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59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케인은 어이가 없었다. 안 들키면 된다니.
지금 태현은 드래곤 리치 상태이고, 이 유적 근처에는 수많은 용아병 언데드들이 숨을 죽이고 묻혀 있었다.
드워프들이 땅만 파도 들키겠다!
‘김태현 저 자식은 근데 거기서도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케인은 순간 태현의 말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 안 들키면 될 거 같아서 무서워!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권능은 안 찾냐며 의아해합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은 어차피 어디 안 가! 그딴 권능 누가 가져가겠냐!’
[…….]
태현한테만 의미가 있는 아키서스의 권능보다는, 모두가 탐내고 좋아하는 아다만티움 확보가 우선!
그리하여 기묘한 동맹이 만들어졌다.
드라켄 비밀결사, 용아병 언데드 군대가 포함된 태현 일행과(심지어 태현 본인은 드래곤 리치!) 붉은 전갈 부족의 동맹!
새삼 맺고 보니 정말 아슬아슬한 구성이긴 했다.
‘음….’
[카르바노그가 이제야 생각을 바꾼 거냐며 반색합니다.]
‘그래. 들킬 경우에는 전부 잡아버리지 뭐.’
아다만티움을 얻는 데에는 꼭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
* * *
“우이포아틀 황제는 폭군이었어. 그의 오만함은 드래곤마저 분노하게 만들었지.”
“그런…!”
[아스비안 제국의 숨겨진 비밀을 들었습니다.]
[<고대 제국의 백기사>는 정의와 올바름을 수호하는 기사입니다.]
[이제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폭군 우이포아틀을 무시하고 아스비안 제국의 사람들을 내버려 두겠습니까, 아니면 폭군 우이포아틀을 상대하시겠습니까?]
-물론 상대하겠다!
<전설 직업-고대 제국의 백기사 퀘스트>
부활한 황제 우이포아틀은 폭군으로 악명 높은 황제였다.
아스비안 제국의 사막에 흩어진 부족들 중에는 아직 우이포아틀의 악명을 기억하고 있는 부족들이 있다.
그들을 도와 우이포아틀의 폭정을 막을 준비를 마쳐라!
보상: ?, ???, ????
아스비안 제국 근처의 부족들을 돌던 스미스는 진실을 찾고 직업 퀘스트를 시작했다.
우이포아틀의 마수를 막는 것!
‘이세연과 대립하게 되겠군.’
이세연은 우이포아틀과 손을 잡고 힘을 빌려 네크로맨서로 계속 레벨 업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에 비해 스미스는 우이포아틀을 막고 지키는 것이 목적!
스미스는 바로 이세연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세연은 당황하지 않고 그 선전포고를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 이세연.
-상관없어. 할 수 있으면 해봐.
이세연은 여유만만했다.
둘 다 최상위권의 랭커였지만 아스비안 제국에서는 이세연이 훨씬 유리했다.
갖고 있는 패 자체가 다른 것!
스미스는 처음부터 다른 부족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하고 퀘스트를 깨야 했지만 이세연은 마음만 먹으면 NPC 동원이 가능했다.
게다가 이세연과 스미스가 싸우면 상성적으로 이세연이 유리했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난 한 번도 방심한 적 없거든?
이세연은 허언을 하지 않았다.
이세연은 바로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미스 조심해! 스미스하고 친분 있는 플레이어들 집중 마크해. 퀘스트 깨려고 하면 바로 보고해. 내가 직접 가서 막을게.
움직이기 시작한 이세연의 길드원들!
그들 중 하나는 붉은 전갈 부족으로 향했다.
‘붉은 전갈 부족한테 스미스 이름 말하고 공격하라고 전해줘. 황제의 명령이면 따를 거야.’
* * *
쿠르르릉-
“같이 타지 그러나?”
“걷는 게 편해서.”
“이해가 안 가는군!”
드워프들은 전갈 위에서 고함을 질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태현 일행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드라켄 비밀결사원들은 다급하게 말했다.
“김태현 님. 저놈들은 황제에게 충성하는 사악한 드워프들입니다. 죽여야 합니다!”
“아니. 나도 그러고 싶은데 기회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쟤네들이 저렇게 만만해 보여도 아까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최대한 속여서 방심하게 만들어야 해.”
“…….”
아다만티움 광산 위치는 알아내고 죽이겠다는 의지!
태현의 말에 드라켄 비밀결사원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얘네 별로 도움 안 되는데 그냥 버릴까.’
태현은 고민했다.
붉은 전갈 부족들은 도움이 되는데, 드라켄 비밀결사는 딱히 별로 도움이 안 됐다.
물론 여기 처음 왔을 때는 각종 고급 정보들을 줘서 이 주변의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제 받을 건 다 받은 상태였다.
솔직히 성가셨다.
‘안 그래도 붉은 전갈 부족 드워프 놈들 신경 쓰이는데… 그냥 집에 가라고 할까….’
“김태현 왕. 지금 가는 곳은 녹색 용 부족의 영역이야! 알고 있나?”
“녹색 용 부족?”
“부족 이름부터 아주 건방지고 사악한 놈들이지. 감히 이름에 용을 넣어?”
“설마 용 있는 건 아니겠지?”
“크하하! 농담도 잘하는군. 그냥 이름만 그런 거라고.”
태현은 안도했다. 드래곤과 싸우는 건 사양이었다.
“김태현 님. 김태현 님.”
“아 왜 또?”
“녹색 용 부족은 저희 드라켄 비밀결사를 지원하는 부족입니다.”
“아. 너희 아다만티움이 걔네한테서 나온 거였니?”
“예? 뭔 아다만티움을 말하시는 겁니까?”
‘아닌가?’
드라켄 비밀결사 애들이 아다만티움으로 조각상을 만들길래, 아다만티움을 어디서 받는건가 싶었었다.
“녹색 용 부족은 그런 걸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뭘 갖고 있는데?”
“…그냥 드래곤 님을 숭배하는 부족입니다만.”
그냥 적당히 싸울 줄 아는 전사로 구성된 인간 부족!
붉은 전갈 부족에 비해 너무 부족한 부족이었다.
말을 듣던 태현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잠깐. 드워프들. 아까는 아다만티움 나오는 광산을 털러 간다며? 녹색 용 부족이 그 광산을 갖고 있는 거 맞아?”
“아니다. 그냥 가는 길에 있는 부족이다.”
“…….”
태현의 얼굴이 식었다.
“그냥 두고 가지?”
“무슨 소리! 반역자들은 그냥 둘 수 없다.”
“힘 낭비라고.”
“만약에 뒤를 기습 공격한다면 어쩔 거냐!”
“이 인원 뒤를 어떻게 기습 공격해? 그리고 그냥 지나가면 눈치도 못 채겠는데.”
태현은 가능하면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
최대한 빠르게 아다만티움 광산만 확인한 다음 아다만티움을 챙겨서 떠나려고 했던 것이다.
붉은 전갈 부족이 다른 부족들과 싸우든 말든 태현이 알 바 아니었던 것!
그러나 붉은 전갈 부족들은 완고했다.
“흥! 김태현 왕. 싸우기 싫으면 싸우지 마라. 우리끼리만 가도 충분하니까.”
[붉은 전갈 부족 내 평판이 내려갑니다.]
[붉은 전갈 부족장 에이릭의 친밀도가 내려갑니다.]
‘귀찮은 놈들 같으니….’
태현은 속으로 인내했다.
까다로운 놈들이지만 아다만티움 광산으로 안내해 줄 놈들이라고 생각하자 인내심이 올라갔다.
조금만 더 참자!
‘아다만티움 광산 얻으면 얘네들과 싸워서 뺏을까… 아니면 그냥 갈라질까….’
광산을 순순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태현이 얼마나 손해를 보느냐!
언데드 군대의 피해가 크면 붉은 전갈 부족과 싸우는 것도 좀 고민을 해봐야 했다.
‘솔직히 용아병 군대 안 쓰고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쟤네 시야를 어떻게 가릴지도 미리 생각해둬야겠군.’
“가자!”
태현이 흉흉한 계획을 꾸미는 사이, 붉은 전갈 부족장은 그것도 모르고 드워프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전갈을 탄 드워프들이 함성을 지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김태현 님!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응? 같이 가서 싸우게?”
“예! 도와줘야죠!”
“저놈들을 왜?”
“…? 무슨 소리십니까. 녹색 용 부족 말입니다.”
“아아….”
태현은 그제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눈치챘다.
‘가면 위험할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붉은 전갈 부족보다 녹색 용 부족이 강할 것 같진 않았다.
한쪽은 거대 괴수 몬스터를 부리고 다니면서 첨단 기계공학 스킬로 무장한 무기를 들고 다녔고, 다른 한쪽은 별 볼 일 없는 부족!
“가면 죽을 수도 있어.”
“죽음이 뭐 그리 두렵겠습니까!”
“저들을 대피라도 시키겠습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자. 복장은 좀 가리고… 맞다. 귀중품 있으면 두고 갈래? 내가 맡아줄게.”
“…….”
“…….”
드라켄 비밀결사원들을 이미 죽은 사람 취급하는 태현!
* * *
“녹색 용 부족의 전사들이여! 저희가 왔습니다.”
“오! 드라켄 비밀결사의 사람들이군!”
“모두 피하셔야 합니다. 붉은 전갈 부족이 오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녹색 용 부족 전사들이 자신만만하자, 드라켄 비밀결사원들은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지?
“여기 모험가가 우리를 도우러 왔다. 용이 보낸 사자가 분명하다!”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갑옷을 입은 채 부족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플레이어.
바로 퀘스트를 깨기 위해 온 스미스였다.
스미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 바위 뒤에 숨어 계십시오. 제가 치겠습니다.”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서 중요한 건 선빵!
처음 공격에서 상대의 우두머리를 쳐야 했다.
스미스는 갖고 있는 스킬을 총동원해서 지금 접근하고 있는 적들의 우두머리를 칠 준비를 했다.
쿠르르릉-
“가자! 가자!”
“전갈들아! 속도를 올려라!”
“용을 숭배하는 반역자들에게 죽음을!”
쾅! 콰콰쾅! 콰쾅!
전갈 위에서 대포가 발사되고 마법 룬이 새겨진 포탄이 무자비하게 날아왔다.
“크아아악!”
“크악!”
바위 뒤에 숨어 있었는데도 박살 나는 전사들이 나올 정도였다. 마을이 박살 나는데도 아무도 안 나오자 붉은 전갈 부족은 더욱 신이 났다.
“밀고 들어가라! 저 겁쟁이들을….”
탁!
그 순간 스미스가 튀어나왔다.
-페가수스의 돌진!
스미스의 말에 버프가 걸리더니 미친듯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백기사의 광휘! 백기사의 시간, 백기사의 돌진!
스미스는 창을 들고 붉은 전갈 부족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누가 가장 높은 놈이냐!
‘저 드워프다!’
스미스는 에이릭을 발견했다. 드워프들은 뛰쳐나온 스미스를 보고 집중 포격을 가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한 충격을 받아 갑옷에 타격이…]
[<백기사의 가호>로 스턴 상태를 막아냅…]
[방어가 깨질…]
스미스는 이를 악물었다. 생각보다 상대방의 공격이 어마어마했다.
마치 김태현을 연상시키는 폭격!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여기서는 반드시 제일 높은 놈을 잡아 사기를 확 깎아야 했다!
-칼날 소나기, 태양의 힘,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
일정 시간 동안 받는 데미지를 1%로 줄여 버리는 사악한 사기 스킬!
태현이 보면 ‘아오 더러운 성기사 새끼들!’이라고 했을 스킬이었다.
스미스는 각종 광역기와 강력한 버프 스킬을 켜고서 치고 들어갔다.
“저놈을 쏴버려!”
투투퉁! 투퉁!
드워프들 머스킷에서 묵직한 탄환이 쏘아져나갔다.
스미스는 몸으로 버텼다.
끈질긴 생명력과 방어력은 성기사의 자랑!
“하앗!”
“크아아악!”
에이릭 앞에 도착한 스미스는 갖고 있던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퍼부었다.
태현처럼 폭딜 위주 직업은 아니어도, 스미스도 숨겨둔 스킬들이 있었다.
총동원하면 어느 정도의 폭딜은 가능!
“족장님을 놓아라, 이 반역자 새끼야!”
“저 인간 놈을 죽여 버려!”
드워프들은 흥분해서 공격했지만 스미스는 버티고 버텼다.
반드시 처치한다!
[붉은 전갈 부족의 부족장 에이릭이…]
‘됐다!’
“아, 안 돼!”
“족장님!”
[붉은 전갈 부족의 사기가 크게 떨어집니다.]
[붉은 전갈 부족이 도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