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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82화 (782/1,826)

§ 나는 될놈이다 782화

파아아아앗!

들고 있던 방패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곤잘레즈를 덮쳐 들어갔다.

주변에서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저, 저건 뭐지?!”

“스미스 스킬인가…!?”

“저런 스킬도 있었다니! 스미스. 이 자식…!”

“괜히 최상위권 랭커가 아니군!”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며 상황을 찍었다.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정보들!

-스미스. 정체불명의 방패 파괴 스킬 갖고 있음….

-방패째로 날려 버리는 스킬로 추측. 데미지 상상초월.

-곤잘레즈를 일격에 무너뜨릴 정도….

“크아아악!”

[막대한 데미지로 인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HP가 1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각인이 새겨진 최고급 건틀렛>이 부서집니다!]

[왼팔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왼팔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

곤잘레즈는 그대로 나뒹굴었다. 시야가 앞뒤로 흔들려서 상황 파악 자체가 불가능했다.

‘뭘 당한 거야!?’

갑자기 방패가 미쳐 날뛰더니 곤잘레즈한테 일격을 먹인 상황!

곤잘레즈는 스미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방패에 숨겨진 옵션이 그를 엿먹였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

‘스미스 이 자식! 스킬을 진짜로 숨기고 있었나! 설마…!’

랭커라고 하면 보통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져 있을 것 같은 이미지였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랭커는 판온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플레이어들.

뭐 하나만 해도 영상으로 올라오고 분석이 올라왔다.

게다가 대부분의 랭커들이 개인 방송을 하고 있었다.

태현 같은 예외가 아니라면 보통 랭커들의 직업과 스킬 세트는 거의 다 분석이 되어서 돌아다니는 상황!

몇몇 성격 꼬이고 적 많고 신중한 랭커들이나 스킬 몇 개를 끝까지 숨기고 다니는 거지, 일반적으로는 그냥 썼다.

그렇게 다 숨기고 다녀도 될 정도로 판온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스미스는 지금 처음 보는 스킬, 그것도 어마어마한 레어 스킬을 쓰고 있었다.

상대방의 방패를 폭발시키다니!

쓰러진 곤잘레즈는 스미스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패배감도 패배감이었지만, 솔직히 존경심이 들었다.

이런 스킬을 이제까지 숨기고 있었다니!

“스미스… 내 패배를 인정한다.”

“??!”

스미스는 어리둥절했다.

스미스 입장에서는 곤잘레즈가 혼자서 뒤로 자빠지더니 ‘크윽! 내 패배를 인정한다!’이러는 꼴이었다.

‘함정 아냐?’

스미스는 멈칫했다.

태현과 같이 다니다 보니 이상한 의심만 많이 는 스미스!

옆의 친구들이 재촉했다.

-뭘 하는 거야 스미스! 빨리 끝내!

-함정일지도 모르잖습니까.

-뭔 함정이야 저게!

-저렇게 자기가 넘어진 척을 해서 끌어들인 다음 공격을….

-세상에 그런 짓을 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김태현 씨는 그러는….

-…세상에 그런 짓을 하는 미친놈이 김태현 말고 어디 있어!

-그건 그렇습니다.

스미스는 달려들어서 곤잘레즈에게 마지막 검을 휘둘렀다.

[1:1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기사도가 오릅니다.]

[요새 전체의 사기가…]

[……]

“곤, 곤잘레즈 님이 졌어!”

“아니 저걸 져?”

“아무리 스미스가 강해도 그렇지 너무 못 버틴 거 아냐?”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나오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싸워야 하지 않나?

보던 사람들 눈에는 곤잘레즈가 덤비더니 스미스한테 몇 방 맞고 쓰러진 것으로 보였다.

어처구니없는 결말!

“요새 문 막아라!”

“아, 맞아!”

우르르-

곤잘레즈가 쓰러지자 길드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쓰러진 건 쓰러진 거고, 그들은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곤잘레즈 하나 쓰러졌다고 요새를 넘겨주는 건 미친 짓!

“지원 요청했으니까 곧 온다! 버티기만 해!”

“갖고 있는 거 다 퍼부어라!”

하늘을 덮을 정도의 화살과 마법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퍼붓기 시작한 공격!

그 서슬에 스미스와 친구들도 일단 방어를 해야 할 정도였다.

“스미스! 이거 못 뚫으면 후퇴해야 해! 쟤네 지원 불렀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미스도 딱히 좋은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스미스의 직업은 버티고, 정면 승부를 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강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변수를 만드는 스킬은 없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 스킬은 저번에 써서 쿨타임이….’

* * *

“길, 길마님.”

“선장님이라고 불러.”

“지금이라도 그만둡시다! 미친 짓 같아요 이건!”

티치와 길드원들은 몰래 요새 벽 뒤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운 좋게 안 걸리고 들어간다고 치더라도 그 다음은 어쩌려고!’

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요새 앞에는 스미스가 쳐들어와 있었다.

덕분에 모든 눈이 앞에 집중!

엄청난 행운이었지만 그들은 그걸 몰랐기에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봐라. 이 벽을 기어오른 다음 탑 위로 올라간다.”

“그… 그 다음에는요?”

요새에서 가장 높은 탑 위로 올라간 다음 뭐 어쩌려고?

“날아서 중앙의 사령관 건물로 날아가는 거지!”

요새 소유권은 중앙 거점에 들어가 일정 시간 이상 버티면 손에 들어왔다.

여기 요새의 중앙 거점은 가운데에 설치된 <사령관의 집>!

거기 들어가서 일정 시간만 버티면 요새 소유권은 일단 손에 들어왔다.

물론 그걸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요새 함락만 시키면 다시 뺏기든 말든 상관 없어!”

퀘스트 달성은 요새 함락만 하면 달성이었다. 그 뒤로는 바로 튀어도 상관없었다.

“선장님. 그건 그렇다 쳐도 저기까지 어떻게 날아가요?”

“마법 쓰는 순간 바로 걸려요.”

경계가 삼엄한 요새답게 마법 결계가 몇십 개는 넘게 쳐져 있는 것 같았다.

비행 마법이나 공중부양 마법 쓰는 순간 바로 알람이 미친 듯이 터질 것!

“다 생각이 있다. 봐라!”

“?!”

티치가 꺼낸 건 <의외로 잘 만들어진 글라이더>였다.

태현 영지에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 다니엘이 만든 아이템!

“이거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그 랜덤박스에서 샀는데 나왔지.”

“그거 품질이 좀 별로라고….”

“아냐. 이거 써봤는데 괜찮더라.”

운 좋게 꽝 중에서는 괜찮은 걸 뽑은 티치!

길드원들은 걱정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법보다는 낫겠지!

“나부터 간다!”

슈우우욱!

“어? 진짜 되네?”

“의외로 괜찮은 거 아냐?”

“설마 안 좋다는 거 헛소문이었나?”

예상 밖의 결과에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이거 사실 좋은 거 아냐?

* * *

[<사령관의 집>이 함락당했습니다.]

[요새가 점령당하기까지 남은 시간…]

“????!”

“뭐야?!”

“당장 가서 확인해 봐!”

길드원들은 기겁해서 달려갔다. 거기 지금 누가 들어간 거지?

“헉헉헉.”

“야! 문 막아!”

“있는 거 다 박아! 대장장이 스킬 높은 놈 누구였지?”

“접니다! 제가 갑니다!”

정면승부는 불가능하니 처절하게 버티는 길드원들!

“문 막았다!”

“부숴!”

“잡히면 죽여 버린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길드원들은 와들와들 떨었다.

“아오, 길마가 미쳐가지고!”

“뭐, 뭐? 그게 지금 선장한테 할 소리야?”

“다 죽게 생겼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이게 얼마나 버티겠어! 30분이면 뚫리겠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야!”

쾅!

“으아악! 진짜 뚫렸다!”

“길마에요! 길마놈이 하자고 했어요! 잘못했어요!”

“여러분. 같이 싸웁시다.”

“…?”

밖의 적들을 뚫고 문으로 들어온 것은 스미스와 친구들이었다.

“…?!”

* * *

“…포기하자. 이건 무리야.”

“무리인 것 같습니다….”

케인과 정수혁은 태현에게 말했다.

아다만티움 슬라임을 찾기 위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태현과 이다비도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녔지만….

그 뒤로는 보이지 않는 아다만티움 슬라임!

“후… 그래. 어쩔 수 없지.”

태현은 포기했다.

지금 안 그래도 할 게 많았으니까.

슬라임을 잡는 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맡긴다!

“맡겨만 주십시오! 태현 님!”

“여기는 저희한테 맡기시고 어서 앞으로!”

길드원들의 눈빛은 욕심으로 반짝거렸다.

세상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슬라임 하나만 잡으면 광석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라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꿈같은 곳이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좋겠다!

“자자. 이 표 봐.”

“…?”

이다비의 말에 길드원들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집중했다.

구리 슬라임-1실버

강철 슬라임-5실버

은철 슬라임-10실버

……

“어? 이게 뭡니까?”

“잡으면 보너스인가요? 와, 길마님 너무 후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 잡으면 광물은 바치고, 이걸 보상으로 준다는 거지.”

“…….”

“우우우! 우우우!”

“이건 노동 착취입니다!”

“저희는 고급 인력입니다!”

길드원들은 대번에 항의했다.

이건 너무하다!

이다비는 간단하게 말했다.

“하기 싫으면 다른 애들 부를까?”

“하지만 저희는 이런 일을 너무 좋아합니다!”

“저는 착취당하는 게 취향입니다!”

“우우우! 너무 좋다! 우우우!”

빠른 태세전환!

길드원들은 납죽 엎드려서 빌었다. 제발 이 직장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지금 주는 보상만 해도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더 날로 먹을 수 있었다.

“태현 님. 그런데 이건 어디에 씁니까?”

“…?”

길드원 한 명이 와서 <슬라임의 정수>를 내밀었다.

“이런 게 있었어? 난 안 나왔는데.”

“많이 잡다 보니까 하나 나오던데요.”

‘숫자를 많이 잡아야 나오나?’

조건이야 어쨌든 간에 정수는 있어서 나쁠 게 없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일단 최대한 모아봐.”

“네!”

* * *

-김태현 출현!

“아, 가짜겠지. 김태현이 변장 안 하고 그냥 다니겠냐? 그거 가면 또 분신이에요. 분신.”

-김태현 일행 광산 돌파! 뒤에는 정체불명의 NPC들! 아스비안 제국에서도 발견된 NPC들임!

“…그, 그것도 가짜겠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광산으로 와서 김태현과 대화를 나눔!

“…기…기만 공작일 수도….”

“맞, 맞아. 속임수일 수도….”

-김태현 옆에는 두 마리 드래곤이 날아다니고 있음!

“김태현 이 비열한 자식! 그런 속임수를 쓰다니!”

“설마 허허실실을 쓸 줄이야!”

길드 동맹 간부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 허점을 찌를 줄이야!

뒤늦게 제정신이 돌아온 그들은 바로 학카리아스에게 연락을 보낼 준비를 했다.

김태현이 뭔 짓을 하기 전에 화끈하게 불태워버려야 한다!

그러나 길드 동맹이 연락하기 전에, 태현은 학카리아스 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대놓고 날아다녀서 위치 찾기는 참 편하네.”

학카리아스는 숨어 다니지 않았다.

오만하고 성격 더러운 블랙 드래곤답게, 그 큰 덩치를 쫙 펴고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자랑하듯이 다녔다.

덕분에 오스턴 왕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학카리아스가 어디 있는지 다 알 수 있었다.

-57분 교통정보입니다. 현재 학카리아스가 카투가 요새 위쪽을 지나 남쪽으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 밑에서 산적질 하고 있는 플레이어분들은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오스턴 왕국의 산적 플레이어들이라면 꼭 챙겨 듣는 <오스턴 왕국 57분 교통정보>!

웬 아저씨들이 걸걸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게 특징인 방송이었다.

-주인님. 학카리아스 씨와 맞상대하는 건 좀….

-걱정 마라. 흑흑아. 나도 질 생각은 없으니까.

-아니요. 주인님을 뵈면 제가 또 욕 먹을 것 같아서….

-…….

태현은 흑흑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게 뭔 소리냐?

-주인님이 절 모시고 그러진 않잖습니까. 그걸 보면 학카리아스 씨가 또 구박을 할 텐데….

학카리아스와 싸울 수도 있는 상황에 이상한 걸 걱정하고 있는 흑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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