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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5화 (735/1,826)

§ 나는 될놈이다 735화

<더 많이 모아라!-우르크 오크 대족장 전직 퀘스트>

숫자는 곧 힘!

더 많은 오크 부족들을 당신 밑에….

<더 많이 불태워라!-우르크 오크 대족장 전직 퀘스트>

오크들은 평화로운 걸 싫어합니다. 전쟁을 일으키십시오! 전쟁이야말로 새로운 대족장의 출현을….

나온 퀘스트는 2개.

하나는 오크 부족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쟁을 일으키라는 퀘스트였다.

앞의 건 받아들여도 뒤의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전쟁이 쉬운 것도 아니고….

그러나 김태산은 아직도 오스턴 왕국에서 도망치듯 나와야 했던 일을 잊지 않았다.

‘비겁한 놈들. 쪽수로 몰아붙이다니!’

원래 김태산도 쪽수로 밀던 사람이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감히 날 이기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되돌려줄 차례다.’

길드 동맹이 플레이어 숫자로 친다면, 김태산은 오크 NPC들의 숫자로 반격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르크 지역 동쪽은 거인들의 산맥이고, 북쪽은 얼음밖에 없는 바다였다.

치려면 서쪽, 오스턴 왕국뿐!

“형님. 엘프 놈들이 또 어슬렁거리는데요.”

“아. 진짜. 이 자식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김태산은 신경질을 냈다. 엘프 공작 겔렌델은 정말 끈질긴 엘프였다.

적당히 모습 보여주고 사라지면 알아서 포기할 줄 알았는데, 산맥을 뒤지다 못해 이제 넘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미친놈 아냐?’

* * *

“나는 아직 배고프다.”

LK 라이온즈의 주 감독이 선수들 앞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주장을 맡은 토드머가 말했다.

“저희는 충분히 만족했는데요.”

“맞아요. 4강이잖습니까. 이제 좀 적당히 해도 괜찮잖아요. 이미 충분히 이름 날렸는데.”

LK 라이온즈의 선수들은 모두 만족한 표정이었다.

이 대회에 4강까지 간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태현이나 이세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들도 꽤 언론에 기사가 나왔었다.

“개소리하지 마라! 거기서 만족은 무슨. 너희들은 패배자냐? 잘 들어라. 지금 수만 명이 이 업계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수백 팀이 실제로 뛰어들 거고. 김태현이야 4강에서 떨어져도 한동안 안 잊혀지겠지. 가만히 있어도 온갖 이슈를 달고 다니던 놈이니까. 그렇지만 너희들은? 내 장담컨대 너희들은 4강에서 떨어지면 한 달이면 잊혀져! 농담 같냐? 던전 대회 끝나면 투기장 리그 시작이다. 거기서 너희들이 활약을 얼마나 할 거 같냐?”

주 감독의 독설에 선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던 그들에게 감독의 독설은 상당히 불쾌했던 것이다.

완전히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어서 더 불쾌했다.

실제로 그들은 던전 공략에 특화된 팀. 투기장에 나갔을 때 얼마나 활약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즉 그들의 이름을 각인시키려면, 지금이 이번 해의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었다.

한 번 이기면 던전 공략 대회의 왕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잘 들어라. 이 자식들아. 지금은 너희 인생의 분기점이다.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잊혀져. 난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했어. 여기서 스타가 되는 건 정말 한 줌이라고. 나머지는? 그냥 반짝하고 사라지는 거야. 스타가 되고 싶으면 이길 생각을 해! 김태현을 꺾으면 니들이 그렇게 원하는 스타가 될 수 있으니까!”

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반항했다.

“아니, 그렇게 말하셔도 불리한 걸 어쩝니까? 감독님도 솔직히 자신이 없으니까 그렇게 흔들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맞아요. 이기게 만들 전략을 짜야 하는 건 감독님이잖습니까.”

뛰는 선수들을 집중할 수 있게 전략과 전술을 짜오는 게 감독의 역할.

주 감독은 이제까지 그런 식으로 전략과 전술을 짜왔고, 상대 팀을 족족 무너뜨려 왔다.

그런데 이번 경기만은 유난히 초조하게 굴고 있었다. 선수들은 상대가 상대여서라고 생각했다.

“닥쳐. 네깟 놈이 뭘 아는데? 이미 상대할 준비는 다 했다. 벌써 김태현 팀이 다음 경기에 쓸 전략까지 다 알고 있지.”

“어? 어떻게요?”

“거기 놈들 대화를 엿듣는 건 어린애 손목 비트는 것보다 손쉬운 일이거든.”

“그, 그거 불법 아닙니까?”

“불법 아니냐고? 안 들키면 그만이지. 너희들이 그러면 이제까지 어떻게 이겨서 올라온 거라고 생각했냐? 상대방 전략을 딱딱 알아낸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했고?”

주 감독은 선수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너희들이 대단했으면 다른 게임단에서 스카웃이 더 왔겠지. 너희들 위치는 딱 여기다. 더 올라가고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야!”

“…….”

주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이렇게 말한 다음 선수들을 내버려 두면 선수들은 알아서 흔들리게 되어 있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장기 말!

그게 주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이었다.

‘아 진짜 빌어먹을 놈들….’

주 감독은 속으로 욕을 하며 걸어갔다. 선수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렸지만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경기!

선수들한테도 다음 경기가 중요했지만, 그한테도 못지않게 다음 경기가 중요했다.

만약 이 선수들을 데리고 김태현 팀을 이긴다면?

-저런 떨거지들을 데리고 이긴 주 감독의 신묘한 전략!

-주 감독은 어떻게 LK 라이온즈를 강팀으로 만들었나?

이런 기사들이 나올 게 분명!

지금 전 세계에서 수백 개가 넘는 팀들이 판온 E스포츠계에 뛰어들고 있었고, 그만큼 수많은 감독이 ‘나를 써줘!’라고 나타나고 있었다.

예전 스타 프로게이머부터 시작해서 하버드 경영학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리는 놈들까지.

지금을 굳이 따지자면 판온 E스포츠의 초창기.

이 때 제대로 해야 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명감독이라는 이름을 날려야 오래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김태현 팀부터가 전략을 안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애초에 전략을 숨기지도 않았다!

태현 팀은 본선에 올라왔을 때부터 같은 전략을 꾸준히 밀고 오고 있었다.

태현이 직접 몬스터를 몬 다음, 공성 병기와 폭탄을 사용해 빠르게 폭딜을 넣고 공략!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그만큼 대단했다.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단 공성 병기도 태현만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애초에 대장장이 플레이어를 대회에 넣는 팀이 없었다), 폭탄 사용도 태현만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몬스터를 모는 것도 태현만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보면 볼수록 사기적인 놈!

주 감독 입장에서는 ‘아 나도 진짜 저런 놈 하나만 있으면 세계 리그 제패한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불가능한 걸 바래봤자 의미가 없지.’

LK 라이온즈 예산으로는 이 정도까지 한계였다.

전에 선수들과 문제를 일으켜서 평판이 안 좋은 주 감독이 고용된 것도 LK 라이온즈 상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어떻게든 흔들어야 하는데 흔들리지도 않고… 크으윽.’

차라리 투기장 리그였다면 상대 팀에 맞춰 카운터를 준비했겠지만 던전 공략 대회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너무 한정되었다.

상대를 막거나 방해하는 것보다는 자기 팀 전력을 올려야 하는 대회!

상대의 전략은 그의 팀이 할 수 없는 전략이고….

‘제발 뭐라도 좀 토해 내봐라.’

주 감독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켰다.

해킹한 것은 케인의 컴퓨터!

수상쩍은 프로그램을 잘도 까는 게 케인밖에 없었던 것이다.

케인 컴퓨터에서 나누는 대화는 주 감독에게 오게 되어 있었다.

이게 대화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주 감독은 제발 여기서 참고할 만한 힌트가 있길 기도했다.

* * *

-야. 오늘 점심 뭐야?

-오늘 저녁 뭐야?

-오늘 야식 뭐야?

케인은 신이 나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잠시 후 태현이 캡슐에서 나와 케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 자식이 내가 너 밥해주는 사람이냐? 응? 배가 고프면 캡슐에 들어가서 요리를 먹어! 버프도 들어가고 좋네!”

“켁켁켁. 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태현한테 멱살을 잡혀 앞뒤로 흔들리고 난 다음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앞으로는 그냥 말로 해야겠다.”

“…그냥 알아서 해 드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쟤가 요리 나보다 잘한단 말이야….”

‘저러니까 맨날 구박받지….’

정수혁은 한심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요즘 수혁이가 날 쳐다보는 눈빛이 좀 많이 변한 것 같은데.’

* * *

“…이 새끼는 밥에 환장했나???”

주 감독은 기가 막혔다.

케인은 무슨 걸신이 들렸는지 메뉴만 물어댔다. 심지어 김태현은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솔직히 주 감독이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저딴 질문에 누가 대답을 해줘!

‘이것들 혹시 눈치채고 페이크 거는 거 아냐?’

오죽하면 이런 의심이 들 정도!

숨겨진 스킬이나 전략에 대해 좀 들으려고 했더니 나오는 건 숙소의 메뉴밖에 없었다.

‘음… 그렇군. 케인은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치킨을 많이 먹으며… 김태현이 요리를 잘하는군… 이런 XXXX들이!’

와장창!

주 감독은 포기하고 집어 던졌다.

* * *

“헉. 컴퓨터 망가졌다.”

“예? 아니, 이상한 거 좀 보지 말라니까요!”

“안… 안… 안 봤거든?!”

“완전히 랜섬웨어에 걸려서 맛이 갔잖습니까!”

정수혁은 어이가 없어서 케인의 컴퓨터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냥 포맷해야 할 것 같은데….”

“안, 안 돼!”

“안에 뭐 중요한 거라도 있어?”

“…아니야. 그냥 포맷하자.”

케인은 졸지에 자기 컴퓨터가 해킹당한 건지도 모르고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최상윤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지금 케인 컴퓨터에 뭐가 있는지 중요한 게 아니야! 게시판 봤냐?”

“뭐? 그럼 뭐가 중요한데?”

“이세연이 한 건 했나 봐!”

최상윤의 말에 케인과 정수혁은 연달아 게시판을 켰다.

게시판은 전부 이세연이 방금 깼다고 알린 퀘스트에 관한 글로 꽉 차 있었다.

-아스비안 제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갈 수 있죠?

-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다음 동쪽으로 엄청 가야 한다는데 지도 있으신 분? 여기 가는 것만 해도 일인데.

-아탈리 왕국 남쪽 해안 도시 항구에서 동남쪽으로 가는 게 더 낫다던데, 같이 배 타고 가보실 분 있으세요?

-우르크 지역 남쪽에서도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기는 해적 많고 지형 개 같아서 안 돼.

-와, 이세연 진짜 대단하다. 제국을 새로 부활시키다니. 퀘스트 스케일이 달라.

-괜히 판온 NO.1 네크로맨서가 아니야.

아스비안 제국.

이번에 이세연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부활한 제국의 이름이었다.

중앙 대륙 남쪽, 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고대 제국!

한동안 사라져서 흔적도 없었던 제국이 플레이어의 퀘스트로 부활하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지역의 등장은 언제나 많은 관심을 불러오게 마련. 플레이어들은 벌써 잔뜩 흥분해 있었다.

-아스비안 제국 황제가 네크로맨서에 언데드라던데 정말인가요?

-게다가 거기 귀족들도 다 부활한 언데드라던데? 영상 보니까 황제도 해골이고 귀족들도 해골이야.

-와. 그러면 우리도 차별 안 받는 건가?

-흑흑. 맨날 도시만 들어가면 냄새난다고 구박 들어요….

초보 네크로맨서들의 한탄!

이세연 정도 되면 워낙 명성부터 시작해서 쌓은 게 많아 NPC들이 구박을 하진 않지만, 초보들은 아니었다.

네크로맨서는 대표적인 비호감 직업!

음침하고, 냄새날 거 같고, 대부분의 교단들이 싫어하고….

덕분에 초보 네크로맨서들은 NPC를 상대할 때마다 언제나 손해를 봐야 했던 것이다.

“이세연이 뭐하나 했더니….”

“뭐하냐?”

“힉!”

갑자기 태현이 뒤에서 불쑥 나타나자 다들 움찔했다.

“이, 이세연이 이런 걸 해서….”

“흐음….”

태현은 별다른 말없이 글을 읽었다. 그걸 보고 다들 긴장했다.

태현이 이세연에 관해서는 유별나게 유치하게 구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겠지?’

‘에이, 태현이도 요즘 많이 달라졌는데….’

“이세연… 대회 도중에 이런 퀘스트를 하다니. 대회에 집중해야지. 안일하군!”

‘네가 할 소리냐?!’

다른 출전 팀들이 연습에 시간을 쏟아붓는 동안 ‘연습은 실전으로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온갖 퀘스트는 다 깨놓은 주제에!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 어! 물론이지.”

“이세연이 사람이 참 경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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