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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67화 (767/1,826)

§ 나는 될놈이다 767화

김현아를 몰아붙였지만, 이세연이 올 때까지 끝내지 못하자 스미스는 깔끔하게 미련을 버렸다.

둘을 같이 상대해서 이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이세연에게 유리한 곳!

스미스는 돌아서서 달려나갔다.

“스미스 님!”

드라켄 비밀결사원들과 쫓아온 부족 전사들이 스미스의 뒤를 쫓아갔다.

“스미스 님. 그런데 다리가 없는데….”

“뛰어서 건너면 됩니다.”

“예? 뛰어서요?”

비밀결사원들과 부족 전사들이 스미스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여길 어떻게 뛰어서 건너?

밑에는 용암이 펄펄 끓는 데다가 저 반대쪽 절벽까지의 거리도 어마어마했다.

“스미스! 거기 서!”

“서란다고 설 거 같습니까!”

“비겁하게 도망치냐! 네가 그러고도 랭커야?”

“당신이 유리하다고 그런 소리 하는 거잖습니까!”

스미스는 이세연의 도발을 무시했다. 태현과 맞붙은 게 몇 번인데, 이세연 정도의 도발은 통하지 않았다.

탓!

-백기사의 활력!

일시적으로 전체 스탯을 올려주고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강력한 버프 스킬.

아끼려고 했지만 절벽을 건너려면 써야 했다.

“핫!”

스미스는 일행들을 붙잡고 뛰어올랐다. 데리고 온 NPC들을 버리지 않는 게 과연 스미스다웠다.

물론 이세연은 그걸 그냥 두고 볼만큼 착하지 않았다.

“어딜!”

이세연은 닥치는 대로 마법을 난사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그것도 그냥 공격 마법이 아닌,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저주 마법들!

날아가던 스미스는 이를 갈았다.

“이런 비열하고 악랄한 사람 같으니!”

“응? 안 들려!”

이세연은 못 들은 척했다. 그걸 본 김현아는 경악했다.

‘김태현 일행이랑 하는 짓이 똑같아…!’

존경하던 언니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이러지 맙시다! 저 말고 다른 NPC들도 있단 말입니다!”

“안 들린다니까?”

“흥. 김태현 같으니!”

“…<최고급 혼동의 저주>, <최고급 이동 감속의 저주>, <최고급 악령의 저주>, <최고급 빙결의….”

도발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세연은 미친 듯이 저주를 난사해댔다. 아까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였다.

결국 날아가던 스미스는 착지하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큭! <암석을 부수는 일검>!”

스미스는 절벽 가운데에 스킬을 날려 부수기 시작했다. 착지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쾅! 쾅! 쾅!

[<숨겨진 동굴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콰지직!

절벽 위는 아니었지만, 용암이 아닌 절벽 가운데에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동굴 입구까지 발견!

스미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세연! 두고 봅시다!”

“네가 김태현이야? 얌전히 떨어지지 왜 그런 곳을 발견해!”

“언니, 진정하세요.”

김현아는 당황해서 이세연을 말렸다. 이세연이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미안. 현아야.”

“괜찮아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스미스가 이 광산의 부족들을 설득해서 좋을 게 별로 없었다.

부족들을 설득하면→반란이 일어나고→제국에 타격!

이세연 입장에서는 피해야 할 일이었다.

“김태현이… 먼저 들어갔으니까… 스미스를 막아주면 좋긴 한데….”

이세연은 두뇌를 풀가동했다.

이론상 스미스와 김태현은 같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면 둘이 같은 던전에 있는 이상 서로 싸우고 견제할 게 분명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거지만….

‘불안해!’

과연 김태현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줄까?

사실 태현은 이세연과 동맹을 맺고 길드 동맹을 상대하고 싶어했지만, 이세연은 그런 의도를 몰랐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자!

태현이 해온 일들의 부작용이었다.

* * *

“후. 다 됐군.”

이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것 같았다.

아다만티움 골렘이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카르바노그가 해석해 주지 않았는데도 ‘너 언제 가냐?’라는 속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 이제 내보내 줄래?”

-쿠오오!

아다만티움 골렘 거인은 신이 나서 외쳤다.

“이제 나가야 하니 광석도 더 달라고 안 할게.”

-쿠오!

“만드는 거 도와달라고도 안 하고.”

-쿠오!

당연한 것들을 늘어놓는 태현이었지만, 골렘은 신이 나서 무조건 좋아했다.

-싸우는 거 좀 도와줄래?

-쿠오! …쿠오?

[방금 분명히 알겠다고 했다고…]

“좋다고 했다?”

-쿠, 쿠오. 쿠오오.

골렘은 손을 내저었다. 광산 안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후. 잘 들어봐. 이게….”

태현은 설득을 시작했다.

5분 후.

-쿠오오….

골렘은 정말 하기 싫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

이제 원하는 것도 대충 다 얻었겠다, 태현은 일행을 찾아 데리고 광산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일행이 아키서 부족을 만났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다.

* * *

[갑옷을 벗고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데 성공합니다.

[체력이 오릅니다.]

[체력이 오릅니다.]

[……]

태현이 지금 케인의 모습을 봤다면 ‘케인 녀석. 이제야 뭘 좀 아는구나!’ 하며 감탄했을 것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스탯 성장법!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죽을 위기를 겪어야 스탯이 팍팍 늘었다.

“갑옷 입게 해줘!! 갑옷 입게 해달라고!”

-아키서스 님을 믿어라! 빗나가길 빌어!

“크아아악!”

예전에 갈르두를 잡고 얻은 <영원한 불사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 HP와 HP 회복력을 올려주는 강력한 목걸이가 아니었다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노예 동지! 내가 간다!

-네 옆에 내가 있다!

부족 전사들은 케인 옆에 어깨를 붙이고 같이 섰다.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 케인은 울고 싶었다.

‘이 자식들이 앞뒤로 붙어서 도망칠 수도 없잖아…!’

뒤로 물러서서 거리 좀 벌리고 싶은데, 전사들이 바짝 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전진뿐!

그 순간 옆의 용암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악!

-아다만티움 거인이다!!

-비상! 비상!

“어? 저건 피하냐?”

-저건 아키서스 님의 가호로 버틸 게 아니다!

-맞다! 맞다!

당황하는 전사들을 보니 케인은 왠지 모르게 골려주고 싶어졌다.

너희들도 당해봐라!

“이런 믿음이 부족한 놈들 같으니. 그러니까 안 되는 거다! 아키서스를 진정 믿는다면 저런 거인의 공격도 피할 수 있어!”

-개소리 마라!

-맞다! 맞다!

“무섭냐?”

마법의 대사!

겁먹은 사람도 저 대사를 듣는 순간 ‘안 무서운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부족 전사들은 발끈했다.

-그러면 네가 한번 해봐라!

“어?”

케인은 당황했다. 내가 해보라고?

“아, 아니. 그게… 이론상 피할 수 있다는 거지. 내가 하겠다는 게 아니라….”

“뭐하냐?”

“그러니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

방금 말은 뒤에서 들려왔다. 케인은 고개를 홱 돌렸다.

태현이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 위에 타고서 황당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쟤네는 누구고? 그 사이 부족 퀘스트 깬 거야?”

태현은 감탄했다.

그가 없어도 부족 퀘스트를 깨서 친해지다니!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케인도 드디어….

-아….

“아?”

-아키서스 님!!!!

-아키서스 님!!!!!!!

-쿠오! 쿠오!

골렘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들하고 상종하고 싶지 않다고 카르바노그가 전해줍니다.]

골렘은 부족 전사들에게 많이 시달렸는지 보자마자 질색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족 전사들은 신이 나서 태현 앞에 엎드려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아키서스를 믿는 아키서 부족 전사들을 마주했습니다!]

[교단 명성이 오릅니다.]

[교단 영향력이 오릅니다.]

[……]

-뭐하냐? 너도 해야지!

“아니 난… 아오, 힘이 뭐 이렇게 세냐 이것들!”

저항하던 케인은 양옆에서 누르는 탓에 강제로 절을 하게 됐다.

“김태현! 이 자식들 좀 말려줘!”

“응? 잘 안 들리는데?”

“야!!!”

* * *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태현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키서스를 믿는 부족들을 만나 마을로 갔는데 다른 애들은 다 신이 나서 대접받고 있고 너 열심히 사냥하고 열심히 스탯이 올라서 너무 괴롭다?”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이상하게 들리잖아.”

케인은 부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저렇게 말하니 고생도 좋게 들렸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정수혁 같은 애는 <아키서스 교단 마법사> 같은 대우 받는 직업 주고 나는 <아키서스의 노예> 받아서 괴롭다 이거지. 나도 좀 좋은 거 달라고.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 같은….”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보다 <아키서스의 노예>가 더 좋을 텐데?”

<아키서스의 노예>는 무려 영웅 등급 직업!

놀랍게도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보다 성능이 더 좋았다.

할 말을 잃은 케인은 화제를 돌렸다.

“…꼭 성기사는 아니더라도 좀 폼 나는 게 좋지 않았냐 이거지!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싸우는데 너 그냥 그렇게 가면 어떡하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가서 네 갑옷 만들어왔는데.”

“…하지만 그렇게 자유로운 게 네 매력이지! 그리고 난 고생하는 걸 좋아해!”

케인은 다급하게 화제를 다시 돌렸다. 옆에서 부족 전사들이 케인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불만 많은 거 같은데 다음에 줘야겠다.”

“아니야! 나 불만 없어! 그리고 얘네들이랑 같이 사냥해서 너무 즐거웠어! 스탯도 팍팍 늘었고!”

-후후.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노예 동지. 훌륭한 정신이다.

“쟤네 좀 일어나라고 하면 안 되냐?”

케인은 부담되는 눈빛으로 옆을 쳐다보았다. 부족 전사들은 아직도 엎드린 상태였다.

“왜. 좋은데.”

“…근데 무슨 갑옷이야?”

케인은 슬쩍 물었다. 그사이 그렇게 좋은 갑옷을 만들 수 있었을까?

케인이 입고 있는 갑옷도 나름 명품이었다. 나름 이름난 대장장이 랭커가….

“아다만티움이랑 이것저것 섞어 만든 갑옷이지.”

“아… 아… 아… 아다만티움?! 이름난 대장장이 랭커 꺼지라고 그래! 김태현이 짱이다!”

“?”

“아, 아니. 좀 흥분했어.”

-화신님. 저놈 데리고 갈까요?

전사들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케인이 너무 건방지게 구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그럴 필요까진 없지.”

-오오!

-역시 화신님! 역시 화신님이시다!

케인은 이제 부족 전사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갑옷을 받고 신이 나서 착용해 보려고….

“어….”

“?”

“나, 나 이거… 힘 스탯이 부족해서 못 입는데.”

“…….”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힘 스탯을 안 키웠으면….

물론 태현의 기준이 너무 가혹한 거였지만, 공짜로 갑옷을 받은 케인은 할 말이 없었다.

“딱 7만 부족해! 많이 부족한 거 아니라고!”

“흠. 그러면 키워야겠네.”

“?”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같은 노예 동지로!

“아주 좋은 생각이야.”

“별로 안 좋은 생각 같은데…!”

* * *

‘이야. 잘 싸우네.’

아키서 부족은 태현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케인에게서 장비만 뺀 것 같은 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두들겨 패니, 그 기세가 보통 사나운 게 아니었다.

-아키서스 믿는 놈들은 어딘가 하나 모자라고 아쉬운 놈들이다!

태현은 이걸 일종의 법칙으로 생각했다.

이제까지 틀린 적 없는 법칙!

그런데 아키서 부족은 아니었다.

잘 싸우고, 충성심 높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놈들!

왜 이런 놈들이 아키서스를 믿는 거지?

‘밖에 데리고 나가고 싶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귀족 기사단 하나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아키서스 교단 만들 때 이런 놈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펠마스나 그런 놈들 말고 이런 부족이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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