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88화
네크로맨서의 장점은 무에서 유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고렙 네크로맨서는 혼자 다니다가도 수틀리면 순식간에 군대를 불러낼 수 있었다.
그게 리치라면 더 할 말이 없었다.
체세도는 길드 동맹이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 뒤편에서 닥치는 대로 언데드를 소환한 다음 돌격했다.
앞뒤로 싸 먹는 공격!
-산 자에게 죽음을! 산 자에게 죽음을!
강화된 스켈레톤 궁수들이 뼈 화살을 미친 듯이 쏘아 날리고, 스켈레톤 기마병들이 언덕 위를 기어올라 진지 벽에 박아댔다.
대부분은 일격에 박살 났지만 체세도가 노린 건 다른 것이었다.
-언데드 폭발!
콰과과광!
보낸 언데드들을 폭발시켜버린 체세도!
-김태현 백작한테서 배웠지! 크하하하!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온 체세도!
언데드 부하들을 가차 없이 보내서 폭발시키자 진지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돌격! 돌격! 죽음을 맞이해라! 어둠의 손아귀! 에너지 흡수! 음에너지 화살 발사!
체세도는 진지에 같이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마법을 난사했다.
리치의 공격에 길드원들과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뒤에 일어나는 커다란 혼란!
그걸 본 김태산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지금이다! 받은 공성 병기 전부 꺼내!”
태현과 태현의 영지에 있는 대장장이들한테 받아낸 공성 병기들!
아까 꺼냈다면 랭커들이나 마법사, 궁수들한테 저격당해 바로 부서질 것 같아 꺼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혼란스러울 때라면!
“거인들 왼쪽으로! 사디크의 마수들은 오른쪽으로! 오크 최정예 전사들 앞으로! 총공격에 나선다!”
김태산이 기르고 기른 최정예 전력들!
핵심 길드원들과 플레이어들, 최정예 전사들을 총동원한 밀어붙이기!
김태산도 승부수를 건 셈이었다.
슈우웅-
쾅! 콰아앙!
공성 병기에서 바윗덩이와 폭탄이 날아가며 상황을 뒤흔들었다.
원거리 공격은 비교적 안심하고 있던 길드 동맹 측은 기겁할 만한 습격!
그러나 길드 동맹도 이번에는 정말 정예들이 모였다는 걸 증명하듯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감히 이런 짓거리를…!”
길드 동맹은 이를 갈며 성기사, 사제 랭커들을 재빨리 뒤로 보냈다.
“성기사 사제 랭커들은 전부 뒤로! 나머지는 앞으로!”
-랭커들의 숫자는 압도적이다. 나눠도 된다!
“돌격! 돌격! 놈들이 아예 올라오지 못하게 기세를 꺾어버려라! 놈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고렙 이상은 적다!”
리치를 카운터칠 수 있는 성기사, 사제 직업들은 다 뒤로 보내고 남은 랭커들만으로 김태산의 공격을 막아내기로 한 것이다.
과감한 전략이었지만 효과적이었다.
“!!!”
“너희들이 김태현인 줄 아냐! 덤벼!”
“우리가 김태현이 무섭지 너희들이 무서운 줄 아냐!”
길드 동맹 랭커들은 이를 갈며 앞으로 덤벼들었다.
평소에 태현한테 당하고, 태현하고 비교당하고….
쌓일 대로 쌓인 한!
“공성 병기부터 조져! 공성 병기부터 조져!”
“뚫고 들어간다!”
“막아!!”
김태산 쪽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반드시 랭커들을 막고 언덕 위를 뚫어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길드 동맹을 우습게 본 거 나였나!’
뒤에서 체세도가 일으킨 소란도 점점 잦아드는 것 같자, 김태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태현한테 맨날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두들겨 맞아서 그렇지, 길드 동맹은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판온 내 최대 길드라는 타이틀을 그냥 딴 게 아닌 것!
이렇게 정예들을 모아서 정면 승부를 하니 그 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태산 쪽도 나름 선전했지만 이대로 가면….
“이….”
“이?”
“이세연이다!!!”
최상위권 랭커는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전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태현이 그랬듯이, 이세연도 마찬가지였다.
허공에 나타난 본 드래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는 이세연!
그걸 본 서로가 직감했다.
이 싸움은 길드 동맹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 * *
푹! 푸푹! 푹!
“와! 찌를 곳이 너무 많네!”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크악! 크악! 그만둬라! 개자식아!
태현은 학카리아스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칼춤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드래곤에게 연속 공격을 성공했습니다! 검술 스킬이 더 크게 오릅니다!]
[아키서스 검법의 새로운 스킬이 열렸습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스킬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날립니다. 적중시킨 부위는 새로운 약점이 됩니다.
새로 얻은 스킬은 바로 써줘야 제 맛!
태현은 가차 없이 사용했다.
푸우우욱!
[학카리아스에게 새로운 약점이 생깁니다!]
‘지금 검술 스킬이 몇이야?’
일단 안에 성공적으로 들어오자 약간 여유가 생겼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침착하게 계산기를 굴려야 했다.
올릴 수 있는 스킬은 전부 올려야지!
고급 검술 8 (85%)
‘!!’
평소랑은 다르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르는 스킬!
드래곤은 스킬 성장을 하기 가장 좋은 상대였다.
‘영지에 드래곤 모양의 허수아비를 설치해야겠군!’
태현은 감탄하며 검을 계속 휘둘렀다.
검술 스킬 최고급 찍고 만다!
물론 그럴 때마다 학카리아스는 비명을 질러댔다.
-크아악! 끄아아악!
학카리아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런 저런 대응을 했다.
[맹독성 산이 학카리아스의 몸 안을 가득 채웁니다!]
“저주 아니지? 저주 아니면 괜찮아. 버틸 수 있다!”
태현은 버텼다.
학카리아스는 태현이 안으로 들어오자 새삼 아키서스의 화신이 상대하기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느꼈다.
어지간한 일반 공격은 행운으로 인해 잘 통하지도 않고, 그나마 먹히는 게 저주 계열이었는데…
그중 가장 데미지가 강력한 화염 계열 저주는 또 사디크 권능으로 막혔다.
그렇다고 다른 저주를 또 잘 맞아주는 건 아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석화의 저주!
“흥! <살라비안의 안개화>!”
-이 개자식은 대체 권능을 몇 개나 갖고 있는 거냐?!
노리고 쏜 석화 저주도 안개로 변신해서 피해버리는 태현에게, 학카리아스는 질릴 대로 질려 버렸다.
각종 저주를 쏘아내도 피하고, 막아내고, 권능으로 버티고, 심지어 언령 마법까지 사용했다.
‘이 개자식한테 언령 마법을 가르친 놈 누구냐?!’
범인은 고대 해룡 오케노아스!
그러나 학카리아스가 알 방법이 없었다. 학카리아스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아키서스의 화신… 아키서스의 화신! 타협하자!
[!!!!!]
카르바노그가 깜짝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 자존심 높은 드래곤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줄이야!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드래곤을 굴복시킨 자를 얻습니다!]
[……]
[……]
[……]
검술, 마법, 화술 등등 각종 스킬들이 오르고 명성까지 올랐다.
태현은 흐뭇했다.
정말 아낌없이 퍼주는구나!
“그래! 타협하자!”
[카르바노그가 교활한 블랙 드래곤을 섣불리 믿지 말라고 경고…]
푹푹푹!
말과 행동이 정반대!
카르바노그가 경고해 줄 필요도 없었다. 태현은 애초에 학카리아스와 타협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학카리아스는 지금 무조건 잡아야 했다.
에슬라의 군세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고, 태현의 각종 권능 스킬들은 학카리아스가 다 알게 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싸우면?
게다가 태현은 잃을 게 너무 많았다.
학카리아스가 아탈리 왕국으로 날아와서 브레스만 갈겨줘도….
‘길드 동맹이 신나서 학카리아스 동상을 세우겠지!’
-개자식아! 내 말이 안 들리는 것이냐!
“어! 어! 듣고 있어! 그래! 이야기해 봐!”
푹! 푹!
-크아아아악!
학카리아스는 데굴데굴 굴렀다. 그걸 본 악마들은 신이 나서 더욱 더 공격을 퍼부었다.
-놈이 약해지고 있다!
-역시 아키서스의 화신은 대단한 놈이다! 드래곤의 뱃속으로 들어가서 공격하다니!
-아키서스의 화신! 아키서스의 화신!
-너는 악마 대공의 자격이 있는 놈이다!
악마들의 환호성과 함께 공격이 쏟아졌다.
놀랍게도 이 와중에도 학카리아스는 크게 데미지를 받지 않고 있었다. 악마들의 공격은 대부분 비늘에 막혔던 것이다.
지금 학카리아스를 몸부림치게 만드는 건 안에서 찌르는 태현의 공격!
-아키서스의 화신…! 내 말을 들어라! 네놈의 공격은 날 죽이지 못한다! 타협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학카리아스는 고통을 참으며 태현을 협박했다.
실제로 태현이 지금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학카리아스의 HP는 여전히 50%대였다.
-지금 내 상처는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학카리아스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휴. 다행이다.’
학카리아스가 HP를 회복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아무리 학카리아스라도 이만한 공격을 바로 회복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태현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학카리아스였다.
-내 말을 들어라! 아키서스의 화신! 악마들도 계속 여기 있지는 못할 텐데!? 악마들이 돌아가고 나면 넌 여기 갇히는 거다!
-그러면 여기서 살지 뭐.
태현은 쿨하게 대답했다.
적응하면 여기도 나름 쾌적했다.
스킬 레벨은 엄청 올릴 수 있겠군!
학카리아스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 미친 자식은?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 걸 말해라!
‘네 목을 원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태현은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학카리아스 놈을 속여서 약점을 노릴 수 있을까?
지금 보니 안에서 칼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확실히 잡기 부족했다.
데미지의 한계!
판온 플레이어들 폭딜로는 태현을 따라올 수 있는 플레이어가 드물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새삼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 몬스터인지 느껴졌다. 이걸 지금 수준에 잡겠다고 나섰으니….
* * *
“이세연----!”
길드 동맹 간부들은 이를 갈며 외쳤다.
“이세연! 지금이라도 물러서면 오늘 일은 잊어주겠다!!”
“아주 많이 절박한가 봐?”
이세연은 비웃으며 무시했다.
저런 말에 흔들릴 그녀가 아니었다.
애초에 길드 동맹은 너무 커져서 한 번 꺾어야 했었다. 이렇게 기회가 찾아오다니 다행일 뿐!
간부 중 하나가 이세연의 말에 욕설을 내뱉었다.
“저, 저… 누가 김태현 여자친구 아니랄까 봐 말 개같이 하는 거 봐!”
“…브레스 발사!”
-본 드래곤 브레스!
콰아아아앙!
방금까지 간부가 있던 자리가 싹 사라졌다.
“태현이랑 사귀었니?”
뒤에서 김태산이 당황해서 물었다.
뉴스가 정말이었나?
태현이는 부정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거든요!?”
“아. 아니군.”
이세연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루머의 근원지는 저 길드 동맹 놈들이다!
“모두 쓸어버려!”
사제와 성기사들한테 두들겨 맞던 체세도였지만, 이세연까지 합류하자 더 이상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언데드의 폭포!
앞에서는 수많은 오크들이 새로 달려들고, 뒤에서는 몇십 겹으로 강화된 언데드들이 날뛰자 길드 동맹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후퇴! 후퇴!”
결국 후퇴 선언이 나왔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이를 악물고 길을 뚫기 시작했다.
물론 이세연은 그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어디 가? 린야오! 도망치는 거 아니지? 너 지금 방송에 다 잡히고 있어! 도망치면 너 판온 접을 때까지 이 영상 나온다?”
“…….”
도망치는 랭커들의 뒤통수로 쏟아지는 도발!
그리고 그 도발은 그냥 끝나지 않았다.
자존심 상한 랭커들이 멈칫이라도 하면 이세연은 바로 저주를 걸어 발을 묶었다.
“걸렸다! 잡아!”
순식간에 먹잇감에 달려드는 이세연의 길드원들!
“!!!!”
그걸 본 다른 랭커들은 식겁했다.
이세연… 역시 진짜 무섭다!
“튀어, 튀어!”
“눈 마주치지 마!”
완전히 기세가 꺾인 랭커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