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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9화 (739/1,826)

§ 나는 될놈이다 739화

“우리도 돕자!”

“맞아!”

레벨 좀 높은 어부, 낚시꾼 등 플레이어들은 오지 않고 배 위에 있었다.

바다뱀 계열 몬스터들은 해체해 봤자 처치가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고기나 가죽도 인기 없는데 굳이 가서 뭐 하러 고생하겠는가!

그러니 저렙 플레이어들만 가게 된 것이었다.

저렙 플레이어들에게는 저런 잡템도 충분히 쓸만했으니까.

“아니, 왜 오는 거야? 이거 별 쓸모없다며?”

덕분에 황당한 건 태현이었다. 독식 좀 하려는데 갑자기 배 위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도울게요!”

“필요 없거든?”

“역시 김태현이야! 말은 저렇게 하지만 상냥해!”

“…….”

태현은 한 대 치려다 말았다.

‘쯧. 모자라게 생겼네.’

태현은 다른 어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어차피 맛없고 효과 안 좋아서 안 팔리는 거면 나한테 팔래?”

“이런 배려까지 해주실 필요는….”

“아, 팔 거야 안 팔 거야?”

“팔게요! 팔겠습니다!”

“크흑… 상냥해!”

* * *

태현은 케인 몫으로 몬스터 정수를 만들어주고 남은 건 괴식 요리에 사용했다.

“컥. 냄새가 너무 독하지 않냐?”

“먹어야 늘지.”

‘독한 자식 같으니….’

케인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 같으면 태현 정도의 위치가 됐을 경우 놀고먹었을 것 같은데….

태현은 무슨 틈만 나면 저렇게 자기 계발에 매달렸다.

“아주 좋은 냄새입니다. 역시 김태현 씨는 요리도 독특하고 기발하게 하시는군요?”

“?”

“?”

“?”

일행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뭔 미친 소리야?

웬 처음 보는 플레이어가 앞에 서있었다.

‘장비 보니까 꽤 잘나가는 것 같은데….’

비싸고 화려한 것이 저렙용 장비는 절대 아니었다.

플레이어는 다가오더니 태현한테 소금을 꺼내 내밀었다.

“이 소금을 쓰시면 한층 더 맛이 살아날 겁니다.”

“오. 좋은 소금 같은데?”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요리사 랭커 파즈가 만든 특제 소금입니다. 이 소금을 만들기 위해서 <해저룡의 던전>의 암염과, <붉은 루비 광산>의 암염….”

태현은 듣지도 않고 대충 소금을 뿌렸다.

어차피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효과 때문에 먹는 거였으니까.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파즈가 만든 특제 비전 소금>을 먹었습니다! 영구적으로….]

[….]

“…맛이 어떠십니까? 복잡하고 깊은 맛이….”

“짜네.”

“네? 그럴 리가….”

“소금이잖아.”

“흠흠. 잘 안 맞으셨나봅니다.”

“아냐. 잘 맞네. 더 내놔봐.”

태현은 닥치는 대로 소금을 뿌려댔다. 이미 맛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황!

플레이어는 그걸 멍하니 지켜보다가 다급히 말했다.

“김태현 씨! 너무 많이 뿌렸습니다!”

“아냐. 난 짜게 먹는 게 좋더라고.”

“…아. 제가 왜 왔는지,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별로 안 궁금한데.”

“당연히 궁금하시겠… 네? 안 궁금하세요?”

“혹시 길드 동맹 첩자니?”

“예?! 아닙니다!”

“그럴 거 같았어. 판온 1 때 나한테 당한 놈이냐?”

“아닙니다!”

“그래, 눈빛이 너무 순하더라. 그러면 별로 안 궁금한데.”

“…….”

스포츠 에이전트, 빈센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김태현? 아주 좋은 선수지. 근데 포기하게.

…란 말을 들은 이유를 이제 알 거 같다고!

* * *

스포츠 에이전트.

보통 선수들을 담당해, 그들이 계약을 맺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의 일!

빈센트 정도 되는 초일류 에이전트에게는 훨씬 더 복잡하고 말할 수 없는 일이 들어왔다.

-A란 선수를 우리 구단에 데려오고 싶네. 하지만 그 구단은 A를 절대 내놓고 싶어 하지 않아. A를 설득해서 우리 구단에 오고 싶게 만들어주게!

-B라는 선수가 있소. 이 선수는 자기 처지에 불만이 있는 거 같군. 잘 설득해서 우리 구단에 오게 만들어주시오. 그 선수한테도, 당신한테도 이득일 거요.

선수들한테만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게 아닌, 구단에게도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것.

그것이 초일류 에이전트였다.

판온과 함께 판온 E스포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당연히 에이전트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빈센트는 몇 명의 선수들을 게임단과 계약시켰고, 그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새 시장에서 얻은 순조로운 결과였다.

‘후후. 아주 좋아.’

사람들은 에이전트를 ‘별로 안 좋은 선수를 어떻게든 포장해서 팔아먹는 놈들’로 욕할 때가 많지만, 빈센트는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했다.

-언제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빈센트의 방식!

그는 한 번도 사기를 친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구단에게도, 선수에게도, 자신에게도 최선의 계약을 한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어보였지만 이걸 충실하게 해왔기에 빈센트가 일류를 넘어 초일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빈센트와 계약한 선수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을 전하는 빈센트를 신뢰했다.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빈센트가 추천한 선수들은 비쌀지언정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은 빈센트는 다음 타깃을 고민했다.

누가 좋을까?

답은 바로 나왔다.

실력은 탑클래스에, 현재 다른 게임단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단독으로 뛰고 있는 바로 그 선수!

‘김태현이다!’

빈센트는 느낌이 왔다. 김태현은 진짜라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선수들이 아닌, 정상 위에 군림하는 몇 안 되는 스타!

게다가 지금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매력적이었다.

만약 김태현을 설득해서 다른 게임단에 계약시킬 수만 있다면, 빈센트는 에이전트의 신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남들이 안 된다고 포기할 때 도전해라!

빈센트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김태현과 만나본 사람들부터 연락해봤다.

뉴욕 라이온즈의 스카우트, 매킨리!

태현을 섭외하려고 한국까지 왔다가 헛물만 들이키고 돌아간 사람이었다.

-김태현, 어떤 선숩니까?

-아. 그 선수? 아주 대단한 선수지.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반짝이라고 하는 놈들도 있는데….

-그런 놈들은 눈깔이 삔 거야. 저런 선수는 기복이 없어.

-후후….

빈센트는 기뻐했다. 그의 눈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근데 포기하게.

-?!

진지하게 말하는 매킨리!

-어째서입니까?

-설득에 흔들릴 선수가 아니거든.

-매킨리 씨, 제가 이제까지 설득한 선수가 몇 명인지 아십니까? 그 선수들이 설득이 쉬웠는지 아세요?

-알지. 알아. 자네가 설득의 달인이란 건 나도 안다고. 근데 포기하게.

-…….

빈센트는 이쯤 되자 오기가 생겼다.

-그건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러든가. 난 경고했네. 비행기 값만 날릴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만 이야기해주십시오.

-음… 그 친구는. 일단 돈이 많아.

가장 인상 깊었던 특징!

-…그렇군요. 그러면 취향도 고급일 테니 명품을 준비해야….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그리고 아쉬운 게 없어 보이더군.

-걱정 마십시오. 세상에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빈센트는 자신만만했다.

‘나는 현재 상황에 만족합니다. 구단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하던 선수들도, 빈센트가 조사하면 언제나 아쉬워하는 부분이 나왔다.

그 부분을 채워준다고 약속하면 선수들은 흔들리게 되어 있었다.

선수 본인도 모르는 아쉬움을 채워준다!

-글쎄… 그보다 자네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 김태현이 혼자면 모를까 지금은 게임단까지 만들어서 운영 중일 텐데. 심지어 잘 굴러가고 있다고 들었네. 스폰서도 붙고.

-매킨리 씨, 모든 게 다 발상의 전환이죠.

-?

-게임단까지 통째로 매입하면 어떻겠습니까?

-…!

생각치도 못한 규모의 이야기에 매킨리는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되는….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무리 선수가 좋다지만 그렇게 돈을 쓰겠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십시오. 김태현의 게임단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다 일류 이상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게 드러났죠. 김태현의 능력이 크긴 컸지만 전부 데리고 와도 그렇게 손해는 아니라 이 말입니다.

-…….

매킨리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케인은 어디에 박아놔도 일인분은 할 탱커였고, 다른 사람들도 자기 몫을 확실히 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나머지 네 명이 쫄딱 망해도 태현 한 명 건질 수 있다면 매킨리는 솔직히 돈을 지를 것 같았다.

초일류 선수는 가성비로 접근하면 안 됐다. 살 수 있을 때 사야 했다.

-말은 되지만, 너무 허황된 이야기야. 우리끼리 납득하면 안 되고 위도 납득을 해야지.

빈센트는 그 말에 빙그레 웃었다. 그걸 본 매킨리는 경악했다.

-설… 설마…?

-예, 막 위와 이야기를 하고 나온 참입니다. 윗분께서는 의사가 있으시더군요. 물론 제가 설득에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그게 정말인가!

게임단까지 통째로 매입할 각오라니!

이성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해도 그걸 정말 할 줄이야. 매킨리는 윗선의 각오에 놀랐다.

-매킨리 씨, 이걸 들으면 놀라실 겁니다. 지금 의사가 있는 게임단은… 뉴욕 라이온즈뿐만이 아닙니다.

-…!

최소 두 개 이상. 빈센트를 보니 세 개는 넘어 보였다.

‘미쳤군!’

만약 이 대형 계약이 성공된다면, 빈센트는 정말로 에이전트계의 전설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매킨리 씨, 저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잘해보게. 자네의 행운을 빌지. 아참. 그리고….

-?

-만약 성공하면 김태현한테 우리 쪽에 좋은 이야기 좀 해주게. 자네도 알잖나. 우리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은근슬쩍 부탁하는 매킨리!

만약 정말로 설득에 성공한다면 꼭 뉴욕 라이온즈에서 태현을 보고 싶었다.

-확답은 못 드리지만, 노력해보도록 하지요.

빈센트는 씩 웃었다.

매킨리와의 대화를 끝낸 빈센트는 보스턴 타이거즈로 향했다. 거기 스카우트도 태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 김태현. 아주 좋은 선수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포기하게.

-…….

* * *

어쨌든 이런저런 방식으로 정보를 모으고 빈센트는 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태현의 숙소 근처에 가서 기다렸다.

번호를 알아내서 걸 수도 있었지만 빈센트는 우연한 만남을 선호했다.

이런 첫 만남부터가 인상을 결정짓는 것이다.

초일류는 안일하게 전화를 하지 않아!

“…?”

근데 안 나왔다.

‘주소 잘못 알았나? 아니, 여기 맞는데?’

빈센트는 며칠 내내 숙소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제는 직원이 빈센트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다.

‘후후… 역시 김태현. 초일류 선수답게 행동거지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군. 더 마음에 들어.’

사실 태현이 숙소에 박혀서 안 나오고 게임만 하는 거였지만, 아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관리 철저한 선수답게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는 게 분명해!

‘좋아. 그렇다면 판온에서 접촉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했지만 판온에서 접촉하는 것도 의외로 쉽지 않았다.

태현이 너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던 것이다.

잠깐 어디 나타났다 싶으면 다른 곳에 나타나고….

게다가 하는 퀘스트들도 다 살벌한 대형 퀘스트들이라 빈센트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빈센트에게도 행운이 찾아왔다.

-아스비안 제국 발견!

-김태현이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제국을 향해 항해 중!

김태현과 접촉해서 진실 된 이야기를 나누려는 빈센트에게 이런 기회는 둘도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 * *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꿋꿋이 말을 꺼내는 빈센트를 보며 케인과 정수혁이 수군거렸다.

“방금 안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냐?”

“못 들은 척 하려나봅니다.”

“좀 짠하다.”

“저도 그렇습니다. 조금 불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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