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86화
‘있는 스킬 아끼지 말고 다 털자!’
태현은 학카리아스 중심으로 신성 영역 스킬을 깔고 아키서스의 저주를 걸었다.
지금은 스킬을 아끼지 말고 학카리아스에게 데미지를 넣어야 했다.
학카리아스가 땅바닥에 박힌 거 말고는 너무 데미지가 없었다. 접근하는 악마들을 모두 태워버린 것 때문이었다.
-크아아악! 아키서스의 저주 따위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
-고룡의 포효!
학카리아스는 <아키서스의 저주>를 맞고서도 꿋꿋이 마법을 시전했다.
놀라운 마법 스킬!
‘뭐 전설 마법 스킬이라도 찍었나?!’
태현은 경악했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도 <아키서스의 저주>를 맞으면 행운이 미친 듯이 내려가서, 닥치는 대로 스킬이 실패했다.
그리고 마법은 스킬 중에서도 실패 확률이 높은 편인 스킬.
그런데 학카리아스는 마법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실패 확률이 아예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최고급 마법 스킬이 아닌 전설 마법 스킬쯤 되어야 가능한 일!
그러나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행운이 마이너스로 내려간다는 건, 스킬 실패 말고도 다른 페널티가 있다는 것!
-죽어라, 블랙 드래곤!
-우린 네가 싫다!
태현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을 펼쳐준 덕분에 악마들은 다시 한번 총공격을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비늘로 다 막아내던 학카리아스였지만,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안에서 저주까지 걸리자 그게 되지 않았다.
[학카리아스의 비늘 사이로 악마의 마력 담긴 투척 창이 꽂힙니다!]
[학카리아스의 콧구멍으로 악마의 지옥 화염이 들어갑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추가 효과를 부여합니다. 학카리아스의 시야 앞에 혼동의 안개가 펼쳐집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아키서스의 저주가…]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아키서스의 저주가…]
한 대만 맞아도 신성 영역과 저주가 끈질기게 보너스를 적립해 줬다.
어디 가서도 볼 수 없는 친절한 서비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이런 끈덕진 공격에 학카리아스가 외쳤다.
-빌어먹을 아키서스 놈! 신들과 악마들이 왜 다 널 죽이려고 했는지 알겠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저런 말에 상처받지는 않았지만, 아키서스가 했던 일들을 들으면 나름 억울한 태현이었다.
적어도 그건 내가 한 짓이 아닌데!
그러자 옆에서 날아가던 악마들이 태현을 위로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키서스의 화신!
-맞아! 우린 널 좋아한다! 넌 정말 악마 같은 놈이다!
-에슬라 님도 널 칭찬하셨다. 악마로 태어났어야 할 놈이라고!
-네가 죽으면 마계에 네 자리를 하나 만들어놓겠다.
[에슬라의 군세 내 당신의 평판이 오릅니다.]
[에슬라가 지배하는 마계의 층에서 당신의 평판이 오릅니다.]
<악마 쪽도 나름 장점이 있다-에슬라 악마 퀘스트>
에슬라가 지배하는 마계의 층은 당신을 매우….
소속 퀘스트까지 뜰 정도!
그사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풀렸다. 학카리아스는 일갈했다.
-아키서스 놈 신성 영역은 대체 왜 악마한테도 도움을 주는 거냐!
듣고 보니 그러네?
태현도 동의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용용아. 피해라!
태현은 용용이를 하늘 높이 날려보낸 후 자신은 학카리아스 등 위에 착지했다.
[학카리아스가 미친 듯이 날뜁니다!]
[불안정한 발판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데 성공합니다! 민첩이 오릅니다!]
[불안정한 발판에서…]
미친 듯이 요동치는 학카리아스!
그 위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태현은 온 신경을 기울여 균형을 잡았다.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아악! 아키서스 개자식! <피할 수 없는 화염이여 태워라>!
화르륵!
학카리아스는 저주의 화염을 내뿜었다.
아키서스의 행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것도.
학카리아스는 블랙 드래곤답게 교묘하고 음흉한 성격이기에 아키서스의 약점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가장 강력한 언령 저주 스킬!
태현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고, 강력한 저주 스킬이었다.
‘젠장, 못 버티면 부활….’
[<화염 재생> 스킬이 화염을 흡수하고 HP를 회복시킵니다.]
“…….”
-…….
사디크의 권능, <화염 재생>!
학카리아스는 이를 갈았다. 저놈이 아키서스의 화신뿐만이 아니라 사디크의 힘도 갖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 이… 흑흑이 이 노오옴!
-그게 왜 제 잘못입니까?!
멀리서 공격하던 흑흑이가 자기도 모르게 변명했다.
사디크 권능은 흑흑이가 준 것도 아닌데!
-아키서스 개자식아! 너는 명예도 없느냐!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블랙 드래곤은 태현만큼이나 뻔뻔하고 얼굴 가죽이 두꺼웠다.
자기 불리하면 억지 정도는 바로 부릴 수 있는 존재!
물론 태현도 만만치 않았다.
“어? 응. 정정당당하게 싸울게.”
-사디크의 화염! 사디크의 화염 룬!
말과 행동이 정반대!
[학카리아스를 매우 분노하게 만듭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화르륵!
학카리아스 등 위를 내달리며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고 화염 룬을 새기는 태현!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야! 왜 포격 안 하냐!”
“그, 그래도 됩니까?”
“쏴!”
태현이 붙어 있어서 멈추고 있던 아키서스 포병대는 바로 발사했다.
쏘라면 쏴야지!
태현을 떨쳐내려던 학카리아스는 몸을 뒤흔드는 진동에 괴로워했다.
-크아아… <얼어붙는 한기의 저주>, <뼛속부터 얼리는…>.
학카리아스는 닥치는 대로 저주를 사용했다.
방금 화염 저주를 걸었다가 사디크 권능 때문에 피를 봐서 그런지, 학카리아스는 빙결 저주 위주로 걸었다.
태현을 어떻게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생각!
그러나 이미 한 번 당한 태현은 학카리아스가 언제 저주를 거나만 기다리고 있었다.
-저주 이동!
[걸린 저주가 랜덤으로 다른 상대에게 이동합니다!]
[학카리아스에게 저주가…]
지금 저주로 행운이 엄청나게 낮아진 학카리아스가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촤르륵-
학카리아스 자신이 건 저주에 꼬리와 발톱이 얼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걸 보며 혀를 내둘렀다.
“뭐 얼마나 세게 건 거야?”
-이런 잔수작으로 내 저주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학카리아스는 바로 자기 저주를 풀고 다시 걸려고 했다.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드래곤의 사기성만 강하게 느껴졌다.
육체적으로도 엄청나게 강한데, 마법적으로는 더 강했다.
접근하는 악마들을 광역기로 쓸어버리면서 자기 저주를 풀고 동시에 태현에게 저주를 걸다니. 심지어 아키서스의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
“…그래.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
푹찍!
태현은 다시 한번 학카리아스를 찔렀다.
이번에는 대만불강검이 아니었다.
조금 더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 사용!
[창의 힘을 모두 사용해 상대를 1분간 토끼로 만듭니다.]
[카르바노그가 뛸 듯이 기뻐합니다!]
[믿을 수 없는 위대한 업적으로 <조금 더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이 더 깨어납니다. <조금 더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이 <많이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창>으로 바뀝니다.]
많이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
내구력 ∞/∞, 공격력 1.
스킬 ‘카르바노그의 발목 공격’ 사용 가능. 스킬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 사용 가능. 스킬 '카르바노그의 혼동' 사용 가능.
카르바노그의 인정을 받아야 착용 가능.
카르바노그의 성물 중 하나인 카르바노그의 창이다. 많이 깨어난 덕분에 무뎌진 날이 고쳐지고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카르바노그의 인정을 받은 자만이 이 창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인정할 만한 위업을 해냈기에 창의 힘은 조금 더 늘어났다.
아이템 등급: 전설
와!
공격력 0에서 공격력 1로 엄청 늘어났어!
[카르바노그가 민망해합니다.]
…는 당연히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새로 추가된 <카르바노그의 혼동>이 의미가 있었다.
<카르바노그의 혼동>
창에 찔린 상대의 균형감각을 뒤집습니다. 상하좌우가 바뀐 상대방은 혼란스러워할 것입니다.
‘젠장. 뭐 이런 스킬이.’
[카르바노그가 나름 좋은 스킬이라고 항의합니다!]
나쁜 스킬은 아니었다. PVP나 지능 낮은 몬스터 상대로는 확실히 좋았다.
그렇지만 학카리아스 같은 지능 높은 드래곤 상대로는 저런 식의 스킬이 거의 의미가 없었다.
1초 만에 바로 적응하겠지!
‘그래. 나중에 쓴다고 생각하자!’
태현은 바로 학카리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학카리아스가 있던 자리에는 검고 커다란 토끼가 하나 있었다.
거의 드래곤만 한 토끼!
“귀… 귀엽다?”
케인은 그걸 보고 무심코 중얼거렸다. 살벌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
-뀨뀨뀨!
토끼가 살벌하게 외쳤다. 태현은 카르바노그가 해석해 주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알겠군.”
죽여 버리겠다는 게 너무 잘 느껴졌다.
쿵!
토끼가 앞발을 휘두르자 근처에 있던 바위가 박살 나고 언덕이 무너졌다.
드래곤의 스탯은 어디 가지 않는 법!
그러나 1분간 마법이 막힌 것만으로도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숨통이 트였다.
“가자! 지금이 기회다! 최대한 HP를 많이 깎아라!”
-와아아아아!
악마들은 기세가 미친 듯이 올라서 덤벼들었다.
-토끼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구나!
-평생 토끼로 살아라!
퍼퍼퍼퍼퍼퍼퍽!
악마들은 사방에서 달려들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학카리아스는 앞발을 귀엽게 휘둘러 저항했지만 마법이 없으면 역시 한계가 있었다.
“너희들 뭐하냐! 왜 안 쏴!”
“어… 아, 아군 있지 않습니까?”
“내가 나 있을 때도 쏘라고 하지 않았니? 쏴!”
“…….”
[아키서스 포병대의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공포 스탯이 더욱 높아집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
태현한테 점점 물들어가는 아키서스 포병대!
쾅! 쾅! 콰앙!
학카리아스의 몸통을 때리면서 악마들도 같이 폭발에 휩쓸렸지만, 악마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도 못 피하다니!
-형편없어! 형편없어!
“크… 영지로 돌아가면 악마들한테 저걸 본받으라고 해야겠다.”
에슬라의 군세는 태현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악마라면 저래야지!
자기 목숨 아끼면서 빌빌대는 게 무슨 악마란 말인가!
펑!
신나게 두들겨 패던 사이 학카리아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잠깐. 그러고 보니 아이템은 안 흘렸나?’
태현은 주변을 훑어보았다. 학카리아스는 딱히 아이템을 흘리지 않은 것 같았다.
깊은 실망!
‘후. 학카리아스 놈 뭐라도 좀 장비하고 다닐 것이지….’
자기 몸만 믿고 맨몸으로 다니다니!
죽어도 싸다!
돌아오자마자 학카리아스는 저주부터 걸고 시작했다.
-학카리아스의 권능 봉쇄!
[한동안 <많이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수많은 권능을 내버려 두고 카르바노그의 권능을 봉쇄하다니.
냉정하게 생각하면 좀 웃긴 일이었지만 방금 당한 학카리아스한테는 절실한 일이었다.
‘어차피 쿨타임 때문에 바로 못 쓰는데. 싸게 먹혔군.’
-아키서스 화신… 이 미친놈이… 카르바노그의 권능까지?! 대체 뭐하는 놈이냐!?
그러나 학카리아스는 몰랐다.
태현이 파이토스, 데메르, 살라비안, 시이바의 권능까지 갖고 있다는 것을!
-지금 HP가 얼마나 깎였지?
“68% 남았어요!”
“윽….”
거의 흠집도 나지 않던 학카리아스의 피를 저만큼이나 깎았단 건 분명 성과였다.
그렇지만 학카리아스 상대로 똑같은 수법은 여러 번 통하지 않았다.
아까처럼 창을 찌르려고 하면 학카리아스가 바로 반응할 것이다.
‘저 무식한 방어력의 비늘을 뚫고 데미지를 넣을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신의 예지>가 말해주는 목 밑의 약점이 아른거렸지만, 태현은 그 약점은 포기했다.
아까부터 학카리아스가 그 주변으로만 가도 바로 비늘과 방어 마법을 떡칠하면서 반격을 가해왔던 것이다.
자기한테 하나밖에 없는 약점을 방심하다 찔려서 쓰러지는 드래곤은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드래곤!
요즘 드래곤들은 훨씬 더 철저했다.
주변이 1초마다 뒤집히고 불타오르는 상황이었지만 태현은 냉정했다.
‘저 약점은 사실상 불가능한 미끼라고 봐야 한다. 포기하고 다른 곳을 노려야 해.’
그렇다면 어디를?
태현은 문득 학카리아스가 벌린 입이 참 커다랗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