
‘포병대를 좀 튼튼하게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굴려야지.’
태현이나 케인은 어디에 버려둬도 일단 버틸 수는 있었다.
그에 비해 나머지는 다들 맷집이 약한 편!
정수혁이나 유지수는 아예 원거리 직업이었고, 이다비는 좀 나은 편이었지만 전투 직업이 아니니….
‘다라즈 왕국 가서 포병대가 쓸 머스킷이랑 대포 달라고 하면 주려나?’
자연스럽게 뜯어낼 생각을 하며 태현은 일어섰다.
“골렘. 학카리아스 레어에 대장간 없지?”
-없음. 없음.
“뭐… 상관없나. 고문실 하나 개조해서 대장간으로 쓰면 되니까….”
아까 챙긴 금속들과 새로 얻은 제작법들로 장비들 좀 대량 생산할 생각이었다.
케인이 갖고 있던 아다만티움 섞인 갑옷도 녹여야 하고!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도 더 만들어야지.’
“이다비. 지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중에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 갖고 있는 애가 몇 명이지?”
“지금 86명이네요.”
“딱 100명만 채워봐야겠다.”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
레벨 1만 착용 가능한 대신, 일순간 무적 상태를 만들어주는 강력한 스킬이 달린 갑옷이었다.
태현은 이걸 착용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몰래 양성하고 있었다.
나중에 언젠가 써먹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땅, 땅, 땅-
태현은 레어를 개조하고 신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케인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우리는 뭐 할 거 없어?”
“흑흑아. 얘 좀 데리고 가서 밖에 있는 독 늪지에 좀 굴려라. 체력 스탯 올리게.”
-크헬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 야! 그거 진짜 위험하다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드워프의 고급 대형 신성 머스킷>이 완성되었습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개량된 초장거리 휴대용 소형 신성 대포>가…]
[대장장이 기술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얻은 제작법이어도 태현이 만들면 추가 버프가 덕지덕지 붙었다.
아무리 뛰어난 드워프들이라도 불가능한, 태현만이 가능한 버프!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을 제작했습니다.]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새 제작법을 얻었습니다!]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
악마 대장장이들한테 내려온 각종 아이템 제작법을 모은 비전 스킬!
스킬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랜덤으로 제작법이 풀리는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뭐지?’
태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했다.
[<악마가 빙의된 대포> 제작법을 얻었습니다.]
“…???”
이름만 보면 대체 뭔 대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악마가 빙의된 대포:
내구력 ?/?, 물리 공격력 ?/?, 마법 공격력 ?/?
스킬 ‘빙의된 악마 소모’, 스킬 ‘빙의된 악마 폭발’.
빙의된 악마가 포탄을 조종함.
악마의 영혼을 가혹하게 묶어둔 대포다. 한 번 발사할 때마다 포탄에 빙의된 악마가 포탄을 올바르게 조종해 줄 것이다.
한마디로….
유도탄!
‘와. 악마 대장장이 놈들. 정말 대단하군.’
제작 재료에 악마들의 정수가 꽤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효과를 보면 아쉽지가 않았다.
대포는 다 좋았지만 그 명중률이 아쉬운 무기.
상대가 빠르기라도 하면 맞추기는 더 힘들었다.
그런데 한 번 쏘면 빙의된 악마가 알아서 조준해 준다니.
당하는 사람들은 뭐에 당하는지도 모르고 당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악마들은 정말 괴롭겠지만….
‘뭐 악마니까 괜찮겠지!’
[카르바노그가 악마들을 동정합니다.]
* * *
태현이 신이 나서 각종 사악한 병기들을 제작하고 있을 무렵, 레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정체불명의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위대한 드래곤님. 저는 안에 있는 아탈리 왕국 국왕 폐하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
-…?
태현과 흑흑이는 서로 쳐다보았다. 쟤 누구냐?
“설마 블랙 드래곤이 변장한 건 아니겠지?”
-블랙 드래곤은 그런 쪼잔한 짓을 하… 긴 하지만, 아닌 거 같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저 손님은 천사라고 말해줍니다.]
‘…!’
천사라니.
천사라면 아낌없이 퍼주는 바로 그 종족?
[카르바노그가 뭔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태현은 요하스를 떠올렸다. 요하스는 정말 좋은 천사였다.
파이토스를 믿는 천사였지만 태현을 도와주는 데 최선을 다한 천사!
[…….]
‘파이토스 믿는 천사면 좋겠다.’
태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파이토스도 사디크 못지않게 잘 퍼주는 신!
그러나 아쉽게도 태현의 기대는 빗나갔다.
“혹시 파이토스를 믿나?”
“아닙니다. 그보다 폐하!”
“…?”
“지금 폐하께서 심으신 세계수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어…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하나?”
지금도 사람들은 밤낮을 아끼지 않고 세계수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신성한 모습인가!
“원래 이 중간계는 마계, 천계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악마들이 쉽게 대륙에 오지 못하는 것도 그것 때문인데….”
그렇게 강한 악마들이 대륙에 쉽게 오지 못하는 건 다 제약이 있어서였다.
오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도 모자라 오는 순간 레벨에 많은 제약이 걸렸다.
“저 세계수 때문에 서로 간의 연결이 가까워졌단 말입니다! 이대로라면 악마들이 더 쉽게 넘어올 것입니다.”
“아. 그래. 악마들이 오더라고.”
태현은 자기를 보고 도망치던 악마들을 떠올렸다.
너무한 거 아냐?
“폐… 폐하!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지.”
“그, 그런데도 가만히 계셨던 겁니까?”
“나보고 어떡하라고? 최대한 막았는데?”
“세계수를 잘라주십시오!”
“아. 그건 무리야. 걔가 되게 튼튼하더라고.”
물론 부술 수 있어도 부수지 않았을 것이다.
마계부터 천계까지 태현이 갈 곳이 많았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륙이 위험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한데?”
“악마들이 내려와 사람들을 위협할 겁니다!”
“으음?”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별로 위험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악마가 위험한가?”
“위험합니다! 악마를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존재입니다.”
태현은 아까 만들고 있던 <악마가 빙의된 대포>를 슬쩍 옆으로 밀어 넣었다.
천사가 봐서 좋을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악마가 얼마나 위험하냐면 왕국에 침투해 왕국끼리 싸움을 붙일 수도….”
“아니 진짜?”
그런 순기능이?
에랑스 왕국하고 오스턴 왕국이 싸웠으면 좋겠다!
천사는 자기가 말할수록 태현이 기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와 같이 악마들을 막아주십시오! 이 대륙을 지켜주십시오!”
<악마를 막아내라-??? 교단 퀘스트>
서로 다른 차원을 잇는 세계수 때문에 천사와 악마들이 대륙에 더 쉽게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정체불명의 천사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륙으로 오는 악마들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륙으로 오는 악마들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 그렇게 한다면 천사들은 당신의 업적에 큰 감명을 받으리라.
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