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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80화 (780/1,826)

§ 나는 될놈이다 780화

흑흑이는 10초 정도 망설이다가 아주 작게 말했다.

-그… 음…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뭐라고?

-아, 아키서스….

-음. 그렇군.

-…?

흑흑이는 당황했다. 학카리아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점잖게 반응했던 것이다.

뭐지?

사실 학카리아스는 아키서스와 별 관계가 없었던 건가?

-그래서 누구의 화신이라고?

-방금 아키서스라고….

-그래서 누구의 화신이라고?

-…….

흑흑이는 상황을 깨달았다.

학카리아스가 현실을 부정 중!

-학카리아스 님. 저 아키서스의 화신하고 같이 다닙니다….

-이런 멍청하고 어리석고 현실을 모르며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학카리아스는 10분 동안 흑흑이를 욕했다.

-…놈아! 어디 다닐 게 없어서 아키서스의 화신하고 같이 다니느냐! 골드 드래곤 놈들 못 봤나!

-아니, 저라고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겁니까? 계약을 했으니 그러는 거죠.

-발칼레오스 씨가 아신다면 뭐라고 하시겠냐!

-…….

할 말을 잃은 흑흑이였다.

학카리아스는 경멸과 동정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

-그래. 어쨌든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알겠구나.

나중에 다른 드래곤을 만나면 ‘그거 소식 들었나? 발칼레오스 아들 놈이 아키서스의 화신과 같이 다닌다고 하더군. 말세야 말세!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라고 떠들 것 같은 분위기!

-그러면 난 이만….

-잠, 잠시만요!

-발톱으로 건드리지 마라! 아키서스 묻는다!

-…….

-…….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

순식간에 둘 사이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아니… 으흠. 아키서스의 신성력은 내 흑마법을 깰 수도 있으니 한 말이다.

-아… 예….

무슨 아키서스를 병균 취급하는 태도!

흑흑이는 울컥했지만 참았다. 지금 아쉬운 건 흑흑이였으니까.

-학카리아스 님. 사실 제 주인인 아키서스의 화신께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무엇이지?

-비열하고 교활한 오스턴 국왕과 싸우고 있는데….

-아키서스가 그런 소리를 하니 좀….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계속해라.

-…어쨌든 오스턴 국왕과 싸우고 있는데, 위대하신 학카리아스 님께서 그런 추잡한 싸움에 끼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학카리아스 님께서 이런 흙탕물에 발을 담그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맞는 말이다.

-…!

흑흑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설마 바로 들어주는 것일까?

그러나 흑흑이의 예상은 빗나갔다. 학카리아스는 그렇게 쉬운 드래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오스턴 국왕한테서 막대한 보물을 받았다. 그리고 약속을 했지. 내 약속이 우습게 보이느냐?

-그런 게 아니라….

-아키서스의 화신은 내게 보물을 바치지도 않았다. 설사 보물을 바쳤더라도 내 의지는 달라지지 않았을 테지만! 오스턴 국왕이 죽여 달라고 한 놈 중 하나가 아키서스의 화신이었다니. 놀라운 일이지만 나 같은 드래곤한테 있어 아키서스의 화신은 한 입 거리도 되지 않는다!

-…….

-네 주인인 아키서스의 화신한테 전해라. 살고 싶다면 내게 와서 목숨을 구걸하고 오스턴 왕국에서 꺼지라고! 그러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으니!

‘망했네.’

흑흑이는 깨달았다. 학카리아스를 설득하는 건 무리라는 것을!

* * *

-주인님. 망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

태현은 의외로 담담했다. 솔직히 흑흑이를 그렇게 믿은 건 아니었다.

설득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걱정 마라. 싸울 방법은 있으니까.

일반 플레이어들은 숨겨진 수가 하나 있을까 말까고, 랭커들은 숨겨진 수를 두세개 정도 준비하면 많이 준비하는 편이었지만, 태현은 숨겨진 수를 정말 미친듯이 많이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판온 1 때부터 하도 적이 많아서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에슬라의 군세를 아직 쓰지 않고 아껴두고 있었으니까….’

태현의 히든 카드, 에슬라의 군세!

대악마 에슬라의 봉인을 풀어주고 받은 보상은 아직까지 아껴두고 있었다.

에슬라의 봉인을 풀기 위해 얼마나 긴 퀘스트를 거쳤는지 생각해 보면, 그 군세의 강함은 짐작이 갔다.

블랙 드래곤과 맞붙고 싶지는 않았지만, 맞붙어서 승산이 없지는 않다.

‘길드 동맹 두고 써버리는 건 아깝긴 하지만, 싸우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있는 거 다 털 수밖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하지만 싸워야 한다면 싸우겠다!

만약 블랙 드래곤을 잡는 데 성공하면 에슬라의 군세보다 커다란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게임 처음으로 드래곤 레이드 성공!

-쿠오쿠오.

[자기는 싸우기 싫다고…]

“…….”

태현은 골렘을 빤히 쳐다보았다. 골렘은 시선을 피했다.

“우리 계산 좀 똑바로 해보자.”

-쿠오?

“내가 지금 널 여기로 데리고 와줬지?”

정확히 말하자면 태현이 오기 전까지는 멀쩡한 광산에서 골렘은 잘살고 있었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네가 살 곳을 잃었는데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잖아.”

-쿠오….

“게다가 너 춥지 말라고 사디크의 화염도 붙여줬지.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냐?”

-쿠오오….

“거기에다가 지금 네가 살 곳까지 찾으려고 이러고 있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겠지?”

-쿠오.

“너도 인간적으로 보상 좀 해라.”

-쿠오?

“매달 아다만티움 조금씩만 내놔봐.”

-…….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은 질색했다. 그걸 어떻게!

“너 몸에서 나올 거 아니냐!”

-쿠오. 쿠오.

골렘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이미 불리한 상황이었다.

세 해골 광산에서는 자기 근거지에서 버프 받으며 싸울 수 있었으니까 협박이 가능했지, 여기서는 골렘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던 것이다.

-쿠오….

[살아 움직이는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과 협정을 맺습니다!]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은 매달 아다만티움 주괴를 지급합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아니 왜 악명이?’

원래라면 신경도 안 썼겠지만, 씨앗을 심을 생각이었기에 괜히 신경이 쓰였다.

태현은 악명을 없애려고 골렘한테 말을 걸었다.

“아니, 내가 너한테 나쁜 짓을 했니? 그냥 정당한 거래였잖아.”

-쿠오.

골렘은 구슬픈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악명이 오릅니다.]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여기서 더 말을 걸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 * *

“?”

태현은 <신의 예지>가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하고 멈추자 멈칫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외쳤다.

“태현 님! 여기 5층에서부터는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더 내려가?”

“…그러게요?”

“…….”

태현은 어이없어했지만, 플레이어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녹아 흐르는 철의 광산>의 5층부터는 더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는 것!

그렇다면 5층까지 돌았을 때 던전을 다 깼다는 메시지창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도 나오지 않으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었다.

결국 내려진 결론은 하나!

-여기 어딘가 숨겨진 비밀 통로나 비밀 방이 있는 게 분명해!

길드 동맹이 여기 점령하고 있을 때에도 도적 플레이어나 탐험가 플레이어들이 와서 길을 찾으려고 했었다.

물론 실패했지만!

-쿠오….

아다만티움 거인이 옆에서 보내는 시선이 따가웠다.

‘설마 계약해놓고 못 찾는 건 아니지?’란 눈빛!

‘끙. 이런 건 바로 찾기 힘든데.’

태현은 고민했다.

이런 비밀 던전은 원래 자료나 관련 아이템이 있을 때 오는 것이었다.

그냥 와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깰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계약을 한 이상, 태현은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기로 했다.

‘스킬이 어디서 끊겼더라.’

쾅! 쾅!

고대의 망치를 들고, 스킬이 끊긴 곳 근처 벽과 바닥을 때려 부수기 시작!

“케인. 너도 좀 도와라.”

“어? 내가?”

“넌 이런 거 잘하잖아.”

“아, 아니거든. 내가 무슨.”

케인은 뒤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는 언제나 쿨한 탱커였다.

이런 곡괭이질과 삽질은 관심이 없어!

“뭔 소리야? 잘하잖아.”

“아… 아니… 으흑흑….”

“얘 왜 이래?”

어쨌든 태현은 케인과 사이좋게 망치와 삽을 휘둘렀다.

별생각 없이, 보여주기 위한 짓이었기에 딱히 소득은 없었다.

처음에는 ‘쿠오!’ 하며 좋아하던 골렘도 슬슬 시간이 지나자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길을 모르는 거 아냐?

하는 눈빛!

그럴수록 태현은 열심히 망치를 휘둘렀다.

연기란 것은 혼을 담아야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법.

당당하게 ‘나는 열심히 했다! 그런데 못 찾은 걸 어떡하냐!’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콰르릉!

[슬라임 신 시이바의 권능을 갖고 있습니다. 시이바의 던전에 입장을 허락받습니다.]

[숨겨진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녹아 흐르는 금속 슬라임의 둥지>를 발견했습니다!]

“????”

신의 예지가 끊긴 곳에서 대충 망치를 휘둘렀을 뿐이었는데, 숨겨진 던전이 발견!

골렘은 감탄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쿠오오!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카르바노그가 전해줍니다.]

* * *

[시이바의 권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입장할 수 없습니다.]

[시이바의 권능을…]

“시이바가 무슨 신이더라?”

“들어본 적도 없는 신인데?”

시이바의 권능이 없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던전에 입장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당황한 눈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처음 들어보는 듣도 보도 못한 신의 이름!

그들은 게시판에 곧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름이 나왔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시이바 교단 새로 생겼는데 이거 뭐하는 신이에요?

-슬라임 신이라는데 이거 효과 있는 신임? 아무리 봐도 구려 보이는데.

-물방 좀 오르긴 하는데 뭔 이속도 내려가고….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마이너한 신들의 집합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사디크, 카르바노그, 시이바까지 다 교단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거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곳보다 새로운 신에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신이 보이면 ‘이거 뭐 어디에 쓸 수 없나?’부터 고민하는 것!

그런 그들에게도 시이바는 좀 쓰기 애매모호한 신이었다.

슬라임 믿어서 어디다 쓰지?

“아… 저기 밑에 꼭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어떡한다?”

“시이바… 믿어야 해? 나 지금 교단 공적치 포인트 많아서 안 되는데.”

“난 가서 갈아타고 온다! 어차피 교단 퀘스트 거의 하지도 않았어.”

* * *

[시이바 교단에 가입하는 모험가들의 숫자가 늘었습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시이바의 권능 스킬의 위력이 오릅니다.]

“…?”

내려가던 태현은 메시지창에 의아해했다.

뭐지? 던전 찾아내서 그런가?

‘근데 그거 때문에 가입 숫자가 늘 리가 없는데? 그냥 우연인가?’

뽀잉, 뽀잉-

귀여운 소리와 함께 슬라임들이 폴짝 폴짝 점프하며 멀리서 다가왔다.

흔히 볼 수 없는 금속 슬라임들!

강철 슬라임, 구리 슬라임 같은 놈들이 다가오자 모두의 얼굴이 풀어졌다.

“귀여운데?”

“귀엽다…!”

물론 태현과 이다비는 바로 견적부터 냈다.

“비싼 놈 어디 없니?”

“쟤가 비싸 보여요. 앗. 저거 은 같아요! 은! 태현 님! 저거 은이에요! 쟤 잡아야 해요!”

“이미 가고 있다!”

끼잉! 끼잉!

슬라임들은 놀라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태현은 앞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희귀한 은 슬라임>을 잡았습니다.]

[<매우 질 좋은 상급 은 광석>x5를 얻었습니다.]

“…!!”

태현과 이다비는 서로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대박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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