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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01화 (801/1,826)

§ 나는 될놈이다 801화

오던 뉴비들도 도망갈 것 같은 대사!

“이렇게 재밌는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회장님. 모르는 놈들이 이상한 겁니다!”

정 실장은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말했다.

생각은 생각이고 말은 말!

“낚시는 여기까지만 하고 상점을 열지.”

유 회장과 낚시꾼들은 처음에는 상인들한테 물고기를 팔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직접 파는 게 여러모로 이득!

스킬 보너스도 들어가는 데다가 이득도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즐거움도 있었다.

-아니! 이렇게 신선한 물고기는 처음 봅니다! 심지어 상처 하나 없어!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유 회장이 낚은 물고기를 보면 감탄했다.

희귀한 물고기인 것도 놀라운데 그걸 낚은 솜씨는 더 놀라웠다.

상처 하나 없는, <최상급>이나 <완벽한> 수식어가 붙는 물고기들!

요리의 결과물을 몇 배로 늘려주는 훌륭한 재료들이었다.

“어르신. 눈송이 물고기 있습니까?”

“어? 자네 또 왔군.”

유 회장은 플레이어 하나를 알아보고 반색했다.

유 회장이 이 플레이어를 기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장사 시작한 날부터 찾아왔던 단골!

벡텔 시 앞바다에서 나오는 희귀한 물고기인 <눈송이 물고기>만 찾는 플레이어였다.

-어르신. 눈송이 물고기 있습니까?

-눈송이 물고기 있습니까?

-눈송이 물고기….

만약에 눈송이 물고기가 안 낚인 날에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보는 유 회장의 가슴이 다 미어질 정도!

“자네는 대체 왜 눈송이 물고기만 찾는 건가? 혹시 요리사인가?”

“예? 아닙니다.”

“그러면 왜?”

“술안주로….”

“…….”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에 유 회장은 당황했다.

“이게 가장 좋더군요. 감칠맛이….”

“그, 그래.”

나이가 좀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꼬박꼬박 사 간 이유가 술안주였다니!

“제가 밖에서는 술을 못 마시거든요. 간이 안 좋아서… 그래서 이렇게 안에서 마시게 됐습니다.”

“그래. 알겠네. 자. 여기 물고기 있어.”

“어르신. 제가….”

“…….”

유 회장은 순간 잘못 건드렸다는 걸 느꼈다.

중년 남자는 묻지도 않았는데 구구절절 인생 사연을 읊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눈송이 물고기만 사가는 게 궁금해서였는데…!’

“아. 좀 마시면서 해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게나.”

유 회장은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중년 남자는 벌써 술병을 꺼내더니 눈송이 물고기를 슥슥 잘라내어 같이 먹기 시작했다.

옆에는 초장까지 꺼내서 먹는 폼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칼을 잘 쓰는데?’

물고기 회 뜨는 솜씨가 거의 요리사 수준!

“캬. 어르신도 한잔하시겠습니까?”

“난 됐네.”

“그럼 저만 마시겠습니다.”

남자는 신나서 마시더니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원래 회사 잘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회사에서 잘리고 연 치킨집도 망하고 하니까 할 게 없더군요. 제가 이래 봬도 나름 젊었을 때 게임 좀 하던 사람이라 판온을 시작해서….

“잠깐. 잠깐만.”

유 회장은 이해가 안 가서 말을 멈췄다.

“예?”

“직장에서 잘렸는데 왜 게임을?”

“어르신. 판온이 얼마나 돈이 잘 되는데요. 지금 제가 회사 때보다 조금 더 많이 법니다.”

“그… 그래?”

유 회장은 당황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술을 마시며 하소연을 하는 거지?

“혹시 정들었던 일을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게임을 하는 게 괴로워서 이러는 건가?”

“예? 아닙니다. 게임이 훨씬 더 재밌는데요. 직장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죠.”

“??”

“명예퇴직한 친구들하고 같이 길드도 만들었는데요.”

그랬다.

중년이 되어서 새로 찾은 적성!

남자는 판온으로 길을 찾게 되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러면 왜 술을?”

“술을 좋아하니까요?”

“…….”

직장에 잘려서 괴로운 탓에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술을 좋아해서 여기서 마시는 것이었다.

걱정해서 손해 봤다!

‘에잉. 요즘 놈들이란….’

정말 곤란한 거라면 단골의 정을 생각해서 뭐라도 좀 해주려고 했건만!

“그런데 신기하군. 대회도 안 나가고 하는데 돈이 벌리나?”

“아이템 팔고 정보 팔고… 꼭 유명한 선수가 아니더라도 돈 되는 건 많습니다. 어르신. 저희 <가늘고 길게> 길드는….”

참 슬픈 이름의 길드라고, 유 회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것에 아주 능숙하거든요.”

유 회장이 걱정해 주는 것과 달리, 이 중년 남자, 이중섭은 나름 준랭커에 들어갔다.

젊은 사람들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실전으로 잔뼈가 굵은 것이다.

각종 의뢰를 받고, 정확한 정보와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사이트에서는 나름대로 유명!

“사실 제가 어르신의 물고기만 사는 건, 어르신이 낚시 기술이 대단해서도 있지만 저와 같이 느껴져서도 있습니다.”

“…???”

“어르신도 잘리신 거 아닙니까?”

판온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 동안 접속하고, 계속 낚시만 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유 회장은 기가 막혀서 입을 떡 벌렸다. 그러나 이중섭은 그걸 다른 의미로 오해한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자른 놈이 나쁜 놈이죠!”

“그… 그… 그게….”

유 회장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같은 명퇴자끼리 서로 응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르신,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십시오. 저희 길드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비슷한 길드들과도 친하게 지내거든요.”

수입을 만들 때 태현처럼 선수로 뛰거나, 쑤닝처럼 대형 길드를 이끌면서 영지를 경영하는 화려한 방법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판온에서 수입을 만드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넘었다.

이다비처럼 길드 방송이나 광고료를 받거나, 아이템을 팔거나, 정보를 팔거나, 의뢰를 받거나 등등….

폼은 나지 않더라도 착실하게 수입을 올릴 방법이 많았다.

생계형 플레이어!

이중섭은 다른 명퇴자들과도 손을 잡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지냈다.

생계형 플레이어로 오래 살려면 여러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디 던전이 좋다든지, 어느 길드 의뢰가 좋다든지….

“어르신도 들어오시겠다면 환영입니다.”

“…나는 됐다.”

유 회장은 이중섭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말을 준비했다.

상대가 들으면 실망하고 떠나가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사실…!

“흠흠. 자네. 나는 사실….”

“그런데 어르신. 저도 낚시를 좀 배워보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

유 회장은 말하던 걸 멈췄다.

“어.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사실… 직장에서 잘렸다고 하려고 했지. 낚시를 배우고 싶다고? 아주 잘 생각했네.”

“네. 직접 해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요. 어디서 잘리셨습니까?”

“유, 유성 그룹.”

“유성 그룹! 와. 어르신. 그래도 대단한 곳에서 다니셨네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아닌가. 이중섭은 감탄했다.

역시 대기업 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왕국도 운영하고 그러나 보구나!

“유성 그룹이 이런 인재를 몰라보다니 참….”

“그런가?”

유 회장은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졌다.

“판온에서 왕국을 누가 갖고 있습니까? 이거 아무나 못 해요.”

중앙 대륙의 영지가 아니라 무시당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엄연히 유 회장도 왕이었다.

무시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이중섭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유성 그룹은 그때 과징금도 냈었죠? 하여간 나쁜 놈들입니다.”

“그건 회장이 아니라 사장 놈이…!”

“예?”

“아무것도 아닐세.”

유 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멋들어진 부착 수염>을 쓰다듬었다.

장착하면 연륜 있어 보이게 만들어주는 아이템!

아까 명퇴하고서 할 일 없이 낚시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았을 때에는 그냥 버릴까 싶었지만, 좀 더 차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 *

[에랑스 왕국 백기사단이 도착합니다!]

“살았다!”

에반젤린과 최상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랑스 왕국으로 도망친 살라비안 교단!

그 살라비안 교단을 끝내기 위해 둘은 수십 개가 넘는 연계 퀘스트를 거치고 온 상태였다.

살라비안 교단은 만만치 않아 정말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 에랑스 왕국 백기사단이 달려오고 있으니 다 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기 산 가운데에 있는 동굴 요새에 숨어 있는 살라비안 교단만 박살 내면…!

“정말 길었다…! 하필이면 이런 일을 맡아서…!”

“넌 김태현 친구기나 하지 난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왔다고!”

에반젤린은 새삼 억울해졌다.

같은 뱀파이어란 이유만으로 ‘그럼 네가 해야겠네!’라고 떠넘겨진 장기 퀘스트!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속아 넘어간 기분이었다. 은근슬쩍 에반젤린한테 맡기고 손을 턴 태현!

“같은 뱀파이어인데 처리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거든?”

“대주교만 잡으면 될 테니 기사들이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

최상윤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누가 김태현 친구 아니랄까 봐….”

“너…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냐?!”

진심으로 상처받은 최상윤!

태현에 비하면 그는 엄청 선량한 플레이어라고 자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랑스 왕국 백기사단이 후퇴합니다!]

-크아악! 후퇴! 후퇴하라!

-이런 사술을 쓰다니! 사악한 놈들!

-너무 강하다! 으아아악!

“????”

에랑스 왕국 기사단이 후퇴한다고?

둘은 당황해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살라비안 교단 대주교의 음산한 목소리가 주변을 크게 뒤덮기 시작했다.

-가소로운 것들! 살라비안 님의 힘을 네깟 놈들이 당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지금이라도 땅에 이마를 박고 자비를 구걸해라!

“…….”

“…….”

“김태현 부르자.”

“그래. 불러야겠다.”

둘의 뜻이 일치했다.

이제 더 이상 못해 먹겠다!

* * *

[강철 망치 드워프 부족들이 레어의 새 주인에게 인사를 드리러 들어옵니다!]

“미천한 강철 망치 드워프 부족이 위대한 블랙 드래곤님을 뵙습니다.”

-오… 오냐.

“…???”

공물을 잔뜩 짊어지고 온 드워프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이… 왜 저렇게 작지?

-흑흑아. 제대로 하자. 여기 근처 드워프들이 너 토벌하려고 전부 오는 꼴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새로 바뀐 드래곤이 만만하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근처 모든 드워프들이 덤벼들 것이다.

이제까지 쌓인 원한!

그 말을 들은 흑흑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히 내 앞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니!

“히이익! 죄송합니다. 위대한 드래곤님!”

드워프들은 바로 넙죽 엎드렸다. 상대가 엄청 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드래곤 아닌가.

건방지게 굴었다가는 마을 통째로 날아갈 수 있었다.

-그래! 날 무슨 이유로 보려고 한 것이냐!

“새로 주인이 된 드래곤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 선물을 받아주십시오!”

촤르륵!

드워프들은 영차영차 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수레에 가득한 금은이 눈부셨다.

흑흑이는 그걸 보고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이건가!

이것이 진짜 드래곤의 삶인가!

웬 이상한 잡신을 따라다니면서 생고생만 하는 게 아닌, 이렇게 물질적 보상이 팍팍 들어오는 삶!

-흑흑아. 너 표정 관리 안 하냐?

-죄, 죄송합니다.

순간 정신을 놓으려던 흑흑이는 다시 정신을 붙잡았다. 아직 정신을 놓으면 안 됐다.

흑흑이가 말을 하지 않자 불안해진 드워프들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적은 양이라!”

-…?

흑흑이는 당황했다.

이것도 생전 처음 보는 막대한 보물인데?

“너무 적고 평범한 보물이라 죄송합니다! 크흐흑!”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더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학카리아스는 성질도 까다로웠다.

그냥 금은보화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걸 이용한 아름다운 조각상 정도는 만들어와야 ‘수고했다’ 한 마디 정도 던져주는 것!

드워프들은 조심스럽게 수레를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흑흑이는 애가 탔다.

-잠…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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