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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44화 (744/1,826)

§ 나는 될놈이다 744화

비밀결사원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용의 친구가 혼자 일하게 둘 수는 없다!

‘젠장. 쓸데없이 성실한 놈들.’

아키서스 교단은 태현이 끌고 나오려고 해도 도망치려는 놈들이 수두룩한데, 다른 단체를 보면 성실한 NPC들이 우글거렸다.

어쩌다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근데 우리 데리고 온 NPC 그냥 내버려 둬도 돼?”

“뭐 알아서 잘하겠지. 위험한 곳에 둔 것도 아니고… 일단 유적부터 돌자고. 저놈들 따라온 거 보니 귀찮겠네.”

태현은 일행만 데리고 온 게 아니었다. 함대를 이끌고 오면서 왕국 병사들과 NPC들도 같이 온 것이다.

그들은 지금 항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

* * *

“사냥하러 가야 하는데 여기는 버프 받을 곳이 없나?”

던전이나 필드에 사냥을 하러 가기 전,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버프를 했다.

요리를 먹거나, 조각상이나 그림을 보거나, 마법을 걸거나, 신전에 가거나, 대장장이한테 가거나….

아스비안 제국은 잘 모르는 곳이었기에 더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했다.

“여기 요리사 없나요? 요리 파는 가게는?”

-뭐…? 우리를 놀리는 거냐?

-모험가. 지금 넌 살아 있다고 우리를 비웃는 거냐?

“아, 아닙니다!”

문제는 아스비안 제국이 보통 왕국과는 많이 다른, 특이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일단 NPC들 중 살아 있는 NPC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황제와 같이 죽었다가 살아난 언데드였다.

즉 대부분의 왕국에 있는 가게나 건물들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여기 요리도 안 파는데?”

“그냥 요리사 플레이어 찾아서 요리 사자.”

“나 요리 스킬 있으니까 내가 만들어볼게. 식재료만 사면….”

그러나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채? 과일? 고기? 그런 건 없다. 그런 게 왜 필요하지?

-우리는 눈을 뜨면 마나가 담긴 마나석을 끓여 물을 마시지… 클클클….

“…….”

“…….”

플레이어들은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아!

뒤지고 뒤져서, 잡화점에서 간신히 식재료 몇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검은 빵>을 얻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상한 식재료를 먹을 경우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요리를 갖고 온 플레이어도 금세 바닥이 났다.

이 근처에서 요리를 하려면 바다로 가서 해산물을 구하는 게 그나마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오죽했으면 태현 일행이 오는 길에 잡은 맛없는 바다 괴수 고기도 비싼 값에 팔릴 정도!

그것도 없으면 그냥 굶주림 페널티를 참아야 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허기 페널티가…]

[너무 오랫동안 아무것도…]

[……]

“밖에서 뭐 좀 구해보자!”

“모래밖에 없는데….”

“미친. 여기 뭐 먹고 사는 거야 다들?”

각종 보물과 자원들은 많았지만 정작 필요한 게 없는 경우가 많았다.

신전도 그중 하나였다.

“여기 신전도 없어!”

“어떻게 살란 거야?”

“교단한테 말해서 여기에 신전 건물 지어달라고 해야겠다. 들어주려나?”

“시간 좀 걸릴 거 같은데… 공적치 포인트 써야 할 거 같기도 하고.”

“네 거 써.”

“왜 내 걸 써! 다들 조금씩 내야지!”

사제나 성기사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리며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아키서스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사제님! 여기에 신전 지어주세요!”

NPC들이 저 멀리 대륙에 있는 다른 교단들과 달리, 아키서스 교단 사제와 성기사들은 항구에 있는 배 위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전을 짓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재료들이 필요한데….”

<아키서스의 신전을 지어라!>

아스비안 제국에서….

신전 짓기 퀘스트창.

물론 그들은 다 준비되어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게다가 이들 중 몇몇은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각종 건축에 단련이 된 플레이어였다.

“저희가 갖고 있습니다! 빨리 짓죠!”

“여러분! 여기로 모두 모이세요. 공적치 포인트 얻을 기회입니다!”

“다들 모여!”

눈빛만 봐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아는 그들!

뚝딱뚝딱-

톱질하는 소리와 망치질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몇 명이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야. 근데 ‘그’ 대장장이 애들 없어서 다행이다.”

“걔네들은 안 탔나? 솔직히 걔네 무섭다고.”

“쉿. 건물 짓다가 폭발하면 어떡해.”

* * *

한탕의 꿈에 부푼 태현 일행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유적으로 향….

하지 못했다.

방해가 들어온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해골마를 타고 온 해골 기사가 나타나 태현의 앞을 막았다.

“모험가여! 폐하께서 그대를 보고 싶어 하시오.”

다른 나라였다면 언데드면 일단 경계하고 의심해야 했지만, 여기 제국에서는 언데드가 주요 NPC였다.

이 해골 기사도 제국의 귀족 중 하나!

물론 모두가 제국 귀족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따라오고 있던 드라켄 비밀결사원들이 발작을 일으켰다.

“끄에엑! 끄에엑! 김태현 님. 저 사악한 제국의 앞잡이 놈을 죽입시다!”

“어허. 무슨 험악한 소리를.”

“왜 그러십니까!? 죽여야지요!”

“무슨 상황인지는 알고 행동해야 할 거 아니야. 용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경거망동하면 용들이 싫어해.”

“그런…!”

“용들이 이놈! 한다고 전해달라네.”

“그런! 죄송합니다!”

용의 이름을 팔면 비밀결사원들은 넙죽 엎드렸다.

“모험가여. 저들은 누구인가?”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니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무슨 일로?”

“그건 나도 모르네.”

“…….”

태현은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이세연….’

일단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이세연부터 의심하고 보는 습관!

이세연이 들었다면 억울해서 태현의 얼굴에 마법을 날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 입장에서는 이세연 말고 의심 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금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와 친한 플레이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내가 용 갖고 다니는 게 들켰나? 날 고발했나? 이 자식 치사하게! 내가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했지만 태현은 계속 머리를 굴렸다.

‘일단 가봐야겠군. 가서 화술로… 아. 불리한 상황인데….’

태현이 아무리 최고급 화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지금 이세연이 제국의 황제와 엄청나게 친한 상태라면, 어지간한 이간질로는 결과를 바꾸기 힘들 것이다.

‘쯧. 여차하면 튀어야겠군.’

태현은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이세연이 작정하고 함정을 팠더라도, 태현이 마음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직업부터 스킬까지 정말 버티고 도망치는 데에는 타고났으니까!

“일단 너희들은 잠시 기다리고 있어. 내가 황궁에 가서 황제를 만나 염탐하고 올 테니까.”

“오오… 김태현 님! 역시 용의 친구!”

“야. 닥쳐.”

해골 기사가 들을까 봐 태현은 움찔했다.

“가자!”

태현이 말하며 돌아서자 케인은 움찔했다.

“앗? 우리도?”

“…….”

‘너희들은 기다리고 있어’에서 너희들에 자기도 들어가는 줄 알았던 케인!

“아… 아니. 함정 같은데 너 혼자 가는 게….”

“하하. 케인. 맞는 말이야.”

“그치? 그치??”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케인하고만 갔다 와야겠다.”

“안 돼!”

케인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태현에게 잡혀 끌려갔다.

유지수가 케인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케인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 * *

“허어. 이런 기사를 데리고 다니시다니. 모험가께서는 분명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계시겠군요.”

해골 기사는 골골이를 보고 감탄했다.

같은 언데드 기사들끼리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아스비안 제국의 해골 기사, 크가로가 골골이를 보며 감탄합니다.]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드라켄 비밀결사에 가면 용용이와 흑흑이 때문에 좋아하고, 아스비안 제국 황실에서는 골골이 때문에 좋아하고….

태현이 데리고 다니는 소환수들이 이렇게 인기 좋은 곳도 드물 것이다.

‘용용이 빼고는 다 평소에는 공격받아도 이상할 거 없는 놈들인데.’

흑흑이는 사디크의 마수였고 골골이는 데스 나이트였으니까.

아스비안 제국의 황궁 근처에는 거대한 피라미드들과 괴수를 조각한 조각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법 스킬이 낮아 괴수 안에 담겨 있는 마법을 알아내지 못합니다!]

[조각 스킬이 낮나…]

평범한 건물들과 조각상들이 아닌, 유사시에는 무언가 움직이는 놈들이 분명했다.

마치 태현 영지에 있는 태현 동상처럼!

[카르바노그가 저기에는 자폭 기능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자폭 기능 들어간 조각상이 세상에 어디 있냐?’

[…?]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했지만 태현은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해골 기사에게서 정보를 캐내야 했던 것이다.

‘유적 쪽에 플레이어들 불렀다. 여기서 빨리 해결 보고 가서 털어야 해.’

“황제 폐하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위대하신 분이십니다!”

“아. 예. 그건 됐고. 뭐 다른 건?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직업은? 스킬은? 약점은?”

최고급 화술 스킬 없었다면 대번에 공격당했을 질문!

“이 제국의 모든 게 황제 폐하의 것인데 장비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황제 폐하께서는 성격이 불같으시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

태현은 갑자기 수상해졌다. 저런 충성심 높은 기사가 불같다고 할 정도면….

‘성격파탄자 아냐?’

황궁 복도를 걸어가는 태현과 케인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기 꼭 김태현처럼 생긴 사람이….”

“하하. 이세연. 아무리 그래도 김태현이 여기 있겠습니까? 김태현하고 사귄다더니 다른 사람만 봐도 김태현처럼 보이는….”

“너 뒤질래?”

“죄, 죄송합니다. 아니었습니까?”

“아. 진짜 그 기사 낸 기자 만나기만… 야! 김태현 맞잖아!!”

“말, 말도 안 돼!”

이세연과 스미스는 깜짝 놀랐다. 태현과 케인도 마찬가지로 놀랐다.

“너 왜 여기 있어!?”

“네가 판 함정이 아니었어?”

“…어쩌다가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꼭 함정을 파줄게. 너 왜 여기 있어?”

태현과 이세연의 시선이 부딪히는 짧은 시간 사이에, 둘은 서로의 속셈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얘는 대체 뭔 꿍꿍이일까?

동시에 울리는 속마음!

태현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급한 건 그였으니까.

“황제가 불렀는데.”

“황제가? 황제가 널 왜… 아아앗!”

이세연은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이세연은 급하게 태현의 팔을 잡더니 구석으로 끌어당겼다.

“큰일 났다!”

“너에 대한 황제의 신뢰도가?”

“넌 지금 그런 소리를 하고 싶어?!”

“네가 당황해하는 거 보니까 꼭 하고 싶은데….”

이다비가 ‘이세연 씨와 친하게 지내셔야 해요!’라고 신신당부해도 사라지지 않는 본능!

“너… 아직도 <잊혀진 망자의 왕관> 갖고 있지?!”

“아. 황제가 그걸 찾나?”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속셈을 하는지 알아맞히는 둘이었다. 태현은 바로 깨달았다.

이세연이 황제를 부활시키는데 쓴 것은 <잊혀진 망자의 지팡이>.

이름을 봤을 때 <잊혀진 망자의 왕관>과 상관이 있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후후. 이세연… 안 됐군. 황제를 먼저 부활시킨 것으로 제국을 손에 넣으려고 했겠지만 이걸로 똑같아졌으니까.”

“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바보야! 그런 거 아니거든?!”

이세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내가 왕관이 꼭 필요했으면 너한테 교환하자고 했겠지! 황제한테 그 왕관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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