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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70화 (770/1,826)

§ 나는 될놈이다 770화

-하, 하루에 너무 힘을 많이 뽑아 쓰면 악마가 쓰러질 수 있다.

“이런. 하긴 그렇겠군.”

-옆에 눈금을 보면….

드워프들과 태현은 머리를 맞대며 쑥덕거렸다.

방금까지 서로 죽이겠다고 치고받았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

태현은 기본적으로 드워프나 고블린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플레이어였다.

-그런데 정말 악마를 다뤄도 되나?

“아키서스는 악마도 받아들이는 신이지.”

-그런 좋은 신이!

[<악마 숭배 드워프 부족>들의 신앙심이 오릅니다.]

[<악마 숭배 드워프 부족>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깊게 믿기 시작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태현은 사용설명서를 주의 깊게 들었다.

-옆에 있는 눈금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초록색일 때는 괜찮고 빨간색일 때는 그만 뽑아 써야 한다. 악마한테는 하루 다섯 끼 먹을 걸 줘야 하는데 뭐가 좋냐면….

마치 복잡한 가전제품 같은 사용설명서!

“이 악마가 있으면 대포도 쓸 수 있나?”

-이론상 그렇다.

“이론상?”

-우리 같은 드워프가 아니라면 이 대포를 다룰 수 없을 것이다.

악마 숭배 드워프 부족들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붉은 전갈 드워프들의 대포를 쓰려다가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이 자폭했던가!

“그러면 너희들이 따라오면 되겠네.”

-어… 어?

“대포 들고 따라와라.”

-…….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밖으로 끌려가게 된 드워프들!

-크르릉. 인간! 내 말을 무시하지 마라!

-저 악마 놈 말은 무시해라. 수다스러운 놈이다.

“걱정 마. 무시하고 있으니까.”

보통 플레이어라면 악마가 누구인지, 왜 이렇게 갇혀 있는지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판온에서 악마 종족은 쉽게 볼 수 없는, 존재만으로 위엄 넘치는 종족이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에게 악마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것!

마계의 한 층을 지배하는 악마 공작도 만나봤고, 그 밑에서 일하는 악마 놈들도 지금 영지에서 구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광산 구석에 갇혀 있는 악마 정체가 궁금하지는 않았다.

보나 마나 별거 아닌 놈이겠지!

-크르릉!! 인간! 인간!!!

“저거 뭘 줘야 조용히 하냐? 성수 뿌려도 되냐?”

촤아악!

태현은 갖고 다니던 성수를 뿌렸다.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신성이 오릅니다.]

-앗! 고장 난다! 고장 난다니까!

드워프들은 당황하며 태현을 말리려 들었다.

* * *

“세금은 없다! 던전 이용료도 공짜다!”

“와아아아!”

“김태산! 김태산! 김태산!”

사방에서 터지는 환호성!

오스턴 왕국의 토우크 성이 함락된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커다란 성과!

김태산과 김태산의 길드원, 그리고 김태산을 따라온 온갖 부류의 플레이어들은 기뻐 날뛰었다.

아직 길드 동맹의 핵심 전력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벌써 전쟁에 이긴 기분이었다.

“여러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서라고 하십시오! 오스턴 왕국에 와서 한몫 챙겨 가라고 하십시오!”

적극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도 오스턴 왕국에 부르려는 길드원들!

길드 동맹의 힘은 어마어마한 숫자.

그 힘을 쓰지 못하게 하려면 사방팔방에선 날뛰고 휘저어야 했다.

“앗. 저기 김태현 님인가요?”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리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김태현 아스비안 제국 갔다고 들었는데?”

“어라? 그사이 돌아왔나?”

“자! 보십시오! 김태현 님이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분신이 느릿하게 손을 흔들었다. 팔에는 실이 묶여 있었다.

“야. 잘 좀 흔들어!”

“이 분신이 느려서….”

다들 기뻐하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지만, 김태산과 아저씨들은 냉정했다.

리X지 때부터 온갖 사선을 넘어온 그들이었다. 이런 승리에 기뻐할 애송이가 아니었다.

“다음은 어디를 공격할까요?”

“노엘 요새? 여기 물자 많다고 제보 들어왔는데. 점령 못 하더라도 몰래 들어가서 태우기는 하자.”

“길드 동맹 주력 애들은 어디 있대? 아직 수도 근처인가?”

“네. 수도와 수도 영지 주변에 우선으로 있다고.”

“음….”

김태산은 찜찜했다.

길드 동맹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길드 동맹의 상황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유도한 게 김태산이었으니까.

지금 상황은 오스턴 왕국 전체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

워낙 치안이 낮은,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오크 대군세가 쳐들어오고 산적 플레이어들이 곳곳에서 날뛰니, 조금만 밀어줘도 순식간에 반란 퀘스트가 떴다.

수도 주변을 제외하고 멀쩡한 곳이 드물 정도였으니….

그런 만큼, 수도 주변을 먼저 지키는 것도 이해는 갔다. 지금 오스턴 왕국에 그나마 남은 기둥이었으니까.

여기마저 털리면 길드 동맹 간부들은 정말 다 같이 손을 잡고 한강을… 아니, 장강을 갈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수동적인데….’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길드 동맹 길드원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그 길드원들을 조금만 묶어서 보내도, 방해를 하거나 시간을 끌 수 있을 터.

‘설마 길드원들이 말을 안 듣나?’

김태산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

* * *

사실 김태산의 추측은 절반만 맞았다. 저 방법을 쓰지 않는 건 길드원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긴 했다.

-아니, 랭커들은 왜 수도에 있으면서 우리만 가?

-미쳤냐? 현상금? 아니, 그거 받자고 가게 생겼어? 지금 바깥에서 길드 동맹 마크 걸고 다니면 세 걸음마다 공격받는데.

-그보다 김태현 현상금 건 거 언제 주는 거냐? 나 화살 맞혔는데 왜 안 주지? 원래 바로 주는 거 아니었어?

-지급이 좀 밀렸다는데.

-설마 먹튀를….

-에이, 설마 그러겠어?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길드 동맹 간부들은 온갖 패배와 조롱과 모욕과 기타 등등에도 꾹꾹 참았다.

게시판에는 ‘길드 동맹 뭐하냐! 자살해라!’ 같은 비아냥이 올라오고, 길드 동맹에 투자한 스폰서들한테도 ‘아니, 뭐하십니까? 투자를 받았으면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왜 탈탈 털리고 있어요?’란 연락이 오고 있었지만….

쑤닝은 참고 참았다. 정말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길드 간부들이 감탄할 정도였다.

‘쑤닝 님 인내심이 이 정도였나?’

‘정말 대단하시다!’

김태현과의 싸움으로 단련된 쑤닝!

그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크게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학카리아스 설득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쾅!

쑤닝은 발을 구르며 외쳤다.

길드 동맹에서 화술 스킬 높고 용과 좀 친하다 싶은 놈들은 지금 모조리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를 설득하기 위해 가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나오고 있었다.

“전부 태워버리라고 해! 전부 다!”

‘근데 저기 원래 우리 영지 아니었나?’

* * *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토우크 성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드… 드… 드래곤이다!!”

[검은 묘비 산맥의 지배자,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가 나타났습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절망 상태에…]

[<용의 응시> 상태에…]

[<블랙 드래곤의 독기> 상태에…]

[……]

나타나자마자 온갖 디버프부터 주고 시작하는 학카리아스!

자리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직감했다.

이건 잡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감히 오스턴 왕국에 발을 들이민 침입자들아. 나 학카리아스의 분노를 맛보아라!

“형님!!”

“전부 대피! 성 지하로 들어가!”

김태산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길드 동맹이 노린 게 바로 이거였군!’

길드 동맹이 이제까지 버티고 버틴 게 이걸 위해서였다면, 지금 블랙 드래곤과 싸우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여기 성은 지하 통로가 있었다.

“대피! 대피!”

“지하로 피해!”

“길마님! 안 싸웁니까?”

“저거랑 어떻게 싸워! 헛소리하지 말고 피하자!”

김태산의 명령이 떨어지자, 길드 채팅을 들은 길드원들은 일제히 성을 포기하고 지하로 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러지 않았다.

“드래곤이다! 쏘자!”

“비늘 하나만 주워보자!”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김태산의 길드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몫 챙기러 온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부류의 플레이어들이 있는 것!

당연히 겁 없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건방진… 것들!

화르륵!

검은 불꽃이 타오르더니 닥치는 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카리아스의 검은 불꽃>이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토우크 성의 주민 회관이 파괴됩니다.]

[토우크 성의 여관이 파괴됩니다.]

[토우크 성의 대장간이…]

[……]

현재 영주 김태산에게 뜨는 메시지창.

자기 영지가 박살 나고 있다는, 영주였다면 피눈물을 흘릴 메시지창이었지만….

김태산은 담담했다.

‘점령한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뭘….’

어차피 남의 땅!

마음 같아서는 역병 폭탄 뿌리고 가고 싶었다.

“찍어! 찍어!”

“이것이 길드 동맹에 저항한 놈들의 최후다!”

저 멀리, 언덕 위에서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학카리아스의 위엄을 촬영하고 있었다.

잘 편집해서 게시판에 질릴 때까지 퍼뜨릴 생각!

계속 욕만 먹고 비웃음만 사던 길드 동맹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리라!

“근데 학카리아스 저놈… 너무 많이 태우는 거 아닙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지 다들 겁을 먹지!”

“아니, 다 도망간 것 같은데, 그만해도 되지 않나….”

-크오오오! 크오오오오오!

“저, 저거 성벽까지 박살 내버리면….”

학카리아스는 신이 났는지 성벽 위 탑을 발톱으로 잡아서 무너뜨리고 성벽을 걷어찼다.

“괜찮아. 괜찮아. 위엄 있고 좋네.”

‘정말 괜찮을까?’

길드원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성을 쳐다보았다. 저 성을 나중에 되찾아도 풀 포기 하나 남지 않을 것 같았다.

* * *

[<세 해골의 광산>에 아키서스 신앙이 점점 더 퍼져나갑니다.]

[절반이 넘는 부족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믿기 시작합니다. <세 해골의 광산> 안에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 관련 설득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

태현은 이세연과 같이 돌면서 설득, 혹은 싸움으로 부족들을 설득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뭔가 좋아 보이는 걸 들고 있으면 뺏었다.

그 결과….

“너 페널티 없어?”

이세연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태현 뒤에 따라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리들!

아키서 부족 전사들, 악마 숭배 드워프 대장장이들, 도중에 아키서 부족에 들려서 다시 데리고 온 붉은 전갈 드워프 전사들, 등등….

보통 이렇게 많은 인원을 데리고 다니면 페널티를 받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최고급 전술 스킬!

“나 최고급 전술이라 괜찮아.”

“뭐… 뭐!? 전술을?”

이세연은 ‘얘는 왜 그런 스킬을 최고급까지 찍은 거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게 올리려고 한 게 아니라….”

“아니, 변명은 됐고.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변명을 해? 어쨌든 최고급까지 찍었으면 페널티는 없겠네.”

다시 봐도 신기하다!

이세연은 뒤에 따라오고 있는 수많은 무리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나름 판온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NPC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태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스미스는 어디 갔지?”

“우리 피해서 돌고 있거나… 아니면 벌써 나갔을 수도 있겠네.”

“스미스 성격에 나가지는 않았을걸.”

이세연은 스미스가 그렇게 쉽게 나갔을 것 같지는 않았다.

랭커들은 다들 끈덕지고 포기를 몰랐다.

방해가 있다고 퀘스트를 바로 포기할 거라면 랭커의 자격이 없다!

스미스도 나름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리라.

쿠쿠쿠쿠쿵-

“?”

“??”

광산을 돌던 일행의 귀에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 해골의 광산>의 심층부가 폭발합니다!]

[용암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주의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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