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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52화 (752/1,826)

§ 나는 될놈이다 752화

소식을 들은 태현 일행은 머리를 맞대고 게시판을 구경했다.

벌써 몇몇 곳에서는 싸움이 벌어진 상태였다.

대규모 전투는 아직 없었지만,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나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던전을 공격한 것이다.

“어? 이거 너희 아버지 길드원 아니지 않나?”

케인은 영상 속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크도 아니었고, 다른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이런 놈이 왜 싸우고 있지?

“원래 이런 전쟁 터지면 제3자도 많이 끼어. 기회라 이거지.”

평소에 던전이 욕심이 났는데, 길드 동맹 무서워서 가만히 있던 플레이어들.

‘다른 놈들 때문에 정신없으니 조금 털어도 보복은 못 하겠지?’ 하고 덤비는 플레이어들.

그런 플레이어들도 꽤 많았다.

게다가 오스턴 왕국은 태현이 불러일으킨 산적 유행 덕분에 곳곳에 산적 플레이어들이 남아 있는 상황.

이번 전쟁은 그들에게 기회였다.

내꿈은산적왕: 혹시 잔뜩 모여서 크게 털 사람 있냐?! 이번 기회 놓치면 멍청이다. 인생은 한 방이라고!

산적꿈나무: 아느다 요새 공략할 산적 파티 모읍니다! 지금 중갑전사는 있으니 가벼운 전사 위주로….

님아쌍무존지강최: 우리 멋있고 용감한 산적 횐님덜… 어제 하루… ~잘 견뎌내셨는지요?! 울 횐님들을 위해, 오스턴 왕국 요새들 중 방어력 낮고 치안 낮아서 털기 좋은 곳을 정리해 봤습니다~

“와. 길드 동맹 좀 힘들겠는데.”

심어놓은 첩자들 덕분에 길드 동맹의 상황을 꽤 자세히 알고 있는 태현이었다.

길드 동맹의 상황은 꽤 아슬아슬했다.

오스턴 왕국을 잡아먹고 커다란 영지가 생긴 건 좋았지만, 그걸 유지할 힘이 부족했다.

오스턴 왕국은 오랫동안 내전이 일어나서 파괴된 곳들이 많았고, 몇몇 곳은 아예 역병지대로 변했다.

당연히 수입이 적게 나왔고, 이걸 메꾸려면 세율을 더 올려야 했다. 그러면 또 치안에 악영향이….

악순환의 연속!

길드 동맹이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탓에 세금을 안 걷을 수도 없었다. 자기들 골드로만 메꾸는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태현이 오스턴 왕국의 보물창고를 날려 버리고 각종 산적질과 약탈질로 찔러대니 상황은 더욱 힘들어졌다.

길드 동맹이 최근에 자랑하는 군대들과 길드원들을 전부 수도 근처에 두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왕국 전체를 담당할 힘이 없으니, 일단 수도 근처부터 회복하고 수입원을 만들려는 생각!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괜찮은 전략이었다. 일단 통일한 이상 남은 지역에 일어난 산적들은 나중에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틈을 김태산이 찌른 것이다.

알고 한 건지, 모르고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상대방이 가장 힘들고 짜증 나는 타이밍에 친 게 분명했다.

이대로 내버려 뒀으면 길드 동맹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고 오스턴 왕국을 잘 다져나갔을 것이다.

‘잠깐… 이거 괜찮나?’

태현은 갑자기 걱정이 됐다. 김태산 걱정이 아니었다.

김태산이 이겨서 길드 동맹이 무너지면 괜찮았지만, 길드 동맹이 이걸 이겨내면?

“이겨내도 피해 엄청 클 텐데 뭔 걱정이야?”

“아니지. 이걸 이겨내면 이제 얘네들은 방법이 별로 없으니까 절박해지거든. 절박해지면 사람이 방법이 하나밖에 없어지고.”

그나마 다시 붙여나가던 쪽박을 부숴버리면 할 건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곳 쳐서 갚으려고 하겠는데….”

파산 직전의 길드가 언제나 하던 전통적인 방법.

새 전쟁!

-따서 갚으면 돼!

오스턴 왕국과 길드 동맹은 전투력 하나만큼은 어마어마했다. 내전과 각종 싸움을 거쳐 왔으니 NPC 부대도 강력했다.

그 유지비가 천문학적으로 드는데도 길드 동맹은 꾸역꾸역 내고 있었다.

그만큼 전투력 하나만큼은 집착했다.

‘왜 그렇게 전투력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된 데에는 태현한테 당한 탓이 컸지만, 태현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길드 동맹이 그거 갖고 할 수 있는 건 하나 정도밖에 없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를 공격해서 골드와 보물을 터는 것!

그리고 길드 동맹이 치기 가장 좋은 나라는….

‘젠장. 아탈리 왕국이겠네.’

동쪽의 우르크는 오크들만 많아서 쳐봤자 뺏을 것도 없었고….

서쪽의 잘츠 왕국이나 에랑스 왕국은 치기 좀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에 비해 남쪽의 아탈리 왕국은 치기 좋고, 상대도 밉고, 가진 것도 많은 좋은 상대!

태현이 무서워서 ‘야! 김태현 있는데 미쳤냐! 다른 거 할 거 많다! 김태현은 나중에 힘이 더 커지면 밟으면 된다!’ 이렇게 다투던 길드 동맹이었지만, 절박해지고 방법이 하나밖에 남지 않으면 의견이 통일될 것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무조건 아탈리 왕국을 쳐서 먹어야 한다!

‘음. 무섭군.’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치고 들어올 걸 생각하니 아찔했다. 게다가 태현 입장에서는 막아내도 손해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안 그래도 귀족 NPC들은 내 말 안 듣는 놈들이 절반을 넘는데….’

수도와 골짜기 말고는 제대로 장악하지 않은 상태.

다른 영지들이 길드 동맹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태현이 도와주려고 말해도 안 들을 놈들 천지!

‘이거 아버지가 피해를 제대로 입혀줘야겠는데….’

김태산도 나름 계산을 하고 일으킨 것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의 전력이 너무 대단했다.

데리고 있는 랭커들 숫자부터가 확 차이 나지 않는가.

김태산이 믿을 수 있는 건 오크들의 숫자와, 왕국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

“안 도와주셔도 되나요?”

“맞아요. 도와드리러 가도 괜찮….”

“아냐. 난 내 거 해야지.”

이런 부분에서는 칼 같은 태현!

김태산은 김태산, 그는 그!

김태산이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가면 김태산이 오히려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태현도 자기 퀘스트가 많았다. 그걸 먼저 해야 했다.

“그렇지만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줘야겠다.”

-슬라임 분신 소환!

태현은 시이바의 권능 스킬, 슬라임 분신을 사용했다.

“이걸 빌려드려야겠군.”

* * *

“아버지.”

“왜?”

태현은 오랜만에 김태산을 찾아가 같이 밥을 먹었다.

메뉴는 순대국밥!

“앗. 김태산 씨 아니세요?”

“어. 누구셨죠?”

젊은 사람이 말을 걸자, 김태산은 의아해했다. 세입자는 다 기억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김태산 씨 맞으시군요! 팬이에요!”

“푸헙!”

“쿠헉!”

태현과 김태산이 동시에 사레가 들렸다. 태현은 콜록대며 앞을 쳐다보았다. 김태산도 마찬가지였다.

“팬… 팬이라고요?”

“네! 호쾌한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사인 해주세요!”

김태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휙 사인을 해주었다.

“난 방송도 안 나가는데….”

“요즘은 방송 안 나가도 충분히 유명해지는 시대죠.”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판온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개인 방송을 하지 않는 플레이어까지도 유명해지는 현상이 생겼다.

그리고 김태산 정도면 충분히 판온의 유명인사였다.

게다가 워낙 특이한 캐릭터라 팬들이 생기기도 좋았다.

지금도 게시판을 보면 ‘최강지존무쌍 길드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서 저런 길드 이름을 지은 건가’로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판온에서 비슷한 길드를 찾기 힘든, 정말 희귀한 길드!

김태산은 신기하다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씩 웃었다.

“녀석. 그러고 보니 너를 내버려 두고 나한테 사인을 달라고 했네?”

“네? 아, 네.”

“너는 선수로 활동하면서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더 노력을 해야지!”

“어… 아버지.”

태현은 김태산의 오해를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생각했다.

“앗.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잖아?!”

“꺄아아악! 김태현 선수! 팬이에요!”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더 사악… 아니, 사납… 아니, 날카롭게 생기셨어요!”

태현의 이름이 들리자 ‘어? 진짜?’ 하고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

“…….”

김태산은 시무룩해졌다. 차원이 다른 인기였다.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서운해하세요? 아버지는 선수로 뛰지도 않고 방송도 안 나가시는데 저보다 더 유명하면 그게 말도 안 되는 거죠.”

“그건 그렇지.”

“그리고 아까 그 사람은 저한테 이미 사인 받았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달라고 안 한 거고요.”

“…그걸 꼭 말해줘야 하냐?”

김태산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이 위로해 주면서 은근슬쩍 놀리네!

“후. 그러고 보니 내일이 다음 경기구나. 잘 해라. 대역전 같은 걸 기대하마.”

“…저희 팀이 유리하다는 게 확실한데 대역전을 기대하신다는 건….”

“인마. 넌 이미 충분히 잘 나가잖아. 상대방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요즘 젊은 애들이 얼마나 힘들어?”

“…아버지 전쟁 도와드리려고 준비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앗. 뭔데?”

태현은 분신 이야기를 꺼냈다. 그걸 들은 김태산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그거… 별로 안 강하지 않냐?”

“싸우라고 드리는 게 아니라 속이라고 드리는 거거든요?”

“아아!”

김태산은 바로 깨달았다. 길드 동맹이 만약 일행 가운데에 태현이 돌아다니는 걸 본다면?

바로 랭커들을 우르르 모아 올 것이 분명했다.

“아주 좋은 방법이군! 그런데 그거 안 들키는 건 확실하냐?”

마법사의 분신 스킬 같은 건 레벨 높은 플레이어들한테 들키기 쉬웠다.

“이래 봬도 권능 스킬이라 안 뚫릴 걸요.”

그 말에 김태산은 사악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버지, 다 계산하고 이길 자신 있어서 전쟁 여신 거 맞죠?”

“어? 그냥 퀘스트 깨야 해서 열었는데?”

“…….”

“농담이다. 다 계산하고 열었지.”

“…아, 네.”

“진짜라니까!? 길드 동맹 놈들이 어떻게 덤벼오더라도 자신 있다. 숨겨 놓은 패가 있다, 이거야.”

김태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태현은 아버지가 숨겨 놓은 패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오. 뭘 숨겨 놓으신 거지?’

“다 네 덕분이지.”

“?”

“기억 안 나냐? 체세도라고.”

“체세도가 누구더라… 아. 그 리치?”

태현과 함께 오스턴 왕국의 요새를 점령하고 있던 리치, 체세도!

한때는 에랑스 왕국 마탑의 촉망받는 흑마법사였지만 지금은 리치로 타락한 존재였다.

물론 본인은 더 대단한 존재가 됐다고 좋아했지만.

태현은 오스턴 왕국을 떠났지만 체세도는 한동안 버텼다. 그러다가 길드 동맹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요새를 버리고 이주했다.

“걔 아직 안 죽었습니까?”

“걔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었냐? 바로 우르크였다니까!”

“!”

오스턴 왕국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도망치기 가장 좋은 우르크 지역!

김태산 길드처럼 체세도도 우르크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최근에 김태산과 마주쳤던 것이다.

* * *

<사악한 리치를 퇴치하라-우르크 지역 퀘스트>

“저기에 리치가 나타났다고?”

“네!”

“준비 철저히 하고 가야겠군. 다들 성수 뿌리고, 사제 빌려왔지? 아니. 아키서스 사제 말고… 얘네는 좀… 다른 사제 없어? 아오, 하필 왜 아키서스 교단이 퍼져서… 아키서스 사제는 불안한데. 어쩔 수 없지.”

김태산은 무기를 들고 앞에 섰다.

산 중턱에 갑자기 새로 나타난 어둠의 요새!

검은 오오라가 풀풀 뿜어져 나오는 게, 과연 강력한 언데드인 리치가 있을 법한 곳 같았다.

“나와라, 비겁한 녀석! 나와서 심판을 받아라! 이 부족 오크의 피가 정의를 원한다!”

“어. 딱히 오크가 죽진 않았는데요.”

“그래? 그러면 내 길드원의 피가….”

“길드원도 딱히 죽진….”

“그럼 왜 잡으라고 뜬 건데?”

김태산은 짜증을 냈다.

“저기가 철 광산 나오는 곳인데 요새 박아서 뜬 거 아닐까요?”

“…우리가 나쁜 놈 같은데?”

먼저 와서 아무 피해도 안 끼친 리치를 공격하라니.

미묘하게 찜찜해졌다.

히히힝-

유령마를 타고 데스나이트가 튀어나왔다. 문을 박차고 나온 데스나이트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산맥의 주인이 찾아왔는가?

“어, 저기….”

-우리는 오크에게 빚진 게 없다. 그렇지만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게….”

-우리가 패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원통하도다. 우리의 한을 풀지 못하고….

“흠흠! 공격하러 온 게 아니라 대화하러 온 거다!”

-앗. 정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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