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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6화 (736/1,826)

§ 나는 될놈이다 736화

“…….”

다들 할 말은 많았지만 꾹 참았다. 심지어 케인마저 분위기를 읽고 눈치를 보았다.

‘여기서 괜히 입 놀렸다가는 며칠 내내 괴롭겠지?’

뒤끝 하나는 칼 같은 태현!

“영, 영상이나 볼까? 튼다? 틀어도 되지?”

케인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말했다. 그리고 영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건 역시 직접 봐야 제맛 아니겠는가.

* * *

어두운 유적 통로를 한 명이 걷고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은 이세연이었다.

유적 통로를 지나자 황금으로 뒤덮인 눈부신 방이 나타났다.

태현이었다면 일단 견적부터 냈겠지만 이세연은 눈길도 주지 않고 가운데로 들어갔다.

“이야. 이세연 대단하네.”

“확실히….”

“그래.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군.”

“아,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태현은 이세연이 카메라를 매우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 명백히 다른 방향의 감상!

이세연은 석관을 열고 지팡이를 올려놓았다. 석관 안에는 지팡이와 왕관의 빈자리가 있었다.

쿠르르르릉!

유적 안에 눈부신 섬광이 솟구치더니 통로를 따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잊혀진 망자의 지팡이>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멸망한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 우이포아틀이 깨어납니다.]

[폭주한 고룡들에게 멸망한 제국, 아스비안 제국은 먼 훗날을 위해 황제와 신하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보관해놓았습니다. 이제 진정한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가 깨어났으니, 질서가 없는 이 땅에도 다시 질서가 잡힐 것입니다!]

-모험가여. 그대가 나를 깨웠다. 그대의 공을 내 잊지 않으리라.

해골로 된 우이포아틀이 이세연의 손을 붙잡고 감사를 표했다.

-내 그대에게 제국의….

우이포아틀이 보상으로 무엇을 줬는지는 이세연이 편집해서 나오지 않았지만,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봉인된 황제를 깨웠으니 어마어마한 보상이 나왔을 것!

벌써 게시판에서는 이세연이 아스비안 제국의 영주가 되었다느니, 아스비안 제국의 군대를 받았다느니 같은 추측이 돌아다녔다.

“아스비안 제국 별거 아니네. 완전 사막이잖아. 물론 온갖 자원이 많이 나오고 미발견 던전투성이지만….”

“맞습니다. 아스비안 제국 되게 볼 거 없습니다. 에랑스 왕국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황제와 귀족들도 다 해골이고… 쟤네 마법도 별로 못 할 겁니다.”

억지로 아스비안 제국의 흠을 잡는 그들!

물론 속마음은 다 똑같았다.

‘가보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곳이 발견되는 게 판온이었다. 그러나 그런 곳들은 보통 둘 중 하나였다.

고렙 이상 플레이어는 갈 가치가 없거나, 아니면 랭커들도 가기 무리거나.

전자가 대부분이었고, 후자는 가끔가다가 나왔다.

갈락파드가 권능을 찾기 위해 갔던 차가운 북쪽의 대지, 프로즈란드가 후자에 속했다.

하도 난이도가 높아 랭커들도 몇 번 공략하다가 물러선 곳!

판온은 아직 미답지가 더 많았다.

그렇지만 아스비안 제국은 둘 다 아니었다.

드넓은 사막의 대지 위에 갑자기 나타난 제국!

건물도, NPC들도 갑자기 나타났고 퀘스트들과 던전이 쌓여 있었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가는 길이 조금 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고생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미답지에 비교하면 아스비안 제국은 놀이공원 수준!

“너희 가고 싶은 것 같다?”

“아, 아니야. 별생각 없었어.”

“저도 별생각 없었습니다.”

“나… 나는 살라비안 교단 찾느라 바빠서 가지도 못해!”

셋이 열심히 말했지만 태현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한탄을 시작했다.

“후… 이세연은 저런 대형 퀘스트 하는데 나는 중앙 대륙 통일 하나 못하고….”

“…….”

‘비교 대상이 좀 이상하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훨씬 더 어렵잖아!’

셋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자괴감이 드는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너… 너는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지 않냐?”

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태현이 저기서 더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될지 좀 무서웠던 것이다.

‘저기서 더 열심히 하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 거야? 아예 캡슐 속에서 사나?’

“뭐? 지금 이세연이 저 퀘스트를 깬 걸 보고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케인. 네가 그러니까….”

‘으아아아…’

괜히 말 한 번 잘못 했다가 시작되는 잔소리 폭격!

케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 * *

접속한 태현은 일단 하던 일부터 마무리 지으려 했다. 이세연이 대형 퀘스트를 깼다고 해서 하던 일을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이세연은 이세연이고, 태현은 태현!

[<아주 크고 멋진 바퀴 네 개 달린 부릉부릉>을 만들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

크고 아름다운 네 발 자동차!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한 땀 한 땀 모은 고오급 재료들이 왕창 들어간 기계공학 스킬의 걸작이었다.

“이게…!”

“크흐윽! 저 바퀴 봐! 저 바퀴에 들어가는 재료 내가 모았어!”

“저 뒤에 달린 부스터 재료는 누가 모았는지 아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부릉부릉 근처에 와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마치 성장해서 떠나는 자식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

“애들아. 비켜봐. 이거 찍어야 광고를 할 거 아니야.”

파워 워리어 길드의 원대한 계획.

허위… 아니, 과장광고로 기계공학 랜덤박스를 팔아먹으려는 속셈!

그냥 한두 푼 벌어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는 이걸 길드의 수입원 중 하나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길드원들은 엉엉 울며 말했다.

“길마님! 얘 상자에 넣지 마세요!”

“아니, 안 넣으면 어떡하라고?”

“저희가 탈게요! 매일 광내고 닦아주겠습니다!”

“애들아. 정신 차려! 너희 전부 팔아치워도 얘 못 사!”

“…….”

“…으허헝!”

묵직하게 때리는 이다비!

태현은 당황해서 말렸다.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

“아, 아니… 지금 태현 님이 기껏 만들어줬는데 저러면 안 되죠.”

이다비는 과연 길마다웠다.

이런 눈물에 흔들려서는 길마 못 한다!

매달리는 길드원들을 매몰차게 밀어내고, 이다비는 광고 준비를 마쳤다.

광고 컨셉은 ‘수만 개가 넘는 상자들 사이에서 행운을 찾아보세요!’

광고를 준비하는 이다비를 보면서 태현은 살짝 회의감이 들었다.

확률이 0.001%도 안 되는데 아무리 희귀한 탈것이라도 사람들이 많이 살까?

물론 태현은 판온 1때부터 저것보다 낮은 확률이어도 도전하고 도전해서 아이템을 만들어낸 사람이었지만….

‘그거하고 이건 이야기가 다른데.’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이상 남은 건 잘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현 님은 아스비안 제국 안 가세요?”

움찔-

태현은 움찔했다. 이다비는 눈치채지 못했다.

“나, 나는 여기서 할 게 많아서. 이거 제작도 해야 하고….”

“이제 다 하셨잖아요?”

“던전 공략 준비도….”

“…어? 또 할 거 있어요?”

“…권능 퀘스트도 깨야 해.”

“아.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다음은 어디인가요?”

이다비는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태현이 뭘 하든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찾아봐야….”

“폐하! 제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찾아왔습니다!”

멀리서 호다닥 달려오는 펠마스.

“뭘?”

“제가 누굽니까, 폐하. 교단의 충신 펠마스 아닙니까?”

“…음. 그렇다 치고?”

“제가 사방에 풀어놓은 모험가들이 있습니다. 그놈들 중 하나가 보고를 해왔습니다.”

<유적에 숨겨진 권능을 찾아라-교단 권능 스킬 퀘스트>

프리카 대륙의 동쪽 사막에는 수많은 신비가 잠들어 있다.

아스비안 제국이 멸망하고 나서 갇혀 있던 신비들이, 제국이 부활하고 나서부터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스비안 제국으로 가 유적을 수색해라. 거기 어딘가에 신의 권능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보상: ?, ???, ????

“아스비안 제국이 망해서 그 근처는 발 디디기도 힘들 정도로 위험하고 황량한 곳이었는데, 웬 대단한 모험가 하나가 황제를 깨우고 제국을 부활시켰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폐하! 얼마나 좋은 소식입니까?”

펠마스는 ‘나 잘했지?’ 하는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가자. 가.”

“와아아아!”

케인과 정수혁은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그들도 가고 싶었던 것이다.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새로 발견된 맵!

‘가서 이세연이나 안 만났으면 좋겠는데.’

제국이 넓으니 이세연과 마주칠 일은 적었지만, 태현은 잘 알고 있었다.

꼭 이럴 때면 재수 없게 마주치더라!

* * *

새 제국이 부활하고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

자기 일에만 묵묵히 집중하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유 회장도 그중 하나였다.

“으으음….”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유 회장에게는 요즘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낚시 플레이어들!

“왜 낚시 방송은 시청자 숫자가 이렇게 적다고 생각하나? 대장장이나 요리사 플레이어는 랭커도 아닌데도 시청자 숫자가 훨씬 많은데.”

“아마… 낚시가 인기가 좀 적어서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낚시가 인기가 적다니. 허… 요즘 젊은 놈들은….”

유 회장은 투덜거렸다.

아란티스 왕국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왕국의 주 플레이어인 낚시꾼 플레이어들에게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낚시꾼들의 천국!

어찌나 대우가 좋았는지 그들은 유 회장 이름만 말해주면 목숨이라도 바칠 정도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플레이어층이었다.

아란티스 왕국은 정말 낚시에 목숨을 건 낚시꾼들만 왔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층은 한정되어 있었다.

어쩐지 연령대 좀 있는 아저씨들만 많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

유 회장은 남녀노소 모든 층에게 낚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홍보를 해야 했다.

아무래도 낚시 스킬은 다른 스킬들에 비해 꽤 마이너한 편이었으니까!

“잠깐. 이놈은 왜 이렇게 시청자 숫자가 많지? 이놈도 낚시꾼인데?”

유 회장은 개인 방송 목록을 뒤지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한 낚시꾼 플레이어가 유난히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방송 내용을 확인해 보니 낚시 말고 다른 걸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정 비서실장은 빠르게 확인하고서 말했다.

“아… 그 플레이어는 낚시 말고 다른 것으로도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뭘 말하는 거지? 낚시 말고 뭐가 있다고?”

유 회장은 의아해했다. 판온에는 꽤 익숙해진 유 회장이었지만, 아직 넓고 깊은 개인 방송의 세계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였던 것이다.

“방송을 자극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보십시오. 단순히 게임 내용만 영상에 넣는 게 아니라, 낚시가 끝나고 나서 따로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홍보를 하잖습니까?”

“으음. 제법 반반하게 생겼군.”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추첨해서 영웅 등급 장비를 드린다고? 이게 뭐지?”

“말 그대로 이런 식으로 좋다는 평가를 유도하는 겁니다. 회장님.”

“이래도 되는 건가?”

“많이들 이렇게 합니다.”

“김태현 그놈은 이런 거 없던데?”

“…그야 그 친구는 워낙 유명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유 회장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비서실장의 말에 바로 알아차렸다.

태현은 이러쿵저러쿵 해도 판온 1부터 이어져 온 슈퍼스타.

그렇게 유명한 사람 기준으로 보면 안 됐다. 당연히 이런 거 없이도 잘 나갈 테니까.

“그렇군. 이런 식인가….”

유 회장은 개인 방송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것 같았다.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여도, 뒤에서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 치열한 곳!

이런 곳에서 순박하게 낚시 영상만 달랑 올리니 관심을 못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했다.

“예. 아주 천박한 짓입니다.”

“음?”

“…왜,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나도 해볼까 생각 중이었네만.”

“회, 회장님!”

정 비서실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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