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85화
길드 동맹과 김태산 모두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깐 나와서 도와주고 돌아가면 된다!’
에슬라의 군세는 학카리아스 상대로 훌륭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았다.
지금 중요한 건 길드 동맹을 엿 먹이는 일!
길드 동맹을 제대로 엿 먹여야 그들이 학카리아스 레이드를 방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눈앞에 블랙 드래곤을 두고 뒤의 평원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도우러 오다니.
그 미친 발상에 모두 경악했다.
“저, 저거 막아!”
파아아앗!
수만 명이 넘게 몰려 있는 전장에서도 태현의 미친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당당하게 검을 뽑아 들고, 용용이를 타고 달려와 오크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태현!
길드 동맹의 플레이어들이 언덕 위에서 살벌하게 대기하고 있는데도 당당하게 나서는 그 배짱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잡아! 저거 못 도망치게 잡아!”
“공격해!”
곳곳에서 길드 동맹의 간부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미워 죽겠는 태현이 자기 앞으로 냉큼 굴러들어온 셈!
변장에 분신에, 온갖 수단을 갖고서 신출귀몰하는 태현을 이렇게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길드 동맹의 전력이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는 유리한 경우는 더더욱!
이 기회를 두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태현을 가장 먼저 치는 놈한테 현상금을 주겠다! 만약 김태현을 잡는다면 오스턴 왕국에서 가장 좋은 영지를 주겠다! 김태현을 직접 잡지 못하더라도 김태현을 잡는 데 공을 세운다면 그 또한 엄청나게 포상하겠다!”
“현, 현상금? 얼마에요?”
“그게 지금 중요하냐?”
“근데 저번 현상금도 아직 지급 안 되지 않았나? 그거 언제 줘요?”
“쉿. 그거 잘못 물으면 쫓겨난다.”
몇몇 길드원들은 의심쩍은 눈빛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그 말에 넘어갔다.
영지!
영지라는 단어가 워낙 강렬했던 것이다.
‘막타 한 번만 잘 넣으면 영주가 될 수 있다!’
판온 플레이어 중 99%가 게임 접을 때까지 영지는 만져보지도 못했다.
길드원들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와아아아!”
“내가… 내가 잡을 거야!”
눈이 돌아가서 덤벼드는 길드원들!
태현은 그걸 보고서도 피하지 않았다.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내가 자살하면 나도 영지 받을 수 있냐?”
“…저 XXX가!”
“죽여! 죽여!”
간부들 뒷목 잡게 만드는 태도!
그래도 태현을 잡겠다고 나선 길드원들은 제법 고렙 플레이어들이었다.
주변에 우글거리는 오크들 사이를 빠르게 뚫고 태현 앞에 도착했다.
“죽!”
“여달라고?”
푹찍!
태현은 가만히 있다가, 가장 먼저 다가온 플레이어가 사정거리로 다가오자 번개처럼 움직였다.
-반격의 원!
상대방의 공격을 정확히 카운터 쳐서 돌려보내면 동작이 한 타임 묶이게 되어 있었다.
동시에 그대로 드러난 몸통!
그 몸통을 향해 태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
공격이 너무 허무하게 막히고, 자기가 맞을 상황이 오자 길드원은 당황했다.
‘괜… 괜찮아. 오기 전에 버프도 받았고 물리 방어로 장비 세팅도 했으니까 몇 대 맞아도 버틸 수 있다. 버티면 같이 온 파티원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생각!
몇 대 버티고 반격할 생각이었지만, 언제나 태현을 상대로 하면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
-아키서스 검법! 치명타 폭….
치명타 폭발까지 쓸 필요도 없었다.
아키서스 검법과 행운의 일격으로 부풀려진 공격력. 거기에 새로 얻은 알렉세오스의 권능 버프도 있었다.
새로 바뀐 전사형 버프!
그 위력은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고렙 플레이어를 평타 몇 방 만에 그대로 쓰러뜨렸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
“???”
“?????”
같이 온 길드원들은 태현이 한 명에게 집중한 사이 두들겨 패려다가 멈칫했다.
벌써 끝났어?
“뭔 말도 안….”
푹찍푹찍!
‘말도 안 돼’라고 말하려고 한 것 같았지만, 그럴 시간에 튀거나 거리를 벌리거나 하다못해 방어 스킬이라도 썼어야 했다.
태현은 망설임 없이 방향을 돌려 길드원을 썰어버렸다.
촤아악!
“뭐야 미친!?”
“약 먹었냐 저거?!”
태현의 폭딜이 무시무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했다.
단단히 준비하고 온 고렙 길드원들을 이렇게 빨리 무너뜨리다니!
“안….”
-치명타 폭발!
치명타 폭발까지 쓰자 한 방!
[아주 짧은 시간에 연달아 PVP에 성공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저… 저거!”
태현은 날뛰기 시작했다. 용용이를 타고 접근하는 길드원들을 미친 듯이 갈아대기 시작했다.
촤촤촤촥!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에랑스 왕국의 범죄자 네클을…]
[……]
오기 전에 버프를 최대치로 받고 각종 물리 방어 세팅으로 장비를 맞춘 플레이어도 몇 방이었는데, 그것도 안 한 플레이어들은 그냥 한 방!
게다가 태현이 타고 있는 용용이도 있었다.
도적 플레이어들이 은신 상태로 태현한테 접근하려고 하면, 용용이는 가차 없이 광역 마법을 사용했다.
콰지지직!
번개가 사방으로 날뛰며 도적들을 지져댔다. 공격은 버티더라도 은신이 풀렸고, 그러면….
“안녕?”
“아, 안녕하십니 컥!”
바로 태현의 검이 날아왔다.
파파파팍!
태현은 신명 나게 검을 휘두르고, 찌르고, 폭파시키고, 가끔가다가 사디크의 화염 마법과 폭탄도 던져줘서 길드원들을 뜨겁게 만들어줬다.
“핫하! 죽어라!”
“저, 저놈 진짜….”
“저게 인간이냐 백정이냐?”
수십이 넘는 길드원들이 채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갈려 나가는 걸 본 간부들과 랭커들은 입을 떡 벌렸다.
안 그래도 괴물인 놈이 더 괴물이 되어 나타난 걸 본 기분!
그러나 충격은 아직 시작일 뿐이었다.
간부 중 한 사람이 드디어 무언가 이상한 걸 깨달은 것이다.
“잠… 잠깐만. 저기 왜 저래?”
언덕 위로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던 오크들이 어느새 길드 동맹 진형 앞에 붙어서 덤비고 있었다.
* * *
길드 동맹이 갑작스러운 오크 인해전술에 맞서, 급하고 어설프게 진형을 짜긴 했다.
통일감 있게 하나로 뭉쳐진 진형이 아닌, 유명한 랭커들 중심으로 급히 나눠 모여 만들어진 진형!
잘 만들어진 진형들은 나눠져 있어도 서로 협조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길드 동맹의 진형에 그런 모습은 없었다.
랭커들, 간부들의 지휘하에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진형!
그런데도 물밀 듯이 밀려오는 오크 군세들이 두들겨 맞고 밀려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김태현을 상대하려고 나름 고렙 길드원들을 선발하고 용병단부터 시작해서 공들인 NPC들을 데리고 온 길드 동맹!
그에 비해 김태산이 보낸 오크 전사들은 저렙이 많았다.
-어차피 장기전이 될 텐데 처음부터 카드를 다 꺼낼 필요 없다. 놈들을 소모시켜야 한다!
궁수와 마법사들을 지치게 만든 다음 진짜 공격을 가할 생각!
길드 동맹의 화력도 무시무시해서, 화살과 마법 세례에 오크들은 발도 못 붙이고 쓰러져야 했다.
게다가 길드 동맹이 모여 있는 곳은 언덕 위였다. 거기다가 급하게 목책을 세우고 임시 진지를 만드니, 운 좋게 앞에 도착한 오크들도 못 넘고 그대로 썰려 나갔다.
하지만 <아키서스의 축복>이 이 모든 상황을 바꿨다.
대규모 전장을 뒤흔들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스킬, <아키서스의 축복>!
길드 동맹은 태현이 나와서 버프를 걸어줬을 때 무슨 버프를 건 것인지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러나 길드 동맹은 태현만 신경 썼다. 그 미친 존재감 때문에!
덕분에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아 미친 행운 스탯을 공유하게 된 오크들은 신이 나서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화살 세례도 마법 세례도 대부분 회피가 뜬다!
회피 불가 스킬만 아니라면 일시적으로 무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죽어! 뭐야!”
“화살이 다 빗나가는… 김태현! 김태현이 뭔가 한 거다! 저주로 바꿔! 저주 걸어!”
“저주로는 바로 못 잡아요! 숫자가 몇 마린데!”
“멍청한 놈들아! 발을 느리게 하면 되잖아!”
쓸모 있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미 때는 늦어, 오크들은 완전히 진지 앞에 달라붙어 있었다.
-취이익!
-췩! 궁수 놈들 이리 와라!
자기 동료들의 어깨를 타고서 목책을 뛰어넘는 오크들!
궁수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고 근접 직업들이 앞으로 나왔다.
오크들 자체는 괜찮았지만 더 이상 광역기를 쓸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레벨 낮은 놈들이다! 밀어붙여서 돌려보내면 다시 광역기를 쓸 수 있다!”
곳곳에서 랭커들이나 간부들이 소리를 지르며 길드원들을 다잡으려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본 김태산은 쾌재를 불렀다.
“태현이 덕분에 일이 쉬워졌습니다.”
“그래! 치고 들어가라!”
원래 이런 빈틈은 오크들이 절반은 쓸려 나가야 나올 줄 알았는데, 스킬 하나로 나오다니.
바짝 붙어서 근접전으로 가는 순간 김태산 쪽에는 엄청난 이익이었다.
상대방의 강점 하나를 그대로 봉쇄!
“거인들 앞으로! 사디크의 마수 앞으로!”
쿠오오오…!
숨겨놨던 김태산의 전력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인들이 바윗덩이를 집어 던지자 임시로 만든 진지 벽이 그대로 박살 났다.
구멍 하나가 나면 오크 수십 마리가 개 떼처럼 달려들었다. 길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휘둘렀다.
처음 겪어보는 살벌한 상황!
각 진형들이 녹색 파도에 마치 쓸려 나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 * *
“으아악! 도망쳐!”
“도망칠 곳이 없어!”
위의 언덕은 아직 버티고 있었지만, 가장 위험한 건 태현 잡겠다고 내려온 길드원들이었다.
도망갈 길이 어느새 오크들에게 막혀 사라져 버린 것!
오크들 잡고 길을 뚫어보려고 해도, 태현을 앞에 두고 그런 짓을 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항복!”
“뭐? 행복하다고?”
푹찍!
“김태현 님! 평소에 팬이었습니다!”
“그래! 고맙다!”
푹찍!
어떤 말이든 통하지 않는 태현!
내려온 길드원들은 그대로 다 쓸려나갔다. 대충 정리를 끝낸 태현은 계산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태현은 지금 알렉세오스의 축복을 받아 모든 스킬들의 쿨타임이 대폭 줄어든 상황!
원래라면 <아키서스의 축복> 같은 강력한 광역 버프 스킬은 전투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는 스킬이었지만, 지금은 부담 없이 쓸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태현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는 걸 모르는 채 덤빈 길드원들만 불쌍하게 됐다.
-주인님! 학카리아스 레이드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흑흑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악마들이 덤비고 있는데도 학카리아스는 꼿꼿하게 맞서고 있었다.
지칠 줄 모르고 덤비던 악마 군세도 주춤할 위력!
이럴 때 필요한 건 태현이었다. 단순히 강함뿐만이 아닌, 상황을 뒤집는 변수에 엄청나게 강한 사람!
-알고 있어. 지금 간다!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방향을 돌렸다.
저 때 길드 동맹에 끼어들어서 한 번 날뛰어주면 정말 좋을 텐데….
길드 동맹이 저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랭커들을 저렇게 데려왔는데 당연히 저 정도는 견뎌내겠지.
그걸 휘젓고 싶었는데 이대로 돌아가다니 아쉬울 뿐!
“학카리아스! 잘 쉬고 있었냐!”
-이 아키서스의 화신 노옴!
땅바닥에 못 박힌 채 브레스를 뿜고 있던 학카리아스는 멀리서 날아오는 태현을 보고 분노했다.
저 뻔뻔한 인간 놈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저주!
태현은 오자마자 아키서스 권능 스킬 세트로 학카리아스에게 인사를 날렸다.
악마들을 몰아내고 거친 숨을 쉬고 있던 학카리아스는 뜨거운 환영에 다시 격노했다.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