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753화 (753/1,826)

§ 나는 될놈이다 753화

데스나이트는 놀란 눈으로 김태산과 오크 전사들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대화하러 왔나? 기세가 삼엄하고 신성력이 잔뜩 걸려 있어서 싸우러 온 줄 알았는데.

“우…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하고 다닌다고.”

김태산은 어떻게든 둘러댔다.

저런 놈들을 공격했다가는 찜찜해서 밤에 잠이 안 오겠다!

-그렇군. 다행이야. 하마터면 원수도 갚지 못하고 이 산맥에서 쓸데없는 싸움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무슨 원수길래?”

김태산은 물었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리치를 오크 부족 쪽에 끌어들일 수도 있었으니까.

오크 부족에 언제나 부족한 게 주술사 같은 마법 사용자!

-그건 오스턴 왕국에 있을 때 일어났던 일이었다….

“!”

* * *

“그렇게 친해졌지.”

“아, 네. 잘됐네요.”

“후후. 체세도는 엄청 강한 리치다. 너도 보면 놀랄걸?”

“전 걔보다 더 강한 애들을 많이 봐서….”

“이세연 이야기냐? 녀석. 이야기를 꺼낸 거 보니 역시 스캔들이 사실이었….”

“다른 NPC 이야기였거든요?”

태현은 정색했다. 김태산은 찔끔했다.

‘슬라임 분신 아직 안 받았으니 조용히 해야지.’

“앗. 안녕하세요.”

주방에서 나온 주현영이 둘을 보고 인사했다.

“전쟁 일으키신 거 봤어요.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구나.”

말하던 김태산은 뭔가 기분이 이상한 걸 느꼈다.

‘이걸 축하받아도 되는 건가?’

뭔가 축하받기에는 어감이 이상하다!

“요즘은 무슨 퀘스트 하고 있어?”

“요리 스킬 최고급 달성하고 나서 나오는 요리 스킬 퀘스트 중이에요.”

“오오…!”

최고급 요리 스킬!

수많은 요리사 플레이어들 중 손에 꼽히는 플레이어들만 도착한 경지였다.

“부럽다. 난 아직도 고급인데.”

태현은 부러워했다. 태현은 키워야 할 스킬들이 너무 많아 아직도 요리 스킬이 고급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닌가요…?”

“너 인마….”

주현영과 김태산이 황당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요리사도 아닌 놈이 뭐 이리 스킬 레벨이 높아?

김태산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요리사 직업이면 귀찮게 구는 놈들 많을 텐데, 말하기만 해. 길드원들 보내줄 테니까!”

“아. 괜찮아요. 있긴 한데….”

“있어?!”

태현은 놀랐다. 누구지?

“요리사 랭커 한 분이 자꾸 길드 들어오라고 초대를 하시네요.”

레스토랑 길드의 길마, 차오!

차오는 요즘 주현영에게 계속 길드 가입 권유를 하고 있었다.

“수상한데….”

“많이 수상하다.”

김태산과 태현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수상쩍은 권유!

차오도 같은 요리사 랭커였다. 주현영을 견제하면 견제했지 초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 자식 안 들어온다고 뭐 괴롭히는 거 아냐?”

“아뇨? 딱히 그런 거 없던데요?”

“뭐? 진짜? 못 알아챈 게 아니라?”

태현은 믿을 수가 없었다.

“남 탈락시키려고 요리에 독도 풀던 놈이잖아.”

물론 그러는 태현은 심사위원을 납치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네. 그런데 진짜 별거 안 하던데요. 계속 제안만 보내고….”

* * *

레스토랑 길드는 규모를 키우려고 하고 있었다.

요즘 길드 동맹과 서운해진 게 많아지고 안에서 불만이 쌓이자, 차오 입장에서는 미래를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길드 동맹의 도움이 없어도 알아서 굴러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해.’

제작 직업 길드의 장점은 압도적인 수입!

제작 직업 랭커가 하나 잘 만들어서 경매장에 올리면, 그 골드만으로도 어지간한 길드는 한 달을 굴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랭커는 땅에서 솟아나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보통 다른 길드에 소속된 고렙 플레이어들이 성장해서 랭커가 되는 것.

그랬다. 랭커들은 다 소속 길드가 있었다.

그러니 찔러볼 만한 랭커들은 정말 손에 꼽는 것!

-길마님. 요리사 랭커가 많이 필요한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즈한테도 제안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근데 당근만 주지 말고 채찍도 휘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당근과 채찍.

좋은 제안(당근)을 하되, 거절하면 방해하겠다는 협박(채찍)을 같이!

잘 먹히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차오는 쓸 수가 없었다.

-미친놈아… 쟤 김태현하고 알고 지내잖아….

차오는 미래가 보였다.

협박한다→주현영이 김태현에게 말한다→김태현이 달려온다→힉!

-협박했다가 일 커지면 네가 책임질 거냐?

-아… 아니요.

-그렇지만 길드 동맹이 있는데 김태현이 건드릴까요?

-안 건드릴 거 같냐?

-…신경 안 쓸 거 같긴 하네요.

강제로 분노조절이 되게 만드는 태현의 이름!

* * *

“뭐지? 반성하고 착해졌나?”

“그럴 리가 있나.”

김태산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

“지금은 본색을 숨기고 있지만 나중에는 본색을 드러내겠지!”

“흠. 그럴 수도.”

“내 생각에는, 나중에 본색을 드러낼 테니까 지금 미리 패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 생각이 맞는 것 같군요.”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산의 말에 공감했다.

어차피 나중에 본색을 드러낼 놈이라면 미리 패는 게 낫지 않을까?

주현영은 당황해서 말했다.

“아, 아니요. 딱히 폐를 끼치는 사람은 아닌데요.”

“그게 다 준비과정인 거지! 더더욱 사악한 놈이군. 아주 속셈이 음흉해!”

김태산은 분개해서 무릎을 쳤다. 그 소란에 주현영의 어머니인 강현숙까지 나왔다.

“아이고,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강 사장님!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현영이가 하는 게임에 아주 나쁜 놈이 있는데…!”

김태산의 설명을 들은 강현숙이 분개해서 외쳤다.

딸의 유일한 취미생활을 괴롭히다니!

“그런 나쁜 놈이 있다니! 사장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주세요!”

“맡겨만 주십시오.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을 바른길로 안내하는 건 의무 아니겠습니까!”

김태산은 호탕하게 외쳤다.

* * *

“음. 잘 해결됐을지 모르겠네.”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다들 준비됐지? 평소 하던 것처럼만 하자고.”

던전 공략 대회 준결승전!

이번 경기를 뚫으면 다음 경기는 이세연과 만나게 됐다.

물론 이세연도 이겨야 했지만, 태현은 당연히 이긴다고 전제하고 있었다.

설마 이세연이 지겠어?

지면 캡슐 부수고 게임 접어라!

그 시간에, 이세연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던전 근처에 몰린 방송사들과 플레이어들이 크게 함성을 질러댔다.

뒤에서 걸어오는 LK 라이온즈 선수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는 게 보였다.

‘저게 감독인가?’

감독과 코치 플레이어들은 딱 눈에 들어왔다. 숨길 수 없는 초보자의 복장!

고렙인 감독이나 코치도 있었지만, 저렇게 캐릭터만 만들고 키우지 않은 사람들도 꽤 됐다.

‘?’

태현은 의아해했다. 주 감독이 태현을 보고 음흉하게 웃은 것이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고, 자신이 있을 때 나오는 사악한 웃음!

‘뭐지?’

태현의 본능이 경고를 울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빈센트가 경고했던 거 같은데….’

태현을 어떻게든 설득하려던 에이전트, 빈센트가 와서 했던 말들 중 이런 것도 있었다.

-김태현 선수. LK 라이온즈는 전 세계에서 봤을 때 별거 안 되는 팀이지만 거기 감독은 소문이 안 좋습니다. 더티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 있죠.

-그렇군.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에이전트로 있는 한 제 선수들에게 그런 더티한 수작은 절대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랬다가는 제 변호사들이 나설 것입니다.

-아. 예.

대화를 하다 보면 ‘그러니까 우리 에이전트로 와라’로 이어지는 빈센트!

숨길 의도 없이 저렇게 당당하게 까고 다니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A급 에이전트쯤 되면 저 정도 철판은 기본인 것!

‘근데 던전 공략 대회에서 뭔 수작을 부릴 수가 있나?’

태현은 의아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방해를 하면 모를까. 경기는 이미 시작 직전이었고, 태현 팀은 전부 다 모여 있었다.

뭐 어떻게 수작을 부릴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설마….’

태현은 긴장했다. 여기서 지면 이세연을 볼 낯이 없었다.

이세연이 평생 비웃겠지!

‘그건 절대 안 된다!’

긴장하자 태현의 집중력이 극도로 올라갔다. 그 모습에 케인은 경악했다.

‘역시 김태현…! 절대 방심하지 않는구나! 나도 열심히 해야지!’

* * *

“팀 KL의 승리!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기록을 또 줄였어요!”

“김태현 선수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요!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죠?! 전략은 그대로였습니다만, 차이점은 김태현 선수가 진짜 실력을 드러낸 거였습니다!”

알렉세오스의 버프 덕분에 태현의 능력은 몇 배로 늘어난 상태였다.

덕분에 LK 라이온즈만 불쌍하게 됐다. 기껏 공부하고 연습해 왔는데 상대가 갑자기 미쳐 날뛰고 있으니….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

태현은 괜히 긴장했다 싶었다.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LK 라이온즈도 만만치 않았어요! 이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으니까요.”

“졌지만 잘 싸웠습니다. LK 라이온즈!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였습니다.”

주 감독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지다니!

‘김태현 저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야?! 저놈도 약을 한 건가?!’

그랬다.

LK 라이온즈의 숨겨진 비책.

그것은 도핑이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비교적 약물에 허술하다는 인식을 찌른 것!

승리에 물불 안 가리는 주 감독은 반응속도와 집중력 관련된 약물을 갖고 와 실험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LK 라이온즈가 태현의 팀과 맞먹을 정도의 기록을 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가 미쳐 날뛰더니 자기 기록을 훌쩍 넘겨버렸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정말로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상대방 경기도 못 보는 이런 토너먼트 대회에서? 그게 말이 되나?’

* * *

“어. 팀장님. LK 라이온즈 선수들 캡슐에서 이상한 기록이 나왔는데요.”

“뭔데? 잠깐만… 이거… 설마 약물이냐?”

주 감독은 판온의 기술력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캡슐 안에 들어가면, 안의 사람 상태 정도는 당연히 체크했다.

평상시에는 이런 걸 다 일일이 확인하진 않지만, 대회 때에는 선수들의 상태를 따로 뽑아서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

“이것들이 미쳤나?!”

간덩어리가 배밖에 나온 짓!

더 놀라운 건 이러고 진 거였다.

‘사람들이 뒤집어지겠군.’

처음으로 터진 판온 E스포츠계의 도핑 사건도 도핑 사건이지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이긴 김태현도 김태현이었다.

E스포츠계에서 이런 부정사건이 처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보통 하고서도 지는 쪽은 드물었다.

‘새로운 전설이 만들어지겠군….’

약 빤 상대 선수들을 실력으로 압살했으니,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은 보지 않아도 예상이 갔다.

“위에 보고하고, 감독한테 연락할 준비 해. 발표하기 전에 말은 해야겠지.”

* * *

-충격! LK 라이온즈 도핑….

-LK 라이온즈의 도핑은 누가 지시했나?

-주 감독 ‘나는 그런 걸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혀… 선수들의 단독행위….

-김태현 선수와 LK 라이온즈 선수의 반응 속도 비교… 놀랍게도 김태현 선수 우위로 밝혀져.

다음 날이 되자 바로 공식 발표가 뜨고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충격 그 자체!

“어?! 얘네 도핑했었어?! 이런 치사한 놈들!”

케인은 깜짝 놀랐다.

나중에 경기 끝나고 방송 보니까 엄청 잘하길래, ‘와, 이 자식들 진짜 연습 열심히 했구나. 반응이 칼 같고 딱딱 맞는 게 정말 대단하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고 반성했는데….

그게 약빨이었다니.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사이 일어난 태현이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뭐하냐?”

‘근데 이 자식은 약 빤 놈들보다 어떻게 반응이 빠른 거지?’

인간 맞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