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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71화 (771/1,826)

§ 나는 될놈이다 771화

갑자기 뜨는 메시지창.

세 해골의 광산 밑바닥부터 용암이 차오른다는 알림이었다.

이세연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언니! 정신 차리세요!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김태현이 했을 리는… 있나?”

말하던 김현아도 멈칫했다.

태현이라면 정말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계속 같이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김태현이잖아!

물론 태현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니냐!”

아직도 혼자 아키서 부족 전사들 사이에 있던 케인이 나섰다.

“김태현이 물론 온갖 사건들을 일으키긴 했지! 역병을 터뜨리고 리치를 만들어내고!”

‘저거 도와주는 거 맞나?’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어떻게 해! 같이 동맹을 맺었으면 좀 믿어줘야지!”

“으읏.”

이세연은 움찔했다. 완전히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김태현과는 서로 이런 말을 던지던 친한 사이여서 그렇지, 원래 다른 파티였다면 이런 말을 하는 순간 싸움이 났을 것이다.

파티를 맺은 이상 일단 상대방을 믿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미안해. 내가 괜한 말을 했어.”

“신경 안 써. 넌 언제나 그러잖아.”

“…….”

“…….”

이세연과 김현아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사이 케인이 슬쩍 다가왔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진짜 어떻게 한 거냐? 계속 같이 있었잖아?”

“…….”

방금 살짝 케인한테 감탄한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 * *

-흐음. 우리가 꽤 많이 돌아다닌 것 같은데 더 황금을….

“더 달라고 하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고블린 부족들이 은근슬쩍 말을 건네자 스미스는 경고했다. 스미스는 착하긴 했지만 호구까진 아니었다.

-아. 인간 놈 까칠한 거 봐.

-맞아. 말도 못 하나? 솔직히 여기 돌아다니면서 같이 싸워주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데. 저기 용암 봐. 얼마나 더워.

“…….”

스미스는 울적해졌다.

퀘스트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은 우울함!

‘창피해서 방송도 못 하겠어.’

랭커들은 보통 실시간으로 생방송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저격을 당할 수도 있고, 퀘스트를 방해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퀘스트를 다 깬 다음 중요한 걸 편집해서 내보내는 게 일반적!

그런 면에서 이번 퀘스트는 방송으로 내보내기 좀 창피한 퀘스트였다. 계속 삽질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저기 <벌레먹은 부족>이다. 저놈들은 황제를 안 믿었지.

“…? 부족 이름이 그겁니까?”

-왜?

“…아닙니다. 일단 가서 설득해 보겠….”

접근하는 순간, 상대한테서 뜨거운 환영이 쏟아져 나왔다.

-황제 만세! 반역자들은 꺼져라!

콰콰콰쾅!

온갖 마법이 쏟아져 내리자, 고블린 부족들은 기겁해서 도망쳤다.

-어? 저놈들은 황제 안 믿었는데?

“…….”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인간! 진짜다!

-우리 같은 고블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를 못 믿는 거냐!

“못 믿겠습니다만.”

고블린과 어울린 지 얼마 안 됐지만, 믿음이 싹 사라진 스미스였다.

“…일단 다른 곳 좀 더 돌아봅시다.”

스미스는 고블린 용병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방금 부족을 공격해도 됐겠지만, 일단 황제를 싫어하는 부족들을 먼저 설득하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저기 놈들은 확실하게 황제를 싫어한다.

-황제 만세! 반역자 꺼져라!

-…….

그러나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

-이, 이럴 리가 없는데?

“…….”

-그렇게 쳐다봐도 황금은 못 돌려준다! 황금은 우리 거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스미스가 살벌하게 묻자 고블린 용병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우, 우리도 모르겠다. 저놈들은 분명히….

“…!”

스미스는 아차 싶었다.

고블린들이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여기는 이세연도 와 있었다.

이세연이 먼저 왔다 갔을 수도 있다!

스미스는 주변을 급히 확인했다.

-사악한 기운 탐지!

언데드가 소환된 흔적이 나오고, 그 근처에서는 싸운 흔적까지 보였다.

이세연이 왔다 간 게 확실했다.

‘한발 늦었다!’

이세연이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어떡한다?’

이세연이 먼저 돌고 있는 이상 다른 부족들을 잡고 섭외해 봤자 늦은 상황이었다.

‘광산을 빠져나가야 하나….’

스미스는 고민했다. 그냥 이 광산은 버려야 하나?

이 정도로 기울면 뒤집기도 힘들었다.

-인간. 좋은 방법이 있다.

“…말해보시죠.”

스미스는 일단 의심부터 했다.

못 믿겠다!

-그렇게 의심하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맞다! 맞다!

“그래서 뭡니까?”

-광산 밑바닥에 아주 강력한 몬스터가 있다. 그 몬스터를 붙잡아서 길들이면 여기 부족들이 다 널 경외할 거다.

“…알겠습니다.”

스미스는 미심쩍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해서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됐으니까.

그러자 고블린들은 사악하게 웃었다.

-킥킥킥. 그래. 가자! 가자!

* * *

[주변의 온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동 속도에 페널티가…]

[HP가 지속적으로…]

[열기가…]

이글이글!

광산의 지하는 정말 미친 듯이 뜨거웠다. 스미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깁니까?”

-그래! 그래! 봐라.

고블린들은 폭탄을 꺼내더니 용암 속으로 집어 던졌다.

콰콰콰쾅! 콰콰쾅!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용암이 위로 솟구쳤다.

-봐라! 이제 곧 나온다!

말과 함께 고블린들은 일제히 스미스의 등을 쏴버렸다.

-공기 대포 발사!

뻥!

시원한 소리와 함께 스미스는 그대로 용암 속으로 밀려났다.

“!?!?”

-백기사의 방어막!

촤아악!

기습을 당해 밀려나는 순간에도 스미스는 스킬을 사용했다. 랭커다운 반응이었다.

[펄펄 끓는 용암에 빠졌습니다!]

[지속적으로 데미지가…]

[화상 상태에 저항합니다.]

[……]

“이게 뭐하는…!”

스미스는 고블린들이 속였다는 걸 깨닫고 이를 갈았다.

이 자식들 진짜!

-크하하! 바보 같은 인간 놈! 속았다! 속았다!

-여기 괴물이 널 죽일 거다! 네 황금 우리가 가져간다!

고블린들은 신이 나서 바위 뒤로 피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괴물이 나와 바보 같은 인간을 죽일 거고, 그러면 인간 놈이 가진 황금을….

“…?”

스미스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지만,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뭡니까?”

-…폭, 폭탄 더 던져라! 안 들렸나 보다!

-거인 놈 왜 안 나오냐! 골렘 거인 나와라!

쾅! 콰쾅쾅!

고블린들은 폭탄을 던졌지만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은 나오지 않았다.

-이 자식 왜 안 일어나냐!

“…여러분?”

-…인간. 화해하자!

“…죽어!”

스미스는 외치며 달려들었다. 고블린도 포기하고 무기를 꺼냈다.

쾅! 콰콰쾅!

-크아악! 인간! 잔인하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저 인간 너무 강하다!

근접전에서 스미스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분노한 스미스는 고블린들을 썰어버리며 날뛰었다.

고블린들의 폭탄이 폭발했지만 스미스는 견뎌냈다.

쾅! 콰콰쾅!

[너무 많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주의하십시오.]

메시지창이 떴지만 분노한 스미스는 그걸 넘겼다.

그리고….

[<세 해골의 광산>의 심층부가 폭발합니다!]

[용암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주의하십시오!]

* * *

“스미스가 한 거 아닌가?”

태현은 그렇게 추측했다. 이 광산에서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스미스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다들 부정적이었다.

“에이, 스미스는….”

“맞아. 스미스가 그렇게까지 하려고.”

“스미스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암.”

이세연, 김현아, 케인까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면 나는 그럴 사람이냐?”

“어… 어… 음….”

“으으음….”

“크흐흠….”

“…됐다. 어쨌든 난 스미스가 의심스러운데.”

“스미스가 이런 짓을 할까 싶은데… 하긴,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니까. 스미스도 너한테 많이 당했으니 널 보고 배웠을지도….”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자기가 불리할 때 판을 뒤집는 건 스미스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태현한테 당한 적 있는 스미스가 보고 배웠어도 놀랄 건 없었다.

그녀만 해도 던전 대회에서 폭탄을 사용하지 않았던가.

태현은 부족들에게 물었다.

“용암이 끓어오르면 어떻게 돼?”

-모두 죽죠?

“…??”

상큼하게 대답하는 아키서 부족 전사들.

태현은 당황해서 다시 물었다.

“아니. 뭐 어디까지만 오른다거나 하지 않나?”

-아닌데요?

“…진짜야?”

태현은 거인 골렘한테 물었다. 거인 골렘도 고개를 끄덕였다.

-쿠오.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저희는 용암 속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뭐? 진짜?”

-아키서스만 믿으면….

“그래. 뭔 소린지 알겠다.”

태현은 아키서 부족을 무시하고 다른 부족 NPC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큰일 났다! 종말이 찾아온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부족에게 전해라! 도망쳐야 한다고!

펄쩍펄쩍 뛰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도가 되고 납득이 되는 모습!

태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쿠오?

[왜 웃냐고 카르바노그가 전합니다.]

“그게 다 이유가… 그보다 여기 부족 놈들은 도망을 칠 거 같은데, 너는 어떡하냐?”

-쿠오!!

골렘은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니 용암이 차오르면 골렘의 본거지도 용암에 파묻히는 셈!

골렘은 용암에 데미지를 받지 않지만, 계속 용암 속에서 살 수는 없었다.

-쿠오! 쿠오!

“아니, 그렇게 말해도 내가 어떻게 막아. 내가 신이냐?”

-쿠오….

“답은 하나밖에 없다.”

-쿠오?

“짐 싸 가지고 나와.”

-…….

“아다만티움 광맥 꼭 찾아 가지고 와! 그거 두고 나오면 안 된다!”

왠지 골렘의 눈빛이 사납게 변한 것 같았다.

* * *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용암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건 거인 골렘이라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거인 골렘은 결국 용암 속으로 들어가 자기 본거지에서 광맥을 짊어지고 나왔다.

-쿠오….

“혹시 그거 너무 무거우면 여기 케인이 대신 들어줄 수 있는데.”

-쿠오!

골렘은 짜증을 냈다. 순하던 골렘이었지만 어느새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와… 이거 뒷감당 어떻게 하지….”

이세연은 골치가 아픈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산 입구 밖으로 부족들이 우르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세 해골의 광산 부족들을 구하라!>

세 해골의 광산이 용암으로 파묻히기 시작하자, 안에 있던 부족들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세 해골의 광산에 있던 부족들은 사납고 강하기로 유명한 부족들.

제대로 된 거주지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분노하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약탈하는 도적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거주지를 찾아주어라! 만약 성공한다면 부족들이 매우 고마워하리라.

보상: ?, ???

“우이포아틀이 난리 안 치겠지? 일단 황제한테 충성하기로 한 애들이니까… 제국 주변에 자리 잡게 하면….”

이세연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태현은 앞에 나와서 물었다.

“혹시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가고 싶은 사람? 조금 멀긴 하지만 세금도 없고, 아키서스 교단도 있고, 믿을 만한 NPC들이 가득한 곳인데.”

-저희요! 저희요!

아키서 부족들이 신이 나서 손을 들었다.

“너희는 당연히 가는 거고.”

-신난다! 아키서스 님이 계신 곳으로 간다!

그러나 다른 부족들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얼마나 먼 곳이지?

-아키서스 교단이라니? 괜찮은 곳 맞나?

-믿을 만한 NPC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왜 영지 이름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지?

최대한 설명하던 태현은 살짝 말이 막히는 걸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없는 걸 있다고 하거나 있는 걸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화제 돌릴 방법이 없나?’

그때 저 멀리, 옆의 입구에서 한 무리의 부족들이 나오는 게 보였다.

그 사이에 번쩍거리는 기사 플레이어도!

스미스였다.

“저기 스미스다! 저기 스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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