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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8화 (738/1,826)

§ 나는 될놈이다 738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손짓 발짓 귓속말까지 이용해서 정보를 공유했다.

-저놈 길드 동맹 놈이다.

-2배로?

-3배로.

-아냐. 돈 많은 거 보니까 5배는 해도 될 거 같다. 올려!

“어? 탑승료가 20골드?”

“1등석이라 그렇습니다, 손님.”

“1등석!? 그런 것도 있습니까?”

“후후. 원래는 없는데, 손님이 워낙 귀하게 생기셔서 드리는 겁니다. 다른 분들한테는 말하시면 안 됩니다.”

“1등석은 뭐가 좋습니까?”

“바다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고, 항해만 해도 경험치가 부쩍부쩍 늘며, 전투가 일어났을 때 가장 안전하죠.”

“오오…!”

말은 청산유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껌뻑 넘어갔다.

-야. 여기 1등석 있단다.

-뭐? 진짜?

-그래, 우리 정도면 1등석 타야 하지 않겠냐? 맞다. 이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조용히 말해라.

-물론이지.

친구에게 귓속말로 정보를 전해들은 길드원은 자기 차례가 오자 조용히 말했다.

“1등석….”

“!”

“…후후.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겸손한 걸 좋아해서 장비를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거지, 원래 장비를 입으면 굉장합니다. 1등석 주시죠.”

‘놀고 있네.’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지금 입고 있는 장비는 방금 대장장이한테 맡겼는지 번쩍번쩍 윤이 나고 버프가 걸려 있었다. 그러는 놈이 뭘….

물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그런 감정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아, 그런데 자리가 지금 없어서….”

“30 골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 중에서는 길드를 숨기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주로 경험이 있는 고렙 플레이어들이 그랬다.

자랑도 할 곳에서 해야지, 아탈리 왕국에서 길드 동맹 소속인 걸 자랑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조심스러운 그들은 파워 워리어도 찾을 수가 없었지만….

“1등석 있는 거 압니다. 경험치 더 들어온다면서요?”

“전투 때 안전한 1등석 어딥니까?”

헛소문에 알아서 자수하는 그들!

경과를 보고 받은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뭐 이리 많이 왔어?”

“그만큼 아스비안 제국이 인기가….”

“조용히 해라.”

* * *

“…….”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 같은 길드라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는?

배의 가장 지하인, 노잡이들의 공간!

“…이게 뭔 1등석이야!”

“책임자 불러!”

“이런 사기꾼 새끼들을 봤나.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상황 파악이 끝나자 동시에 터져 나오는 분노!

그러자 계단 위쪽에서 왕국군 병사 NPC가 내려왔다.

“무슨 일이냐?”

“우리를 속였어! 이봐! 이렇게 생긴 놈인데, 여기가 1등석이라고 하고 우리한테 골드를 받았다고!”

“아. 그걸 말하는 거군. 백부장님! 여기 모험가들이 할 말이 있답니다.”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안도했다.

왕국 병사나 장교는 질서의 상징.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나타나서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뭐지?”

“여기가 1등석인 줄 알았답니다.”

“여기 1등석 맞다. 폐하께서 그렇게 말하셨지.”

“…….”

“…….”

순간 길드원들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여기가 1등석이라고?”

“여기가 1등석, 위가 2등석, 더 위가 3등석이지. 모험가들. 잘 알았나?”

독특한 계산 방식!

물론 길드원들이 저런 말에 납득할 리 없었다.

“개소리 하지 마!”

“맞아! 말장난으로 넘어갈 거 같냐? 다른 건 어쩔 건데?”

“다른 거? 뭘 말하는 거지?”

“바다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고, 항해만 해도 경험치가 부쩍부쩍 늘며, 전투가 일어났을 때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던 길드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가장 밑이니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고, 노잡이로 노를 저을 테니 경험치가 많이 늘 것이고, 전투가 일어났을 때 갑판 위에서 싸울 테니 여기가 가장 안전한 게 맞잖나. 모험가들. 자꾸 귀찮게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백부장 존의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자꾸 트집을 잡을 경우 백부장 존이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아니, 이런 미친…!”

저 장교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명령을 받은 NPC한테 더 말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위로 올라가서 사기를 친 놈을 찾아 조져야했다.

“야! 가자. 여기서 말해봤자 의미 없다.”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자리에 앉아서 노를 저어라!”

“?”

“???”

[무단으로 자리를 떠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백부장 존의 친밀도가….]

[아탈리 왕국 제 3 함대 내 평판이….]

우르르 떨어지는 평판과 친밀도!

길드원들은 이제 슬슬 뒷목이 당겨오려고 하고 있었다.

“이 자식들… 용서하지 않겠다. 비켜!”

“야! 잠깐! 멈춰!”

“닥쳐! 내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몇몇 성질 급한 길드원들은 분노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병사들이 막으면 공격이라도 할 기세였다.

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길드원들은 지금 상황을 깨닫고 말리려고 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병사들! 비상! 비상!”

“무슨 일이냐!”

“기사님들! 모험가들이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아탈리 왕국 제 3 함대가 적대 상태로 변합니다.]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평판이….]

[….]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달려오는 기사들!

가장 밑인 노잡이들 위에서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니. 길드원들은 상상치도 못했다.

병사들이라도 여럿 상대하기는 까다로운데 기사들까지!

무기를 뽑은 길드원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싸워야 하나?

촤악, 촤악-

“하나! 둘! 하나! 둘!”

“저희는 열심히 노를 젓고 있습니다!”

“?!”

“야 이 배신자들아!”

그사이 뒤에 있던 길드원들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마법사, 사제 플레이어도 노를 젓게 만드는 마법!

덕분에 앞에 나선 길드원들만 피를 보게 된 상황.

동료들이 다 빠져버렸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항… 항복!”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나봅니다!”

“닥쳐라, 모험가!”

[<해군의 무거운 쇠사슬>을 착용합니다.]

[<해군의 무거운 수갑>을….]

“…….”

“만약 한 번만 더 소란을 일으키면 바다로 던져버리겠다!”

길드원들은 더럽고 치사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 *

“이야. 저 배는 왜 저렇게 빠르냐?”

“저 밑에 길드 동맹 애들 탔잖아.”

“쟤네를 여기 태울 거 그랬나? 노 젓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네.”

태현도 감탄할 정도의 속도!

지금 일행은 대함대를 이끌고 아스비안 제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왕국 함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왕국 함대를 쫓아 나온 배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자기들끼리 가는 것보다 태현과 같이 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해적질하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하필 왜 왕국 함선이라….”

-저, 주인님.

-주인이여.

“?”

용용이와 흑흑이가 동시에 태현을 부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무슨 일이지?”

-저… 그게 있잖습니까. 그, 아스비안 제국은… 저희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맞다. 주인이여.

“!”

태현은 깨달았다.

아스비안 제국은 용들한테 멸망당한 제국.

그리고 용용이와 흑흑이도 일단 종족이 용!

-일단이 아니라 그냥 용입니다만.

“알겠어. 알겠어. 어쨌든 너희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거잖아? 주의하도록 하지.”

-주인님, 괜찮은 겁니까?

이런 사실에도 태현이 별로 당황하지 않자 두 신수는 의아해했다.

“아니, 사실 별로 특이하지도 않잖아. 너희가 각각 사디크랑 아키서스의 신수인데.”

사디크나 아키서스는 둘 다 어디 가서 환영보다는 욕을 더 많이 먹을 신이었다.

물론 용용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이여! 아키서스와 어떻게 사디크를 비교하냐!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아키서스에 비하면 사디크는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앗. 저기 괴수군.”

[<톱니이빨 달린 대형 바다뱀>이 나타났습니다!]

멀리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헤엄치는 대형 바다 괴수 몬스터.

물론 이 함대 정도면 전혀 두려워할 게 없는 몬스터였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이 공격 한 번씩만 넣어도 데미지가 얼마인데.

게다가 가는 길에 있지도 않았다.

“그냥 무시하고 가면 되겠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배를 돌려라!”

“?”

“?”

“저거 잡고 가야지.”

태현의 말에 갑판에 있던 어부 플레이어 하나가 와서 말했다.

“태현 님. 저 바다뱀 류 몬스터는 가성비가 안 좋습니다. 고기도 맛없고, 효과도 별로에요. 굳이 배 돌리셔봤자 손해 아닙니까?”

“응?”

태현이 말하려는 순간 이다비가 말했다.

“저희만 가도 괜찮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 항로로 오고 있는데 그냥 지나쳤다가는 크게 피해가 날 수 있잖아요. 작은 배들은 더더욱.”

“아…! 그런 깊은 뜻이!”

“대단해요!”

유지수까지 감동했다. 그런 깊은 뜻이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이다비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네? 당연히 거짓말이죠.”

“?”

“아마 괴식 요리에 쓸 재료 모으려고 저러는 것 같은데요?”

“케인, 기뻐해라. 네가 먹을 몬스터 정수다.”

“…….”

일단 덩치 크고 생명력 좀 좋아 보이면 바로 잡아서 정수를 만들 생각부터 하는 태현!

점점 사고방식이 아저씨들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가장 앞에 가던 태현의 함선이 방향을 바꾸자, 뒤를 쫓던 다른 배들은 의아했다.

“왜 방향을 바꾸지?”

“저기 있는 몬스터 치우러 간다는데?”

“왜? 멀리 있어서 위험할 것도 없잖아.”

“여기 지나가는 플레이어들 위험할까봐 치운다는데.”

“역시 김태현…! 다른 랭커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김태현이라면 이세연하고 사귀어도 인정이지!”

“김태현 인성 안 좋다는 놈들은 다 바다에 빠뜨려야 해!”

“판온 1에서 있었던 일도 그냥 과장이겠지!”

태현한테 당한 이들이 있었다면 피눈물을 흘리며 반박했겠지만 여기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도 돕자!”

“그래!”

다들 방향을 돌려 태현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저기 김태현이다!”

“이쪽 봐주세요!!”

“앗. 저기는 케인인가본데?”

“왜 얼굴을 가리고 있지? 좌절한 것 같은데?”

“에이. 잘못 본 거겠지.”

* * *

퍼퍼퍼퍼퍽!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다뱀 하나가 고꾸라졌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견뎌내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저거 회수하는 것도 일이겠군.”

“그런 건 어부들을 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응?”

브랑송이 말했을 때 이미 태현은 뱃전에 서있었다.

벌써 뛰어내릴 준비 끝!

“폐, 폐하!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을….”

태현은 못 들은 척 뛰어내렸다. 스킬 레벨 올리고 아이템도 챙겨야 하는데 무슨 소리람!

작은 쪽배를 몰고 몬스터를 해체하러 온 어부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희가 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아니야! 내가 하게 해줘.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촥촥촥촥!

태현은 행여 다른 사람들이 말릴까봐 일단 칼부터 대고 시작했다.

[<톱니이빨 달린 대형 바다뱀>을 해체합니다.]

[<바다뱀의 가죽>을 얻었….]

[<바다뱀의 가죽>을….]

[스킬이….]

[….]

태현이 손을 한 번 뻗을 때마다 죽죽 나오는 아이템들!

행운 스탯 덕분에 남들이 하나 얻을 때 두셋은 얻는 태현이었다.

‘이 근처를 돌면 한동안 몬스터 정수는 거뜬하겠군.’

욕망 가득한 속셈.

그러나 그런 태현의 모습은 옆에서 봤을 때 솔선수범하는 리더로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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