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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4화 (734/1,826)

§ 나는 될놈이다 734화

‘뭐야? 뭐야???’

랭커는 갑자기 훅 줄어드는 HP를 보면서 기겁했다.

이 같잖은 산적 놈들이 대체 뭔 짓을 한 거지?

특별한 아이템이라도 썼나?

그러나 그걸 알아채기도 전에 계속해서 추가 공격이 들어왔다.

한 대 한 대는 견딜 만해도 사방에서 두들겨 패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그는 HP가 훅 깎인 상태!

‘일단 회복부터 해야….’

[스킬이 실패합니다.]

[HP가 반대로 감소합니다.]

‘?!!?’

몇 천 번 넘게 쓴 스킬이 실패하는 기현상까지! 랭커는 그가 쓴 스킬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안 돼…!’

“와!! 우리가 잡았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처음으로 랭커를 잡았다는 성취감에 방방 뛰는 플레이어들!

태현은 그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한창 좋을 때지.

저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진정한 산적 플레이어가 되어가는 것!

* * *

벡텔 시에 랭커 하나도 아니고 랭커 여럿이 가서 아무 성과도 못 내고 돌아오다니!

게다가 그 와중에 랭커 하나는 산적 플레이어들한테 습격당해 로그아웃까지 당했다.

그대로 알려진다면 망신 중의 개망신.

길드 내에서도 체면이 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남은 랭커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조작!

-아니~ 벡텔 시 별거 아니더라고. 하려면 얼마든지 점령할 수 있었는데, 저거 해서 뭐 남겠나, 싶어서 그냥 왔다.

-맞다. 맞아. 괜히 거기서 진흙탕 싸움해 봤자 남는 게 있어야지. 랭커라면 품위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우리 말고 다른 길드원들 보내서 해도 충분할 거 같으니까, 걔네들 맡겨. 이거 우리가 하기에는 좀 그렇네.

물론 <이번 주의 가장 웃긴 판온 순간들>에 랭커들이 나온 걸 본 쑤닝으로서는 기가 막히는 소리였다.

-이 새끼들이 가서 추태란 추태는 다 부려놓고 어디서 혓바닥을 놀려!? 전부 다 근신 처분이다!

-쑤닝 님. 아무리 그래도 랭커들을 전부 다 그렇게 하는 건….

길드의 간부가 난색을 표했다.

랭커들이 이번에 삽질만 했어도 다른 곳에 가면 몇 명 몫을 너끈히 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랭커들을 근신하게 하는 건 길드 입장에서도 손해였고, 랭커들한테도 불만이 나왔다.

쑤닝은 이를 갈았다.

-랭커 놈들 눈치를 계속 보다 보니 이 길드가 내 길드인지 그놈들 길드인지 모르겠군. 좋아. 근신은 넘어가 주지. 하지만 그놈들한테 이번에 새로 나온 장비는 못 주겠다. 나온 장비는 전부 몰수다! 누구한테 줄지는 내가 정하겠다.

-…!

길드 간부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아키서스 관련 장비 때문에 그들이 움직인 걸 생각한다면 저건 좀 심한 처사였다.

게다가 뒷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쑤닝이 자기와 친한 랭커들한테만 장비를 준다고.

지금 길드 내에는 아키서스 관련 장비들에 대한 소문이 확 퍼져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쑤닝이라도 그냥 억지로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컸다.

-따끔한 교훈이 되겠지만 불만이 좀 쌓이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길드 간부 중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장비 중 하나를 골라서 앨콧한테 하사하는 겁니다.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없다고 해도 억지로 쥐어 줘야죠. 최소한 ‘우리는 랭커들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은 할 수 있을 겁니다.

쑤닝과 친하지 않은 앨콧한테 장비를 주는 것으로 뒷말이 나올 걸 막을 속셈이었다.

쑤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장비 하나 골라서 앨콧한테 주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분배한다고 알려!

쑤닝의 결정은 곧 길드 내에 알려졌다.

그리고 못 받은 랭커들과 혹시나 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랭커들은 대번에 불만이 폭발했다.

-일이 실패했어도 그렇지 그냥 뺏어가? 아예 처음부터 몰수할 생각이었구만?

-자기가 분배한다니. 누가 중국인 아니랄까 봐.

-자기하고 친한 랭커들한테만 준다는 거 아니야?

-일이 실패했으면 다른 일로 결정을 해야지 왜 자기가 멋대로 분배한다는 거냐?

-앨콧한테 하나 준 것도 엄청 속 보이는군. 대충 닥치라는 거 아니야.

불만이 노골적으로 커지자, 길드 간부들은 앨콧에게 연락했다.

-앨콧. 네가 직접 다른 랭커들한테 말해라. 이번 아키서스 관련 장비는 네가 길마님한테 직접 바친 거라고! 그러니까 길마님한테 분배 권한이 있다고!

다른 랭커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도 앨콧에게 연락했다.

-앨콧. 넌 이번 장비를 길드에게 도움 되려고 바친 거지? 길드 전체에? 쑤닝한테 준 게 아니라 길드 전체에 뿌린 거라고 말해!

‘…….’

앨콧은 어이가 없었다.

진짜 이 장비 하나 바쳤다고 길드 안의 싸움이 이렇게 커진다니.

이게 말이 돼?

‘그보다 내가 착용하기 싫어서 바친 건데 왜 다시 돌아오는 거야?’

앨콧은 떨떠름한 눈으로 장비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냉큼 찼겠지만 앨콧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여!

길마와 중국계 랭커들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반대쪽 랭커들의 편에 서느냐.

앨콧은 고민했다.

그리고 둘 다 차단했다.

“나는 에랑스 왕국의 영주니까 내 일이나 잘해야지!”

* * *

“고르수크. 우는 거 아니지?”

“안 운다!”

고르수크는 감격한 얼굴로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드디어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한구석에 시이바 교단의 건물을 허락받은 고르수크!

“여기에 지으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뭐냐?”

“…저건 사디크 신의 성기사 아닌가??”

“아. 저건 사디크 신을 믿던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야.”

“…????”

고르수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사디크 성기사들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니까 그냥 그렇다고만 생각해둬. 여기는 그런 게 많아.”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나?”

“그래.”

“저건… 악마 아닌가?”

“쟤네들은 아키서스 교단을 돕는 악마지.”

“…….”

고르수크는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걸 본 눈으로 악마 대장장이, 사루온을 쳐다보았다.

여기 교단 성지 맞아?

“그렇군… 그러면 저기서 사람을 붙잡고 약병을 억지로 건네주는 악마도 별로 특이한 건 아닌 모양이군.”

“헉. 저게 뭐지?”

“!?”

태현도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 저 처음 보는 놈은 뭐야?

“아… 프이드군. 쟤는 떨거지야. 자기가 연금술 잘한다고 해서 기회를 줬지.”

“…보통 뭘 잘한다고 해서 악마한테 기회를… 주나?”

“어허. 악마한테도 기회를 주는 게 아키서스 교단의 방침이야. 방금 말은 좀 차별적이었어. 고르수크. 실망이군. 시이바 교단이 그렇게 속이 좁을 줄이야.”

“아, 아니다. 내가 말실수를 했다.”

고르수크는 허겁지겁 작은 신전을 완성했다. 태현이 도중에 방해라도 할 것처럼!

“고르수크. 잊지 마라. 이 아주 조그만 신전을 허락해 주는 대신 너는 이 주변을 돌면서 순찰을 서고, 오크 주술사들을 훈련시켜줘야 하고, 저기 텃밭 농장 가서 슬라임도 좀 길러줘야 하고… 또 뭐가 있더라….”

태현은 아예 빽빽하게 적은 리스트를 꺼냈다.

-우리 언제 가나?

-우리 진짜 언제 가나??

-우리 가기는 하는 건가?

벡텔 시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 점점 절박해진 고르수크!

그리고 그 고르수크를 차근차근 등쳐먹은 태현이었다.

덕분에 고르수크가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늘어나 있었다.

“다 해야 해. 알겠지?”

“…알겠다….”

[느림과 슬라임의 신, 시이바의 신전이 완성되었습니다!]

[잊혀진 희귀한 신의 신전을 영지에 지어준 것으로 인해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시이바가 당신의 헌신에 고마워하며 당신에게 권능 하나를 선물합니다.]

‘오오!’

태현은 감동했다. 이런 친절이라니.

역시 마이너한 신들이 착해!

[카르바노그가 우쭐해합니다.]

‘…뭐 어쨌든.’

저번 지팡이로 <슬라임 분신 소환>을 얻었는데 하나를 더 주다니.

[<시이바의 구속 장치 제작>을 얻었습니다.]

“…뭐?”

[영지 근처에 슬라임이 증가합니다.]

[영지 주민들의 물리 방어력에 버프가 들어갑니다.]

[영지 주민들의 장비 내구도에 버프가…]

[……]

스킬을 읽어볼 시간도 없이 메시지창들이 우르르 떴다.

시이바는 생각보다 버프가 괜찮은 신이었다.

영지 근처에 슬라임들이 증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 * *

<시이바의 구속 의자 제작>

슬라임으로 이루어진 구속 의자를 만듭니다. 이 구속 장치에 당한 상대는 장치가 부서지기 전까지 명령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구속 의자의 내구도는 기계공학 스킬과 대장장이 기술 스킬, 신성 스탯에 영향을 받습니다.

*구속 의자가 부서지기 전까지는 다른 구속 의자를 만들 수 없습니다.

*구속 의자는 플레이어한테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의자처럼 생긴 구속 장치. 일단 여기에 누군가를 앉혀야 써먹을 수 있는 장치였다.

‘이걸 어떻게 쓴다?’

일단 하나 쓰면 다른 걸 못 쓴다는 점에서, 상대를 잘 골라야 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악마나 천사!

하나 잡아서 앉힌 다음 명령을 따르게 시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카르바노그가 시이바는 뭔 이런 흉흉한 권능을 갖고 있냐고 놀랍니다.]

‘그러게…?’

생각해 보니 권능치고는 상당히 많이 흉악한 권능이었다.

‘음. 나중에 마계 한 번 가서 적당한 악마를 이 위에 앉게 하고 싶은데.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군.’

제정신을 가진 악마라면 저렇게 수상쩍은 신성력이 느껴지는 의자 위에 앉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자신이 있었다.

제정신을 가진 상태로는 못 앉겠다면 제정신을 잃게 만들어주면 그만 아니겠는가!

“근데 겔렌델한테 말 안 하고 그냥 와도 되는 거야?”

케인이 불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가 보기에 겔렌델은 상당히 미친 NPC였다.

언제나 태현과 함께했던 케인이 미친놈 취급할 정도면…!

“말하고 오는 것보단 나았을걸. 괜히 붙잡혀서 오크 머리 잡으러 가자는 소리 듣기 싫었다고.”

랭커들도 사라지고, 안에서 내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태현은 벡텔 시가 한동안 안전할 거라는 확신을 내렸다.

그러면 이제는 떠날 때!

겔렌델과 기사들이 산맥을 뒤지고 나서 여기에는 오크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튀어야 했다.

원래라면 겔렌델 앞에 가서 잘 설득하고 작별 인사를 했겠지만….

태현도 겔렌델은 좀 예측이 안 됐다. 워낙 미친 엘프였던 것이다.

‘괜히 발목 잡히거나 강제 퀘스트 나오면 골치 아파지지.’

이럴 때 정답은 야반도주!

겔렌델이 이렇게 멀리 도망친 태현을 쫓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괜찮을까?”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머리가 없는 건 아니니까 오크 좀 더 찾다가 없으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갈 거야. 에스파 왕국으로 다시 갈 수도 있고.”

“…….”

케인은 뭔가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 * *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를 손에 넣었습니다.]

[오크들의 함성이 산맥을 가득 채웁니다!]

거대한 오크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산맥의 한 봉우리부터 다른 봉우리까지 꽉꽉 채운 어마어마한 숫자들의 오크들!

김태산은 그걸 보며 코밑을 쓱 훔쳤다. 리X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서버의 사람들이 저렇게 나열해 있었는데….

[위대한 오크 족장인 당신은 오크들의 성물을 얻은 것으로 당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르크 오크 대족장>으로서 당신의 각오가 충분한지입니다.]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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