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91화
남은 보상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에슬라의 군세들을 쓸어버렸습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악명이 내려갑니다.]
‘…?’
태현은 놀랐다. 이게 이렇게 되나?
악마들을 방패로 쓴 건 다른 방법이 없어서였지, 이런 욕심을 부려서가 아니었다.
‘하하 참.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겠군.’
[…….]
카르바노그가 의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지만 태현은 당당했다.
[아이템을…]
[아이템을…]
[……]
[……]
[……]
‘그 폭발에 남은 아이템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태현은 의아해하며 아이템들을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이 악마들이 뿌리고 간 아이템들이었다.
<상급 악마의 정수>, <중급 악마의 정수>, <원한 가득한 악마의 정수>….
태현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수를 알뜰하게 챙겼다.
아키서스의 능력 덕분인지 그 폭발 와중에도 정수들은 상당히 많이 나왔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훨씬 적게 챙겼을 것이다.
블랙 드래곤의 파손된 비늘:
어떤 힘으로도 부술 수 없는 드래곤의 비늘이지만,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비늘이 부서져 있다. 분명 주인인 드래곤은 끔찍한 고통을 겪었으리라.
(아이템에 사용할 경우 다른 드래곤들이 싫어할 수 있음)
“!!!!”
드래곤이 싫어하거나 말거나는 알 거 없고, 중요한 건 비늘!
‘드래곤 하트는 없나???’
[그렇게 날려 버리고 나서 양심이 없냐고 카르바노그가 구박합니다.]
드래곤 하트!
만약 있으면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은 때려치우고 바로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
카르바노그는 경악했다. 저게 아키서스 화신이 할 소리야?
그러나 드래곤 하트는 없었다. 그렇게 뻥뻥 터뜨렸는데 드래곤 심장이 남아 있으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었다.
블랙 드래곤의 꼬리 고기:
대륙의 미식가 중에서도 드래곤 고기를 먹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운동을 하지 않아 살이 통통하게….
블랙 드래곤의 목살:
고기는 역시 목살이….
“…….”
이상하게 고기는 몇 점 나왔다.
‘아키서스의 행운은 좀… 이상해….’
행운으로 드랍 확률을 올려주는 건 알겠는데, 원래라면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템이 나오니까 기분이 좀 묘했다.
그렇게 빵빵 터졌는데 고기는 몇 점 나오나?
드래곤 하트보다 훨씬 더 아이템이 많았으니 확률적으로는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지만….
‘드래곤 비늘… 이걸 내가 다룰 수 있을까?’
드래곤 비늘은 어떻게 보면 아다만티움보다도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였다.
강력한 마법의 힘이 깃든 아이템!
대장장이 중에서도 마법 장비 다루는 대장장이는 아예 마법도 따로 익혔다.
그만큼 대장장이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갑옷에 어떻게든 붙여보고 싶은데.’
태현은 일단 나중에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아. 드래곤 폭탄은 확인해 봐야지.’
[대륙에서 살아 움직이는 드래곤을 폭탄으로 만든 것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할 위업을 해낸 당신은 폭발하는 드래곤을 보면서 폭발의 진리에 도달했습니다.]
<드래곤 폭탄>
폭발하는 드래곤을 보며 영감을 얻은 미치광이가 만들어낸 스킬이다.
스탯 중 일부를 랜덤으로 사용해 폭탄에 드래곤의 힘을 담아낼 수 있다.
“…!”
이 스킬은 강력하다!
태현은 보는 순간 직감이 왔다. 스탯을 영구 소모해서 만드는 폭탄이라니.
있는 폭탄을 개조하거나 새로 만드는 것 둘 다 가능했다.
‘아. 근데 행운을 쓰면 좋겠는데… 하필 랜덤인가….’
행운은 넘쳐나니 폭탄 만드는 데 좀 써도 상관없었다.
다른 스탯은 안 돼!
“태현 님.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다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변이 둥그렇게 싹 날아간 덕분에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줬다.
“하긴. 길드 동맹 놈들이 좋다고 찾아올 지형이긴 하지.”
주변이 싹 날아가서 숨을 곳도 없고, 한 명 패기는 참 좋은 곳이었다.
물론 길드 동맹은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 * *
“죽어라 이 자식….”
[폭발에 휘말립니다!]
“뭐, 뭐야? 포션….”
신나서 반격하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폭발이 덤벼오자 재빨리 포션을 꺼냈다.
그러나 이건 포션 한 번으로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폭발에…]
[폭발에…]
[폭발에…]
“대체 몇 번이나 터지는 거냐! 크아아악!”
전원 로그아웃!
폭발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먼저 잘 도망치고 있던 길드원들도 몇몇 잡아갔다.
뒤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덮쳐오는 폭발!
-이… 이 폭발을 보십시오, 여러분! 이 폭발은 대체…!
한 편의 대전쟁을 담으려고 준비하고 있던 길드 동맹의 카메라맨들은 졸지에 재난 영화를 찍게 됐다.
진짜 실감 나는 재난 영화!
폭발에 붙잡히면 죽는다!
랭커들이나 고렙들은 재빨리 탈것을 불러내 미친 듯이 달렸지만 나머지는 그럴 수도 없었다.
“크아아악! 같이 갑시다!”
“야! 같이 가자고!”
물론 랭커들은 멈춰서 그들을 태워주지 않았다.
자기 목숨이 우선!
* * *
이런 상황인 만큼 길드 동맹은 지금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수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반격이고 뭐고,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보자!
그러나 그걸 모르는 태현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슬슬 빠져볼까? 드래곤도 잡았겠다, 길드 동맹도 아까 깨진 거 같고… 한동안 가만히 있겠지?”
오스턴 왕국 외곽 지역은 이제 사실상 길드 동맹이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 했다.
학카리아스도 잃어버렸고, 데리고 나온 전력도 한 번 박살 났고….
이제는 정말 수도와 중앙만 지키는 게 고작일 것!
태현이 이다비와 같이 초토화된 폐허를 떠나려는 그 순간 메시지창이 떴다.
[정체불명의 고대 씨앗이 요동칩니다!]
“…?”
[카르바노그가 고대 씨앗이 여기 심어지고 싶은 것 같다고 말해줍니다.]
씨앗이 자기 의지가 있다는 건 둘째 치고, 태현은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좀 곤란한데….’
악명이 너무 높다!
게다가 여기는 길드 동맹과 너무 가까운 곳 아닌가.
기왕이면 아탈리 왕국 안에 심고 싶었는데!
[정체불명의 고대 씨앗이 더욱 심하게 요동칩니다!]
마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처럼 씨앗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태현은 <신의 예지>를 사용했다.
이대로 써도 되나?
신의 예지는 확실하게 발밑을 가리켰다.
심어라!
‘…확실히 아탈리 왕국보다는 나을 수 있긴 해.’
태현이 찜찜해하는 이유 중 하나, 미친 듯이 높은 악명 스탯!
행운, 명성, 악명, 신성 영향을 받는데 하필 악명이….
‘주변을 오염시키거나 주변에 독기를 푼다거나… 그럴 수 있으니까.’
기껏 심은 씨앗이 그럴 경우 피눈물이 날 것이다.
만약 남의 땅에 심는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
‘좋아. 한 번 심어본다!’
-사용!
태현은 씨앗을 던졌다. 그러자 씨앗이 땅속으로 빠르게 파고들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잠해졌다.
“…???”
사기당했나?
태현은 순간 당황했다. 이 씨앗을 준 놈이 누구였지?
알렉세오스!
‘알렉세오스 놈! 역시 드래곤답게 사기를…!’
태현이 학카리아스 레이드할 수 있도록 온갖 지원과 권능을 선물해 준 알렉세오스!
태현이 저런 소리를 하는 걸 들었다면 뒷목을 잡았을 것이다.
“태현 님. 왜 그러세요?”
“씨앗을 심었는데 안 나와… 사기당했나 봐… 알렉세오스 이 자식, 살아만 있었으면 폭탄으로 만드는 건데!”
“…?”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앗을 심었으면 시간이 좀 지나야 나오지 않나요?”
“아. 그러네.”
[…….]
태현은 바로 기운을 차렸다. 하긴, 알렉세오스는 나름 믿을만한 드래곤이었다.
“그러면 다른 곳에 갔다 오자. 이다비. 골드 얼마나 마이너스로 들어갔어?”
“진짜 괜찮은데요….”
“내가 갚게 해줘.”
둘은 돌아서서 걸어갔다.
꿈틀, 꿈틀-
그러는 사이 뒤에서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태현은 흩어진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아키서스의 포병대부터 시작해서 다들 어떻게든 목숨은 건진 모양이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쟤 왜 저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에 갇힌 악마를 가리켰다.
태현만 보면 ‘너 내가 누군지 아냐! 풀어줘라!’이러던 악마였는데, 이제 태현을 보니 ‘히이이익!’ 하면 눈도 못 마주쳤다.
-그게, 화신님께서 보여주신 폭발을 보더니 완전히 기가 질려서….
-얘가 좀 맛이 간 거 같습니다.
-성수 뿌릴까?
-아냐. 잠잠해지니까 좋네.
포병대 NPC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태현은 그 대화를 듣고 악마가 왜 저러는지 깨달았다.
‘아… 오핸데.’
드래곤을 폭발시켜 악마들을 일제히 쓸어버린 모습!
태현이 일부러 악마들을 쓸어버린 건 아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는데!
[이름 모를 악마가 당신의 위업에 단단히 공포에 질렸습니다!]
악마의 정체가 신경 쓰여서, 싸움이 끝나면 누군지 물어보려던 태현은 당황했다.
“야. 그건 오해였어.”
-히익! 히이익!
“…오해라니까?”
-나도… 아키서스되어버릴 거야… 아키서스되어버릴 거라고…! 저 다른 악마들처럼…!
[공포에 너무 질려 설득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끙.”
조금 시간을 둬야겠다!
태현은 영지에 있는 다른 악마들을 불러 이 악마를 좀 설득해 보라고 할 생각이었다.
같은 악마면 좀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쿠르릉-
“그래도 이번 레이드 고생 많았다.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다들 잘해줘서… 잠깐. 케인 어디 갔지?”
김태산 일행과 같이 싸우다가 그쪽에 끼어서 같이 도망간 케인!
아직 못 돌아오고 있었다.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 없으면 어쩔 수 없지.”
기다리는 것 따위는 없다!
“어쨌든 다들 최선을 다해서….”
쿠르릉, 쿠르르릉-
“…누가 자꾸 이런 소리 내냐?”
-저 아닙니다.
“저도 아닌데요?”
“저도….”
태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행은 여기 다 모여서 가만히 있는데 이런 묵직한 소리가 왜 나지?
“?!”
[정체불명의 고대 씨앗이 성장합니다!]
[행운이 미친 듯이 높습니다! 정체불명의 고대 씨앗이 <세계와 세계를 잇는 거대 세계수>로 자랍니다!]
“!!”
좋은 건가?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은 거 같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뻐했다. 일단 꽝은 아닌….
그러나 메시지창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명성이 미친 듯이 높습니다! <세계와 세계를 잇는 거대 세계수>가 천계와 이어집니다!]
[세계수를 타고 천사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오… 오?’
천사라면 좋은 건가?
천사와 몇 번 만난 적 있는 태현이었기에 알았다. 천사라고 무조건 착한 NPC는 아니었다.
모시는 신에 따라 악마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것!
[악명이 미친 듯이 높습니다! <세계와 세계를 잇는 거대 세계수>가 마계와 이어집니다!]
[세계수를 타고 악마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아. 젠장. 영지에 안 심길 잘했다.’
태현은 욕과 함께 그나마 안심했다.
영지에 안 심어서 다행이지!
물론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주변을 싹 날려 버린 것도 모자라 악마가 찾아오는 나무까지 심고 가다니!
진짜 한 번 오면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박살 내고 가는 태현이었다.
지하 깊숙이 시작해 하늘 끝까지 솟은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나무!
‘나무를 타면 이동할 수 있는 건가?’
태현은 세계수를 보며 어떻게 쓰나 알아보려고 했다. 그때 마지막 메시지창이 떴다.
[신성이 미친 듯이 높습니다! <세계와 세계를 잇는 거대 세계수>에 아키서스의 힘이 깃듭니다.]
[아키서스의 힘이 세계수를 보호합니다.]
‘왜 하필 아키서스….’
태현은 일단 불안함부터 느꼈다.
제발 좀 멀쩡한 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