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55화
“어떡하냐? 다시 가서 데리고 나와야 하나?”
케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베이징 파이터즈의 선수들은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농담도!”
“케인 선수는 농담도 잘하십니다.”
“…농담 아닌데?”
“예!? 농담이 아니었다고요!? 아니, 케인 선수는 도동수 씨 뭐가 예쁘다고 그렇게 챙겨주시는 겁니까?”
선수들은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케인은 도동수에게 잘 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도동수도 실제로 김태현 욕할 때 케인도 같이 욕하던데!
‘그러게?’
케인은 왜 그러나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동병상련!
맨날 태현에게 깨지고 당하는 도동수가 왠지 모르게 안쓰러웠던 것이다.
‘후. 나란 사람은 참 착하군.’
“너희들은 같은 팀이잖아. 데리고 가야 하지 않아?”
“저희는 팀이지만 경쟁자입니다.”
“맞아요.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죠. 솔직히 우리 중 한 명이 낙오됐어도 도동수 씨가 챙기러 왔을지는….”
서로에 대한 굳은 신뢰!
선수들이나 도동수나 서로 그렇게 믿지 않았다. ‘저놈 내가 고꾸라져도 알아서 무시하고 잘 살겠지’ 정도의 생각!
“그리고 도동수 씨 정도의 랭커면 알아서 잘 나오시겠죠.”
“맞아. 나름 팀 최고수잖아.”
‘아까 던전 보니까 도동수한테만 가혹하던데….’
그래도 케인은 머뭇거렸다. 그러자 선수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케인 선수. 음. 이런 이야기 드리기는 죄송한데….”
“?”
“도동수 씨가 뒤에서 케인 선수 되게 욕했거든요. 김태현 선수랑 같이.”
“…….”
“케인 선수가 챙겨주시는 게 좀 안타까워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두고 가자!”
케인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태현 일행은 감탄했다.
“역시 케인 선수!”
“광고도 재밌게 봤습니다!”
“…광고 이야기는 하지 말자.”
“뭐, 인터뷰 때 할 이야기 많고 좋지. 분량 없어서 묻히는 것보단 낫잖아?”
“?”
태현의 말에 케인이 움찔했다.
“어… 뭔 인터뷰?”
“뭔 인터뷰냐니. 너 지금 대회 결승 앞둔 선수잖아. 인터뷰 안 해? 대회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저번에도 했었잖아.”
“!”
케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언, 언제 하는데?”
“그게 언제더라….”
언제 하든 간에 일단 치질방석 광고 이후에 하는 인터뷰!
케인은 직감했다.
인터뷰 때 무조건 질문으로 나온다!
‘크아아악!’
* * *
“그런데 사람이 좀 많은 거 같다?”
“그러게…?”
케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스비안 제국이 열리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찾아왔다지만….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지금 일행이 있는 곳이 도시도 아니고, 유적으로 가는 황량한 사막 위였다.
있는 거라고는 길과 모래밖에 없는 곳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어디 뭐 좋은 던전이라도 떴나?
“습격이네.”
“뭐?!”
태현은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판온에서 전투 경험 많은 걸로 치면 무조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
그런 태현을 속일 수는 없었다.
‘주변에 얼마나… 와. 미친. 쫙 깔렸군. 뭐야?’
태현은 스킬을 사용해 주변을 확인했다. 이 넓고 넓은 사막에 새까맣게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지금 태현 일행 위치에서는 안 보이는 언덕 뒤에서도 웅성거리며 대기하고 있는 파티들이 있을 정도!
다들 태현 일행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슬금슬금 이동하고 있었지만 티가 안 날 수 없었다.
저들은 태현 일행을 노리고 있었다.
‘노리는 건 좋은데 이유가 궁금하군.’
파티 하나가 태현한테 ‘원수!’ 하면서 덤벼들면 태현도 ‘아. 그럴 수 있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티 수십, 수백이 덤벼들면?
그건 뭔가 이유가 있어야 했다. 갑자기 그렇게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 님! 길드 동맹이… 현상금을 걸었어요!”
“뭐? 또? 아니, 그보다 아직도 안 걸었어?”
새삼스러운 말에 태현이 더 놀랄 정도!
아직까지 안 걸었다고?
“아뇨. 이제와는 좀 달라요.”
현상금.
판온 1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 깊은 전통이었다.
길드가 플레이어 한 명을 조지려고 해도, 사실 길드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길드원들이 플레이어 한 명을 쫓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길드원들도 해야 할 게 많은데!
게다가 판온은 워낙 넓어서 작정하고 튀면 찾기도 힘들었다.
그럴 때 쓰는 게 현상금이었다.
현상금을 걸면 돈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길드의 눈이 되어주고 귀가 되어줬다.
현상금을 높게 걸면 걸수록 효과는 몇 배로 증가!
당연히 태현한테도 현상금이 꽤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저걸 어떻게 잡아?
태현의 전적을 본 플레이어들이 먼저 질려서 포기한 것!
아무리 일확천금이 좋아도 그렇지 가능성이 있어야 뭘 할 것 아닌가.
태현한테 덤빈 랭커들이 썰려 나가는 영상들은 더더욱 태현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태현 한 대만 맞춰도 준다. 김태현 퀘스트 방해만 해도 준다. 가서 몸으로 막든 시간을 끌든 뭐만 해도 현상금 준다! 김태현과 같이 다니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그놈들 한 대만 맞춰도 현상금 올라간다! 성과 많을수록 더 준다!
이제까지 없었던 파격적인 조건!
거의 퍼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현상금이었다.
물론 현상금을 건 쪽은 길드 동맹이었다.
‘이 자식들 골드가 감당이 되나? 안 그래도 골드 없어서 허덕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
태현은 사실을 알자마자 의문부터 들었다.
저런 식으로 하면 골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들 것이다.
골드가 어디서 났대?
‘이 자식들 설마… 먹튀를….’
판온 1에서도 양아치들이나 하는 바로 그 짓!
현상금 걸고 안 주기!
한 번 하면 정말 게임 끝날 때까지 욕을 먹는….
‘근데 생각해 보니 걔네는 이미 양아치였지.’
하는 짓을 생각해 보니 이미 충분히 양아치였다.
판온 1때 소문 안 좋았던 대형 길드들의 발전형!
다른 길드 협박해서 삥 뜯기,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해서 영지 점령하기, 길드원 제외하고 세금 몇 배로 뜯기, 기타 등등….
‘근데 진짜 먹튀하나? 와. 그런 거면 좀 보고 싶긴 한데.’
솔직히 태현도 ‘설마 거기까지 가나?’ 싶을 정도!
* *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김태현을 막아라!
대규모 전쟁이 터지자 길드 동맹은 비상이 걸렸다.
그중 하나가 태현을 막는 것이었다.
-아스비안 제국 갔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너무 걱정이 과한 거 아닌….
-저 새끼 끌어내!
-?!
새로 올라온 길드 간부 하나는 입 하나 잘못 놀렸다가 바로 쫓겨났다.
모두가 동의했다.
-김태현은 분명 낀다! 그놈이 안 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지금 길드 동맹 전력은 김태산과 기타 등등을 처리하기 위해 모이고 있었다.
김태현 척살대가 있긴 했지만 이 전력을 태현한테 쓰는 것 자체가 손해였다.
‘김태현하고 붙으면 최소한 반은 박살이 날 테니까….’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하는 상황!
그 결과 나온 아이디어가 현상금이었다.
-현상금은 어떨까요?
-김태현한테 현상금 걸어봤자 누가 가?
-그야 목을 따와야 준다고 하니까 그렇죠. 한 대만 쳐도 주고, 가서 길만 막아도 준다고 하면 다들 몰려가지 않을까요?
-그럴듯하긴 한데… 돈은 누가 내냐?
-처음에만 조금 주다가 나중에 안 주면 되죠.
-?
-???
-너… 천재냐?
길드 동맹 간부들도 경악할 악마적인 아이디어!
-아, 아니. 잠깐만. 저거 저래도 돼?
-뭐 어때. 지들이 어쩌겠어.
-맞아. 처음에만 좀 챙겨주면 다들 몰려들 거 아냐. 그 뒤에는 적당히 시간만 끌자고.
-어떻게든 김태현은 막아야 할 거 아냐! 네가 막을 거야?
-그… 그렇긴 한데….
뭐라도 해야 한다!
절박한 길드 간부들은 결국 현상금을 통과시켰다.
* * *
“피해야 하지 않나?”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빠져나간 다음 각자 변장하죠.”
태현 일행은 변장에도 능했다.
한 번 빠져나간 다음 변장해서 다른 플레이어로 위장해 버리면 어지간해서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한 번 오냐오냐 해주면 버릇 나빠진다.”
“?”
원래 저럴 때 쓰는 단어인가?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 다음에 안 덤비지.”
“태현 님. 경험치랑 아이템 챙기려고 그러시는 거죠?”
이다비는 태현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것도 있지.”
“…….”
“…….”
“잠깐, 김태현 선수! 저는 길드 동맹과 친분이 있습니다. 제가 말하면 분명 들어줄 겁니다. 김태현 선수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 그, 그래. 한 번 해보던가.”
태현은 말리지 않았다.
물론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저건 자기 자유였으니까.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는 귓속말을 보냈다.
-저기, 내가 지금 김태현 선수와 같이 뛰고 있는데….
-이런 배신자 새끼. 죽어라!
[현재 차단되어…]
“…….”
“뭐라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절당했군.’
‘욕 먹었나봐.’
“자! 이동하자!”
태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돌렸다.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일단 가장 가까운 던전으로 가자고. 이런 넓은 곳에서 싸울 수는 없으니까.”
다수 대 소수로 싸울 때는 지형 선정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안에서 치고 빠질 수 있는 깊은 던전은 태현이 애용하는 곳!
“…….”
“…….”
‘신경 쓰여!’
케인은 짜증을 냈다. 주변에 몰린 플레이어들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저 자식들 왜 안 덤비는 거야? 눈치 보는 건가?”
“그야 가장 먼저 덤비는 사람이 죽을 테니까요.”
“아….”
케인은 납득했다.
아무리 현상금을 퍼주더라도,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누구 먼저 한 명 덤비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나 시작 좀 해봐!’
‘가장 먼저 갔다가 김태현한테 얼굴 기억되면 어떡하냐. 네가 먼저 가라.’
‘원거리 직업 뭐해? 시작하면 나도 같이 한다.’
태현 일행의 동작 하나하나에 주변에 몰린 플레이어들이 움찔거렸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
“앗. 이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케인이 희망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모였는데 그건 아니고… 당연히 덤비겠지.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아무도 안 쏘겠냐. 옆에 있는 사람 믿고 화살 당기는 놈 무조건 나온다.”
“나오면 제가 죽여 버릴게요!”
“그, 그래. 고맙다?”
유지수의 열렬한 반응에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탁-
일행은 어느새 가까운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폐허가 된 사원 형태의 던전이었다.
‘음… 지하도 있는 거 갖고. 이 정도면 괜찮겠네.’
태현은 빠르게 견적을 냈다. 크기 자체도 넓은 데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층도 있는 것 같았다.
남 괴롭히기는 딱 좋다!
“야. 들어가려고 하잖아!”
“들어가면 진짜 곤란해져! 잡아야 해!”
태현 일행이 던전 앞에 도착하자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도 안달이 났다.
한 대만 때리면 골드가 두둑하게 들어오는데!
“젠장! 내가 쏜다!”
결국 플레이어 중 한 명이 화살을 들었다. 태현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한 대 맞춘 다음 그걸로 현상금이나 받을 생각!
‘맞아라!’
쉭!
“!”
“쐈, 쐈다!”
“이제 들켰어! 싸워야 해!”
웅성거림에 케인은 짜증스럽게 외쳤다.
“아까부터 알고 있었거든 이 자식들아!”
“역, 역시 케인! 눈치 채고 있었나!”
“이렇게 빙 둘러싸고 눈치 못 챈다는 게 말이 되냐!”
“태현 님. 뭐하세요?”
“응. 아. 스킬 쓰려고 잠깐 장비 바꾸고 있었지.”
태현은 차고 있던 장비들 중 방해되는 걸 해제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알렉세오스의 권능!
[알렉세오스가 당신에게 힘을 빌려줍니다.]
[드래곤 리치로 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