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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31화 (731/1,826)

§ 나는 될놈이다 731화

등골이 오싹해지는 태현의 말!

얼마나 함정을 많이 깔아놨으면….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 * *

자리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서로 파티원 한둘씩 잃고 돌아온 랭커들의 모임!

“흠흠.”

“크흐음!”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헛기침만 하는 그들!

“맥필… 때문이지.”

“…?”

“맥필이 안 알려줘서 그런 거다. 맥필이 우리를 시기해서.”

“…그럴듯한데?”

민망해하고 있던 랭커들은 반색했다.

역시 책임은 이 자리에 없는 사람한테 떠넘기는 게 최고!

“맞아. 맥필이 아주 나쁜 놈이라니까.”

“그놈이 아주 싸가지가 없어.”

“제가 맥필 님 예전부터 싫어한 이유가 있습니다.”

순식간에 뒷담화로 화기애애해진 그들!

그러면서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추태가 밖으로 퍼져나가면 안 될 텐데….’

퍼져나가면 망신 중의 개망신!

다행인 점은, 워낙 빨리 깨져서 돌아온 덕분에 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파티원들만 단속하면 이 주변 영상이 퍼지지는 않으리라.

* * *

“이다비. 뭐 해?”

“아. <이번 주의 가장 웃긴 판온 순간들>에 제보할 영상 편집하고 있어요. 여기 도망치는 사람들 뒤로 효과음은 뭐가 좋을까요?”

“이게 더 좋지 않을까?”

“아냐. 난 이게 더….”

어떻게 하면 더 웃기게 만들 수 있을까!

* * *

하필 수비 측 망루에 파워 워리어 길마가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채 랭커들은 다음 대책을 고민했다.

“어떻게 한다?”

“지금 벡텔 시 보니까 공작부터 기사단까지 밖에 나가 있다는 거 같아. 공격하려면 빨리 해야 해.”

“빨리 하려다가 이 사달 난 건 안 보이냐?”

“그 공성 병기들만 처리하면 되지 않나? 몰래 잠입해서 없애자고.”

랭커 중 한 명이 별생각 없이 내뱉었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아 보였다.

“그럴듯한데?”

“거기 플레이어들이 있어 봤자 몇 명이나 있겠어. 그리고 우리가 잠입하는 걸 잡아내지도 못할 거고.”

“게다가 고렙 NPC들은 지금 다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니까….”

말하면 말할수록 괜찮은 것 같은 계획!

그러자 랭커들은 다시 눈치를 봤다.

“흠흠. 도적 직업인 내가….”

“네가 뭔 도적이야!”

“판온 1에서는 도적이었거든?”

“헉. 네가 그 판온 1에서 김태현한테 최초로 털린….”

“걔는 도동수고 미친놈아!”

“아. 미안. 아시아인은 다 똑같아 보여서.”

“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 죽고 싶냐?”

다시 으르렁대는 랭커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는 그들을 중재해 줄 간부도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그들이 낸 결론은 하나였다.

-각자 알아서 가자!

낮의 일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이들!

* * *

벡텔 시를 둘러싸고 있는 요새 벽과 망루는 밤인데도 대낮처럼 밝았다.

집요할 정도로 불을 밝혀놓은 것이다.

“어. 이거 평범한 불이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사디크의 화염이다.”

“!?”

케인은 요새 가운데에 활활 타고 있는 화염을 보고 기겁했다. 이 자식이 뭘 켜놓은 거야!?

“그걸 왜!?”

“활 쏠 때 붙여서 쏘면 데미지가 몇 배로 뛸 테니까. 그리고 보통 레벨 높은 놈들은 저런 불 붙여서 쏘면 우습게 보거든. 화염 저항 빵빵하니까.”

“근데 진짜 오는 거 맞나?”

“분명 낮의 공격은 함정이었을 거라니까.”

“그렇지만 아직까지….”

“침입자다! 침입자다!”

“!”

타이럼 사냥꾼이 침입자 하나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정말 왔잖아?!”

“내가 뭐라고 했냐?”

“정말 함정이었다니… 이 자식들도 점점 널 닮아간, 아니, 점점 느는구나.”

“너 방금 이상한 소리 하지 않았냐?”

태현과 케인이 떠들면서 달려가는 사이, 요새 근처를 돌고 있던 랭커들과 파티원들은 사색이 되었다.

‘누가 들킨 거야?’

요새 근처가 생각보다 삼엄하긴 했지만 랭커는 폼으로 딴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그림자를 통해 접근하고 있었는데…?!

범인은 검사 하시다와 마법사 제이넨이었다.

-야. 넌 마법사인데 왜 잠입을 해?

-마법사도 은신 스킬 있어. 그러는 너는 검사가 왜 잠입을 해? 나보다 은신 계열 스킬도 모자랄 텐데.

-나… 나는 도적 쪽 스킬들이 많아서….

-거짓말하고 있네. 나 먼저 간다.

제이넨은 흥하고 콧방귀를 뀐 다음 먼저 요새 벽 위를 탔다.

각종 투명화 마법과 기척 숨기기 마법, 탐지 방해 마법들을 덕지덕지 걸친 제이넨은 정말로 도적에 맞먹는 은신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조해진 하시다는 제이넨을 앞지르기 서둘렀고….

[은신이 풀렸습니다!]

[타이럼 사냥꾼 쟈콥이 당신을 발견합니다!]

“!!!”

“침입자다! 침입자다!”

…이렇게 된 것이다.

“이놈들. 정말 낮에 한 공격은 미끼였구나. 치사하게!”

케인은 얼굴을 가리고 덤벼들었다. 하시다는 날렵하게 뒤로 굴러서 공격을 피한 다음 역습을 준비했다.

<섬광을 자르는 검객>이라는 영웅 직업을 가진 하시다는 속도 위주의 검사였다.

비교적 둔한 탱커 타입인 케인이 상대하려면….

“노예의 쇠….”

“!?”

하시다는 ‘노예의 쇠’까지만 듣고서 기겁했다. 그러고는 달려들던 걸 멈추고 재빨리 다시 몸을 뒤로 날렸다.

‘아차. 나 정체 숨겨야 했지?’

“…?”

스킬이 안 날아오자 하시다는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노예의 쇠사슬>은 케인 놈만 쓰는 유니크한 스킬인데 여기 있는 저놈이 쓸 리가 없잖아?’

“이 자식이 날 속여?”

“…그렇다! 널 속인 거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달려온 엘프들과 타이럼 사냥꾼들이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하시다는 진짜로 기겁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방어력이 낮고 HP가 낮은 그는 저런 공격을 맞기 시작하면 정말 위험했다.

“아. 저놈 진짜 날래네!”

“제가 맞출게요.”

유지수는 화살을 들어 상대를 겨눴다.

반드시 맞춰서 태현의 칭찬을 듣고 말겠다!

쉭!

“!”

하시다는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고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섬광연속베기!

파파파파파팍!

날아오던 화살들이 스킬에 튕겨 나갔다. 유지수는 그걸 보고 분노해서 외쳤다.

“야! 그냥 맞으라고!”

“?!”

하시다가 어쩌다 보니 주변의 시선을 다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랭커들은 나름 쉽게 요새 벽을 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

[<아주 열심히 공을 들여 만든 구덩이 함정>이 작동됩니다.]

퍽!

벽을 넘자마자 훅 꺼지는 땅!

플레이어는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구덩이 밑으로 떨어졌다.

“아니 뭔….”

그나마 다행인 건 데미지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맨구덩이라 다행이다. 바로 기어 올라가서….’

[<무게로 작동하는 쇠창 함정>이 작동됩니다.]

“…잠, 잠, 잠ㄲ!”

푹푹푹푹!

“크아아악!”

[<쇠창 함정과 연계된 화염 기름 함정>이…]

“잠깐만! 이건 진짜 아니지! 으아아악!”

* *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웅성대고 있었다.

<악마의 연금술 연구소>라는 건물이 갑자기 생겨났던 것이다.

나름 <악마의 대장간>을 소중히 여기고, 악마 사루온을 그들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던 대장장이들은 새 건물에 당황해서 물었다.

“사루온 님. 저건 뭡니까?”

“저 건물은 아주 허접하고 쓸데없는 악마 놈이 아키서스 화신한테 간신히 빌고 빌어서 얻어낸 건물이다. 별 볼 일 없는 건물이니 신경 쓰지 마라.”

에슬라 밑에 있는 사루온이, 모스락 밑에 있던 프이드를 좋아할 리 없었다.

-저 꼴 보기 싫은 악마 놈이 여기는 왜 온 거야?

태현만 아니었으면 당장 가서 시비를 걸었을 터!

물론 프이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아냐?!

사루온이 그렇게 말했지만, 진보적이고 언제나 열심히인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연금술 스킬은 좋은 스킬이지. 기계공학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맞아. 연금술 스킬은 기계공학 스킬에 비하면 하찮은 스킬이지만 그래도 좋은 스킬이야. 폭탄에 들어가는 독이나 특수 재료를 만들 수 있잖아.”

“들어가서 재료나 만들라고 할까?”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야!”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신이 나서 프이드의 <악마의 연금술 연구소>에 쳐들어갔다.

그러고는 외쳤다.

“연금술이나 하는 악마 녀석! 하지만 이제 슬퍼할 필요 없다. 우리가 너의 스킬에서 나온 재료를 고귀하게 써줄 테니까. 지금 당장 <영원한 불의 기름>과 <응축된 산성 독>을 만들어라! 우리가 이번에 폭탄을 만들면 같이 터뜨릴 영광을 주지!”

“…????”

프이드는 귀를 의심했다. 오랫동안 악마로 살아왔지만, 인간 놈이 감히 그의 앞에서 이렇게 그를 모욕한 건 처음이었다.

“전부 다 죽여 버린…?!”

그때 들어오는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재료 좀 받으러 왔습니다.”

“그렇군요.”

악마를 보고서도 놀라지 않는 사제도 사제였지만, 프이드는 식겁했다.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라니!

대장장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려고 했냐?”

“아… 아무것도 아니다.”

“빨리 연금술 아이템을 내놔.”

“맞아. 사루온 님이 그러는데 너는 이렇게 남 밑에서 봉사하는 걸 기쁨으로 안다며?”

“…….”

프이드는 이제야 이 간덩어리가 붓다 못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인간들이 어디서 나온 줄 알 수 있었다.

사루온이 데리고 있던 인간들!

사루온이 속여서 그를 엿 먹인 게 분명했다.

‘죽여 버릴라!’

여기 왔을 때도 비웃던 놈이 감히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

물론 사루온은 그러려고 보낸 게 아니었다. 사루온은 태현 앞에서 그렇게 싸움을 걸 정도로 미친 악마는 아니었다.

그냥 대장장이들 데리고 뒷담 좀 했는데 대장장이들이 쏙쏙 기억한 것!

프이드는 당장에라도 사루온의 <악마의 대장간>에 쳐들어가서 온갖 독성 연금술 용액을 부어버릴까 하다가 멈칫했다.

또다시 돌아다니는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들과 성기사들!

‘이 영지는 뭔 놈의 아키서스 교단 놈들이 이렇게 많아?! 그래서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인가?!’

뭔 놈의 영지 이름이 이렇게 흉흉한가 했었는데, 이제야 이해되는 영지 이름!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아키서스 교단의 본거지인 만큼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치안을 맡아 돌아다녔다.

물론 영지 병사들을 적게 고용하려는 눈물 나는 절약 방법이기도 했다.

교단을 갖고 있는 태현만이 할 수 있는 절약 방법!

‘죽… 이는 건 무리고.’

프이드는 갑자기 분노가 조절되는 걸 느꼈다.

아키서스 교단의 상징과 건물들을 보니 갑자기 가라앉는 분노!

‘다른 방식으로 복수해 주겠다!’

프이드는 눈을 감았다 떴다.

지금은 이런 꼴이 됐지만 그는 원래 악마.

인간들 몇 명 혓바닥으로 갖고 노는 건 일도 아니었다.

“너희들 혹시… 미식에 관심이 있나?”

“뭔 개소리야? 연금술 아이템 내놓으라니까. 빨리 폭탄 만들어야 해.”

“먹는 건 딱딱한 검은 빵이면 돼. 그 시간에 폭탄 하나 더 만들어야지.”

“먹는 건 터뜨리지도 못하잖아.”

‘이런 미친 야만인 새끼들!’

프이드는 식겁했다. 어디서 이런 미친놈들만 모여 있는 거지?

‘아. 여긴 아키서스의 영지지.’

그렇게 생각하니 저놈들이 다 미쳐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프이드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미식이란 것은….”

“아! 됐고 빨리 만들라고! 우리 바쁘다니까!”

“저거 혹시 괴식 요리 말하는 건가? 괴식 요리 먹고 싶어서 저러나?”

“어휴. 욕심 많기는. 기다려봐라. 내가 갖고 올 테니까.”

대장장이 한 명이 요리를 가지러 밖에 나갔다. 그 대장장이가 뭘 가지러 간 건지는 몰랐지만, 프이드는 왠지 모르게 불길해졌다.

괴식 요리라니 뭔 이름이 저래?

“너희들이 미식도 모르는 야만인이라는 건 잘 알겠다. 내가 잘못했다. 다른 걸 말해주지. 연금술에 대해 알고 있냐?”

“연금술? 괜찮은 스킬이지.”

프이드는 반색했다. 그래도 이 야만인 놈들이 기본적인 개념은 박혀 있구나!

“기계공학 스킬에 비하면 하찮은 스킬이지만.”

불끈!

프이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야만인 놈들을 상대로 과연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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