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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0화 (790/1,826)

§ 나는 될놈이다 790화

-아니 왜 우리만?!

-아키서스 본색 나오는 거 봐라!

-역시 신이 아니라 악마라니까!

에슬라의 악마들은 태현의 말에 불평을 터뜨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인인 에슬라가 맹세를 했으니 지켜야지!

-전력을 다해서 방어막을 쳐라!

태현은 악마들을 전부 이다비 앞으로 보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호다닥 도망치고 있었지만 이다비 혼자 저주를 거느라 발이 묶여 있었다.

이다비 앞에 악마들이 마법으로, 몸으로 방어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뒤로 도망가는 놈들도!

-뭐… 뭐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아키서스의 화신! 대체 뭘 한 거냐!

학카리아스는 그제야 태현이 무슨 스킬을 썼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악마들이 약점을 노릴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들어온 공격!

-멈춰라! 아키서스의 화신! 터뜨리면 너도 죽는다!

-죽었다가 부활하지 뭐.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 부활!

부활 계열 스킬은 정말 희귀하고 구하기 힘들었지만, 한 번 얻어 놓으면 그 값을 했다.

쿨타임이 더럽게 긴 편이어도 이럴 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아키서스의 화신! 정말로 타협하자! 이번에는 정말로 맹세를 지키겠다!

-그래!

태현은 말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준비했다. 학카리아스한테는 시간을 많이 줘서는 안 됐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도 해제할지 몰라!

-폭발!

-아키서스의 화신----!!!!!

그리고 대폭발이 일어났다.

판온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 * *

태현은 모두에게 명령할 때 김태산한테도 말했다.

-아버지.

-왜? 잘 싸우고 있냐? 학카리아스는 어떻게 됐고?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그게 뭔….

[사용자가 현재 귓속말을…]

-…….

어이가 없고 황당했지만, 김태산은 태현이 이런 걸로 농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태현이 저런다면 이유가 있는 것!

“전부!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가라!”

“??”

“길마님이 왜 저러시지?”

김태산의 길드원들과 오크들은 영문을 모르는 채 움직였다.

아직 평원에 전리품들이 널려 있었지만….

길마님 명령이잖아!

“아, 아깝네 저거.”

“그래도 뭐….”

그러나 길드원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명령을 듣지 않았다.

“뭐하러 도망쳐?”

“대박이다! 우리끼리 다 먹을 수 있겠어!”

“길드 동맹 놈들 무서워서 다시 안 온다니까. 오면 도망치면 되지.”

희희낙락하며 아이템을 줍는 플레이어들!

그 순간 저 멀리 숲에서 길드 동맹 파티들이 말을 타고 달려 나왔다.

“이 자식들!”

“히이익!”

쫓아오던 플레이어들을 두들겨 패고 다시 나온 이들!

방금 평원에서 진 게 억울해 뭐라도 좀 해보려고 나온 이들이었다.

보아하니 이세연도 없고 김태산과 오크들도 없어 보이는데 화나 풀자!

“잘… 잘못했어요!”

“죽어!”

“저희는 그냥 아이템 줍기만….”

“죽어!!”

길드 동맹 파티들은 잔뜩 분노해 있었다. 지면 안 되는 싸움에 지고 도망친 상황!

이 분노를 어떻게 푼단 말인가!

“잠깐. 저거….”

“??”

그 순간 평원 뒤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날아왔다.

* * *

콰콰콰콰콰쾅!

아까 학카리아스의 브레스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폭발이 주변을 뒤덮었다. 학카리아스 안에 있던 태현은 그 폭발을 직격으로 맞았다.

뭘 할 수가 없다!

폭풍 안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태현은 폭발 안에서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행운의 바람 소환!

태현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행운의 바람 소환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지역에 강력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폭발을 밀어내고 아군을 보호해 줍니다!]

‘됐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작위 속성이라 위험했는데 잘 뽑은 것이다.

[바람이 폭발을 밀어내 앞으로 보냅니다!]

[폭발의 위력이 더더욱 거세집니다!]

‘어…?’

태현 일행 쪽으로는 위력이 줄었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더욱 더 강해진 위력!

바로 김태산과 길드 동맹이 싸운 자리였다.

‘…괜… 괜찮겠지?’

태현이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눈 앞을 가릴 정도로 많은 메시지창이 날아왔다.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

[……]

1초에 수십, 수백 번도 넘게 들어오는 폭발 데미지!

아무리 행운으로 많이 회피한다고 쳐도 가끔 데미지가 들어왔다.

[검은 마력의 폭발에 휩쓸립니다! 크게 데미지를 입습니다!]

‘크윽….’

이렇게 길고 길게 폭발이 지속되면 아무리 행운으로 피한다고 해도 한두 대씩 맞게 됐다.

행운을 압도하는 거대한 물량 공격!

‘음. 이거 어떻게든 적응이 될 거 같은데.’

공중에서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던 태현은 슬슬 적응하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아직 폭발 도중이지만 어떻게든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폭발 속에서 버텨냅니다! 체력이 오릅니다.]

[폭발 속에서…]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서 움직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강한 시련은 언제나 스킬을 성장시켰다.

이런 폭발은 더더욱 그랬다.

-아키서스의 화신!!

“어? 학카리아스 놈 지금 죽었을 텐데?”

폭탄으로 변해서 빵빵 터지고 있을 텐데 말을 걸다니.

태현은 당황했다. 드래곤 정도 되면 죽어도 영혼이 남나? 영혼이면 얼마나 센 거지?

-아키서스의 화신! 크아악!

“아. 악마들이었구나.”

태현은 안도했다. 물론 악마들은 전혀 안도할 입장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걸 버티… 크악!

악마들은 전력을 다해 방어막을 치고, 태현의 축복과 신성 영역까지 받아가며 버텼다.

그런데도 지금 하나둘씩 쓸려 나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냐!

“폭발 끝날 때까지! 힘내!”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 이다비 앞에 도착했다. 학카리아스를 붙잡느라 이다비 혼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고생 많았어. 가자!”

“태현 님…!”

“…너 왜 주변이?”

이다비 주변에 어두컴컴한 기운 같은 게 보였다.

“아. 이거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악귀 씌인 사람 같다!

“그… 그게. 이게 마이너스 저주라고….”

“…?”

-대화는 나중에 하고 빨리 좀 뛰어라 아키서스의 화신!!

악마들이 비명을 질렀다.

앞에서 몸으로 막고 있는데 저것들은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면서 걸어가고 있네!

설명을 들은 태현은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꼭 갚아줄게.”

“아, 아니. 진짜 괜찮거든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아냐. 내가 꼭….”

-아! 빨리 좀 가라고 이….

악마들의 아우성!

* * *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부활> 같은 아껴놨던 히든 스킬들을 전부 쓸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에슬라의 군세가 만들어준 위대한 기적!

그 거대한 폭발을 몸으로 막아내 탈출로를 만들어 준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해줬어, 악마들!”

-…….

-…….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몇 남지 않은 고위 악마들은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약속을 지켰다.

-이제 마계로 돌아갈 것이다.

태현은 아쉬워서 말했다.

“학카리아스의 부하들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있었어도 폭발에 휩쓸려서 날아갔겠다!

고위 악마들 말고는 아까 폭발을 막다가 전부 쓰러져서 마계로 돌아간 상황!

힘을 회복하려면 한참은 회복해야 할 것이다.

악마들은 태현을 가리키며 비난했다.

-우우! 악마 같은 놈!

아까와는 다른 뉘앙스를 가진 ‘악마 같은 놈’!

-에슬라 님! 저희를 돌려보내주십시오!

-이 아키서스의 화신을 떨어뜨려 주십시오!

“…….”

그 간절한 외침을 들었는지 하늘에서 마계의 문이 열리더니 에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와라. 나의 부하들아!

“에슬라. 고마웠습니다.”

-그래. 나는 빚을 갚았다. 에슬라는 맹세를 지킨다.

“우리 앞으로 더 친하게….”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후다닥!

마계의 문이 악마들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닫혔다.

에슬라는 아키서스의 화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잡상인 사절!

접근 자체를 피하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길이었다.

태현은 마계의 문이 닫히기 전에 크게 소리쳤다.

“에슬라! 그렇게 굴지 맙시다! 내가 어떻게 고생해서 풀어줬는데! 듣고 있는 거 다 압니다! 찾아갈 겁니다!”

-…그러지 마라! 안 들여보내 줄 거니까!

어지간히 겁이 났는지 닫혀가는 문 사이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나저나….”

태현은 닫힌 마계의 문에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크레이터!

언덕들은 싹 사라졌고, 주변에는 플레이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은 전부 로그아웃된 게 분명했다.

‘폭발이 어디까지 간 거야?’

주변에 요새나 마을까지 전부 쓸어버린 건 아니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학카리아스를 길드 동맹 수도 앞에 불러서 싸울 걸 그랬다!

‘하긴 그랬으면 싸우기도 전에 걔네들한테 맞아서 죽었으려나….’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

[……]

남은 폭발까지 완전히 끝나자, 보상이 차례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에 무려 레벨이 15나 오르는 쾌거!

블랙 드래곤은 과연 블랙 드래곤이었다.

‘드디어 HP가 10만을 넘었다!’

레벨 143!

다른 최상위권 랭커들은 250을 넘어 300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었지만, 태현은 이걸로도 만족했다.

사실 레벨 업 욕심은 반쯤 포기했다. 이제 그냥 스탯과 스킬로 승부를 볼 수밖에!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아니 악명은 왜!?’

주변을 박살 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명성이 7만을 넘기고 악명이 5만… 아직 괜찮긴 한데….’

이 와중에 드디어 신성이 2만을 넘겼다.

거기에 맞는 보상이 따라 나왔다.

[스킬 <아키서스의 기도>를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기도>

행운 스탯을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시킵니다!

‘아니, 더 필요 없는데?’

지금도 행운 스탯은 충분했다.

행운: 6,215

보라! 이 줄어들지 않는 행운 스탯을!

태현도 이 행운 스탯을 어딘가에 좀 쓰고 싶었다.

학카리아스를 잡을 때 저주를 걸어서 좀 많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레벨 업 보너스로 와장창 오른 것 같았다.

‘솔직히 4~5천 정도가 더 나을 것 같은데….’

행운이 높아서 손해 볼 건 없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태현은 손해를 봤다.

태현은 패시브 스킬 때문에 행운 스탯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경험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적당히 올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음. 제작용 스킬인가….’

제작할 때라면 일시적으로 행운을 올리는 스킬이 의미가 있었다.

‘아. 씨앗도 있군. 마침 잘됐네.’

악명 때문에 찜찜했었던 참!

행운이 엄청나게 높다면 좀 어떻게든 수습이 되지 않을까?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를…]

[레벨 업 하셨습니다!]

[전 스탯이…]

[대륙에 명성이…]

[대륙의 사냥꾼들이 당신의 위업에 경악합니다! 유명한 사냥꾼들이 당신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아탈리 왕국의 영주들이 이 소문을 듣고 술렁거립니다. 이들 중 당신을 섬길 자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칭호였다.

[전설 직업 <드래곤 슬레이어>로 전직할 수…]

[<아키서스의 화신>이라 불가능합니다.]

[카르바노그가 깔깔 웃습니다.]

“…….”

남들은 생전 한 번 보기도 힘든 전설 직업 전직을 태현은 참 많이도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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