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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6화 (796/1,826)

§ 나는 될놈이다 796화

다행히 연합 파티에는 힐러들이 많았다. 사제들이 곳곳에서 나서며 치료에 나섰다.

“가만히! 움직이지 마세요! 조준하기 힘듭니다!”

“모두 침착하게 버텨라! 죽을 정도는 아니다!”

곳곳에서 랭커들이나 파티장들이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독기보다 더 위험한 게 혼란!

중독 상태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당황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었다.

연합 파티인 만큼 더더욱 그랬다.

“해독 마법 걸었….”

[짙은 검은 마력의 늪에서 독기가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중독됩니다!]

“…!”

아직 공략은 시작도 안 했는데, 시작부터 쉽게 끝나지 않는 늪의 독기였다.

사제들이 해독을 했는데도 계속 올라오면서 중독을 시키는 집요함!

과연 학카리아스가 만든 함정다웠다.

“한 번 나오고 끝이 아니었어?!”

“근원지 찾아서 정화해!”

“아니야! 무시하고 가는 게 나아!”

이런 강력한 함정이 한 번 터지고 끝이 아니라니!

연합 파티는 당황해서 허둥지둥했다.

“4번 파티! 4번 파티 늪으로 접근해 독이 올라오는 근원지 찾아!”

“그냥 가자니까?!”

“음. 벌써 개판이군.”

맨 뒤에서 따라오던 태현 일행!

태현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한테도 독기 올 테니까 준비해라.”

“네!”

“어… 근데 어떻게?”

케인은 당황했다.

태현 일행에는 힐러가 없다!

원래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성이었지만, 하도 이렇게 다니는 데에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해독제 포션 써.”

“계속?”

“참고해야지 뭐.”

“뭘 참고해?”

“아니. 그냥 참고 버티라고.”

“…….”

케인은 조용히 해독제 포션을 꺼냈다.

참고 하라면 참고 해야지 뭐!

그러나 해독제 포션을 쓸 일은 오지 않았다.

“?”

“??”

독기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뭐냐?”

“어… 안 오는데?”

독기가 분명 가까이 다가왔는데, 닿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다.

태현은 의아해했다.

회피도 안 떴는데? 뭐지?

[짙은 검은 마력의 늪의 독기가 블랙 드래곤 흑흑이를 피해갑니다!]

“…녀석!”

태현은 흑흑이를 껴안았다.

역시 데리고 오길 잘했어!

쓸모가 있군!

-크헷헷. 주인님. 제가 이 정도입니다.

“오냐. 오늘만은 잘난 척해도 좋다.”

태현은 언령 스킬을 준비했던 걸 취소했다.

원래 중독되면 해독하고 주변에 결계라도 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설마 해독제 포션만 믿고 있었을까!

태현 파티는 생각지도 못한 흑흑이 덕분에 함정을 그대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의 파티들은 아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난리가 났다.

“4번 파티! 근원지 찾으라니까!”

“앨콧 저놈 아직도 저 버릇 못 고쳤네. 여기가 길드 동맹인 줄 아나?”

태현은 쯧쯧 혀를 찼다.

길드 동맹에서야 저렇게 명령을 내려도 되겠지만, 연합 파티에서는 저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안 됐다.

평상시에는 통하겠지만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는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지금 연합 파티에서 4번 파티가 늪과 가까워서 명령을 받았지만, 4번 파티 입장에서는 그냥 손해 보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잘 꼬드기고 좀 달래줘야지 저걸 저렇게….’

태현의 예상대로, 4번 파티의 파티장과 파티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저길 들어가라니 죽으라는 거냐?”

“그냥 원거리에서 다 같이 정화 갈겨!”

“뭐? 그래서 해결이 될 리가 없잖아! 저렇게 넓은 곳인데 무작정 갈겨봤자….”

앨콧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외치려 들었지만 크로포드가 말렸다.

“야.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자.”

“해독 안 하면 앞부터 뒤까지 계속 피해 입어!”

“쟤네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 너 같으면 네 명령 듣겠냐? 얻는 거 하나 없잖아.”

“…!”

크로포드의 말에 앨콧은 정신이 들었다.

“…젠장! 앞으로 달려! 독기는 무시하고 들어간다!”

“그래. 그냥 가자.”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앨콧이 뒤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김태현이 말하면 다 듣던데….”

“네가 김태현이냐? 그리고 김태현 따라다니는 애들은 좀 광신도잖아.”

* * *

“오. 통과했군. 하긴 여기서 전멸하면 그것도….”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의 맹독 골렘이 나타납니다!]

[맹독 골렘은 침입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촤아악!

늪지대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사방에서 골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연합 파티들도 이 정도는 각오한 상태였다.

“파티별로 나눠서 맡는다. 전투 개시!”

태현도 나타난 맹독 골렘을 보고 탐냈다.

‘정수 좀 챙기고, 독 나올 경우 <독소 장착> 스킬도 강화시킬 수 있겠군!’

빠르게 견적을 낸 태현.

그러나 맹독 골렘들은 태현 일행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의 맹독 골렘이 블랙 드래곤 흑흑이를 피해갑니다!]

“…….”

앞에서는 다들 골렘 하나나 둘씩 맡아서 치열하게 싸우는데 왠지 왕따 당하는 것 같은 태현 일행!

케인이 주저하면서 물었다.

“야. 그냥 들어갈까?”

“아… 아니. 안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같이 가보자고.”

[맹독 골렘을 쓰러뜨렸습니다!]

[독이 폭발합니다!]

“?!”

“이런 학카리아스 개새…!”

연합 파티들은 죽은 학카리아스가 얼마나 독하고 짜증 나는 드래곤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중삼중으로 설치된 함정!

맹독을 뿜어내는 골렘을 잡았더니 온몸이 폭발해서 독을 뿜어냈다.

결국 파티 하나에서 로그아웃 당한 플레이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레어는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토바! 골렘이 다가온다! 막아줘!”

“크윽! 나도 지금 발이 묶였다고!”

아까 태현 일행을 무시하던 토바 파티도 궁지에 몰려 있었다.

늪의 독기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밀고 들어갔다가 골렘까지 만난 것이다.

평소보다는 몇 배는 어려운 상황에서 싸우는 일!

정신없이 싸우던 토바는 갑자기 뒤에서 쫓아오던 한국인 파티가 생각났다.

자기들도 이렇게 힘든데 얘네들은 벌써 죽었으려나?

가장 뒤였으니까 다른 파티의 지원도 받기 힘들었을 테고….

‘그래도 내가 도와줬어야 했나…? 아냐. 나도 정신이 없었다고!’

미안한 마음에 토바는 힐끗 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

편안히 앉아서 휴식하고 있는 태현 일행!

새로 나타난 맹독 골렘이 태현 일행을 힐끗 보더니, 조심스럽게 피해서 토바 일행한테 다가왔다.

“?????”

“토바! 뭐해!”

“어… 어!”

더 보고 싶었지만 다른 파티원들이 화를 냈다.

지금 한시가 바쁠 때인데 왜 뒤를 보고 난리야!

토바는 허겁지겁 고개를 돌려 다시 싸울 수밖에 없었다.

* * *

“이거….”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

앨콧과 크로포드, 그리고 다른 랭커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학카리아스 죽었다고 들어서 왔는데 난이도가 장난 아니다!

레어 들어가기도 전에 파티 곳곳에서 로그아웃된 플레이어들이 나오고 있었다.

레어 들어가면 떼죽음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앨콧은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이 연합 파티로 레어 공략은 무리가 분명해.’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그만하자고 말을 하진 않았다.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었으니까!

연합 파티한테 가서 ‘여러분! 무리인 거 같으니까 그만하죠!’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꺼져! 너희들끼리 독점하려고 그러는 거지!

…란 반응이 무조건 돌아올 것이다.

그나마 착하고 순진한 랭커 한 명은 연합 파티장들에게 슬쩍 말을 해보려다가 반대만 잔뜩 듣고 돌아온 참.

“…뭐 어쩌겠냐. 계속 가야지.”

“자기들이 선택한 거니까.”

파티들이 저러는데 랭커들도 피할 이유는 없었다.

솔직히 여기서 가장 죽을 확률이 적은 건 그들이었으니까!

아무리 레어가 험난해도 피할 자신은 있었고, 저렇게 파티원들이 많으면 더더욱 피하기 좋았다.

나중에 욕을 먹겠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랭커들은 없었다.

랭커들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계속 전진하기로!

그들이 손해 보는 건 없었으니까!

“그래! 레어가 코앞이다! 가자!”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건 무능한 아군이라는 것을!

* * *

연합 파티는 너덜너덜해진 채로 레어 입구에 도착했다.

인원 중 1/3은 로그아웃된 것 같았다.

확 줄어든 인원!

“레어 입구를 어떻게 여는지가 문제인데.”

학카리아스의 레어는 거대한 산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그 산 밑에 붙어 있는 웅장한 문은 침입자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크로포드. 마법 탐지 가능해?”

“기다려봐. 내가….”

쿠르르릉!

그냥 열리는 웅장한 문!

“???”

“함… 함정인가?”

바로 나오는 의심!

당연히 의심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는 길까지는 온갖 함정이 있었는데 그냥 문이 열린다고?

그러나 태현 일행에게는 다른 메시지창이 떴다.

[블랙 드래곤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레어의 문이 열립니다!]

[학카리아스 레어의 문을 열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그냥 진짜 혼자 올 걸 그랬나?’

-크헷헷. 주인님. 더 칭찬해 주십쇼.

“그래. 그래. 잘했다.”

앞에서 걸어가던 토바가 은근슬쩍 물었다.

“너희… 아까 맹독 골렘 다 잡고 쉬고 있던 거냐?”

“물론이지.”

“!!”

토바는 깜짝 놀랐다.

이 자식들, 숫자 적어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무시무시한 실력자였구나!

-그르르르르릉!

“…?”

알 수 없는 묵직한 소리가 레어 안에서 들려왔다.

플레이어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태현과 용용이, 흑흑이는 알아들었다.

[용의 저주 섞인 말이 레어 안에서 들려옵니다!]

[거인족 전사, 미친 랑드버그가 달려온다고 말합니다!]

“랑드버그가 누구냐?”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위험한 놈이 분명하다, 주인이여!

“그래. 나도 그런 거 같아. 그렇지만 흑흑이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헤헤.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용용이는 흑흑이를 노려보았다. 레어에 오고 나서 유난히 나대는 것 같았다.

“거인 온댄다. 준비해라.”

“뭔 거인이 와?”

태현 앞에 있던 토바가 대화를 듣고 갸웃거렸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열린 문에서 갑자기 바윗덩이가 날아오더니 폭발했다.

그리고 거센 포효가 주변을 진동시켰다.

-침입자! 침입자! 죽인다! 죽인다!

“저… 저거 거인 맞아?”

케인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거인족이 크긴 컸지만 저렇게 크진 않았는데??

쾅! 쾅! 콰아앙!

랑드버그는 들고 있던 몽둥이를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방이 박살 나며 작은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합 파티는 그대로 쓸려나갔다.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압도적인 파괴력이었다.

-레… 레벨 측정!

[상대의 레벨이 너무 높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레벨이 600 이상입니다.]

‘미친?!’

앨콧은 경악했다.

문지기 주제에 무슨…??

-흑흑아. 진짜 너만 믿고 있어도 되냐?

-어… 그게… 어….

흑흑이는 랑드버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작은 산 같은 덩치였다.

맛이 많이 간 것 같은데, 그래도 블랙 드래곤인 거 알아보고 안 때리겠지?

쉬이이익!

“안 때리기는 개뿔! <반격의 원>!”

태현은 번개처럼 달려들어서 랑드버그의 공격을 쳐냈다. 랑드버그가 놀란 눈으로 비틀거렸다.

자기 공격을 막아내는 놈이 있다니!

-흑흑아?

-그, 그게. 저놈이 미친놈이라서 그런지….

-그래. 알겠다.

태현은 바로 포기하고 손짓했다.

연합 파티의 목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버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태현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다른 파티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겁에 질린 플레이어들은 도망쳤고, 아직 남아 있는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달려들었다.

랑드버그를 지나쳐서 레어 안으로 들어간다!

‘그나저나 저놈은 어떻게 저렇게 강한 거지? 학카리아스가 뭘 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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