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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4화 (794/1,826)

§ 나는 될놈이다 794화

“태현 님. 저한테 3일! 아니, 1일만 독점으로 이 세계수 기도를 허락해 주시면 제가 태현 님 광고를….”

“아. 쫓아내라 저거. 그냥 잡상인 사절을 달까?”

태현은 짜증을 냈다.

파샹은 시작일 뿐, 온갖 놈들이 와서 ‘제발 세계수 먼저! 독점 좀 하게 해주세요!’이러면서 들이대니 짜증이 났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덤!

태현이 저기 나가서 홍보해서 뭐하겠는가?

안 그래도 지금 너무 유명해서 암살자부터 시작해서 온갖 놈들이 몰려오는데….

그러나 저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플레이어들만 오는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합리적인 제안을 들고 오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릴 테니까 다른 놈들 방송 못 하게 막아주시면 제가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제 길드에 부리고 있는 용병대가 있는데 절 가장 먼저 하게 해주시면 이 용병대를 드리겠습니다!”

하도 많이 몰려들자 슬슬 플레이어들도 눈치를 챘다.

이 자식들이 이걸로 방송하려고 하는구나!

경쟁자들끼리 모이니 협상은 더욱더 치열해졌다.

“저는 이 황금 상자를!”

“에이! 저는 여기 이 자루에 루비를 가득 채웠습니다!”

“태현 님! 저는 판온 1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이 자식! 저리 안 꺼져?!”

급기야 플레이어들은 멱살을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추한 싸움의 결정체였다.

* * *

“멍청한 놈들 같으니.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플레이어 중 한 명은 꾀를 냈다.

태현처럼 강직하고 정직한 플레이어한테, 다른 줄 선 플레이어들을 무시한 부탁은 역효과!

일단 은근한 접근으로 마음을 사야 했다.

슥-

-화신님. 누가 이걸 두고 갔는데요?

“??”

아키서 부족 전사들은 신전 근처에 누군가 두고 간 짐짝을 들고 왔다.

안에는 골드가 가득 들어 있었다.

“누가 잃어버린 건가?”

“어떤 멍청한 놈이 저걸 잃어버리고 가겠냐….”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케인한테 말했다.

“뇌물 아닐까요?”

“잘됐네. 자. 이다비.”

태현은 바로 이다비에게 건넸다.

화아악!

이다비 근처의 저주가 눈에 띄게 약해지는 게 보였다.

케인은 그걸 보며 물었다.

“뭐야? 왜 이다비만 줘? 나는?”

자기도 전 재산 다 털렸는데!

“너는 참 사서 욕을 먹는 재주가 있어. 이다비는 전 재산 다 털어서 학카리아스 레이드했다. 게다가 마이너스 통장까지.”

이다비는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정수혁과 유지수는 감탄, 감동한 표정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대단합니다. 이다비 씨.”

“대단해요…!”

“그에 비해 케인 씨는….”

정수혁은 케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학카리아스 레이드하던 도중 할 거 없다고 길드 동맹하고 싸우러 가지 않았나?

“나… 나 허락받고 간 거라고!”

“음. 그렇다고 합시다.”

“뭐 그런 거로 해요.”

정수혁과 유지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경멸의 기운!

“근데 선배님. 뇌물 받은 거 이렇게 막 써도 됩니까?”

“놓고 간 놈이 바보지.”

-화신님. 여기 편지 있는데요.

“그건 버려.”

쿨하게 무시하는 태현이었다.

* * *

“저놈 왜 이렇게 기분 나쁘게 웃지?”

“뭔가 하고 있나? 헉. 설마 김태현한테 허락받은 거 아냐?”

“아니야. 김태현이 누구인데 그렇게 쉽게 허락을….”

신전 근처에 모인 개인 방송 플레이어들은 서로를 견제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름 유명한 사람들도 몇몇 있다 보니 얼굴만 봐도 누구인지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앞서가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파워 워리어 길드가 보면 감탄했을 이기주의!

어쨌든 이렇게 모여 있으니 소문도 빨리 돌았다.

“야. 내 친구가 저놈이 밤에 몰래 신전 앞에 가서 뇌물을 두고 왔다는 걸 봤다는데?”

“뭐…?!”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감히 그런 사악한 짓을!

‘질 수 없다!’

‘나도…!’

그때부터 밤에 신전 앞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화신님. 이런 걸 자꾸 두고 가는데요.

“얘네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태현도 슬슬 당황스러워질 정도!

혹시나 해서 편지를 읽어봤지만 안에는 ‘저는 누구입니다. 태현 님 사랑합니다. 절 기억해 주십시오.’ 같은 두루뭉술한 내용만 적혀 있었다.

뭘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내용!

어쨌든 이 뇌물 경쟁으로 인해 제일 이득을 많이 본 건 이다비였다.

이다비가 마이너스 저주에 걸리게 된 일이 많이 미안했던 태현!

쌓이는 골드를 족족 이다비에게 건넸다.

“저… 태현 님. 진짜 괜찮은데요. 이제 저주 풀렸어요!”

“아냐. 앞으로 스킬 쓰려면 골드가 더 많이 필요할 텐데 더 받아.”

[아이템을 얻었…]

[아이템을 얻었…]

[일시적으로 많은 골드를 얻었습니다! 황금의 축복을 얻습니다.]

[관련 스킬의 쿨타임이 줄어듭니다.]

골드가 많아지면 강해지고 줄어들면 약해지는 직업 특성상, 이다비는 골드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긴 했다.

이다비가 최대한 골드를 쓰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이다비 입장에서 스킬 한 번 쓰려고 골드를 소모하는 건 그야말로 미친 낭비였다.

이다비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태현은 끝까지 이다비에게 골드를 쏟아부었다.

그 결과….

“후, 후광?!”

“…….”

이다비의 뒤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케인 씨도 좀….”

이다비가 입을 열었다.

케인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꿈에 나올 법한 간절한 눈빛!

“에이, 케인은 골드가 별로 안 중요한 직업이야. 그렇지?”

“아니야! 나도 골드 필요해!”

“너 장비도 내가 만들어주고 각종 소모템도 내가 주는데 뭘….”

“…….”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태현은 그래도 챙겨주기로 했다.

“본전 말해봐.”

“응?”

“넌 딱 본전까지다.”

“…….”

보너스를 기대했던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 * *

신전 건설은 빠르게 완성되었다.

“와아아아!”

“세계수! 세계수! 세계수!”

신전 건설을 다 했는데 세계수 이름을 외치는 이상한 현상!

건설에 참여한 사람들도 소문을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

저 세계수가 새로운 슬롯머ㅅ… 아니, 새로운 기도 장소라는 것을!

“자! 자! 줄을 서라!”

“건설에 참여한 사람부터 먼저 기도하게 해주겠다!”

영지에서 온 교단 NPC들이 플레이어들을 통제했다.

그러자 뇌물을 바친 사람들이 당황해서 태현을 찾았다.

“어… 어? 왜 아무 말도 없으시지?”

“김태현 님 어딨어요?”

“태현 님 여기 떠나신 지 좀 됐는데…?”

“…….”

“…….”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먹튀!

“아, 아니. 김태현이 설마 먹튀를….”

“맞아. 김태현이 그런 사람은… 생각해 보니 판온 1에서는 그랬던 것 같은데….”

“누가 뇌물 주자고 했냐?! 최소한 주더라도 약속은 받아놓고 줘야 할 거 아냐!”

“맞아! 맞아!”

우당탕!

2차로 추한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저 인간들은 뭐하는 겁니까?”

“세계수에 기도할 순서로 싸우나 봅니다.”

“참. 그게 뭐 중요하다고….”

뒤늦게 신전에 도착한 고렙 파티들은 플레이어들은 싸우는 걸 보며 한심해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분노할 소리였지만, 세계수에서 중요한 건 그깟 기도가 아니었다.

그런 건 욕심에 눈이 먼 한탕주의자들한테만 중요한 것!

중요한 건 마계나 천계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저 세계수가 진짜 마계로 갈 수 있다 이거죠?”

“네. 영상 보면 확실합니다. 근데….”

“…?”

“아키서스 믿어야 한다고….”

“…….”

“…….”

플레이어들은 대번에 일그러졌다.

이제까지 쌓은 타 교단 공적치 포인트가 얼마인데!

* * *

“우리는 학카리아스의 레어를 찾아 들어간 다음 최대한 빠르게 약탈할 거다.”

-듣기만 해도 너무 신납니다!

-…….

-…….

일행 중 가장 기뻐하는 흑흑이!

-제가 앞장서서 털어도 됩니까?

“역시 흑흑이. 아주 열정적이야. 마음에 들어!”

-제가 원래 그렇습니다!

흑흑이는 신나서 날개를 펄럭였다.

“아예 그 레어 턴 다음 네 거라고 선언하지그래?”

-그… 그래도 됩니까?!

“뭐 어때? 학카리아스도 죽었는데.”

흑흑이는 태현의 말에 말도 못 할 정도로 감격했다.

자기 레어라니!

드래곤한테 레어를 가진다는 건 정말 커다란 의미였다.

원래 내 집 장만은 모든 사람의 꿈.

게다가 드래곤에게 집 장만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단 그 드래곤에게 맞는 환경인지가 중요했고, 거기 근처 지형이 맞는지도 중요했다.

작아서는 안 됐다. 드래곤에게는 위엄이 생명.

작은 굴 안에 들어가 레어라고 하면 그 드래곤은 드래곤 사회에서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했다.

그리고 방어하기도 좋아야 했다. 드래곤은 적이 많았다. 겁 없는 놈들이 드래곤 잡아보겠다고 덤비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그 결과 중앙 대륙에 드래곤 레어로 쓸 만한 곳은 몇 군데 없었다.

그리고 그런 곳은 보통 이미 늙은 드래곤이 있다!

드래곤은 늙으면 늙을수록 강해졌고, 흑흑이처럼 어린 드래곤은 그런 고룡과 싸워서 이길 확률이 거의 없었다.

하늘과 땅의 차이!

저번에 학카리아스가 흑흑이와 만났을 때 그렇게 거들먹거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차피 자기 땅도 아닌 이상, 태현은 흑흑이에게 친절을 베풀어줬다.

네 마음대로 해라!

[카르바노그가 걱정합니다.]

“…?”

[블랙 드래곤의 레어는 독과 함정이 가득한 늪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뚫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괜찮아. 안 죽어.’

태현은 말하고서도 좀 불길해졌다. 보통 이런 소리를 하던 놈들이 가장 먼저 가던데?

* * *

태현은 아키서스 신전 건설을 기다리면서, 레어로 갈 놈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는 그게 당연한 일!

학카리아스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가 레어 관련 정보는 거의 없었다.

최상위권 랭커에 들어가는 태현도 긴장하면서 가는데, 정보도 거의 없는 그런 곳에 들이박을 파티가 그렇게 많을 리 없었다.

판온은 결코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다. 자기 주제를 모르고 멋대로 들어갔다가는 자비 없이 전멸했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겁 없고 멍청할 리가 없잖아?’

그러나 태현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태현이 학카리아스를 레이드한 덕분에 사람들의 두려움이 확 줄었다는 것!

‘드래곤은 절대 잡을 수 없는 몬스터’에서 ‘드래곤도 잡을 수 있네?’로 바뀐 것이다.

덕분에 평소라면 레어의 ‘레’ 자도 꺼내지 않았을 사람들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 지금이라면 다들 레어 생각 못 하고 있을 텐데 지금 가면 대박 아닌가?

사람 생각하는 것은 비슷!

그 결과 수십 개의 파티들이 오스턴 왕국 북동쪽에 있는 검은 묘비 산맥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 이 자식! 나 혼자 온 줄 알았는데!”

“너… 너도 왔냐?!”

어디서 한 번씩 본 적 있는 파티들부터 처음 보는 파티들까지.

산맥의 좁은 길에서 마주친 플레이어들은 민망함과 경계심이 반반 섞인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장 먼저 온 줄 알았는데….’

‘젠장. 다 생각하는 게 비슷해.’

‘이 자식들을 어떻게 떨쳐놓고 가지?’

주제 파악을 전혀 못하는 생각!

레어 걱정부터 해야 하는데, 레어는 벌써 해결됐다고 생각하는지 경쟁자들을 어떻게 떨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협력하는 게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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