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66화
그러나 아키서 부족들은 케인이 도망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양팔 양어깨를 꽉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그들!
케인은 문득 떠올라서 외쳤다.
“잠깐! 쟤도 아키서스 직업 아니야!”
혼자 죽기는 억울하니 유지수를 끌어내 보려는 속셈!
그러나 부족 전사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아키서스를 믿는데 노예가 아니라니 불쌍하군.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는 노예고 저자는 아닌데. 불쌍해라.
“…….”
-노예 동지. 노예 동지는 노예의 재능이 있어. 우리와 같이 싸우고 훈련하면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 퀘스…>
‘진짜 하기 싫다.’
이렇게 하기 싫은 직업 퀘스트도 드물 것!
케인은 한숨을 푹푹 쉬며 받아들였다. 그래도 스킬은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 * *
“아다만티움이 잘 녹았군.”
준비는 끝났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을 준비했다.
이번 아다만티움으로 만드는 갑옷은 걸작이 될 것이다.
아니, 걸작이 되어야 했다.
‘안 그러면 이 고생이 의미가 없어!’
권능도 내버려 두고 여기 왔는데!
태현의 눈빛은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반드시 본전을 뽑고 말겠다!
촤아악!
녹은 아다만티움이 갑옷의 모양을 잡아가고,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 <천사의 날개 부채>를 포함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총동원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을 사용하고, 골렘한테 <아키서스의 축복>까지 쓸 정도!
정말 갖고 있는 걸 총동원하고 있었다.
땅, 땅, 땅-
대장장이 기술로 아이템을 만드는 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지금 태현이 만드는 건 플레이어가 만드는 아이템 중에서 가장 고난이도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도 태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24시간 동안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자세로 할 수 있는 집중력과 끈기!
그것이 태현의 강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메시지창이 태현의 눈앞에 떴다.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이 완성되었습니다!]
[찬란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칭호: 전설 등급의 제작자를 얻습니다.]
[서버 최초로 <전설 등급의 제작자>를 얻었습니다.]
[전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태현은 스탯창을 확인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126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89,970
MP : 74,455
힘 : 795
민첩 : 810
체력 : 945
지혜 : 890
행운 : 6,210
각종 버프를 제외한 스탯들이 이 정도!
최상위권 랭커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는 강력한 스탯이었다.
게다가 명성, 신성으로 가면 더 대단했다.
명성 : 61,100
악명 : 36,160
신성 : 19,995
한때 악명 스탯이 명성 스탯을 넘길까 걱정했던 게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너무 격차가 벌어져서 쫓아오지도 못하는 악명 스탯!
마치 ‘마음껏 나쁜 일을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신성 스탯 5만 더 올리면 2만이군.’
2만을 찍으면 무언가 관련 스킬이 하나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아직 메시지창은 끝난 게 아니었다.
[대장장이 기술이 크게 오릅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이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로 바뀝니다!]
[<고급 날카롭게 갈기>, <고급 녹 없애기>의 스킬이 사라집니다.]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 스킬을 얻습니다.]
드디어 찍은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서버 최초가 아니라서 추가 보상은 없었지만 이 정도면 차고 넘쳤다.
이 정도면 권능 스킬을 내버려 두고 이 광산에 와서 아다만티움을 찾아 헤맨 보람이 있다!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는 <날카롭게 갈기>나 <녹 없애기> 스킬을 대신하는 스킬이었다.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
장비의 성능을 일시적으로 올립니다. 스킬을 중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중첩할수록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
태현은 설명을 읽고 깜짝 놀랐다. 뭐라고?
얼핏 보면 별로 강력해 보이는 스킬이 아니었다.
대장장이라면 개나 소나 갖고 있는, 장비 버프 스킬!
그러나 그 뒤의 문장이 중요했다.
‘스킬을 중첩할 수 있다고?’
버프를 건 상태에서 다시 버프를 걸 수 있다!
대부분의 스킬들은 이게 불가능했다. 이게 가능한 건 몇몇 소수의 스킬들이었고, 그것도 페널티를 달고서였다.
그런데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는 페널티 없이 중첩이 가능했다.
과연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에 걸맞은 버프 스킬!
‘대장장이 랭커는 파티 안 끼고 던전에서 좌판만 깔고 있어도 레벨이 오른다는 말이 있었지….’
[<강화> 스킬이 <완벽한 강화> 스킬로 바뀝니다.]
강화석을 사용해 장비를 영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강화 스킬.
판온 1에서는 주야장천 썼었지만, 판온 2에서는 실패 시 박살 나는 게 부담스러워 자제했던 스킬이었다.
태현은 안전한 강화 레벨 4까지만 올리고 더 이상의 도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 대장장이들도 피와 눈물과 골드를 갈아 넣어 더 높은 강화 레벨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고강 희귀 장비는 드물었다. 여차하면 부서지는데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장비를 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강화>라니.
태현은 판온 1 때 생각이 나서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안 부서지게 해주나?
<완벽한 강화>
강화보다 엄청나게 많은 재료를 사용해 아이템을 강화시킵니다. 실패 시 페널티가 있습니다.
*현재 스킬 레벨 5.
“???”
뭐야?
태현은 의아해했다. 강화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고….
스킬 레벨도 그대로고….
‘페널티도 그대론데?’
가끔 스킬 설명이 좀 불친절해서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스킬들이 있었다.
이 스킬이 바로 그랬다.
‘필요 재료가… 미친, 뭐 이리 많아?’
들어가는 강화석이 수십 배!
레벨마다 들어가는 숫자가 두 배로 뛰는데 이러면….
‘아니, 페널티도 그대로인데 재료만 올라갈 리가 없는데? 뭐지?’
태현은 일단 넘겼다. 다른 것도 확인할 게 많았으니까.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
내구력 ∞/∞, 물리 방어력 500, 마법 방어력 500.
스킬 ‘아키서스의 비전 방어’ 사용 가능, 스킬 ‘아키서스의 마법 해제’ 사용 가능, 스킬 ‘아키서스의 마법 흡수’ 사용 가능, 스킬 ‘아키서스의 광역 결계’ 사용 가능, 피격 시 스킬 ‘아키서스의 반격’ 발동.
‘아키서스의 화신’이 착용 시 주변 아키서스 관련 직업에게 전체 보너스, HP 회복 속도, MP 회복 속도에 보너스, 물리 저항력 50% 상승, 마법 저항력 50% 상승,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음.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다만티움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만든 갑옷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아다만티움을 녹여 만든 이 갑옷은 재료, 신성력, 기술이 모두 합쳐져야 나올 수 있는 시대의 걸작이다.
아름답다!
태현은 장비의 스탯을 보고 감탄했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걸 보고 감탄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다.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이 사이좋게 500!
보통 물리 방어력이 높으면 마법 방어력이 낮고, 마법 방어력이 높으면 물리 방어력이 낮아야 하는 법인데….
이 갑옷은 둘 다 기존 장비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태현이 갖고 있는 <오스턴 왕가의 비전 갑옷>도 플레이어들이 정상적인 수단으로 구할 수 없는, 매우 희귀한 장비였지만….
이 아다만티움 갑옷 앞에서는 한 수 아래였다.
갑옷으로 막으면 회피가 필요 없을 정도!
‘아차. 정신 차려야지.’
지금 놀 시간이 없었다. 남은 아다만티움을 최대한 활용해서 더 장비를 만들어야 했다.
‘일단 케인 갑옷 하나 만들어줘야겠다. 아다만티움 양이… 음. 부족하겠군.’
탱커인 케인은 갑옷에 들어가는 재료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태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판온에서 대장장이로 잔뼈가 굵은 태현이었다. 재료가 부족하다고 장비를 못 만드는 건 하수였다.
재료가 부족하면 섞어서 갖고 오면 되지!
이곳은 아다만티움만 많은 게 아니었다. 다른 금속들도 넘치는 곳이었다.
아다만티움 때문에 그렇지, 다른 금속들도 밖에 나가면 엄청나게 구하기 힘든 희귀 금속들!
“저기….”
-쿠오?
“아다만티움 좀 더 주면 안 돼?”
-쿠오!
카르바노그가 해석을 하지 않아도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안 돼!
태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다른 금속은?”
-쿠오….
“아키서스한테 도움을 받아놓고 설마 다른 금속도 아끼려는 건 아니겠지?”
-쿠오오….
골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태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고맙다.”
‘흑철 섞어서 케인이 쓸 아다만티움 판금 갑옷 하나 만들고, 진은 섞어서 유지수가 쓸 아다만티움 사슬 갑옷 하나 만들까….’
머릿속에서 빠르게 나오는 견적!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장사해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쿠오.
그러는 사이 아다만티움 골렘은 바윗덩이를 찾아 늘어놓기 시작했다.
태현이 여기를 떠나면 밑의 용암으로 통하는 입구를 아예 막아버릴 생각이었다.
외부인 출입 금지!
* * *
-노예 동지! 이 광산에는 다른 부족들이 많다. 그 부족들을 모두 때려눕혀 아키서스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 걔네도 너희처럼 세던데. 무리 아닐까?”
여기가 다른 던전이었다면 케인도 ‘그까짓 거 해주지 뭐’라고 했겠지만, 여기는 보통 던전이 아니었다.
보통 던전보다 몇 배는 크고, 등장하는 부족들 레벨도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 플레이어 수준으로 이런 던전을 공략하는 건 무리!
그러나 아키서 부족 전사들은 호탕하게 외쳤다.
-아키서스 님이 보고 계신다. 괜찮다!
“안 보고 있거든. 걔 지금 다른 곳에 있거든.”
-그런데 노예 동지. 장비가 너무 무거운 거 같은데.
“…?”
케인은 의아해했다. 탱커인데 장비가 너무 무겁다니. 뭔 소리야?
-장비를 다 벗고 가볍게 입게. 노예 동지.
“아니… 그러면 방어력이 내려가잖아!”
-빗나가길 빌게.
“…….”
케인은 슬슬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과연 제정신인 놈들 사이에 있는 걸까?
“아니, 그거 믿다가는 맞아 죽겠다!”
-그런 시련을 겪고 극복해야 진정한 노예가 될 수 있는 거야.
-고럼. 고럼.
그러는 사이 다른 일행들은 화기애애하게 아키서 부족 마을을 즐기고 있었다.
-이 활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떤가?
“앗. 정말 써도 되나요?”
-물론. 아키서스 님을 믿는 사람은 우리 부족의 친구지.
유지수는 공짜로 활을 받고 신나 했다. 이런 걸 그냥 주다니!
-마법사님. 이 목걸이를 한 번 걸쳐보십시오.
“아니, 뭘 이런 걸 다….”
케인 빼고 모두가 다 행복!
* * *
“나 왔어! 김태현 어디 있어!”
“어… 사라졌는데요.”
“어디로?!”
“저 밑으로…?”
김현아는 용암을 가리켰다. 그 말에 이세연은 황당해했다.
“뭐라고?”
“그러니까….”
김현아는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여기 안에 들어간 사람들 쫓아가는데 갑자기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이 튀어나오고, 그걸 다 같이 힘을 합쳐 싸우는데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이 용암 속으로 도망치니까 김태현이 쫓아 들어갔어요!
“…….”
이세연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된 게 얘는 정말 퀘스트를 평범하게 하는 경우가 없어!
“아. 그리고 김태현 보니까 리치 상태던데요.”
“또? 이번에는 뭘 쓴 거지?”
태현은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리치 상태였다는 건 뭔가 특별한 아이템을 쓴 게 분명했다.
“언니, 그런데 스미스 저기 도망치는데….”
“아!”
이세연은 고개를 돌렸다. 스미스가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