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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84화 (784/1,826)

§ 나는 될놈이다 784화

-감히 더러운 악마 놈들이 날 땅에 내려앉게 했겠다!

추락만 했을 뿐 학카리아스는 여전히 쌩쌩했다.

악마의 사슬은 학카리아스의 강력하고 두꺼운 비늘을 뚫고 데미지를 주는 스킬은 아니었다.

그저 땅바닥에 내려오게 만들었을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악마들의 기세가 오릅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기세가 오릅니다!]

날아다니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난이도가 내려갔다.

공격 측은 공격이 쉬워지고, 반대로 학카리아스는 아까처럼 땅을 향해 마법을 난사할 수 없었다.

자기한테도 데미지가 들어갈 테니까!

이제 레이드는 2단계로 들어섰다.

날지 못하는 학카리아스를 상대로, 방어를 뚫고 데미지를 줘야 한다!

* * *

김태현 vs 학카리아스.

판온 플레이어들이 듣기만 해도 주먹을 꽉 쥐고 손에 땀이 날 세기의 대결!

…그런데도 이 대결은 정말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어디에서 한다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날아간 태현이 학카리아스에게 선빵을 갈기며 시작!

판온 플레이어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 계정에 방송이 올라오는 걸 보고서야 깨달았다.

-김태현이 블랙 드래곤 레이드한다!!!!!!

-뭐???

소문이 퍼지자 파워 워리어 길드 개인 방송은 미친 듯이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재 시청자가 너무 많아 방송이 잠시 지연될 수 있…]

하도 사람들이 모여서 방송 계정이 멈추고 터질 정도!

“크하하! 멍청한 길드 동맹 놈들! 밤에 지나가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냐! 우리는 백수라서 24시간 접속한다 이거야!”

“파티장님. 쪽팔리니까 제발 좀….”

“어? 김태현이 블랙 드래곤 레이드 한다는데요?”

“뭐?! 어디서?! 구경하러 가자!”

오스턴 왕국에서 날뛰던 산적 플레이어들도.

“드디어 다 왔다! 이 던전만 깨면 무려 8개가 이어져 있던 연계 퀘스트도 드디어 끝을….”

“야. 김태현이 블랙 드래곤 레이드한다는데??”

“…그것부터 구경하고 하자!”

에랑스 왕국에서도.

그 외 판온 곳곳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소식을 듣고 직접 달려오거나 하다못해 방송을 켰다.

이건 꼭 봐야 해!

* * *

“지원 준비해라! 반드시 김태현을 잡는다!”

길드 동맹에도 태현이 학카리아스 레이드를 한다는 소식은 전해졌다.

비상!

-김태현 1! 김태현 1!

-김태현 1이 뭐죠?

-넌 그것도 모르냐?

길드원 중 하나가 새로 들어온 길드원에게 한심하다는 듯이 가르쳐줬다.

-김태현 관련 경보다. 5부터 1까지가 있지. 5는 김태현이 다른 곳에 있을 때, 4는 김태현이 오스턴 왕국 근처에 왔을 때, 3은 김태현이 오스턴 왕국에 왔을 때….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새 길드원의 당연한 의문!

그러나 다른 길드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도 모자라!

수도 밖의 영지들이 털리고 길드원들이 두들겨 맞을 때도 중앙만 지키고 있던 길드 동맹의 정예들이 드디어 나섰다.

랭커만 해도 열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전력!

김태현 이름만 나오면 ‘아, 배가 아파서….’, ‘아,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같은 핑계를 대던 랭커들도 나섰다.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 드래곤이 있는 지금이 바로 김태현을 밟을 수 있는 기회다!’

판온에서 이렇게 태현을 치기 좋은 기회는 드물었다. 랭커들도 잘 알았다.

랭커들이 서로 모여야 하고, 태현이 스스로 위험한 곳에 굴러 들어가야 하고….

여러 요소가 합쳐져야 가능한 천금 같은 기회!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떨어진 학카리아스를 공격하려던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게 뭔 소리?

저 멀리서 수많은 오크들이 언덕을 넘어 달려오고 있었다.

“힉!”

케인은 움찔했다.

판온에서 하도 오크들한테 당한 트라우마가 많아서 그런지, 달려오는 오크들을 보니 일단 긴장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오크들은 아군이었다.

김태산이 이끄는 오크 부족들!

“도와주러 왔다!”

김태산은 비장하게 무기를 들고 외쳤다.

흩어져서 다니며 정면 승부를 피하던 김태산과 오크 부족들이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 블랙 드래곤을 레이드하고서 퀘스트를 성공시킨다!’

오스턴 왕국을 지키는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를 레이드하는 데 성공한다면, 대족장 퀘스트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됐다.

“어? 필요 없는데요?”

“…야!”

김태산은 울컥했다. 기껏 폼 잡고 있는데 이 자식이 정말!

-아니 진짜로, 필요 없어요. 거기 오크들 지금 레벨이 100 넘는 애들이 얼마나 된다고….

김태산이 이끄는 오크 부족들은 숫자만 따지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안 그래도 빨리 숫자가 느는 오크 부족들을 다 긁어모았으니 당연한 일!

그러나 그만큼 고렙 오크는 적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 정예도 꽤 돼!

김태산이 직접 이끄는 족장 호위대 NPC들!

-그거 키우는 데 꽤 걸렸을 텐데, 블랙 드래곤한테 한 방 잘못 맞으면 그냥 날아가요.

태현은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것이었다. 김태산도 그걸 알아차렸다.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 걱정!

‘놀리는 줄 알았네.’

평소에 주고받은 말들 때문에 오해하게 된 것이다.

-그냥 원거리 공격 위주로 최대한 거리 벌리고 공격하세요. 탱킹은 악마들이 하고 있으니까.

태현의 말대로, 에슬라의 악마들은 눈부신 탱킹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 뒤, 옆, 위, 아래에서 덤벼드는 무수한 공격!

학카리아스가 아무리 마법으로 쓸어버리고 찢어발겨도 악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크… 저걸 다른 곳에 썼어야 했는데….’

저 군세 소환 한 번이면 길드 동맹 수도고 뭐고 한 번에 점령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새로운 일행이 나타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오크들 더 있어요?

-어? 아닌데….

정체는 바로 나타났다.

[오스턴 왕국의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오스턴 왕국의 모험가들로 구성된…]

[……]

[……]

길드 동맹이 끌고 온 전력!

용병, 왕국 병사, 기타 NPC들과 길드원으로 구성된 강력한 전력이었다.

숫자는 오크 부족들보다 적었지만 질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예!

게다가 랭커들의 숫자가 위협적이었다. 하나하나가 오크 부족 하나는 단신으로 쓸어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태산과 아저씨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스턴 왕국에 선전포고를 했을 때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예상하고 있었다.

“드디어 저놈들이 나타났다! 저놈들에게 빚진 걸 갚아주자!”

“와아아아아!”

“우리의 영지를 생각해라! 우리 영지가 왜 역병지대로 변했나!”

“저놈들 때문에!!”

“우우우우!”

아저씨들뿐만 아니라 일반 길드원들도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길드 동맹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거짓말을 하다 보니 진심으로 믿게 된 것!

물론 반대쪽에서 듣고 있던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미친놈들이 뭐라는 거야?”

“너희들이 터뜨렸었잖아!”

“우리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 줄 알아?”

김태산과 아저씨들이 역병 지대를 만들고 간 덕분에, 길드 동맹은 피눈물을 흘렸다.

기껏 점령했는데 식량은 안 나오고, 오염도 때문에 사기와 치안은 쭉쭉 내려가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그 넓은 땅을 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오크들이여! 돌격하라! 저 비겁하고 더러운 놈들을 쓸어버리자!”

“와아아아아!”

“취이이이익!”

길드원들과 오크 부족들이 언덕 위에서 물밀 듯이 밀려 내려왔다.

언덕을 완전히 채울 정도로 많은 숫자!

그러나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은 코웃음을 쳤다.

“흥. 숫자만 많다고 될 줄 아나?”

“마침 잘됐다. 참고 있었는데 이번에 단단히 매운맛을 보여주지.”

오스턴 왕국의 외곽을 돌면서 자기들의 영지를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부수던 오크들!

길드원들은 이를 갈았다.

수도와 중앙을 먼저 지키라는 명령만 없었다면 바로 가서 싸웠을 것이다.

숫자가 제법 많았지만 저 정도는 무섭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마법과 광역 스킬들로 쓸어버리고, 블랙 드래곤을 공격하는 태현을 잡을 생각이었다.

“어…?”

뭔가 이상했다.

언덕 위에서 오크들이 우르르 내려왔는데, 그 위에 또 오크들이 있는 것이다.

“…?”

“잔상인가?”

-취이이이이이이익!

너무 많은 오크들이 함성을 질러서 외침이 길게 늘어졌다.

그제야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은 깨달았다. 아직 오크 부족들이 다 오지도 않았다는 걸!

언덕 때문에 뒤에 있는 놈들이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괜… 괜찮아. 저 정도면 뭐….”

“맞아. 다 예상한 수준이지.”

-취이이이익!

“아, 그만해! 미친놈들아!”

“뭐 얼마나 데리고 온 거야! 밥만 먹고 새끼만 낳았냐?!”

길드 동맹도 나름 판온에서 길드원 숫자로 자랑하고 다니던 길드였다.

중국계 길드원들이 많다 보니 다른 길드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했던 것이다.

그런 길드 동맹을 압도하는 오크 부족원들의 숫자!

[적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사기가 하락합니다.]

언덕 뒤에도, 그 뒤에도, 그 뒤에도 오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녹색 파도!

‘쳐들어온 오크들이 이렇게 많았나?!’

‘분명 방송에서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김태산이 오스턴 왕국에 선전포고를 할 때 오크 숫자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설마 그때 일부러 숫자를 확 줄였다고?!’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엿 먹이려는 김태산의 함정!

리X지로 단련된 아저씨들의 교활함은 어디 가지 않았다.

“가자! 가자! 저놈들을 쓸어버리자!”

길드 동맹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황급히 대응을 시작했다.

“전부 수비 진형으로! 임시 요새를 짓는다!!!”

“각자 파티별로 모여! 흩어지지 마라!”

지금 학카리아스와 김태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칫하다가는 상대로 취급도 하지 않던 김태산과 오크들한테 쓸려 나갈 수도 있는 상황!

길드 동맹 숫자도 꽤 많은 상황이라 착착 명령을 내리기는 무리였다.

게다가 태현처럼 전술 스킬 높은 플레이어들도 드물었다.

결국 길드 동맹은 각자 유명한 파티별로 나뉘어서 수비 진형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

“저기 린야오 님이 계신다! 저쪽으로 가자!”

“저기 이카로스 님이야! 이카로스 님 쪽에 붙자!”

“아니, 리우쑹 님이 나을지도….”

유명 랭커들 위주로 우르르 뭉치다 보니, 각 진형 사이에는 빈틈이 많고 어설펐다.

잘하면 각개격파를 할 수 있는 그런 상황!

김태산은 그런 약점을 보고 기막히게 오크들을 지휘….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태산도 그런 전술 스킬이 없었으니까!

솔직히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가진 태현도 이 많은 오크들을 완벽하게 지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그래서 김태산도 세련된 지휘나 완벽한 전술은 포기했다.

그냥… 그냥 밀어붙이자!

-취익! 취익!

-족장님이 저기로 돌격하라고 했다!

“거기 아냐! 이것들아! 그쪽은 아무것도 없어!”

-취익! 저놈들이 적이다!

“거긴 아군이야!”

다행히 아저씨들이 곳곳에서 오크들을 붙잡고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줬다.

쿠쿠쿵!

어설픈 공격에도 길드 동맹은 비웃지 못했다.

앞을 꽉 채운 숫자에 질린 것이다.

“발사! 발사! 언덕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

급한 대로 언덕 위로 올라간 길드 동맹은 재빨리 빙 둘러싼 다음 닥치는 대로 광역기와 스킬을 퍼붓기 시작했다.

화살의 비가 쏟아지고 불덩어리와 얼음, 벼락이 쏟아졌다.

-취익! 취이익!

-취익! 너무 아프다!

“흥. 이 정도는 예상했다.”

김태산은 저 멀리 있는 길드 동맹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돌격하고 있는 오크들은 함정!

이들을 다 쓸어버리면 저들도 화살과 마법을 쏟아내 지칠….

-아키서스의 축복!

“???”

“??????”

길드 동맹도 김태산도 놀랐다.

너 학카리아스 안 잡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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