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50화
태현을 노리기 위해 준비하고 준비했던 비장의 수 중 하나 아니었던가!
그걸 여기서 쓰다니.
간부들은 놀라고, 동시에 감탄했다.
‘역시 쑤닝 님이시다. 저 결단력!’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역시 길드 동맹을 이끌어 갈 분은 저분밖에 없다!’
‘점점 성장하고 계신다. 김태현. 두고 봐라! 넌 쑤닝 님을 상대하게 된 것을 후회할 것이다!’
쑤닝은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김태현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면서 거기에 걸맞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과 비교하면 괄목상대 그 자체!
‘근데 쑤닝 님이 이렇게 소년만화 주인공 같은 위치였나?’
길드 동맹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분명 판온의 지배자, 판온의 황제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 * *
“침입자여. 왜 저 더러운 놈을 데리고 들어오는가?”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나타납니다.]
[공포 면역입니다. 공포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흑마법의 오오라>로 강화됩니다.]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어둠의 땅이 내린 축복>으로…]
[……]
태현 일행이 도동수를 데리고 히든 던전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나타났다.
그냥 데스나이트보다 덩치가 커다랗고 색이 진한 뼈대를 갖고 있는 데다가, 차고 있는 장비도 훨씬 더 좋아 보였다.
태현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앗. 골골이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이잖아?”
-주인이여.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런 데스나이트를 거두셨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
골골이 앞에서 골골이를 헐뜯는 두 신수들!
둘 다 일단은 신수다 보니,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 골골이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감히 명예로운 데스나이트인 날 모욕하는 거냐? 이 자라다 만 드래곤 놈들이?!
-어디서 족보도 없는 데스나이트 놈이 뭐라는 거야! 너 그 뼈 어디서 주워왔어?
-다들 닥치렴.
태현은 소환수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침입자여. 그대는 용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키서스의 화신인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두 용을 거느리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용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왜 이런 저주받은 땅에 들어와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가? 아키서스의 화신인 게 조금 많이 걸리긴 하지만, 이 저주받은 땅은 침입자를 가리지 않는다. 어서 돌아가도록 하라.”
[카르바노그가 상대가 겁먹은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나도 그런 거 같아.’
당당한 자세에 비해 하는 말은 아키서스가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정문 앞에 <아키사스 사절>이라고 써놓은 기분!
“잠깐만!”
“힉!”
[아키서스의 화신…]
[신성 스탯…]
[화술 스킬…]
[……]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당신의 말에 겁을 먹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
이건 좀 억울했다.
이제까지 했던 것 때문에 말 한마디 걸었는데 악명이 오르다니!
“왜… 왜 날 부르는가! 아키서스의 화신! 참고로 난 영혼도 주인님께 묶여 있고, 가진 아티팩트도 없으며… 하여간 날 상대로 거짓말을 해봤자 얻어낼 것도 없을 것이다. 그걸 잘 알아놓도록 해라!”
“…….”
“…….”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태현 일행은 일제히 태현을 쳐다보았다. ‘좀 적당히 하지 그랬어요’라는 눈빛!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면 그 상황에 맞추는 것이 실력!
“그래. 내가 아키서스의 화신이다!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널 아키서스 해버리겠다!”
“히이이익!”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당신의 말에 더욱더 겁에 질립니다!]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패닉에 빠져 도망칩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까지 뜰 정도의 업적!
쿵쿵쿵-
데스나이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서 도망쳤다. 그걸 본 태현은 당황했다.
“아, 아니. 도망은 치지 말고!”
설마 데스나이트 정도 되는 급의 준 보스 몬스터가 말 한마디에 도망칠 줄이야.
태현은 어찌나 놀랐는지 레벨 업을 이걸로 했다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다.
“야! 쫓아!”
“쫓… 쫓아도 되나요?”
“그럼 안 쫓냐? 헛소리하지 말고 쫓아!”
선수들은 당황하다가 태현의 명령에 일제히 움직였다. 뭔가 그들이 악당 같았던 것이다.
“야! 같이 가!”
케인은 도동수를 묶은 깃대를 들고 뒤따라 달렸다. 무게가 있어서 속도가 느렸다.
* * *
“침입자여! 그 더러운 놈을 놓고 와라! 용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런 놈을 데리고 다닐 생각인가!”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은 도망치면서 그렇게 외쳤다.
태현을 일단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료를 버리고 오지는 않을 테니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그래? 케인, 버려라.”
“오케이!”
케인은 신이 나서 깃대를 뒤로 집어 던졌다.
신난 만큼 강하게!
콰당탕!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읍읍읍읍(개자식아)!”
“앗. 미안. 신이 나서….”
케인은 당황해서 사과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에 신이 나서 누가 묶여 있었는지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 일행은 도동수를 버리고 다시 달렸다.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더러운 놈 버렸으니 이제 괜찮잖아! 이야기 좀 하자고!”
“쫓아오지 마라!”
“아니 왜! 멈추라니까? <이동 정지>!”
[언령 스킬을 사용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잡았다 이 자식!”
“어떻게 언령 마법을… 역, 역시 용의 사랑을 받는 자답군!”
“자. 이제 대화를 해보실까.”
“아… 아키서스의 화신. 나는 정말 가져갈 게 없다! 날 놓아다오!”
“아니. 널 속일 생각은 없다니까.”
“정말인가?”
“정말이야.”
“아까 아키서스 해버린다고 하지 않았….”
“…그건 그냥 농담이었지.”
[용아병 데스나이트 부관이 진정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농… 농담이었나. 후. 당황했잖나.”
“그래. 어쨌든 저 더러운 놈도 놓고 왔으니, 이제 우리한테 별문제 없겠지? 주인을 보고 싶은데.”
태현이 데스나이트 부관을 필사적으로 쫓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이 부관을 소환하고 부리고 있는 NPC가 누구겠는가?
바로 드래곤이 분명했다.
보통 플레이어라면 드래곤은 피해야 하는 위험한 고렙 NPC였지만, 태현에게 드래곤은 선물 잘 주는 친절한 NPC였다.
용용이도 있고 흑흑이도 있고 화술 스킬도 있고….
어지간하면 친한 척을 할 수 있는 상황!
‘오케노아스와도 참 좋았었지.’
해저 왕국 아란티스 근처에 있던 고대 해룡 오케노아스!
태현이 언령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것을 도와주고 이것저것 베풀어줬던, 참 친절한 드래곤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주인님을?”
“그래.”
“…왜지? 혹시 아키서스의 화신, 주인님을 속이려는…!”
“아니라니까?”
“주인님을 속여서 노예로 만들 생각이구나!”
“아니라고. 저 뒤를 봐라.”
“?”
데스나이트 부관은 비밀결사원들을 발견했다.
“저들은… 용을 숭배하는 자들이군.”
“그래. 난 용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 저놈들하고 같이 다니지. 저들도 날 존경하고 있다고. 내가 용을 만나려는 건 용을 존경하기 때문이야.”
-?
-???
용용이와 흑흑이가 옆에서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
“존경하는 용을 만날 기회를 놓칠 수 있겠어?”
“맞는 말씀입니다!”
“김태현 님의 말이 맞습니다!”
비밀결사원들이 신이 나서 뒤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용을 직접 보게 된다니!
그들에게는 생전 한 번 경험하기 힘든 커다란 영예였다.
“정말 아무 짓도 안 하는 건가?”
“물론이지. 대화만 할 거야.”
-…….
-…….
[…….]
두 용과 신 하나가 어이없어했다.
* * *
[<죽은 용의 지하동굴>에서 빠져나옵니다.]
[<죽은 용의 안식처>에 입장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알렉세오스의 거처에 들어간 자>를 얻습니다.]
[……]
[……]
“오오…!”
입장한 일행 모두 탄성을 터뜨렸다.
적당히 들어온 무난한 유적 던전에서, 설마 드래곤의 거처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생각해 보니 정말 상상치도 못한….’
선수 중 한 명이 속으로 생각했다. 김태현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게 가능했을까?
절대 불가능했다.
도동수 혼자 사라졌다가 죽었겠지!
“근데 도동수 씨 냅둬도 되나?”
“괜찮아. 우린 다 들어왔잖아.”
선수들은 빠르게 배워나가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만 들어와라.
앞의 어둠 속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일행들은 멈췄다. 드래곤은 아직 플레이어가 잡을 몬스터가 아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드래곤 말을 무시할 플레이어는 없었다.
어차피 칭호도 얻었고 각종 보너스는 다 받아서 모두 만족하고 있는 상황!
태현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죽은 용 알렉세오스가 당신을 소환합니다!]
팟!
공간이동과 함께, 알렉세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놀랐나.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나타난 거대한 드래곤 알렉세오스.
[죽은 용 알렉세오스를 마주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현재 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알렉세오스에게 걸린 마법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현재 흑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엄청난 마법의 힘이 느껴졌지만, 그 가운데에 있는 알렉세오스의 거대한 덩치에는 뼈밖에 없었다.
태현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 본 드래곤?”
-그런 하찮은 몬스터와 이 몸을 비교하지 마라.
알렉세오스는 불쾌하다는 듯이 뼈를 흔들었다.
-본 드래곤은 하찮은 네크로맨서들이 용의 썩은 뼈를 갖고 불러낸, 드래곤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러운 소환수다.
‘본 드래곤 정도면 네크로맨서 결전병기인데….’
네크로맨서 플레이어가 본 드래곤 하나 소환할 수 있으면 보통 어느 길드든 다 데려가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알렉세오스 정도 드래곤에게 본 드래곤은 하찮은 모양이었다.
-나는 스스로의 영혼을 묶어서 죽음을 거부한 드래곤 리치다.
‘오….’
리치는 엄청나게 강한 보스 몬스터.
드래곤은 그 리치보다 더 강한 보스 몬스터.
그런 드래곤이 리치가 되었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겠군!’
“그런데 그렇게 강하신 분이 왜 여기 계십니까?”
-아스비안 제국을 멸망시키느라 너무 많은 힘을 썼다. 내 거처 밖으로 나갈 수 없노라.
‘비밀결사원들이 들으면 슬퍼 죽으려고 하겠군.’
-그런데 그 두 용은….
“아. 골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입니다.”
태현은 살짝 기대했다. 이 두 용을 데리고 다니니, 알렉세오스도 좋아하겠지?
-난 둘 다 싫어한다. 드래곤은 레드 드래곤이 최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인님?!
-주인이여!?
[알렉세오스가 당신의 말에 만족합니다.]
-그래. 드래곤은 레드 드래곤이 최고지.
용용이와 흑흑이가 알렉세오스를 노려보았다.
다 썩어서 가죽도 없는 게….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나를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설마 날 속여서 네 종으로 만들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아키서스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드래곤들이 보기만 하면 의심부터 하고 봤다.
“제가 감히 그러겠습니까?”
-하긴. 난 내 영혼을 묶어놔서 신수 계약을 하지도 못한다. 골드 드래곤들은 아키서스의 말에 넘어가 자기 종족의 해츨링을 넘겼다고 하지만….
용용이는 시무룩해졌다. 태현은 변호해 주려 애썼다.
“그래도 아키서스의 신수인데 나름 좋은 거 아닙니까? 적어도 손해 볼 건 없잖습니까.”
-신들 사이에 끼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언제나 피를 보는 건 필멸자들 뿐이지. 결국 신들은 이 땅을 다 떠나지 않았나? 드래곤들이 신들의 싸움에 괜히 중립을 지킨 게 아니다. 뭐, 아키서스한테 속아 넘어간 건 어쩔 수 없었겠지만….
“?”
-아키서스가 마음을 먹으면 안 속아 넘어갈 존재가 어딨겠나? 골드 드래곤들 잘못이 아니다. 아키서스한테 노려졌을 때부터 끝난 거지.
“…….”
-어쨌든…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여기 찾아온 이유를 말하라. 여기까지 찾아온 정성이 있는 데다가 아키서스의 이름이 있으니 작은 보상 정도는 내려줄 수 있다.
‘됐다!’
말하는 걸 보니 상대가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저 호감을 늘려서 최대한 많이 뜯어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