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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00화 (800/1,826)

§ 나는 될놈이다 800화

“김태현!”

“어? 어떻게 알았지?”

“지금 용용이랑 흑흑이 데리고 다녀서 아닌가요?”

한 드래곤은 평소 보던 그대로였고, 한 드래곤은 평소랑 좀 모습이 달랐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저런 걸 데리고 다닐 놈이 한 명밖에 없다는 것!

“네, 네, 네, 네가 왜 여기에?”

“왜냐니. 나도 레어 공략하러 왔지. 근데 너희가 너무 느려서 혼자 들어가서 깨고 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걸 어떻게 혼자서 깨냐!”

앨콧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외쳤다. 다른 랭커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현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레어는 절대 저 인원으로 깰 수 없는 수준….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골렘아. 앞으로 가자.”

-이동. 이동.

“!!!”

그러고 보니 태현은 아까 공격해 오던 골렘을 타고 있었다.

대체 저걸 어떻게 길들여서 타고 있는 거지!?

“잠, 잠깐. 진짠가 본데?”

“깬 거 아니면 저걸 어떻게 데리고 다니는 거야?”

파티 사이에 퍼지는 혼란!

아무리 생각해도 레어를 깨지 않았다면 저 골렘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다.

크로포드가 급하게 태현을 불렀다.

“김태현! 김태현!”

“야. 얌전히 가는 김태현을 왜 불러?”

앨콧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크로포드는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앨콧을 쳐다보았다.

“나가는 데 도움받아야 할 거 아냐!”

“아….”

그랬다.

지금은 김태현이 진짜 깼니 안 깼니 소리를 할 때가 아니었다.

안 깼어도 도와달라고 해야 할 때!

“김태현!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나가는 거 도와달라고?”

“그… 그래.”

순간 랭커들은 얼굴을 붉혔다.

쪽팔려!

솔직히 이 레벨 먹고 던전 들어와서 스스로의 힘으로 못 나가니 도와달라고 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다.

원래 초보자 때나 겪는 일인데….

“태현 님. 저 사람들 왜 저렇게 시선을 못 마주치죠?”

“아마 자기들 힘으로 못 나가는 게 부끄러워서 그렇겠지.”

“실패하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요?”

“쟤네들은 부끄러워해야지. 저 레벨 먹고 무슨 근자감으로 여기를 와.”

쿡쿡 찌르는 말들!

랭커 중 한 명이 항의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도와는 줄 수 있는데… 너 나한테 맡겨놨냐?”

“어… 어?”

태현의 싸늘한 말투에 방금 말한 랭커는 당황했다.

앨콧, 크로포드와 친해 보여서 좀 끼어든 건데….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초보 애들도 던전에서 나가는 거 도와달라고 할 때는 아주 공손하게 부탁하는데….”

“쟤네가 말할 때는 뭐라고 안 했잖아!”

“그야 쟤네들은 VIP고 너희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VIP?”

“그게 뭐지?”

“앨콧이 김태현이랑 그렇게 친했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VIP가 뭐지?

심지어 앨콧도 의아해했다.

내가 왜 VIP?

크로포드는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VIP의 뜻을 이해한 것이다.

“야. 호구란 뜻이잖아….”

“…!!!”

저번 해적왕 유배지 때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때 구해주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걸 뜯겼는지 생각해 보면….

앨콧과 크로포드는 울컥했지만 보는 눈이 있어서 따질 수도 없었다. 그들도 체면이 있었으니까.

“너희들도 VIP가 되면 내가 좀 친절하게 대해줄 수 있다.”

“VIP? 그거 어떻게 할 수 있는 건데?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

태현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수록 앨콧과 크로포드만 죽을 맛이었다.

“자. 그러면 나가기 전에… 계산부터 할까?”

“…?”

“아키서스 교단 안 믿는 사람 지금 개종하고 가자.”

태현은 이제 노골적이었다.

기회가 되면 일단 가입시키고 보자!

나중에 탈퇴한다 하더라도 일단 가입시키는 게 이득이었다.

“교단은 너무하잖아!”

“맞아! 우리가 쌓아온 게 얼마인데!”

“우우우! 횡포다!”

랭커들의 항의에도 태현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싫으면 말던가. 10초 준다. 10. 9. 8….”

“앨콧! 김태현 좀 설득해 봐!”

“크로포드 너도!”

연합 파티는 앨콧과 크로포드를 불렀다. 그나마 태현과 친해 보였던 것이다.

“응?”

그러나 앨콧과 크로포드는 이미 모르는 척 태현 쪽에 서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전에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했으니까!

“…….”

“…….”

슬슬 VIP의 뜻이 어떤 뜻인지 느낌이 오는 파티원들이었다.

* * *

아무리 싫다고 뻗대봤자 이미 승패가 정해진 싸움이었다.

전원 가입!

“그래. 훌륭하다.”

“그럼 이제 빨리 내보내 줘.”

“아직 안 끝났어. 자. 이 골렘을 타고 나가려면 이용료가….”

“…야!!”

“장사 하루 이틀 하냐? 원래 DLC로 이렇게 다 추가되는 법이야.”

독 피하는 옵션부터 정문 열어주는 옵션까지 다 받을 생각 가득!

“골드 내면 되냐?”

“골드라니.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보여?”

“…?”

뭔 개소리야?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었어?

일행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지만 태현 앞에서 그렇게 말할 용기는 없었다.

“골드는 됐고 아이템으로 내놔라. 좋은 걸로 딱 하나만 받는다.”

랭커들의 장점은, ‘나 가진 거 없어 배 째!’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랭커는 털면 나온다!

털다 보면 주머니에 숨긴 무언가가 꼭 나오게 되어 있었다.

“자자. 성실하게 자진납세하고 가자 애들아. 거짓말하면 아키서스가 많이 싫어한다. 저주받을 수도 있어.”

[카르바노그가 기가 막혀 합니다.]

자기 신까지 팔아서 장사하는 지독함!

연합 파티는 결국 탈탈 털리고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면서 앨콧은 토바를 쳐다보았다.

“뭐? 스파이라고? 인마?”

“죄… 죄송.”

흑흑이가 태현을 슬쩍 불렀다.

-주인님.

-왜?

-그런데 여기 정문에 아까 그… 미친 거인 놈이 하나 있었잖습니까.

-아. 그랬지.

미친 거인 전사 랑드버그!

흑흑이는 불안했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놈도 제대로 들었으려나?

-괜찮아. 괜찮아.

-그렇겠죠? 헤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주인 바뀐 것 정도는 알아듣게 해놨을 테니….

-응? 아니. 이미 받을 거 다 받았으니까 얘네 죽어도 된다는 뜻이었는데.

언제나 선불로 받아야 한다!

이럴 때에도 손해는 보지 않았으니까!

-앗. 네.

결과적으로 흑흑이의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학카리아스 작아졌다…?

랑드버그는 주인이 바뀐 건 알아본 것이다.

태현은 랑드버그를 탐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좀 더 이용할 수 없을까?

“혹시 레어를 지키기 위해서 레어 밖으로 나가서 싸울 생각은 없니?”

레어 지킨다는 핑계로 데리고 나가 써먹어 볼 생각!

그러나 랑드버그는 칼 같았다.

-여기 지킨다!

[대화 가능한 상대가 아닙니다. 설득이 실패합니다.]

아예 상대 말을 듣지 않는 강력함!

아키서스의 혓바닥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태현은 포기하지 않고 몇 마디 더 말을 걸어보려 했다.

“오늘 날씨가….”

-여기 지킨다.

“그 무기 좋아 보이는데….”

-여기 지킨다.

‘이 자식 내 말 안 듣고 있군.’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물러섰다.

어떻게든 써먹고야 말겠다!

일행은 걱정했던 정문을 통과해 레어 밖으로 나갔다.

아까는 그렇게 독이 터져 나오던 늪지도 잠잠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광경!

대체 이걸 어떻게 한 거지??

“야. 그런데… 레어 털었으면 보물도 얻었냐?”

이제야 문득 생각이 나서 앨콧은 슬쩍 물었다.

만약 태현이 드래곤 레어를 털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자금!

아탈리 왕국을 미친듯이 개발해도 골드가 남아돌 수준의 자금이 태현 손에 들어간 것이다.

“아냐. 보물 없더라.”

“뭐? 진짜??”

“내가 너한테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냐? 확인해 보니까 학카리아스는 지 보물 지가 갖고 다녔던 모양이야. 블랙 드래곤 놈들은….”

“아….”

앨콧은 납득했다.

확실히 드래곤 정도 된다면 보물을 갖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았다.

“맞다. 길드 동맹 내분 난 거 봤냐? 갈라질 거 같더라.”

“잘됐군.”

평원에서의 패배와 학카리아스 사망으로 인해 길드 동맹은 최악의 순간을 겪고 있었다.

가장 최악인 건 소속 길드들의 이탈!

에랑스 왕국 쪽 대형 길드들이 작정하고 포섭을 시작한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 놈들이 다 해먹는 거 보고 있을 거냐! 이쪽으로 와라!

-길드 동맹의 시대는 끝났다!

미국, 유럽, 한국 등 평소 길드 동맹에게 당한 거 많은 길드들!

앨콧도 고민이었다.

“원래 나도 나라만 보면 에랑스 쪽 애들하고 더 맞는데… 중국 애들 좀 안 맞는다고.”

“아냐. 넌 길드 동맹에 있어야 해.”

“역시 그런가?”

앨콧은 태현의 말을 듣고 멈칫했다.

확실히 앨콧은 길드 동맹을 그냥 나오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길드 동맹 랭커 중에서도 앨콧은 꽤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세운 공이 많았기 때문에!

영지도 얻었겠다, 아키서스 관련 아티팩트도 길드에 바쳤겠다….

“난 영지도 있으니까 내가 나갈 경우 내가 시범 사례로 공격받을 수도 있겠군.”

앨콧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길드 동맹이 갈라지는 분위기에서 가장 필요한 건 희생양이었다.

세게 두드려 맞을 희생양!

-이탈하려는 놈들은 이렇게 된다!

희생양이 하나 나오면 분위기는 잠깐 잠잠해지게 마련.

그렇게 생각하니 앨콧은 오싹해졌다.

‘역시 이 자식은 똑똑해….’

분하지만 앨콧 자신보다 몇 배는 머리 회전이 빨랐다.

그러니까 혼자서 길드 동맹을 농락할 수 있는 거겠지!

“고맙다. 김태현.”

“…?”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앨콧을 쳐다보았다.

‘스파이로 써먹어야 하니까 나가지 말라는 거였는데….’

자기 알아서 혼자 납득하더니 이상하게 감동받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그 말은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 * *

“으음. 더 사람들을 받고 싶은데 말이야….”

유 회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해저 왕국 아란티스는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플레이어 충성도는 대단한 나라였다.

골수 낚시꾼들의 나라!

게다가 <국왕이 미쳤어요!>라는 광고로 요약되는 유 회장의 미친 지원까지.

‘낚시에 관심 있으면 무조건 배 하나 구해서 아란티스로 가라’라는 조언이 초보자 게시판에 수두룩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란티스 왕국 소속 플레이어는 많이 늘지 않았다.

낚시 자체가 판온에서는 좀 마이너한 직업!

유 회장은 다른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도 낚시의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랐다.

꼭 낚시꾼들만 낚시를 하란 법은 없잖은가!

“산적 놈들을 꼬셔볼까요?”

“그놈들은 좀….”

현재 유 회장과 낚시꾼들은 오스턴 왕국 북부 항구도시 벡텔 근처 바다를 쭉 훑고 있었다.

태현으로 인한 대산적시대 때문에 엄청난 호황을 맞고 있는 벡텔 시!

덕분에 낚시꾼들도 활동하기 좋았다.

사람들이 많으면 필요한 음식의 양도 늘었으니까!

물고기를 낚는 대로 족족 사 갔다.

“여러분들! 언제 끝나십니까!”

“저희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쪽배를 타고 나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인들도 있었다.

누구보다 빨리 신선하게 산 다음 빠르게 돌아가 비싸게 팔아먹을 속셈!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팔 테니 신경 쓰지 말게.”

“허어억!”

“어떻게 그럴 수가!”

“너무해! 낚시만 하면 됐지 왜 상인까지!”

“…저 사람들 좀 쫓아내 보도록.”

“예! 폐하!”

유 회장의 말에 낚시꾼들이 우르르 노를 저어 상인들을 밀어냈다.

“저리 가라! 낚시하는 데 방해되시잖아!”

“노로 한 대 맞고 싶냐! 비켜!”

정 비서실장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저래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

플레이를 보고 ‘와 재밌겠다!’ 해야지 들어오는데, 낚시는 기본적으로 뉴비가 재미를 느끼기 힘드니….

거기에 낚시꾼들은 기본적으로 뉴비들을 잘 끌어들이지 못했다.

-낚시 어떻게 하는 거냐고? 이렇게 낚싯대를 휘두른 다음 한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뭐? 재미없다고? 이런 고얀… 네가 낚시의 재미를 알아? 낚시는 이런 맛으로 하는 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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