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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3화 (793/1,826)

§ 나는 될놈이다 793화

“태… 태현 님?”

“응? 왜?”

태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건축가 플레이어들은 저 멀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악마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쟤네들이 방금… 도망치지 않았나요?”

“원래 악마들이 신전 무서워하잖아.”

“???”

그랬나?

처음 들어보는데?

신전 무서워하는 건 하급 언데드나 그렇고, 악마들이나 고위 언데드들은 오히려 부수려고 하지 않나?

“그런 건가요?”

“그래. 그런 거야. 빨리 건설 마무리하자.”

태현은 그런 말로 플레이어들을 달랬다.

플레이어들은 의혹 가득한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태현 님 보고 도망친 거 같은데?’

‘김태현 보고 도망친 거 맞지?’

‘김태현이 악마 좀 부리던데 설마 부하 아냐?’

‘에이, 설마….’

수군거리던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지금은 할 일이 많았다.

신전 건설이 막바지!

꼭 건축가 플레이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태현이 부른 조건에 혹해서 온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판온에서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한테 유명했다.

-젊은이여 짧고 굵게 살고 싶다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가라!

-요즘 누가 레벨 100 일일이 다 레벨 업하니? 난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한 번에 땡긴다!

성실하게 레벨 하나씩 올리고 퀘스트 깨면서 장비를 맞추는 게 아닌,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한 번에 대박을 노리는 플레이어들!

물론 대박이 나는 건 소수였고, 나머지는 뽑기의 노예가 됐다.

영지 투기장에 가거나, 고블린 만능 제작기를 노리거나, 사제들의 축복을 받아 상자깡을 한다거나….

영지에서 뭘 하든 간에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 없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랬다.

아키서스 교단은 이런 사람들을 아주 알뜰히 잘 사용했다.

영지 건물 2/3는 골드 한 푼 안 내고 공적치 포인트로만 지었을 정도!

태현이 교단 공적치 포인트를 내걸자 골짜기에서 평원까지 우르르 몰려온 것이다.

“그런데 좀 더 화려하게 지어도 되지 않나요?”

건축가 플레이어들이 욕심이 나서 물었다.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지을수록 더 경험치가 오르는 그들!

게다가 태현 정도면 이제 이런 신전들도 좀 멋있고 화려하게 지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빠르고 간단하고 튼튼하게가 최고야.”

화려한 건물 지어서 자랑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태현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괜히 거대한 건물을 짓고, 화려한 장비를 차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홍보!

정말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에서 눈에 띄고 유명해지려면 이런 게 중요했던 것이다.

비싼 집, 비싼 장비, 비싼 차… 아니, 비싼 탈것 등등!

그러나 태현에게 그런 건 이미 충분했다.

‘빠르게 신전 짓고 근처에 요새 몇 개 박은 다음 빠져야지.’

신전이 아무리 작고 검소해도, 세계수의 위력이 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부작용?

사람들이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태현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겁이 없다!

“으윽… 한, 한 번 더 해볼까….”

‘역시.’

태현은 확신했다.

갖고 있던 골드를 날린 케인은 얼마나 됐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운 좋게 몇 번 성공한 다음 빠지기만 하면 공짜로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스탯 하나 올리려면 거기에 걸맞은 고생을 해야 하는데!

물론 태현은 저런 도박을 할 생각이 없었다. 스탯으로 먹고 사는 태현에게 스탯 감소는 치명적이었다.

저런 도박을 하는 건 절박하거나 잃을 게 없는 놈들!

…아니면 케인처럼 멍청하거나.

태현의 다음 목표는 하나.

학카리아스의 레어를 터는 것이었다.

학카리아스의 레어!

원래 학카리아스가 살아 있었다면 접근 자체가 미친 짓인 곳이었지만, 학카리아스는 죽었다.

‘워낙 예상치 못한 일이니 바로 움직이는 사람은 적겠지만 분명 곧 있으면 나온다. 빨리 움직여야지.’

학카리아스가 잡힐 걸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사자인 태현도 확신하지 못했었던 일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렇지만 잡힌 게 알려진 이상, 늦든 빠르든 학카리아스의 레어를 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오게 되어 있었다.

‘뭐… 솔직히 조금 늦게 가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긴 한데.’

부잣집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학카리아스가 죽었다고 학카리아스 레어가 그렇게 쉽게 뚫릴 것 같지는 않았다.

학카리아스와 직접 싸워 본 태현은 알 수 있었다.

학카리아스 없는 학카리아스 집도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간신히 사냥한 보스 몬스터 수준의 난이도 아닐까?

‘그렇지만 내겐 흑흑이가 있지.’

같은 블랙 드래곤!

레어를 털 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리라.

-괜찮냐?

용용이가 흑흑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주인인 태현이 학카리아스와 적대하는 사이라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지만, 흑흑이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도 같은 블랙 드래곤에, 아는 사이였는데….

-너무….

-너무 슬프다고? 너무 괴롭다고?

-너무 기쁘다!

-???

-크하하! 잘 죽었다 그 자식! 어디 한 번 저승 가서도 나보다 잘나간다고 잘난 척 해봐라!

어디 가지 않는 블랙 드래곤의 인성! 블랙 드래곤은 골드 드래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드래곤이었다.

흑흑이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외쳤다.

-내가 사디크 믿었다고 무시하더니 아주 잘됐다!

-그… 그래. 기운찬 걸 보니 좋군.

용용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거리를 벌렸다.

조금 친해졌다가 급격히 멀어진 마음의 거리!

* * *

신전 근처에 악마들이 왔다가 태현을 보고 ‘힉! 아키서스잖아! 눈 마주치지 마!’ 하고 도망친 건 한 번이 아니었다.

대여섯 번 넘게 그런 일이 일어나자 플레이어들은 대충 확신을 했다.

악마들이 태현을 두려워한다고!

그러나 평원은 넓었다. 악마들은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수 바로 앞에 지어지고 있는 신전은 내버려 두고, 평원 끝쪽으로!

평원은 워낙 넓었으니 태현이 있는 쪽은 충분히 피하고도 남았다.

-크하하하! 마계에서 대륙으로 건너온 이 몸의 힘을 받아라!

-악마의 힘에 굴복해라!

하급 악마들이었지만 주변을 지나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

악마를 상대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은 일단 도망부터 치고 봤다.

“여기 원래 악마 안 나왔잖아?!”

“몰라! 그거 말해서 뭐해! 뛰어!”

상인 플레이어들은 마차를 몰며 정신없이 달렸다.

전투력도 낮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그들에게 믿을 수 있는 건 이동 속도밖에 없었다.

“저기 사람들 많다!”

“도와달라고 하자!”

저 멀리 거대한 나무 밑에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짓고 있었다.

-이런 치사한 인간 놈 같으니!

-정지해라!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

상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악마들이 뭘 잘못 먹었나?

끼이이익-

상인들은 마차를 세웠다.

원래라면 하면 안 되는 짓이었지만 호기심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야! 세우면 어떡해! 빨리 몰아! 속임수면 어쩌려고!”

“아니야. 악마가 이쪽으로 못 오는데?”

날아다니던 하급 악마들이 이를 갈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크아악! 여기로 와라!

-인간! 겁먹은 거냐!

상인한테 저런 도발은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상인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저것들 못 오나 봐!”

“야! 돌멩이 던지자! 돌멩이!”

“에비! 에비!”

-이 아키서스 같은 놈들이!

이런 일들이 몇 번이고 일어나자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소문이 퍼졌다.

-세계수 신전(가칭)을 거점으로 주변 악마 사냥이 가능하다더라!

-세계수 평원이 그렇게 좋다고?

-악마 사냥을 어디서 해보겠냐? 게다가 여기는 악마들이 제대로 공격도 못 한대!

판온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명당을 찾아 헤맸다.

명당이란, 강한 몬스터가 많이 나오되 그 몬스터를 잡기 쉬운 곳!

그리고 세계수 신전 근처는 명당의 조건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길드 동맹도 너무 세게 맞은 탓에 근처에 못 오겠다,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몰려갔다.

* * *

“뭐 사람이 이렇게 많지?”

태현은 의아해했다.

세계수 근처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일 이유가 없었다.

기껏해야 신전 건설하고 공적치 포인트 받아갈 사람이 전부인데?

‘암살자 아냐?’

의심부터 하고 보는 태현!

하도 저지른 짓이 많다 보니, 일단 이상한 걸 보면 의심부터 하는 태현이었다.

참 오래 살 거 같은 성격!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물론 암살자가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사냥하러 온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신전 건설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 그리고 세계수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태현 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세계수에 기도하고 싶다고? 줄 서서 기다려. 신전 다 지어지면 거기서 하게 해줄 테니까.”

태현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도박에 중독된 플레이어들이 벌써부터 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도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온 플레이어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한 번만 당기게 해줘!

“그게 아닙니다!”

“응?”

태현은 그제야 플레이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의외로 눈빛이 멀쩡했다.

도박 중독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뭐지?”

“세계수에 먼저 기도하게 해주시면….”

“…중독자 맞잖아?”

태현은 상대를 못 알아본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게 아닙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저거에 중독된 게 아니라….”

“그래. 그래. 중독된 놈들 모두 그러더라. 가서 줄 서. 어차피 하루에 횟수 제한 걸 거니까.”

고블린 만능 제작기를 돌려본 태현은 잘 알고 있었다.

제한을 두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매달린다는 것을!

줄이 돌아가려면 한 사람당 횟수 제한을 걸고 계속 회전을 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지 제작기 앞에는 24시간 내내 긴 줄이 서 있었지만….

“이건 태현 님한테도 좋은 이야기일 겁니다. 저는… 개인 방송을 하는 파샹이라고 합니다.”

“어… 그래. 축하해.”

“진지하게 들어주십시오!”

“진지하게 들어줄 만한 이야기를 해야 진지하게 들어주지! 와서 먼저 기도하게 해달라는데 뭘 어쩌라는 거야?”

파샹은 태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같은 방송인들에게 태현 님의 영지가 뭐라고 불리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불리는데?”

태현은 불안해졌다.

<파산의 땅>이나 <아키서스 지상노역장> 같은 곳으로 불리진 않겠지?

“방송의 성지로 불립니다!”

인기 없는 개인 방송도 아키서스 영지만 가면 재밌어진다!

그냥 가서 고블린 만능 제작기나 아키서스 투기장만 돌려도 보는 재미가 엄청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영지에서 상자를 까거나, 교단 퀘스트를 받거나….

정말 인기를 얻고 싶어서 목숨을 건 사람들은 <악마의 대장간>으로 가서 폭탄을 샀다.

-환상의 폭탄쇼! 뭔가 보여드리겠습… 크아아악!

어쨌든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방송으로 완벽한 곳이었다.

숨만 쉬어도 재밌다!

태현은 몰랐지만, 영지 초창기 때 여기서 유명해진 방송인들이 나라 가리지 않고 많았다.

문제는 이제 이것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

수천 명이 넘는 방송인들이 ‘투기장 한다!’ ‘제작기 돌린다!’ ‘전 재산 다 써서 상자깡 한다!’이러는 상황에서 어지간한 거로는 더 이상 뜰 수가 없었다.

뭔가… 뭔가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해!

그런 와중에 세계수 소식은 눈치 빠른 방송인들에게 귀가 번쩍 눈이 번쩍하는 소리였다.

이건 꼭 해야 해!

“저는 전문 방송인으로서 여기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제 팬을 위해서…!”

“알겠으니까 가서 줄 서라.”

“태현 님! 태현 님한테도 좋은 이야기라니까요!”

“어떻게?”

“홍보가….”

“야. 저거 끌어내라.”

태현의 말에 아키서 부족 전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겉모습부터 미친놈 같은 모습에 파샹은 겁을 먹었다.

“아, 아니! 특별출연 시켜드릴게요! 특별출연! 이거 아무나 시켜주는 거 아닙니다!”

“참신하게 미친놈이네 저거.”

그러나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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