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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89화 (789/1,826)

§ 나는 될놈이다 789화

승리!

값진 승리였다.

길드 동맹이 없는, 오스턴 왕국의 외곽 지역을 털어서 얻은 승리가 아니라 길드 동맹의 주력과 부딪혀서 얻은 승리!

길드 동맹의 랭커들을 다 잡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승리는 승리였다.

‘랭커를 잡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지.’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길드 동맹 소속이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상황이 유리할 때는 그래도 좀 나서서 싸웠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면 자기부터 발을 빼고 보는 것!

랭커들을 잡으려면 정말 궁지에 몰고 몰아야 했다.

그래야 도망을 안 가지!

아니면 태현처럼 도망치기도 전에 죽이든가….

번쩍!

김태산은 팔을 들었다. 랭커들을 놓쳤어도 승리는 승리였다.

“우리가 이겼다!!”

[오스턴 왕가의 군대와 부딪혀 승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전술 스킬이…]

[검술 스킬이…]

[……]

[……]

[……]

[우르크 지역에서 당신의 명성이 하늘 높이 치솟습니다! 모든 오크들이 당신을 선망합니다!]

[<우르크 오크 대족장>으로 전직합니다!]

파아아아앗!

엄청난 보상과 함께 김태산은 전설 직업, <우르크 오크 대족장>으로 전직했다.

드래곤을 레이드하는 태현과 함께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플레이어!

부자가 같이 명성과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취익! 취익! 취익! 취익! 취익!

-취이익! 취익!

평원을 가득 채운 오크 함성!

수많은 오크 NPC들의 함성에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압도되었다.

보기만 해도 가슴 뛰는 장면!

“김태산! 김태산! 김태산!”

“김태산! 김태산! 김태산!”

평소에는 나잇값 못하는 아저씨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보니 선녀 같… 아니, 정말 멋있다!

“김태산 님! 추격해도 됩니까?”

“뭐?”

김태산은 어이가 없었다. 추격을 한다고?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그런 소리가 나오나?’

이기긴 했지만 김태산 쪽 피해도 막심했다.

전술로 이기고, 기습하고, 앞뒤에서 공격하면서 포위를 했는데도 데리고 온 오크들이 어마어마하게 쓸려 나간 것이다.

정말 이세연까지 합류하지 않았으면 위험할 뻔했다!

길드 동맹 놈들이 도망치고 있었지만, 아직 남은 전력이 꽤 있었다. 랭커들도 남아 있었고.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괜히 쫓다가는 피를 볼 수 있는 것!

-길마님. 쫓아도 돼요?

-안 돼. 위험해.

이세연도 그걸 알고 있는지 전장에 남은 NPC들과 플레이어들만 탈탈 털고, 더 이상 쫓아가진 않았다.

“안 돼.”

“우우우!”

“자기가 뭔데!”

“??”

“길마님. 저거 우리 길드 놈들이 아니라 외부 놈들이에요.”

“아….”

김태산 길드가 유리해지자, 구경하고 있다가 참가한 플레이어들!

지금 오스턴 왕국에는 산적질을 하러 온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렸으니(주로 태현의 홍보 때문에), 그런 플레이어들이 눈치 보다가 슬쩍 낀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 마음대로 해라!”

김태산은 호탕하게 외쳤다.

뭐 내 길드원도 아닌데 쫓다 뒤지던가 말던가!

“역시 김태산! 김태산!”

“와아아!”

허락받은 플레이어들은 신나서 우르르 달려 나갔다.

“췩. 족장. 우리도 쫓고 싶다.”

“안 돼, 이것들아.”

김태산은 단칼에 잘랐다.

이기긴 했지만 피해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기껏 키운 놈들이 전부 다 쓸려 나갔으니….’

오크가 아무리 빨리 늘어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쓸려 나가면 회복이 더뎠다.

솔직히 전설 직업 퀘스트가 아니라면 하지 않았을 싸움!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었다.

위험하고 피해가 커도, 일단 이기면 장땡!

이기면 어떻게든 수습이 됐다.

‘전리품 챙기고 경험치 나눠서 정예 전사들 친위대로 올리고… 외곽에 안 턴 곳 좀 더 털고 우르크로 빠져야겠군.’

김태산은 간단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이겼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기엔 워낙 오크들이 많이 죽었던 것이다.

더 정면 대결을 하는 것보단, 길드 동맹이 이번 패배로 충격에 빠져 있는 사이 못 턴 곳을 몇 군데 더 털고 빠지는 게 나았다.

‘남은 건 다른 놈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태현이라던가.’

그나저나 지금 평원 뒤에서는 드래곤 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됐으려나?

* * *

-원하는 게 무엇이냐! 아키서스의 화신!

“…….”

학카리아스와 태현은 대치하고 있었다.

자기 뱃속에 들어간 태현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학카리아스!

학카리아스에게 데미지를 주기 힘든 태현!

‘살아 움직이는 폭탄… 밖에 없다.’

태현이 아무리 사기적인 행운 스탯과 회피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폭딜을 갖고 있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학카리아스와 태현은 기본적으로 레벨 차이가 너무 심했다.

이제까지 온갖 고렙 보스 몬스터를 잡아온 태현이었지만, 학카리아스는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보스 몬스터!

그런 학카리아스의 숨통을 끊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학카리아스 자체를 폭탄으로 바꿔버리는 것이었다.

레벨 차이를 무시하는 비장의 스킬!

태현이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걸 생각하고 있긴 했다.

‘문제가 너무 많아…!’

레벨 차이를 무시하는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아무렇게나 쓸 수가 없었다.

먼저 학카리아스가 얌전히 있어 줘야 했다.

수십 개의 마법 방어를 걸고 있는 학카리아스가 저런 스킬을 쓰는 동안 얌전히 있을까?

그리고 두 번째로 폭발이었다.

학카리아스를 폭발시키면?

드래곤 하트나 드래곤 비늘부터 시작해서 온갖 전리품을 날리는 것도 날리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근처가 완전히 날아갈 것이다.

‘솔직히 나도 어디까지 폭발할지 무섭다.’

태현도 두려운 학카리아스 폭탄!

이 근처에는 태현 파티도 있었던 것이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아키서스의 축복 걸면… 으. 폭발이 이십 초는 무조건 넘어갈 거 같은데…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까지 쓰면 어떻게든 되려나.’

태현은 이다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혼자 결정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다비. 상황이 이런데….

-터뜨리죠!

-…괜, 괜찮아?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태현 님이 그걸 썼을 거 아니에요?

뭉클!

태현은 순간 감동했다.

케인한테 상담했으면 분명 ‘야! 싫어!’이랬겠지!

-학카리아스 레이드 성공하면 사망 페널티 정도는 감안할 수 있을 거예요.

-하긴….

얻는 경험치로 사망 페널티를 커버가 충분히 될 것이다.

-그리고 안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그런데 학카리아스한테 걸 방법이 문제인데. 어떻게든 잠깐 멈추게 해야 해.

-제가 <녹인 황금의 저주> 걸 수는 있는데….

-…!

이다비의 가장 강력한 스킬 중 하나, <녹인 황금의 저주>!

맞는 순간 일단 상대와 같이 발을 묶는 스킬이었다.

레벨과 상관없이 확실하게 먹힌다!

-학카리아스가 마법을 너무 많이 걸어서 저주를 쓸 수가 없어요.

저주 조준을 못 하게 하는 마법, 저주를 튕겨내는 마법, 저주를 약하게 만드는 마법, 저주를 상대한테 돌리는 마법….

하여간 온갖 마법이란 마법은 다 떡칠하고 있는 학카리아스!

-그건 내가 풀어볼게. 걸 수 있겠어?

-…해볼게요!

이다비가 잠시 멈칫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녹인 황금의 저주>는 레벨 차이가 심한 상대한테 쓰면 그만큼 골드가 소모되는 것!

학카리아스한테 쓰면… 파산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다비는 결심했다.

파산, 아니, 마이너스 통장의 저주가 덮치더라도 걸겠어!

* * *

-좋다. 학카리아스. 지금 나갈 테니까 주변에 걸린 마법을 풀어라!

-뭐라고? 아키서스의 화신. 그걸 어떻게 믿으란 거냐?

학카리아스는 질색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네가 날 못 믿는 것처럼 나도 널 못 믿는다. 내가 밖에 나가는 순간 마법으로 공격할지 어떻게 아나?

뜨끔!

학카리아스는 찔렸다.

사실 태현이 나오기만 하면 방어고 뭐고 다 포기하고 태현만 조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 너도 네 명예를 걸고 맹세해라. 내가 나가도 날 공격하지 않겠다고!

-…그래! 그렇게 하겠다.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하마!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학카리아스에게 명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학카리아스는 방금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입니다!]

[카르바노그가 속지 말라고 외칩니다! 블랙 드래곤은 양심 없는 쓰레기라고…]

‘괜찮아. 나도 안 지킬 거거든.’

명예라고는 신경 안 쓰는, 자존심 강한 두 쓰ㄹ… 아니, 천재들의 대결!

-마법을 풀어라! 학카리아스!

-아키서스. 너도 명예를 지켜라!

평소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라면 살짝 의심을 해봤을 것이고, 하다못해 학카리아스가 골드 드래곤이었다면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키서스한테 종족 단위로 한 번 속은 적 있는 골드 드래곤은 저런 말에 넘어갈 리 없는 것!

그러나 학카리아스는 블랙 드래곤이었다.

아키서스한테 속은 골드 드래곤을 ‘어휴, 드래곤이 돼서 아키서스한테 속냐?’라고 비웃기만 했지, 아키서스가 얼마나 사악한 신인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다.

아키서스가 아무리 잘나 봤자 자기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교만함!

거기에 처음 느껴보는 고통 때문에 급해진 마음까지!

학카리아스는 태현이 자신을 속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법을 풀었다.

그 순간 태현은 명령했다.

-악마들! 반으로 나뉘어서 학카리아스의 발을 묶고 나머지는 내 일행을 보호해라!

-녹인 황금의 저주!

[검은 묘비 산맥의 지배자, 학카리아스는 당신 수준으로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골드가 미친 듯이 소모됩니다!]

[파산합니다!]

[마이너스의 저주에 걸립니다!]

<죽음의 황금 상인> 직업의 가장 무서운 상태!

골드를 먹어도 빚만 갚아지고 먹어지지는 않는 저주!

그러나 이다비는 학카리아스를 단단히 묶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이런 소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세상에는 가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살아 움직이는 폭탄!

악마들과 이다비의 기습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학카리아스는 태현이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쓰는 것도 뒤늦게 눈치챘다.

-아키서스의 화신! 이런 잔수작을… 감히 날 먼저 속여!? 나보다 먼저 속이다니…!

태현한테 속은 것보다 늦게 뒤통수를 친 게 더 억울한 학카리아스!

음모와 계략의 조종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블랙 드래곤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경고했지! 너로서는 날 죽일 수 없다고! 이런 허튼수작으로 날 묶어봤자 뭐가 될 줄 아느냐?

학카리아스는 그렇게 말하며 경계했다.

목 밑의 약점을 노리나?

그 정도는 대비하고 있었다!

‘흥! 아무리 약점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에 날 죽일 정도로 데미지를 줄 순 없을 거다.’

학카리아스는 치밀한 드래곤이었다.

언제나 만약의 만약을 대비했다.

마법을 전부 풀었어도 목 밑에 있는 최대의 약점에는 함정이 있었다.

목 밑에 접근하는 순간 심어놨던 함정이란 함정이 모두 작동한다!

‘이 저주가 무슨 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임만 묶는 저주다. 풀리는 순간 이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어주마…!’

그러나 학카리아스는 태현에 대해 너무 몰랐다. 태현은 애초에 그 약점을 노리지도 않고 있었다.

태현에게는 권능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기계공학도 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이 완료되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칭호: 드래곤을 폭탄으로 바꾼 자를 얻었습니다!]

[스킬 <드래곤 폭탄>을 얻었습니다!]

[……]

[……]

하도 메시지창이 많아서 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기계공학 스킬이 확 오른 건 볼 수 있었다.

최고급 기계공학 5!

최고급으로 오르고 나서부터는 뭘 해도 0.1%씩 오르거나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한 번에 레벨 단위가 3 뛴 것이다.

‘드래곤 두 마리만 더 폭탄으로 바꾸면 기계공학을 마스터할 수 있겠군!’

태현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모두에게 명령했다.

-모두 최대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라!

그리고 한마디 더 명령했다.

-악마들은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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