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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5화 (795/1,826)

§ 나는 될놈이다 795화

“협… 력?”

그 말을 들은 파티들은 웅성거렸다.

협력!

쉽지만 어려운 단어였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대형 던전이나 고난이도 던전 같은 경우에는 파티 하나가 아닌 여러 파티가 연합해서 같이 깨는 경우도 많았다.

파티 하나로는 절대 무리인 보스 몬스터나 던전이 판온에는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연합 파티는 보통 출발 전에 모이고, 규칙을 정하고, 이런저런 약속과 그걸 어길 시의 처벌을 정했다.

그런데도 종종 문제가 터졌다.

파티 하나가 몰래 보상을 빼돌렸다든지, 파티원 중 하나가 잠입하고 들어온 약탈자 플레이어라 보상을 훔치고 튀었다든지….

이 정도면 나은 수준이었다.

정말 질이 나쁜 파티는 아예 다른 파티를 공격했다.

보스 몬스터보다는 네 장비가 더 좋아 보인다!

사전에 공을 들여 준비한 연합 파티도 이런 문제가 터지는데, 이렇게 즉석에서 만나서 협력하는 파티들은 어떻겠는가?

못 믿는 것도 당연했다.

“뭘 믿고?”

“맞아. 여기 중 절반은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상위권 랭커쯤 되면 처음 보는 얼굴이라도 이름을 알 법하지만, 그 밑만 내려가도 어지간하면 이름을 알기 힘들었다.

판온의 플레이어 숫자는 그만큼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하물며 여기는 겁 없는 고렙 플레이어 파티까지 몰려왔으니….

“잘 생각해 봐. 여기는 그 학카리아스의 레어라고. 파티 하나로는 무리야.”

“학카리아스는 뒤졌잖아.”

“죽어도 드래곤 레어는 레어지. 너 드래곤이 얼마나 마법에 강한지 알고 있냐? 레어에 배치된 골렘만 해도 수십, 수백 채가 될 수 있다고. 게다가 부리고 있는 종족들도 있고.”

이야기를 꺼낸 파티의 말이 그럴듯했는지, 파티들 중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못 믿는 파티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너희를 어떻게 믿고?”

“그냥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깨고 싶은데.”

“같이 할 거면 너희가 무조건 앞장서라.”

“뭐? 이 자식들이 뭐라는 거야?”

이런 말을 듣고 참고 있을 사람은 얼마 없었다.

슬슬 험악해지는 분위기!

그러자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던 랭커들이 나섰다.

“아니. 연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크… 크로포드!”

“저건 앨콧이다!”

서로 싸우던 와중에 유명한 랭커들의 등장은 그만큼 무게감이 있었다.

“요한손까지 있어!”

“랭커들이 얼마나 온 거야?”

곳곳에서 등장하는 랭커들에 싸우던 파티들도 움찔했다.

“일단 연합하자. 뒤통수를 치는 건 나중에 걱정해도 되니까.”

“맞아. 뒤통수를 치는 놈이 있으면 내가 꼭 쫓아가서 죽여주지.”

앨콧의 기세등등한 말에 플레이어들은 침을 삼켰다.

암살자 랭커로 유명한 앨콧의 협박을 그냥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게다가 요즘 앨콧은 에랑스 왕국에서 처음으로 영지를 받은 플레이어로 한창 잘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랭커들도 앨콧을 주목할 정도!

‘길드 동맹은 망해가는데 저놈 혼자 잘 나가는군. 주의해야겠어.’

‘앨콧 저놈… 언제 저렇게 컸지?’

* * *

“??”

검은 묘비 산맥 근처에 온 태현은 당황했다.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다!

“일단 변장부터!”

“네!”

태현 일행은 이제 변장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죽하면 케인이 변장 스킬 중급을 찍었을까!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한두 번 하면 많은 변장을 그들은 매번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길드 동맹이 함정을 팠나?’

생각해 보니 자기라면 가장 먼저 했을 짓이었다.

태현은 스스로를 반성했다.

길드 동맹을 너무 얕봤구나!

‘좀 더 치밀하게 머리를 굴렸어야 했는데…!’

물론 길드 동맹의 함정 같은 게 아니었다.

“아. 또 왔냐?”

“아오. 여기 대체 몇 명이 오는 거야?”

“몇 명… 5명? 5명 갖고 뭐하려고.”

태현 파티를 본, 앞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불평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레어의 보상을 나눠 가져야 하니까!

게다가 남들은 나름 레어 공략한다고 열 몇 명씩 오는데, 달랑 다섯 명이서 오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자기들이 랭커도 아니고!

“뭡니까?”

“지금 여기 온 파티들이 너무 많아서 연합하기로 했어.”

“…….”

태현은 당황했다.

함정이 아닌 건 잘 됐지만, 파티들이 많다고?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대체 무슨 배짱으로 드래곤 레어에 이렇게 많이 찾아온 거지?

“너희들은 잘됐겠네. 그런 파티로는 깰 가능성도 없었는데 업혀 가게 되었으니까.”

“…….”

뒤에서 유지수가 활을 꺼내 화살을 장전하려고 하자 이다비가 말렸다.

“진정하세요.”

“하지만 언니…! 쟤가…!”

“내버려 두면 태현 님이 알아서 탈탈 털어낼 거예요.”

이다비는 태현을 믿었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리 없는 인성!

태현은 앞에 있는 놈을 푹찍하기보다는 좀 더 물어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연합을 한다고?”

“그래.”

“이 자리에서?”

“그래.”

“…진짜? 그게 말이 되나?”

“아, 원래는 말이 안 되겠지만 여기 랭커들이 다 손을 잡고 파티를 모으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협력하는 거지, 아니면 안 해.”

“아… 그랬군.”

“기쁘지? 솔직히 너희 파티는 그냥 전멸했을 텐데.”

“그래그래.”

토바는 지금 그가 누구의 수염을 당기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다가, 인원도 적은 거 보니 그냥 겁 없이 온 소규모 파티인가보다 싶을 뿐!

“너희 레벨 100은 넘지?”

“물론 넘지.”

태현은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그 뒤에 자괴감이 들었다.

‘젠장….’

이게 뭐라고!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이 사람을 망가뜨리고 있어!

“그런데 넌 이름이 뭐냐?”

“김… 태산.”

“김태산? 한국인들은 이름이 다 비슷하단 말이야. 저번에 그 평원에서 대활약한 오크 랭커도 김태산이었지?”

“그랬었지.”

“혹시 가족이야?”

무심코 정답!

뒤에 있던 케인이 움찔했다.

토바의 말에 옆에 있던 파티원이 면박을 줬다.

“멍청한 놈아. 한국은 우리랑 다르다니까. 성이 김이라고 다 같은 가족이 아니야. 몇 번을 말해줘?”

“아. 모를 수도 있지 왜 그래?”

토바는 투덜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케인이 옆에서 소곤거렸다.

“야. 어떻게 할 거야?”

“흠. 같이 가야지 뭐.”

“…?”

케인은 당황했다. 태현이 이들과 같이 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태현은 이런 연합 파티에 껴서 같이 갈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

여기 파티가 몇십 개가 있든 간에 ‘나는 먼저 간다 멍청이들아! 크하하하!’라고 외치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왜?”

“아… 아니. 얘네랑 같이 해서 뭐하게? 보물도 나눠 가져야 할 거고….”

“아냐. 그럴 일 없을 거야.”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케인은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들어가서 전부 다 죽일 생각이구나!”

“…….”

“…….”

태현, 정수혁, 이다비, 유지수 모두 황당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선배가 그럴 리 없잖아요.”

“태현 님이 그럴 리가… 음. 아니죠?”

이다비는 혹시 몰라서 물었다.

그나마 태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거 봐요!”

“맞아요! 믿고 있었어요!”

그러자 케인은 당황했다.

“어? 그게 아니라고? 진짜? 그러면 어떻게?”

“나하고 척진 것도 없는데 내가 뭐하러 다 공격하겠냐. 그리고… 내가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자멸할걸.”

태현은 확신했다.

이 연합 파티는 절대 오래갈 수가 없었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망한다!

“마침 잘됐네. 아무리 흑흑이가 있어도 레어 공략은 좀 불안한 점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면 정보 얻기 쉽겠군.”

적당히 따라가면서 정보를 얻다가, 파티가 붕괴하면 그때 실력을 드러내면 됐다.

“자멸 안 할 수도 있잖아?”

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연합 파티가 잘 망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랭커들이 나름 손을 잡고 관리한다고 들었다.

의외로 잘 굴러갈지도 모르는 것!

“무조건 자멸해. 이런 연합은 빠르게 공략하는 게 생명이거든.”

연합 파티의 생명은 속도였다.

불만이 생기기도 전에 빠르게 공략해서 끝낸다!

이미 다른 파티들이 실패해서 정보가 많이 나온 던전 같은 경우는 이런 방법이 먹혔다.

지도도 만들어졌고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가 누군지 다 아니까.

그렇지만 학카리아스의 레어는 정보도 거의 없는 데다가 난이도도 최상급.

안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시행착오를 엄청 겪어야 했다.

“시간 엄청 걸리고, 성공할지도 잘 모르는 일인데 무슨 배짱인지 학카리아스 죽었다고 우르르 몰려왔으니… 무조건 깨진다.”

소수정예로 조심스럽게 해도 불만 나올 던전 공략을 이렇게 연합해서 시도하다니.

태현이 보기에는 미친 짓이었다.

‘직접 학카리아스를 상대해 본 적이 없으니 이러지….’

* * *

그러는 사이 랭커들은 모여서 파티 구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파티원들 목록과 이름 정도는 확인해야 했다.

물론 가명을 댈 수도 있었지만, 확인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리고 설마 여기 레어를 노리고 온 약탈자 플레이어가 있겠어?’

앨콧은 그렇게 생각했다.

던전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여길 왜 오겠는가.

차라리 다른 유명한 던전에 갈 것이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전문 약탈자 플레이어는 아니다!

앨콧은 확신했다. 그렇다면 가명을 쓰는 플레이어도 없으리라.

“네 이름을 들으니까 다들 떠는 거 봤냐?”

크로포드가 대단하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앨콧은 순간 어깨가 올라가는 걸 참았다.

“사실 그렇게 굉장한 건 아닌데.”

“시끄러워. 파티원 목록이나 줘봐. 음….”

“유명한 애들은 여기 있는 애들이 전부인 것 같은데.”

“아니 뭔 배짱이야?”

랭커들이야 그렇다 쳐도 고렙 수준으로 여기를 깰 수 있나?

“뭐… 잘 해봐야지. 학카리아스도 죽었으니까.”

“그래. 학카리아스도 죽었으니까… 잠깐. 김태산 뭐야 이거?”

앨콧은 질색했다. 재수 없는 동명이인!

그걸 본 크로포드는 큭큭 웃기 시작했다.

“김태현 아닌 게 어디냐?”

“아오. 재수가 없으려니….”

앨콧은 오싹해졌다. 설마 여기서 만나진 않겠지.

“자! 다들 모였으니 출발한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나오는 아이템은 각 파티가 주사위를 굴려서 가져간다. 파티 안에서 어떻게 분배할지는 알아서 하고. 만약 아이템을 빼돌리거나 다른 파티를 방해할 경우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할 테니 명심해라!”

앨콧은 당당하게 외쳤다. 그 기세에 모두 숨을 죽였다.

태현 빼고.

“쟤 저렇게 폼 잡는 놈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됐지?”

“원래 사람이 유명해지면 좀 맛이 가게 마련이잖아.”

케인이 옆에서 대답했다. 케인이 보기에도 앨콧은 좀 과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저 차고 있는 검은 영주를 상징하는 검 같은데, 자기 영주인 걸 그렇게 자랑하고 싶나?

“돌입!”

앨콧의 신호가 떨어지자 파티들은 나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서는 제비뽑기로, 시간이 지날 때마다 돌아가면서 자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나름 머리를 쓴 것이다.

[검은 묘비 산맥의 지배자, 학카리아스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짙은 검은 마력의 늪에서 독기가 올라옵니다!]

“…!”

아직 레어 입구에는 발도 못 디뎠는데, 죽은 학카리아스는 시작부터 화끈하게 맞이해 줬다.

멀리서는 평범해 보이던 땅이 바로 늪으로 변하더니 강력한 독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크윽…!”

“사. 사제! 해독 좀! 해독 좀!”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대로 몇 초만 더 있으면 쓰러질 수도 있는 맹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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