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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78화 (778/1,826)

§ 나는 될놈이다 778화

여기에는 태현 일행만 있는 게 아니었다.

태현의 이름을 듣고 따라온 수많은 플레이어들도 같이 있던 것!

그런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화끈하게 무언가 할 줄 알고 있었는데 흩어지자고 하자 당황했다.

“어? 안 싸워요?”

“뭐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방금 요새 터셨잖….”

내리자마자 무슨 맡겨 놓은 물건 찾는 것처럼 요새 하나를 점령한 태현이었다.

그런 태현이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다니!

“그건 싸운 것도 아니지.”

“…….”

태현 기준에서 그건 싸움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까 굳이 지금 뭉쳐 있을 이유가 없더라고.”

태현은 생각해 봤다.

지금 길드 동맹의 전략은, 오스턴 왕국의 가장 멀쩡한 영지인 수도 근처를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선택과 집중!

지금 상황에 맞는 전략이긴 했다.

넓고 넓은 오스턴 왕국 전체를 다 지키려고 했다가는 밑도 끝도 없었으니까.

치안이 낮은 데다가 심심하면 반란이 터지고, 밖에서 들어온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분탕질을 쳐대는데 그걸 다 수습하려고 했으면 벌써 힘이 빠졌을 것이다.

‘음. 생각해 보니 그거 다 내가 원인이군.’

치안이 낮은 이유?

태현이 난리를 쳐서.

심심하면 반란이 터지는 이유?

태현이 일으켜서.

밖에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분탕질을 쳐대는 이유?

태현이 불러들여서!

‘뭐 못 막은 놈들 잘못이지.’

당당 그 자체!

어쨌든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기껏 내전을 끝내고 오스턴 왕국을 먹었는데 이렇게 소극적으로 버텨야 한다는 게 참 억울했겠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김태산부터 각종 플레이어들이 날뛰고 있었지만, 수도 근처는 공격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방어력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물론 버티기만 하면 해결이 안 됐다. 방패 말고 검도 필요했다.

그 검이 바로 학카리아스!

-길드 동맹이 버티는 사이 학카리아스가 쳐들어온 놈들 중 굵직한 놈들을 쓸어버린다. 그러면 놈들은 힘이 빠지게 되어 있다.

버티다가 차근차근 영지를 다시 점령할 생각!

좀 소심하긴 해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태현은 거기서 반대의 발상을 떠올렸다.

-그러면 얘네들은 학카리아스가 잡기 전까지는 간만 보고 있겠네?

학카리아스가 태현이든 김태산이든 다 패줄 때까지 기다릴 게 분명!

그렇다면 학카리아스와 싸우든 설득하든 일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피해 다니면서 시간을 끄는 게 더 좋았다.

‘그러면서 뜯을 수 있는 건 전부 뜯고….’

“잘 생각해 봐라! 길드 동맹 놈들이 누굴 쫓아다니겠냐.”

“태현 님이요?”

“그래. 나하고 같이 있으면 괜히 싸움에 휘말린다는 거지.”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아니, 각오는 됐고. 필요하면 내가 부를 테니까 그냥 흩어져 다니자고.”

“흩어져서 뭘 하죠?”

“뭘 하냐니? 평소에 못했던 걸 해. 길드 동맹이 들어가지 못하게 점령했던 던전 들어가고, 길드 동맹이 자기들만 썼던 광산 가서 광물도 캐고, 논밭이나 목장 가도 괜찮겠네.”

“어, 그런데 태현 님.”

이야기를 듣던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오스턴 왕국의 꿀을 빠는 건 좋은 전략이긴 하지만….

김태산은?

김태산은 지금 오스턴 왕국과 싸우는 대형 퀘스트 진행 중이라 그럴 수가 없을 텐데?

최대한 빨리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버님 퀘스트 중 아니에요?”

“응? 알아서 잘하시겠지.”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불 속성 효자!

태현은 애초에 김태산을 돕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길드 동맹 망하는 거 보려고 온 거지!

“흩어져라! 흩어져서 오스턴 왕국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모두 다 즐겨라! 날 위해 싸워줄 필요는 없다!”

태현의 뜨거운 배려에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모두 감동했다.

자기를 위해 싸우지 말라니 저렇게 친절할 수가!

물론 김태산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도와주러 오나 했더니 이놈이?!

* * *

플레이어들이 각자 우르르 흩어지자 태현 일행의 규모는 확 줄었다.

남은 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해적 놈들!

“너희, 혹시 더 공격할 수 있나?”

“해적이니까 시키면 한다.”

“그, 그래. 그러면 여기를 가서 공격해 봐.”

“알았다!”

태현의 말에 티치와 해적 길드는 우르르 떠났다.

“쫓아가서 감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됐어. 쟤네들이 딱히 뭘 해주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거든.”

태현이 공격하란 영지는 길드 동맹 수도 바로 밑 영지였다.

미치지 않고서는 공격하기 힘든 곳!

태현은 그냥 혹을 떼는 기분으로 떨쳐 보낸 것이었다.

‘이상한 놈들은 파워 워리어만으로 충분하지.’

“왜 그렇게 보십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순진한 눈망울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냐. 아무것도.”

“그러면 이제 뭐부터 할 거야?”

케인이 물었다.

“음… 학카리아스 쫓아오기 전에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까. 뭐 하고 싶은 거 있는 사람?”

“저요! 여기 근처에 7층짜리 던전 있었는데 한번 깨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길드 동맹 애들도 없을 테니까 기회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마법 시약 많이 나오는 숲이 있는데 거기 가서 시약 싹 챙기는 건 어떻습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손을 들었다.

-쿠오….

[자기를 광산에 좀 넣어달라고 카르바노그가 전해줍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붙었지만, 여전히 거인 골렘에게는 추운 모양이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학카리아스 피하면서 다니려면 거인은 잠시 숨길 필요가 있었다.

“가까운 광산에 넣어줄게. 잠시만… 좀 깊은 광산 없나?”

-쿠오, 쿠오, 쿠오….

[뜨겁고, 구리 광석이 많이 나고, 햇볕이 동쪽에서 들어오는 그런 광산이면 좋겠다고 카르바노그가 전해줍…]

“무슨 휴가 왔니?”

태현은 어이없어했지만 일단 찾아보기로 했다. 싸우기 전까지 최대한 거인을 쉬게 해줘야 했으니까.

* * *

“여기 사람 좀 많은데?”

“뭐, 유명한 광산이니까 그렇겠지.”

태현이 고른 곳은 <녹아 흐르는 철의 광산>이었다.

오스턴 왕국 남쪽에서 유명한 던전 중 하나!

아직도 완전한 공략이 되지 않은 던전 중 하나였지만, 던전 저층도 워낙 보상이 좋고 나오는 아이템들이 많아서 플레이어들이 자주 찾았다.

평소에는 길드 동맹이 통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어 사람들이 더더욱 많았다.

깡, 깡, 깡-

대장장이와 광부 플레이어들이 1층 광산 벽에서 연신 곡괭이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태현 님. 저희도 좀 가서 캐도 될까요?”

“그래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달려들었다.

이런 용돈벌이를 놓칠 수는 없다!

“저… 쯔쯔.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

케인은 안타깝다는 듯이 동작을 보며 말했다. 케인의 눈에 플레이어들이 하는 삽질과 곡괭이질은 영 미숙해 보였던 것이다.

진정한 삽질은 저렇게 하는 게 아닌데!

“야!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

“그럴 시간 없다. 사람 많아서 길드 동맹 귀에 들어갔을 테니까 빠르게 하고 나갈 거야.”

변장을 해도 거인부터 포병대까지 너무 특징적이라 숨기기가 힘들었다.

태현은 빠르게 거인이 쉴 만한 곳을 찾아주고 나올 생각이었다.

다 공략이 되지 않은 던전이라는 게 더 좋았다.

은신처로는 제격!

-쿠오, 쿠오.

“너 죽으면 안 된다?”

태현은 신신당부했다. 그 걱정에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은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쿠오.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이 당신의 걱정에 감동합…]

[친밀도가…]

물론 태현은 혹시나 죽어서 아다만티움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뺏길까 봐 한 걱정이었다.

* * *

태현이 예상한 것처럼, 티치와 해적 길드는 태현이 보이지 않자 바로 배신했다.

“김태현 없지? 우린 해적이다. 그런 명령을 따를 필요 없지.”

쿨한 배신!

“길드 동맹한테 사정을 말해볼까요?”

“잠시 기다려봐.”

티치는 귓속말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화끈한 답장이 돌아왔다.

“음. 꺼지라는군.”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바로 배신 때린 놈들이 귓속말을 보내서 ‘본심이 아니었다!’ 이래 봤자 들을 리 없었다.

“그러면 그냥 나가서 우리 일 하죠?”

“맞아요. 김태현 말고도 바다에는 털 거 많잖아요.”

“이번에는 좀 만만한 놈 노리자구요. 김태현 같은 놈 말고.”

모두가 동의하는 것 하나!

김태현 같은 놈은 피하자!

“그래! 그러자!”

티치는 그렇게 결정하고 돌리려 했다.

<대해적의 유산-유령 해적 직업 퀘스트>

대해적 갈르두는 저주받았지만 강력한 해적이었다.

그 힘은 모든 해적들이 탐내는 힘!

비록 갈르두는 영웅의 칼에 쓰러졌지만 갈르두가 남긴 유산은 아직도 바다를 떠돌고 있다.

<해적왕의 낡고 녹슨 검>.

<영원한 불사의 목걸이>.

<잔혹한 영웅의 커틀라스>

……

다음과 같은 유산들을 손에 넣어라. 넣을 때마다 해적으로서의 명성이 커지고 힘은 강대해지리라.

보상: ?, ???, ?????

“??”

티치는 의아해했다.

퀘스트 내용은 알겠는데, 왜 이런 퀘스트가 지금 뜨지?

그 이유는 바로 나왔다.

<대해적의 이름을 이은 자-유령 해적 직업 퀘스트>

대해적의 유산을 가진 자는 모든 해적들에게 명령을 내릴 자격이 있다.

대해적 갈르두를 쓰러뜨린 영웅은 당신에게 카투가 요새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그 명령을 따라 해적의 이름을 증명해라!

그리고 잊지 말라. 언젠가 대해적의 유산을 꼭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을….

보상: ?, ???, ?????

‘김태현이 왜 이 유산들을… 아!’

티치는 깨달았다.

대해적 갈르두를 레이드한 게 바로 태현!

‘아니, 한 개도 아니고 다 갖고 있다고? 그게 말이 돼? 뭐 갖고 있던 아이템을 삥뜯기라도 했나?’

도저히 무슨 수를 썼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다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길마… 아니, 선장님. 우리 안 가요?”

“안 간다.”

“?!?”

“일단 카투가 요새 좀 털어보자.”

“아, 아니. 거기 길드 동맹 놈들 우글거리는 곳이잖아요! 아까 요새랑은 차원이 달라요!”

수도 근처라 길드 동맹 군대부터 플레이어 파티, 심지어 랭커까지 바로 5분 만에 달려올 수 있는 곳!

김태현도 거기 가서 깽판은 안 칠 것이다.

“일단 좀 해보자! 우린 해적이잖아.”

“길마님. 정신 차려요! 당신 해적 아니야! 당신 평범한 직장인이잖아!”

“회사원이면서 왜 자꾸 해적이래! 제정신으로 돌아와! 컨셉에 잡아먹히지 마!”

제정신으로 돌아온 길드원들은 티치를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티치는 말을 듣지 않았다.

* * *

-김태현 씨. 저 왔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김태현 씨. 저 왔다니까요.

-김태현 씨. 이세연과는 안 마주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씨. 김태현 씨….

“아, 이놈 은근히 귀찮네.”

태현은 계속 날아오는 스미스의 귓속말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아다만티움 거인 은신처 찾아주느라 바쁜데!

태현은 대충 던졌다.

스미스 정도 실력이면 어디 가든 자기 목숨 하나 건져 나올 실력은 되겠지!

-카투가 요새나 공격하고 있을래?

-카투가 요새 공격이요? 알겠습니다.

스미스는 귓속말을 끊고 카투가 요새가 어떤 곳인지 확인해 보았다.

“…???”

딱 봐도 엄청나게 강력한 곳!

스미스를 도우러 온 스미스 친구들은 카투가 요새를 공격하란 말에 경악했다.

“스미스!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맞아! 이 명령은 무언가 이상해!”

“착각한 게 틀림없어!”

그러나 스미스는 고개를 저었다.

“김태현 씨가 말한 거라면 무언가 생각이 있을 겁니다.”

“으음… 김태현이라면….”

“확실히 김태현이라면….”

스미스를 돕기 위해 온 같은 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태현의 이름값에 흔들렸다.

태현이 말한 거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물론 태현에게 그런 건 없었다. 태현은 그냥 길드 동맹의 시선이나 끌려고 부탁한 것이었다.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스미스가 수도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도 길드 동맹은 기겁할 테니까!

“그러면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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